실로 오랜만에 리뷰쓰기 코너에 글을 올려본다. 늘 책을 읽고 있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궁극의 목적이 있다면 그건 쓰는 인간이 되고 싶음이다. 원래 목표치가 있는 인간이 아니어서 작가가 된다거나 책을 낸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쓰는 인간이 아니라 그냥 읽은 책의 소감 정도는 기록할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인간상이다. 그런데 그런 생활을 너무 오래 멀리했다. 쓰기를 안하니 읽는 건지 안읽는 건지 책을 독파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 없게 여겨졌음에도 한 번 손에서 놓은 펜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억지로,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정이 넘은 시간 불을 끄고 누운 상태에서 무작정 폰에다 몇 마디 끄적거려 보았다. 한 시간이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했다. 그건 정말 노력이었다. 내가 쓰고자 하는 스타일의 글이 아닌 것을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글쓰기를 위해서 퇴고는 한 번만 했다. 낮동안 장샘 댁에서 계속 82년생 김지영을 대체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했는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쓸 말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지 하고 계속 생각했더니 어쨌든 잠자리에 들기 전 한 시간 남짓 걸려서 한 쪽짜리 페이퍼가 나왔다. 두어달의 시차를 두고 두 번 읽었고, 밑줄 긋기는 하지 않았다.
시간을 많이 쓰지 말라는 말은 정말 와닿았다. 이전에도 여러 번 들은 말이었건만 이번에 꽂혔다. 이번 일로 나는 책과의 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거리 두고 읽든 빠져서 읽든 리뷰는 쿨하게 쓰기. 좀 더 현명하게 매끄럽게 유능하게 읽고 쓰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