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베스트셀러를 또 클릭해보았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가 1위다. 2위는 <언어의 온도>. 잘나가는 영화나 베스트셀러는 일부러까진 아니지만 그냥 외면해지던 나였는데, 요즘은 잘 나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대체 왜 잘나갈까. 이 수 많은 출판의 홍수 속에서. 따져 보고 싶고 잘 분석해서 나도 책을 만들어서 많이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미 나온 좋은 책은 많이 팔리게 하고 싶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아직 못 읽었다. 사야지 하고 아직 못 샀기 때문이고, <언어의 온도>는 친구에게 선물 받아서 조금씩 읽는 중이다. 왜 잘 팔리지?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어서 영 아니올시다다. 좋은 글을 읽고 공감하고 마음이 힐링되는 맛에 이런 에세이류를 읽을 텐데, 어디 왜 잘팔리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이를 앙다물고 읽으니 글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런 와중에 공들여 읽으면서 <언어의 온도>가 잘 팔리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온도>는 27쇄다.
1. 책 사이즈가 작다.(책소비의 주고객층인 2,30대 직장여성의 핸드백에 들어가고도 남는다)
2. 가볍다(출퇴근용 책으로 선택받기 쉽다)
3. 짧다(온 갖 스트레스로 점철된 현대인들은 긴 글 읽는 걸 못 참는다)
4. 쉽다(안 그래도 머리 아픈 일 많은데 책까지 뭘 어려운 걸 읽겠는가)
5. 공감된다(아무리 쉽고 짧고 가벼워도 공감되지 않는다면 왜 책을 사겠는가)
6. 저자가 겸손한 자세로 썼다.(아무리작고 가볍고 짧고 쉽고 공감된들 저자가 잘난척 하는 마인드라면...)
7. 제목이 있어 보인다.(사람으로 치면 첫인상 같은 거다. 인상이 좋아야 일단 바라보게 되는 것)
8.선물하기 좋다(남녀노소 무난하게 읽을 수 있고 선물 받아서 다시 선물하기에도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9. 책의 운명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출판 타이밍이라든지, 경기라든지, 출판시장의 변화라든지 책 이외의 요소들로 그 책의 운명이 좌우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달에서 나온 윤승철 작가의 책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은 책이 나오고 대형서점과 출판사와의 갈등 때문에 한창 신간소개 되어야 할 시점에 서점에 깔리지 조차 못했다. 대선을 앞두고 연휴를 끼고 나온 책들도 타이밍이 안좋은 건 마찬가지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지도 쉽지도 짧지도 그렇게 공감되지도 않은 책들도 좋은 책은 많다. 이런 책들은 어떻게 팔아야 하지? 단지 출판 된 것에 만족해야 할까?
(나는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를 스테디셀러로 만들고 싶고, 이 책은 단지 커피집을 하고 싶은 사람 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저 위의 요건들을 충족하는 책이므로, 그리고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도 중쇄를 찍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이런 청량한 정신과 모험심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다. 그리고 우리 문통, 대통령 되신 기념으로 <운명>도 읽어봐야 겠다. 문통에 대한 인터넷 기사만 대충 봤는데도 내가 모르는 전사가 참 많더라. 좀 더 구체적인 읽을거리가 필요하다. 좀 안 믿기기도 하고, 벅차기도 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기도 하고, 좀 쉬고 나니 살 맛나기도 하고, 아무러나 갑오징어 데쳐서 축하주 한 잔 하고 싶은 밤이다.)
덧: 이 페이퍼를 쓰고 뉴스룸을 보는데 손석희 앵커가 나희덕 산문집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인용한다.
세상에 넘치는 거짓과 위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나마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것은 연약한 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런 게 책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