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얽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진지해지는 남녀 관계에 대한 공포에 관련된 설들은 많지. 여자가 어느 순간 적극적으로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거나, 그것이 나이 꽉 찬 여자들의 경우 더 심해진다든가, 아니면 정말 남자들은 아직도 ‘더 놀고만 싶다거나’, 그런데 내가 보기엔 실제로 남자들이 진지한 남녀 관계에 발을 들이미는 것에 대해 그토록 두려워하고 있진 않은 것 같아. 그냥 단지 ‘당신’과 그러한 관계로 진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얘기라고 보면 돼 (좀 아프지?)
젊은 시절, 나쁜 남자와의 나쁜 연애는 기력이 닿는 한까지, 유혹 받는 대로, 일단 몸과 마음을 던져보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 남자들로 인해 험한 꼴을 보고, 휘둘리고, 배신을 당하고 엉엉 울고 짜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연애의 진면목을 느끼고 배울 수 있으니깐. ... 하긴 아무리 나쁜 남자라고 해도 처음에 한창 러브러브일 때는 착한 남자들로서는 감히 흉내도 못 낼 만큼의 벅찬 감동을 안겨주곤 하지. 불행히도 그게 오래 안 갈 뿐이라 문제지만. 어쨌든 그 아수라장을 몇 번 겪다 보면 여자는 성장하기 마련이고, 제대로 성장해야 마지막 선택에서 ‘제대로 된 착한 남자’를 감별하는 능력이 생기는 법이야!
급하게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할수록 연애는 잘 안 풀려. 자연스럽게 알 건 알게 되고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놔두는 게 오래 가는 비결! 연애가 잘 되려면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간에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사이’가 이상적인 게 아닐까 싶어. 당신은 남자친구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고 보고받을 권리도 없거든. 그냥 물 흐르듯 편안한 페이스로 가는 게 최고지만 역시 그래도 타고난 호기심이 자신을 미치게 한다고 굳이 뻑뻑 우긴다면야, 싸이. 이메일 스토킹을 매일 하는 것 대신, 딱 1주일에 하루 날 잡아서 한꺼번에 훑어본다, 이런 식으로 조절해 가면서 참아 가면 안 될까? 흠, 뭐 어렵게 알아놓은 것 딱히 안 보기도 좀 아깝잖아?
사랑한다면 그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되기보다 자신만의 시간을 더 바쁘게 가져.... 항상 마음 속에 빈 방 하나를 만들어 놓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해 두고. 이 사람이 마지막이라는 둥 숨 막히는 소리는 그만!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몰라서 당신이 다른 남자에게 업혀 갈 수도 있고, 그가 다시 또 첫사랑한테 홀려 갈 수도 있어. 하지만 삼순이 말대로, 다시 아플까 봐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하지만 그 전에 당신 자신부터 먼저 사랑하고 챙겨주고 나서 알았지?
(사랑에) 인내와 상처가 왜 필요하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남자가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로 인해 내가 내 자신에 대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게 연애에는 필요해. 그리고 강요가 아닌 자연스럽게 그를 위해 더 나은 여자가 되고 싶게 만들도록 해야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의 명대사 ‘You make me want to become a better man"처럼 말야.
세상에서 가장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 내가 아무리 그 사람을 사랑한다 해도 한번 싸늘해진 마음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지. 그래서 슬프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여자들은 차였을 경우, 죽기 살기로 매달리느냐 깨끗이 포기하고 쿨하게 놔주느냐 고민을 하겠지. 사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가장 내키는 대로 해서 속 시원해진 것은 남자에게 매달리고 못살게 굴고 스토킹하는 거야. 남자? 물론 질색팔색하지. 밤중에 계속 전화고문을 하거나 집 앞 현관에 앉아 밤새 기다리거나 심지어 혼자 사는 그의 집 문을 따고 들어가 침대에 이불 덮고 쥐 죽은 듯이 누워 그의 귀가를 기다리노라면 이미 갈 때까지 다 간 상태라 당신 입장에선 미련도 눈물도 싹 가실 수 있어.
(입장이 애매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고민) 위와 같은 여자의 경우에는 두 가지의 타입이 있어. 첫째는 상대 남자의 마음을 알고도 그 감정과 호의를 이용하는 타입과, 나쁜 의도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런 자기 자신을 묵인하고 용서하는 타입. 그녀는 어떤 타입일지는 모르겠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앞으로가 험난할 것이라는 것.

(반쪽을 튕기면, 나머지는 너그럽게 하란 말 끝에) 튕기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그 사람의 천성이자, 혹은 관계의 균형과도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1+1=2의 정확한 방침이 나올 수가 없으니까! 고로 나는 제안한다. 튕기는 테크닉 익힐 시간에 자신의 매력을 갈고 닦는 게 빠르다. 여자가 무진장 매력적이면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안 튕겨도 되거든.
임경선 '캣우먼의 발칙한 연애 관찰기'
난 단기 연애 죄책감에서 조금쯤은 벗어날 것 같고, 여전히 뒤죽박죽이지만 연애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도 좀 바뀔 것 같다. 막 지르듯 쏟아내면서도 핵심은 놓치지 않는 저자의 얘기는 무척 공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