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와 놀기' 이벤트는 22일로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같이 하겠다는 분들은 포가터블님, 순오기님, 휘모리님, 조선인님, 의문의 J군, 바밤바님 이렇게 해서 총 여섯분이에요. 차편은 다음주 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구요. 오늘은 뭘하고 놀지에 대해 얘기하려구요. 더운 여름인데 산을 타기가 녹록치 않겠지만 일정은 변경되라고 있는거니까 부담느끼지 않았음 좋겠어요. Arch의 돼지우리 저리가라하는 방에서 재미있게 노는 것도 생각했는데 민폐일 것 같아서 자제하려구요. 

 
 군산에 바다가 있는건 알고 계시죠? 구시가지에 있는 내항이에요. 터미널에서 이곳까지 이동해서 짠내도 좀 맡고, 수산물 시장에 들러서 이것저것 둘러보려구요. 막힘없이 하늘이 보여서 좋은 곳이에요.


 내항에서 월명산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해망동 물고기 길이에요. 물고기는 벽과 골목길 사이 사이에 숨어 있는데 눈을 크게 떠야만 찾을 수 있답니다. 군산은 크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외항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저희가 주로 머물 곳은 구시가지예요. 일본식 히쓰오 가옥과 옛건물들이 많이 있죠. 


 물고기 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월명산이 나와요. 월명산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쪽에 걸쳐 있습니다. 사진은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이 일정은 아이들이 급피곤해하거나 날이 너무 덥거나 배가 고픈 경우에는 변경될 것 같습니다. 내항을 본 뒤 밥을 먹는걸로 말이죠.

 점심은 소고기무국, 콩나물국밥, 장미 칼국수 중에 그날 당기는걸로 먹기로 하죠. 밥을 먹은 후에는 월명동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들러서 잠깐 책을 보다가(우린, 알라디너니까! 뭐래~) 차를 마시러 가거나 바로 차를 먹는걸 생각해봤어요. 전에도 한번 얘기한적 있는


 예인촌에서요.


친구 등짝도 아치 서재 좀 타고 싶다고 해서.^^ 예인촌에는 전통차를 파는데


 대추차 맛이 정말 끝내줘요. 차가 아니면 동동주에 파전이나 도토리묵을 먹는 것도 좋아요. 도토리묵 생각하니까 배고픈데요~

 그 다음에 날이 좀 선선해지면(여름에 그럴리 만무하지만) 월명산에 오를거에요. 지금쯤은 한창 황금달맞이꽃이 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샤스트 데이지라도. 초록 잎들하고 눈 마주치면서 슬슬 산책을 하는거죠. 월명산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아이들도 있고, 아치 체력이 저질인지라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돌아볼거에요.  

 산에서 내려오면 배고프잖아요. 군산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목살집에 갈거에요. 혹시 채식하시는 분이... 연기 냄새가 몸에 배긴 하지만 고기 맛이 정말 좋고, 고기를 다 먹은 후에 먹는 동치미 국수는 정말 끝내줘요! 아 배고프다.^^ 

 주로 걸어서 이동할 것 같아요. 모자랑 운동화는 필수이고, 물병도 따로 준비해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옥찌들이랑은 이 중 몇코스는 빼고선 놀고 그랬는데 알라디너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된다면 시립 도서관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쓰고 나니까 더더 같이 하고 싶은게 많이 생각나지만 이만 줄일게요. 여행하면서 생기는 변수들이 재미있는 사건으로 번지길 바랍니다. 잘자요.


우리 만나는 날, 이 녀석이 아침부터 노래해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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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8-09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고 있는 웬디씨. 지민아. 지민아. 흑흑.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흑흑.

Arch 2009-08-09 03:05   좋아요 0 | URL
봤으면 좋으련만... 호응이 좋아서 자신감이 좀 붙으면 아치 상품으로 개발해서 무료로 가이드 해줘야겠어요^^

바람돌이 2009-08-09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시간 되세요. 참석은 못하고 마음만 부럽답니다.

Arch 2009-08-09 13:55   좋아요 0 | URL
언젠가 뵐날이 있겠죠. 아쉽다~

무해한모리군 2009-08-09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등짝이 잘난 총각도 선물로 넣어주세요 응?

순오기 2009-08-09 07:50   좋아요 0 | URL
오호~ 드뎌 휘모리님을 보겠네요~ 급방긋^^

Arch 2009-08-09 13:56   좋아요 0 | URL
데이트인 사람이 이래도 돼? 응? 일러버린다^^

무해한모리군 2009-08-09 21:1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오호호호

아치 왜이래 나 불순한 의도 없어 ^^;;

Arch 2009-08-10 00:32   좋아요 0 | URL
믿을게요. 믿어요!(먼산을 본다^^)

순오기 2009-08-09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순오기의 '광주이벤트'에 이어 제대로 된 '군산아치와놀기이벤트'로군요. 코스 대환영이에요~~
그런데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면 좋겠는데~
스트레스 만땅인 분들 군산으로 오시와요~ 아치님이 다 날려준답니다!^^

Arch 2009-08-09 13:57   좋아요 0 | URL
제대로 됐는지, 될지 모르겠어요. 스트레스가 더 쌓일 것도 같고...

그래도 잘 됐으면 좋겠는데.

머큐리 2009-08-0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런데 아치님 군산 사시는 분인가요???

Arch 2009-08-10 00:32   좋아요 0 | URL
네. 머큐리님, 대단한 뒷북이에요^^

머큐리 2009-08-10 20:50   좋아요 0 | URL
부천까지 놀러와서 서울 사시는 분인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휴가도 못갔는데 나도 가고 싶당~~~

Arch 2009-08-10 21:07   좋아요 0 | URL
그런데 왜~ 망설이세요! 휘모리이랑 같이 오셔요.

Forgettable. 2009-08-1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너무 스포일러 아님??!! ㅋㅋㅋㅋ

Arch 2009-08-10 21:09   좋아요 0 | URL
그런가? 모른척 해주삼 3=3=3=

무해한모리군 2009-08-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왜 전화했어요 ㅠ.ㅠ
나 전화기 고장 문자밖에 안되요~~
(그땐 자고 있기도 했지만 ㅎㅎㅎ)
바밤바님도 가네요 오호호
점점 거대 프로젝트가 되어가고 있군요.

Arch 2009-08-11 11:18   좋아요 0 | URL
목소리 들어보려고? ^^ 좀 늦긴 했죠. 모임 시간 좀 정하고자~
거대한거 부담스러움.

무해한모리군 2009-08-11 11:55   좋아요 0 | URL
전 아무때나 괜찮아요 ㅎㅎㅎ
 

 옥찌와 난 좀 각별했다. 

 이 문장은 과거형이다. 지금은 예전만하지 못하단 소리다. 무슨 놀이든 창의적으로 응용하는데다 다정다감한 막내가 등작했기 때문이다. 막내는 소꼽놀이로 아이들 혼을 쏙 빼놓고, 옥찌를 즐겁게 한다며 옷장 속에서 나프탈렌과 같이 삭아가는 예전 태권도복까지 꺼내 입으며 같이 놀아준다. 뭐, 할 말 다했지.
 게다가 난 요즘 별일 아닌데도 장난 아니게 짜증을 부린다. 엄마랑 있을때면 어리광이 너무 심한(내 기준에서만) 민 때문에, 가사노동을 피하려는 잔머리가 잘 안 먹혀서, 아무도 전기며 물을 안 아낀다며, 가족들이 텔레비전만 본다며 등등. 혼자 스트레스 받으면 그만인데 만만한게 옥찌들이라고 괜한 것 가지고 혼내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이모 상태가 이런데 옥찌가 날 좋아할리가 없다.

 옥찌가 날 조금쯤 좋아한다는 확신만 있어도 개선의 정을 보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옥찌는 완고한데다 놀리기 대장이라 조금만 속상한티를 내면 이모를 아주 가지고 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서로 맘 상할때까지 밀어 붙일 때가 종종 있어 왔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옥찌가 응아한 후에 날 불렀다. 난 밥 먹은지 얼마 안 돼서 닦아주기 싫었다. 평소엔 자기가 알아서 잘 닦으면서 부러 나를 약올릴려고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 떠밀리듯이 옥찌에게 갔다. 서로 좋아죽겠는 막내 이모 보고 닦아달라고 하지 왜 나냐니까, 옥찌는 빙그레 웃으며 다리 아프니까 어서 닦으라고 재촉만 했다. 난 서로 좋은 것만 보고 더러운건 안 보여주고 안 볼려고 하는게 무슨 사랑이냔 말을 7살짜리 꼬마에게 했다. 그것도 응아를 닦아주면서. 옥찌는 이모의 궁시렁을 듣더니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안다. 공감해주고, 이해하기. 맘을 헤아리며 용서해달라고 빌기. 그런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옥찌에게 너한테 그러면 좋아?, 내가 민만 예뻐하고 널 서운하게 하면 좋냐고 물으며 몰아세웠다.
 내가 해야할 역지사지는 '내가 7살이라면', '내가 옥찌라면'이었다. 하지만 '옥찌 네가 이모라면' 괜찮겠냐고 묻고 있었다. 가만히 내 얘기를 듣던 지희가 훌쩍이면서 말했다.

" 난 큰 이모도 좋아하는데."

 껴안아주려고 옥찌 손을 잡았다. 옥찌는 내 무릎에 잠깐 앉아 있다가 금세 울음을 그치고 포도를 먹는다며 나갔다.
 
 엉망이다, 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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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7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7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8-09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아무래도 옥찌가 한 수 위 같어요.ㅋㅋ
 

 회사에서 일한지 한달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내 자리는 연필과 볼펜의 연필꽂이 서류함으로 채워졌다. 파티선엔 포스트잇과 업무 관련한 내용들이 핀으로 꽂혀 있고, 다이어리엔 이번 달 계획이 적혀 있다. 나는 내 자리에서 일하고 자고 알라딘을 들여다보는게 좋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어느 날 영문도 모르게 해고 당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세상이 원래 가진 자들 논리로 움직이는거니까 체념하고선 다른 직장을 구해야할까, 노동부에 신고해서 떼인 월급을 받고 깔끔하게 정리해야할까. 월급을 받는 것만큼이나 곧 다른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마 내가 쫓겨난다면 난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아마 그보다 먼저, 왜 내가 쫓겨나는지 이유를 알아내려 할 것이다.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면 싸워서라도 내 자리를 지키려고 할 것이고. 내가 악독하거나 이해심이 없는게 아니라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회사에 고용됐지만 곧 나 역시 회사의 운명에 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철거민들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거기보다 더 좋은데 가서 살면 좋지 않냐고. 돈은 중요한 문제지만 그들이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그곳은 그들이 살았던 곳이며 앞으로 살아갈 곳이다. 잘 가는 슈퍼와 자주 보는 이웃들이 있다. 봄이면 눈을 맞추던 화단의 꽃이 있고, 골목의 좁고 들큰한 냄새가 몸 깊숙히 박혀 있다.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그곳에서 나가라고 하는건 정말 말도 안 된다. 그런데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글샘님의 서재에서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노동자들을 보았다. 비참했다. 마치 처음 알았다는 듯이 비참했다. 무기력해지는건 순간이었다. 손에 잡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용산 참사에 대해 친구가 자신은 모른다고 말했을 때 난 속으로 생각했다. ‘어쩜, 그것도 모를 수가!’ 그런데 안다고 생각한 나 역시 모르고 있었다. 사실 관계뿐 아니라 그들이 느꼈을 감정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눈물이 나오고 맘이 답답하다.

 대한민국 희망 보고서 ‘유한킴벌리’를 읽었다. 아, 이토록 낯선 희망을 책은 태연하게 인용하는구나. 서로가 자극제가 되어 주고, 노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회사. 결정을 따르라는 통지가 아니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몇일이고 노사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회사.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회사. 노동조합의 활동이 무색할 정도로 노동자와 회사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회사. 희망이란 말은 참 아득했는데......

 책 속에만 있는 희망이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도 희망이 좀 보였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그들에게, 그들을 바라볼 용기가 안 나는 우리들에게도. 미디어법 반대 시위를 며칠 나갔다고 할 일 다 한 것처럼 방관했던 내게는 얄팍한 희망이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 지금 대한민국은 곤혹스러운 것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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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8-0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순간에 희망을 얘기할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순오기 2009-08-0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ㅜㅜ

Arch 2009-08-0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머큐리 2009-08-0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몇일... 할 수 있는것이라도 하자고 마음 먹고 있어요... 정말 할 말이 없어지는...에휴

Arch 2009-08-07 12:53   좋아요 0 | URL
으음... 힘내자구요!
 

 나는 평소에 주로 단화나 운동화를 신는다. 옷을 조금만 예쁘게 입었다가는 영락없이 불편한 신발을 신어야하기 때문에 나는 주로 신발을 골라놓은 다음에 옷을 선택한다. 운동화에 맞는 옷은 활동하기 편하고 걸어다니기 좋다. 하지만 옷은 캐주얼한 것만 입어야하고, 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영락없이 집 근처 가게로 아이스크림 사러 나온 거친 Arch 행색이라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마침 꽃무늬 스커트가 보였다. 오랜만에 좋은 사람을 만나니까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신발 생각 안 하고 바로 옷을 입었다. 하이힐도 아니었다. 검지 손가락만한 굽이었다. 이 정도쯤이야, 근거없는 자신감까지 언뜻 굽 사이로 새어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타협을 해도 그 옷에 운동화는 정말 아니었다. 게다가 운동화는 아치의 아찔한(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일 것이다.) 다리선을 가린다. 며칠동안 잠깐씩 신었으니 길이 좀 났겠구나 싶기도 했다. 키가 조금 커졌고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 폼난다. 맞아, 맞아. 여기에 운동화는 별로였어. 혼잣말로 응원해주는 것까지! 게다가,
 얼핏 보이는 실루엣은 예.쁘.기.까.지 했다. (방점을 유의해야함)

 여성성에 있어서 난 늘 외야였다. 화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화장 안 했단 오해를 받고, 점점 아줌마로 불리는 횟수가 많아지며(제 3의 성인 아줌마에 대해서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늙어서 못쓰겠단 소리는 몇년 전부터 들어오고 있으니까. 나도 꾸미면 이쁘겠다거나 왜 자기 관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 정도는 약과였다. 총체적인 관리의 필요성은 내가 점점 인간으로 살기보다는 '여자'로 살기만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동안 하이힐을 안 신었다면 개뻥이고 그저 불편할 뿐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신는 구두는 얼마나 멋지던지.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이건 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쓰라리고 불편한거다. 야심의 꽃무늬 치마는 바람 난 옆집 이씨처럼 미친듯이 휘날리고 화장은 번지고 들뜨고 뜨고 계속 뜨고 뭉개지고 난리가 아니었다. 이래서 사람이 안 하던 짓 하면 안 되는거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닥에 앉고, 바람에 날리는 치마를 움켜쥐고, 절룩거리다 뒤뚱거렸다. '저기까지만 가면 돼'라면서 주문을 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에라이 모르겠다면서 치마고 신발이고 다 집어던져 버리고 싶었다. 나는 상식은 없지만 그래도 눈치는 조금 있던터라 신발을 집어던지는 대신, 발을 살펴봤다. 물집 사이로 빨간 속살이 뭉개져있었다. 밴드를 붙였다. 좀 괜찮다. 뭔가 잡아채듯이 자꾸 발이 앞쪽으로 쏠렸지만 그래도 좀 괜찮아졌다.
 다음날 아침 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 한게 어디냐며 발과 아치를 칭찬해주었다. 자, 이제 여유있게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면 되는데......

 우연히 친구를 만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교대로 북어국을 먹으러 간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교대에서 센트럴 시티까지 걷는건 좋지 않았다. 좋지 않았을 뿐더러 당황스러웠다.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면 아치 말로는 '껌인데' 말이다. 오르막길은 숨이 찼으나 견딜만했다. 문제는 내리막길. 체중이 온통 앞으로 쏠리자 발바닥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밴드는 밴드대로 벗겨지려고 하지 내리막은 끝이 없지.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 돼서 친구를 바라봤다. 친구는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하이힐에 얽힌 무서운 음모를 들려줬다. 나는 깜짝 놀라 신발 위에서 내려왔다. 먼지에 찌든 인도가 이토록 좋고 편하고 멋지다는걸 처음으로 알았다. 발바닥이 보도에 탁탁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친구에게 살짝 말해줬다.

 하이힐의 필수품은 자동차라고.
 
 친구는 빙그레 웃으며 나나 되니까 아치꼴이 창피해도 같이 다녀주는거란 얘길 해줬다. 참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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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06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말이죠. 예쁘게 보일려고 구두신고 나갔다가 도저히 못참고 지하철 매판대에서 슬리퍼를 산 적도 있어요..

난 쉬크하게 입고 싶어서 입는게 아니라 운동화에 맞춰 입을 수 있는 스탈은 케쥬얼 아니면 직선적이고 단순한 것 밖에 없어서 취향을 운동화에 맞췄어요 --;; 나도 편한 구두가 개발 된다면 샬랄라 원피스 입을 수 있을텐데..
우주로 비행선만 보내면 뭐하냐구욧, 내가 신을 수 있는 구두도 못만들어주면섯!!

글고 보는 눈도 없군.. 섹쉬하기만 한 아치가 어디가 무성적 아줌마란 말이양!!

Arch 2009-08-06 09:50   좋아요 0 | URL
제가 휘모리님을 알죠~ ^^ 저라도 개발해야할까봐요., 16년 동안 편한 구두 만들기에 전념한 물집 아치 선생, 뭐 이런걸로.
섹시가 아니라 섹쉬라 다행이야^^ 약간 쉰내 난달까 히~

조선인 2009-08-06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언) 내가 다녔던 여대에는 15cm 굽을 신고도 경사 45도가 넘는 언덕을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여인이 적어도 1천명은 있었음. 거짓말 아님.

Arch 2009-08-06 09:51   좋아요 0 | URL
갑자기 1천여명의 여인들이 하이힐을 신고 언덕을 야마카시처럼 뛰어다니는 장면이 떠올랐음. 암요, 놀라울 따름이죠. 하이힐을 잘 신는 유전인자가 따로 있나봐요.

Forgettable. 2009-08-0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청 잘 뛰어다녀요. 오히려 힐을 신어야 더 잘 뛴다는 속설이-
그러나 그건 대학생 시절, 학점에 목숨걸었기 때문은 아니고 16번 수업 중에 한두번 쯤은 지각하지 말자는 일념하에 뛰었었는데 오히려 좀 나는 듯 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알바갈 때랑.. 힐신고 경마장 아저씨들보다 더 잘 뛰다가 도착해서 토했다는 소문도-_-

지난봄에 킬힐 사려고 한 1주일 고민했었는데 포기- 킬힐은 자동차 없으면 진짜 못신는다며 ㅋㅋ

Arch 2009-08-06 09:52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에 이어서 막 상상하게 만드는 뽀님의 댓글. 토했으니 무효!

자동차 사면 킬힐 사도록해요. 정말 그거 신다가 죽을지도 몰라요.

2009-08-06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6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6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6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8-0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발목이 아파요.


먼 산을 바라보며.

Arch 2009-08-06 14:11   좋아요 0 | URL
제 발목은 진즉부터 문제가 많았죠. 먼 산을 바라보며, 이거 있잖아요. 귀여워요. 쥬드님이 하니까 더~

Forgettable. 2009-08-07 17:53   좋아요 0 | URL
아무리 봐도 귀엽다는

Arch 2009-08-07 22:06   좋아요 0 | URL
그쵸, 뽀님^^
 

* An event is something that happens, especially when it is unusual or important. You can use events to describe all the things that are happening in a particular situation. 2. An event is a planned and organized occasion, for example a social gathering or a sports match. 말하자면 뜻밖의 사건이나 행사

* Arch가 전에 이벤트를 한다고 말 그대로 설쳤다. 뽀님 말고는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설쳤다는 표현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고, 반품도 안 된다. 다른 분들은 기억 하지 못할테고, 또 나 혼자 설치는 것일 수도 있다.(흑) 하지만 한다. EVENT

* 준비, 땡하면 방문자수를 캡쳐한다거나 아치의 서재를 뒤져서 답을 찾는거? 안 한다. Arch는 고품격 언빌리블 퐌타스틱 이벤트를 지향하기 때문에 했던거 안 한다. 그렇다고 바람구두님처럼 자신있게 삥뜯기 이벤트를 하지 못한다. 난 진심으로 바람구두님이 부럽다. 하악하악. 그렇다면 뭘 하겠다는 말인가.  

 이번 이벤트 어렵지도 않다. 그저 '저 갈래요'면 끝이다. 그러니까, 

* 이번 이벤트는 'Arch랑 놀기' 되겠다.

오호, 이렇게 난데없는 이벤트라니! 군산은 관광의 도시가 아니다. 일제시대의 히로쓰 가옥과 아치가 있는 것 말고는(오늘 막말 작렬인데) 볼 것도 없다. 그런데 이벤트라니! 심히 당황스럽지 아니할 수가 없다.  

 코스는 이렇다.

 군산 터미널에 내리면 아치가 친히 아치 아이돌을 대동하고 마중을 나간다. 사람들과 함께 내항 쪽에서 바다 내음을 맡은 후, 산에 오른다. 구시가지까지 가서 군산에서 제일 맛있는 집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 후, 러블리한 찻집이나 대추차가 맛있는 집에 가서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이때 낮술도 가능하다. 난 낮술 좋더라. 날이 좀 선선해지면 다시 산에 올라 월명산 안쪽의 습지까지 갔다가 내려온다. 1일 일정이지만 필 받은 분에 한해 '찜질방 숙식'과 '포장마차에서 여러 잔'의 특혜가 주어진다. 다음날 당근, 콩나물국밥 먹으러 간다. 

 오늘 산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다. 아, 이 길을 알라디너랑 같이 걸으면 좋겠다... 구체적인 멘트와 어떤 사진을 넣을 것까지 다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니까 전에 협박하고 비굴하게 졸라대며 이벤트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멘트며 사진이 반짝일리가 없다.

 우야됐든 '저 갈래요'하시는 분들이 만에 하나 있다면 성의있는 코스 설명 페이퍼를 따로 작성하겠다. 정주지로서의 군산의 매력에 빠지길 원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아이들은 물론 걷는걸 좋아하시는 어르신들, 이웃들도 괜찮다.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시면 일정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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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8-0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아 언제에요 언제. 지민. 옥찌. (아 8월의 주말은 흑. 흑. 8월에 하실거죠?)

Arch 2009-08-05 23:23   좋아요 0 | URL
15일쯤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아니면 22일.
유일한 참가 신청자가 웬디양님뿐이면 웬디양님 맘이죠.^^ 민과 단둘 데이트도 가능해요.

웬디양님의 소신 댓글에 갑자기 의욕이 충만하여 사진을 올리고야마는 아치랍니다.

순오기 2009-08-0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8월 15일은 안돼요. 난 원주토지문학관 간다 말예욧~~
22일로 잡으면 갈 수 있어요~~ 군산은 채만식 문학관과 더불어 '탁류'의 현장을 샅샅이 돌았어요. 7년전에~^^

Arch 2009-08-06 09:44   좋아요 0 | URL
22일, 22일... 날짜가 문제군요. 암요, 순오기님 군산 다녀가신거 제가 다 알지요.

웽스북스 2009-08-06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오기님 댓글 보고 달려왔어요-
저 너무 가고 싶으나. 싶으나. 싶으나. 8월에는 이미 토요일이 꽉 차버려서요...
다들 선선한 9월은 어떠신지. 8월은 너무 덥잖아요. 네? 네?

Arch 2009-08-06 09:45   좋아요 0 | URL
그럼 달마다 할까요? 산속은 8월에도 시원해요.

Forgettable. 2009-08-06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어버렸음 어쩌나 걱정했잖아요 ㅋㅋㅋ
이거 뭐 신청하기만 하면 다되는거에요?!! 뭐 해야되요??

Arch 2009-08-06 09:45   좋아요 0 | URL
그짓말, 그짓말^^ 네. 시간 돼요? 뽀님~

2009-08-06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9-08-06 13:02   좋아요 0 | URL
동생이 이번에 와서 그 주에 가족여행이다 뭐다 하고 있어요. 확정된 건 아니지만 아직 어케 될지 몰라서용ㅋㅋ
선유도는 굳이 가지 않아도 되요, 부모님 덕에 군산=선유도 란 이미지가 박혀있는데 동생말론 군산 자체도 좋다고 해서요 ㅎㅎ 제가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예쁜 아이들은 좋아해요. 외모지상주의거든요 흐흐 그러니 옥찌들도 통과-


Arch 2009-08-06 13:14   좋아요 0 | URL
아, 옥찌들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어요^^
22일 어때요, 좀 촉박하겠지만.

Forgettable. 2009-08-06 13:37   좋아요 0 | URL
일단 신청!!
나 막 군산공항이 있는거 알아내고 기뻐하는중 ㅎㅎㅎㅎㅎ

Arch 2009-08-06 14:11   좋아요 0 | URL
군산공항에서 제주도 가는게 바로 있나? 잘 모르겠는데... 암튼~ 신청 받았고! 물리는거 없다고 막 우길 것임^^ 뽀님 덕분에 이벤트 하는 맛이 화락 살아나요.

무해한모리군 2009-08-06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오호 솔깃 ^^

Arch 2009-08-06 09:46   좋아요 0 | URL
솔깃이 끝이야? ^^

무해한모리군 2009-08-06 09:51   좋아요 0 | URL
일정을 한번 공지해 보삼~

Arch 2009-08-06 11:13   좋아요 0 | URL
날짜를 그냥 내가 정하면 될까? 8월이면 웬디양님이 걸리고, 참...
22일은 순오기님이 좋고, 다른 날도 차암~ 뭘할건지 생각해봐야지.

무해한모리군 2009-08-06 18:42   좋아요 0 | URL
22일은 선배 애기 돌에 가야하는데 쨀까? ^^;;

순오기 2009-08-06 21:24   좋아요 0 | URL
순오기는 15일만 빼면 주말 아무때라도 좋아요!
22일 아니어도 상관 없어요.^^

Arch 2009-08-06 22:35   좋아요 0 | URL
그럼 안 째려고 했어? ㅋㅋ 일단 네분 확보!

Forgettable. 2009-08-06 23:22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제가 재밌게 해드릴게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

Arch 2009-08-06 23:58   좋아요 0 | URL
오징어 부침개? 간지작렬의 그 부침개? 오호~ 완전 좋아, 괜찮다^^

무해한모리군 2009-08-07 09:39   좋아요 0 | URL
그럼 째죠 뭐 ^^

Arch 2009-08-07 12:55   좋아요 0 | URL
앗싸!

조선인 2009-08-06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 10~12일 휴가인데, 매일 회의가 하나씩 잡혀 있음. 회의 시간에만 잠깐 출근하면 되지만 원정 불가.
흑흑흑

Arch 2009-08-06 09:46   좋아요 0 | URL
토요일도 안 쉬어요? 에이~ 표적 이벤트였는데. 마로 해람이랑 옥찌들이 만나면 어떨까 이런거.

조선인 2009-08-07 08:44   좋아요 0 | URL
토요일이라면 15일 빼고 다 OK~

Arch 2009-08-07 09:09   좋아요 0 | URL
오호오호 ㅋㅋ

2009-08-06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9-08-06 11:10   좋아요 0 | URL
ㅋㅋ 그래도 됨. 알라디너잖아.

2009-08-06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9-08-06 13:13   좋아요 0 | URL
^^

바밤바 2009-08-0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군산..

Arch 2009-08-09 00:26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래! 그럼 6명인데요.

머큐리 2009-08-0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바람 쐬러 가고 싶기는 하다....아~

Arch 2009-08-09 02:22   좋아요 0 | URL
일이 있는거에요? 같이하면 좋겠는데...

2009-08-17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8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