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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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과 구더기

 

송장은 구더기에게 멋진 생각이고, 구더기는 모든 생명체에게 끔찍한 생각이다. 구더기들은 비만한 몸 속에서 천국을 꿈꾸고, 철학 교수들은 쇼펜하우어의 창자를 파헤치는 일에서 천국을 꿈꾼다. 설치류의 동물들이 존재하는 한, 설치류의 천국 또한 존재했다. 이로써 우리의 첫 번째 질문, 즉 새로운 신앙인은 자신의 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제시되었다. 슈트라우스적 속물은 우리의 위대한 시인과 음악가의 작품 속에서 벌레처럼 살고 있다. 이 벌레는 파괴하면서 살아가고, 먹어치우면서 경탄하고, 소화하면서 숭배한다.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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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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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외에는 변함없이 옳은 사람을 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한다고

 

아, 우리의 스승이 정말 언제나 옳기만 하다면! 그를 존경하는 독자는 때로는 의심에 사로잡혀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스승 자신은 미소 지으며, 확신에 가득 차, 열변을 토하고, 벌과 축복을 내리고, 스스로에게 모자를 흔들며 거기에 서 있다. 그리고 그는 매 순간 델라포르트 공작부인이 드 스탈 부인에게 한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거기 서 있다. "사랑하는 친구여, 나는 고백해야 합니다. 나 이외에는 변함없이 옳은 사람을 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한다고."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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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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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단지 칭찬하는 일도 비천한 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가능한 신앙심 가운데 슈트라우스의 신앙심이 가장 놀랄 만한 것 중의 하나다. 왜냐하면 그는 제물을 태우는 조그만 불꽃으로 자신의 신앙심을 깊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 국민의 가장 숭고한 작품들을 초연하게 이 불꽃에 집어던져서 그 연기로 자신의 우상들을 그을리게 한다. 어떤 우연에 의해 <영웅>, <전원>, 9번 교향곡이 미의 여신들의 사제의 소유가 되고, 그렇게 "문제가 많은 작품들"을 제거함으로써 거장의 상을 순수하게 보존하는 일이 이제 그에게 달려 있다고 잠깐 동안 생각해보자 ㅡ 그가 이 작품들을 태워버릴 것이라는 점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우리 시대의 슈트라우스류의 사람들은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그들은 어떤 예술가에 대해 그가 자신들의 일에 적합한가에 관해서만 알고자 하며, 오직 제단에서 불태우는 것과 그을리는 것 사이의 대립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것은 그들 마음대로일 수 있다. 기괴한 점은 단지 미에 관한 여론이 너무 메마르고 불안정하고 유혹되기 쉬워서 대단히 볼품없는 속물 근성의 전시를 아무런 이의 없이 감수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이 여론은 미적이지 않은 선생 따위가 베토벤을 재판하려고 앉아 있는 무대의 희극성을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기괴한 것이다. 그리고 모차르트에 관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에 관해 한 다음 말이 참으로 타당할 것이다. "그를 단지 칭찬하는 일도 비천한 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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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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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생, 그는 정당하지 못하다

 

그런데 누가 저 슈트라우스의 사탕과자 베토벤일 수 있는가? 그는 아홉 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는데, 그중에서 <전원 교향곡>은 "정신적 풍요로움이 가장 적은 곡"이라고 한다. 그는 교향곡 3번을 작곡할 때 "통상적인 규범을 벗어나서 과감하게 모험을 감행하고픈" 충동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에서 반은 말이고 반은 기사인 이중적 존재를 추론해볼 수 있다. <영웅>이라는 곡과 관련하여 "주제가 광활한 벌판에서의 싸움인지 아니면 인간의 가슴 속에서의 싸움인지"를 표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저 반인반마(半人半 馬)의 괴물 켄타우로스는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전원>에는 "대단히 광란하는 폭풍"이 들어 있다고 하는데, 이 폭풍이 농부의 춤을 중단시키는 일쯤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한다. 정확할 뿐만 아니라 재치 있는 어법에 따르면 이 교향곡은 "밑바탕에 깔려 있는 하찮은 동기에 자의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정신적 풍요로움이 가장 적은 곡"이라고 한다 ㅡ 고전적 선생에게는 더욱 거친 말이 떠올랐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말하듯이 "아주 겸손하게"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우리의 선생, 그는 정당하지 못하다. 여기서 그는 정말 너무 겸손하다. 사탕과자 베토벤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유일한 사람인 슈트라우스가 아니면 누가 우리에게 그러한 사탕과자 베토벤에 관하여 가르쳐주겠는가? 그 외에 지금 바로 적당히 불손하게 표현된 강력한 판결이 교향곡 9번에 내려진다. 이 교향곡은 "바로크 양식을 천재적인 것으로, 무형식적인 것을 숭고한 것으로 여기는"(359쪽) 사람들 사이에서만 애호된다는 것이다.

 

- 『반시대적 고찰 Ⅰ』, <다비드 슈트라우스, 고백자와 저술가>,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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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2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트라우스의 사탕과자 베토벤’은 무슨 말일까요? 저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

oren 2016-01-27 11:38   좋아요 0 | URL
저 말은 니체가 다비드 슈트라우스에 대해 `비판`하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니체는 그를 `고백자`로서는 `교양 속물`에 불과하고, `저술자`로서는 `독일어에 심각한 폭행과 만행을 저지른 형편없는 인물`로 판단했고, 그러한 내용들을 <반시대적 고찰 Ⅰ>에 담아서 아주 통렬하게 까발렸었지요..(다비드 슈트라우스는 한때나마 당대의 독일을 대표하는 뛰어난 `고전적 산문 저술가`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었지요.)

이 `인용문`에서 니체가 `슈트라우스의 사탕과자 베토벤`이라고 말한 이유는, 이 글에 조금 앞서서 니체가 언급한 부분과 연결해서 함께 읽어 보셔야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니체는 `다비드 슈트라우스의 형편없는 비유와 음악에 대한 몰상식과 몰이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비드 슈트라우스는 하이든을 고작 `훌륭한 수프`에, 베토벤을 얼토당토않는 `사탕과자` 정도로밖에 비유할 줄 모르는 인물이었으니까요.

* * *

사탕과자 베토벤과 훌륭한 수프 하이든

나의 친구는 키메라적 환영을 통해 슈트라우스적 레싱과 슈트라우스의 진상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이상 읽지 않으려 했는데, 이 얼마나 현명한 일인가. 그러나 우리는 계속 읽어나갔고, 음악적 성전을 지키는 새로운 신앙의 문지기에게 들여보내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다. 선생은 문을 열고, 같이 다니면서 설명하고 이름을 부른다 ㅡ 마침내 우리는 미심쩍게 멈춰 서서 선생을 응시한다. 가련한 친구의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이 우리에게서도 일어난 것이 아닐까? 슈트라우스가 말하는 음악가들이 우리에겐, 그가 말하는 한, 잘못 불린 것처럼 보인다. 설령 음험한 환영에 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면 그는 레싱을 찬양할 때 우리가 미심쩍게 여겼던 따스함으로 하이든의 이름을 입에 올렸고, 스스로 하이든적 비밀 종교 의식의 참여자와 사제로 행동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가 하이든을 ˝훌륭한 수프˝에, 그리고 베토벤을 (더군다나 4중주곡과 관련하여) ˝사탕과자˝에 비교한다면, 우리에겐 단 하나의 사실이 확실해진다. 즉, 그의 사탕과자 베토벤은 우리의 베토벤이 아니며, 그의 훌륭한 수프 하이든은 우리의 하이든이 아니다. 아무튼 선생은 우리의 관현악단이 그의 하이든을 연주하기에는 너무나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아주 형편없는 풋내기 예술 애호가만이 이 음악에 적절할 것이라고 간주한다.

cyrus 2016-01-27 11:35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글을 하나하나 읽지 않고 빨리 넘기는 바람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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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과자 베토벤과 훌륭한 수프 하이든

 

나의 친구는 키메라적 환영을 통해 슈트라우스적 레싱과 슈트라우스의 진상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이상 읽지 않으려 했는데, 이 얼마나 현명한 일인가. 그러나 우리는 계속 읽어나갔고, 음악적 성전을 지키는 새로운 신앙의 문지기에게 들여보내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다. 선생은 문을 열고, 같이 다니면서 설명하고 이름을 부른다 ㅡ 마침내 우리는 미심쩍게 멈춰 서서 선생을 응시한다. 가련한 친구의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이 우리에게서도 일어난 것이 아닐까? 슈트라우스가 말하는 음악가들이 우리에겐, 그가 말하는 한, 잘못 불린 것처럼 보인다. 설령 음험한 환영에 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면 그는 레싱을 찬양할 때 우리가 미심쩍게 여겼던 따스함으로 하이든의 이름을 입에 올렸고, 스스로 하이든적 비밀 종교 의식의 참여자와 사제로 행동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가 하이든을 "훌륭한 스프"에, 그리고 베토벤을 (더군다나 4중주곡과 관련하여) "사탕과자"에 비교한다면, 우리에겐 단 하나의 사실이 확실해진다. 즉, 그의 사탕과자 베토벤은 우리의 베토벤이 아니며, 그의 훌륭한 수프 하이든은 우리의 하이든이 아니다. 아무튼 선생은 우리의 관현악단이 그의 하이든을 연주하기에는 너무나 과분하다고 생각하며, 아주 형편없는 풋내기 예술 애호가만이 이 음악에 적절할 것이라고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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