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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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내게서 배워라. 시장터에서는 그 누구도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도 시장터에 나가 이야기하려는가. 좋다! 천민은 그러나 눈을 깜박거리며 말하리라.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고.

 

 

우리는 소망한다

 

좋다! 자!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이제야 비로소 인류의 미래라는 산이 산통으로 괴로워하는구나. 신은 죽었다. 이제 우리는 소망한다. 위버멘쉬가 나타나기를.

 

 

내가 사람을 사랑하는 까닭

 

오, 형제들이여, 내가 사람을 사랑하는 까닭은 사람이 하나의 과정이요 몰락이라는 점에 있다.

 

 

소인배들의 왜소한 덕

 

오늘날은 소인배들이 주인이다. 저들은 한결같이 순종과 겸손, 사려와 근면, 배려 등등으로 길게 이어지는 왜소한 덕을 설교한다.

 

여인의 근성을 타고난 자, 하인의 피를 타고난 자, 그리고 누구보다도 천민 잡동사니. 이제 그런 자들이 인간의 온갖 숙명 위에 군림하려 드니. 오, 역겹도다! 역겹도다! 역겹도다!

 

 

절대 다수의 행복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이 왜소한 덕을, 이 잔꾀를, 이 모래알 같은 배려를, 이 개미 떼 같은 잡동사니를, 이 측은한 안일을, 이 "절대 다수의 행복"이라는 것을 극복하라!

 

 

용기있는 자

 

나는 차디찬 영혼, 노새, 눈먼 자, 술 취한 자를 두고 담대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려움을 아는 자, 그러면서도 그 두려움을 제어하는 자, 긍지를 갖고 심연을 바라보는 자가 대담하다.

 

독수리의 눈으로 심연을 응시하고 있는 자, 독수리의 발톱으로 심연을 움켜잡고 있는 자, 그런 자가 용기있는 자렷다.

 

 

한때의 비참

 

나의 느낌과 애틋한 마음은 예사롭지 않은 것, 장구한 것 그리고 멀리 있는 것을 향해 나아간다. 그대들이 겪고 있는 그 사소하고, 흔해 빠진 그리고 한때의 비참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그대들은 아직도 제대로 고뇌하고 있지 않구나! 그대들은 그대들 자신의 문제로 고뇌할 뿐, 인류 문제로 고뇌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내가 하고 있는 고뇌, 그대들은 하고 있지 않다.

 

 

고약한 속임수가 있게 마련

 

힘에 부치는 것은 아예 바라지도 말라.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바라는 자들에게는 고약한 속임수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끝내 저들이 입심 좋은 말에 과시를 하기 위한 덕과 현란한 거짓 공적으로 몸을 숨긴 채 저들 자신까지도 속이고, 사팔뜨기가 되어 곁눈질을 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벌레먹은 자가 되기까지.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오늘날 정직 이상으로 소중하고 귀한 것은 없으니.

 

 

건전한 불신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 담대한 사람들이여! 진솔한 사람들이여! 오늘날 건전한 불신을 견지하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들의 근거를 비밀로 하라! 오늘날은 천민의 세상이니.

 

 

근거라는 것

 

천민이 일찍이 아무 근거 없이 믿게 된 것, 누가 이제 근거를 대어 그것을 뒤집을 수 있겠는가?

 

시장터에서 사람들은 몸짓으로 설득한다. 이와 달리 근거라는 것들은 천민으로 하여금 불신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서 진리가 승리를 쟁취하게 되면, 저 건전한 불신으로써 "이를 위해 얼마나 엄청난 오류가 분투해왔는가?" 자문해보라.

 

 

높이 오를 생각이라면

 

높이 오를 생각이라면 그대들 자신의 발로 그리하도록 하라! 실려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할 일이며, 낯선 사람의 등과 머리에는 올라타지도 말 일이다!

 

 

높이에 걸려

 

그대가 목표에 이르러 말에서 뛰어내릴 때, 그대는 바로 그대의 높이에 걸려 비틀거리게 될 것이다.

 

 

누가 그대들의 이웃이란 말인가

 

어떤 것에도 속지 말 일이며 설득되지 말 일이다! 누가 그대들의 이웃이란 말인가? "이웃을 위해" 행동하는 일이야 있겠지만, 저들을 위해 창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창조하는 자들이여, 이 "위해"라는 것을 잊어버려라. 그대들의 덕은 그대들이 이러한 "위해", "때문에" 그리고 "왜냐하면"을 이유로 나서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그같은 거짓스럽고 비근한 말들에 그대들은 귀를 막아야 하리라.

 

 

소인배들의 덕

 

"이웃을 위해"라는 것은 소인배들의 덕일 뿐이다. 저들에게는 "끼리끼리"라든가 "가는 정 오는 정"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 저들에게는 그대들의 이기심에 대한 그 어떤 권리도 힘도 없다.

 

 

산통 때문에

 

여인들에게 물어보라. 즐거워서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다. 산통 때문에 암탉과 시인들도 꼬꼬댁 꼬꼬댁 울어댄다.

 

 

교도소와 피난처

 

여색과 독한 포도주, 그리고 멧돼지 고기로 세월을 보낸 조상을 둔 자가 그 자신에게 순결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리석은 짓이리라! 그런 사람이 한 여인이나 두 여인 또는 세 여인의 지아비라면 실로 너무한 일이리라.

 

그런 자가 수도원을 세우고 그 문 위에다 "성자에 이르는 길"이라고 써놓는다면 나 말하리라. "어디에 이른다는 것이냐! 세로운 바보짓거리다!"라고.

 

그런 자는 그 자신을 위해 교도소와 피난처를 세운 것이 된다. 마음 먹은 대로 되기를!

 

 

도약에서 실패한 호랑이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도약에서 실패한 호랑이처럼 겁을 먹고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며 서투르게 옆길로 달아나는 그대들을 나 자주 보았다. 그대들은 주사위를 잘못 던졌던 것이다.

 

그러나, 주사위 노름꾼들이여. 무슨 상관이랴! 어떻게 노름을 하고 희롱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익히지 못해 그렇게 된 것이니! 아무렴 우리는 언제나 희롱을 하고 노름을 하도록 되어 있는 거대한 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은가?

 

큰 일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곧 실패한 것인가? 그리고 그대들이 실패했다고 해서 인류 자체가 실패로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인류 자체가 실패로 끝났다고 하자. 좋다! 자아!

 

 

얼마나 많은 것이 아직도 가능한가

 

용기를 잃지 말라, 그게 무슨 문제라고! 얼마나 많은 것이 아직도 가능한가! 마땅한 방식으로 그대 자신들을 비웃어주는 법을 익히도록 하라!

 

반쯤 파멸한 자들이여! 그대들은 실패를 하고 절반만 성공했지만 그것이 뭐 그리 놀랄 일이란 말인가? 그대들 내부에서 인류의 미래가 밀치락달치락 몸부림치고 있지 않은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먼 것, 가장 깊은 것, 별처럼 더없이 드높은 것, 그의 엄청난 힘. 이들 모두가 그대들 항아리 속에서 서로를 향해 거품을 내고 있지 않은가?

 

많은 항아리가 깨어진다 하여 그게 뭐 그리 놀랄 일이랴! 마땅한 방식으로 그대 자신들을 비웃어주는 법을 익히도록 하라!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얼마나 많은 것이 아직도 가능한가!

 

참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이 그 사이에 성취되었는가? 이 세계는 어찌도 그리 작고 훌륭하며 완전한 것, 제대로 된 것들로 넘치고 있는가!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그대 주변에 작고 훌륭하며 완전한 것들을 놓아두도록 하라! 저들의 완숙이 심장을 치유하니. 완전한 것이 희망을 갖도록 하고.

 

 

가장 큰 죄

 

여기 이 땅에서 지금까지 가장 큰 죄는 어떤 것이었지? 그것은 "예서 웃고 있는 자에게 화 있을지어다!"라고 말한 그 자의 말이 아니었던가.

 

그 자는 이 땅에서 웃어야 할 이유들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찾는 방법이 좋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어린이조차 그럴 이유들을 찾아내거늘.

 

그는 사랑이란 것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해보았더라면 그 또한 웃고 있는 우리를 사랑했으리라! 그렇지 못했던 그는 도리어 우리를 미워하고 조롱했으며, 우리가 울부짖고 이를 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여 곧바로 저주해야만 하는가?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취향이리라. 그런데도 이 막무가내인 자는 그렇게 했다. 태생이 천민이었으니.

 

그 자신은 사랑이란 것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해보았더라면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위대한 사랑은 사랑을 갈망하지 않느니. 그것은 그 이상을 갈망한다.

 

이처럼 막무가내인 자 모두를 멀리하라! 저들은 측은하며 병든 종자, 천민 종자다. 저들은 고약한 심보로 생명을 바라보며, 이 대지를 바라보는 저들의 눈길은 사악하기만 하다.

 

이처럼 막무가내인 자 모두를 멀리하라! 저들은 묵직한 발에 후텁지근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 춤을 출줄도 모른다. 이런 자들에게 어떻게 이 대지가 가뿐할 수 있겠는가!

 

 

걸음걸이

 

좋은 것들은 하나같이 몸을 굽힌 채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하여 고양이처럼 곱사등이가 된다. 저들은 가까이에 있는 저들의 행복 앞에서 기분이 좋아 그르렁거린다. 좋은 것들은 하나같이 웃게 마련이다.

 

걷고 있는 자가 그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지는 걸음걸이가 말해준다. 그러니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보라! 하지만 자신의 목표에 접근해 있는 사람은 춤을 추게 마련이다.

 

 

나는 날렵한 질주를 좋아한다

 

진정, 나 입상이 되어본 적이 없고 기둥이 되어 움직이지 않고 멍청하게 나 여기 서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날렵한 질주를 좋아한다.

 

이 대지 위에 늪이 있고 짙은 비탄이 깔려 있을지라도 발길이 가벼운 자는 진창을 가로질러 저 너머로 달리며, 마치 말끔히 쓸어놓은 얼음 위에서 추듯 그렇게 춤을 추기 마련이다.

 

형제들이여, 활짝! 더욱 활짝 가슴을 펴라! 그리고 두 다리 또한 잊지 말라! 멋진 춤꾼들이여, 다리를 들어올려라. 더욱 좋은 것은 물구나무를 서는 것이다!

 

 

춤을 추는 자, 경쾌한 자, 날 각오를 하고 있는 자

 

웃고 있는 자를 위한 이 면류관, 장미로 엮어 만든 이 면류관. 나 스스로 이 면류관을 내 머리에 얹고는 스스로 나 나 자신의 웃음을 신성한 것으로 드높인 것이다. 오늘날 나말고 그럴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을 나 보지 못했다.

 

춤을 추는 자 차라투스트라, 날갯짓을 해가며 아는 체하는 경쾌한 자 차라투스트라, 온갖 새들에게 눈길을 보내며 날 채비를 마치고 날 각오를 하고 있는 자, 행복하고 마음 가벼운 자.

 

예언자 차라투스트라, 웃음을 예고하는 자 차라투스트라, 조급하지 않은 자, 막무가내가 아닌 자, 도약과 가로뛰기를 좋아하는 자, 나 스스로가 이 면류관을 내 자신의 머리에 얹은 것이다!

 

 

볼품없게나마 춤을 추는 것이 그래도 낫다

 

불행으로 인하여 멍청해지는 것보다야 행복으로 인하여 멍청해지는 것이, 그리고 절름거리며 걷는 것보다는 볼품없게나마 춤을 추는 것이 그래도 낫다. 그러니 나의 지혜를 배워라. 더없이 고약한 것조차 두 개의 좋은 이면을 갖고 있다는.

 

더없이 고약한 것조차 춤추기에 부족함이 없는 다리는 갖고 있다는. 그렇다면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반듯한 다리로 서는 법을 배우도록 하라.

 

 

바람처럼 행동하라

 

산 속 동굴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처럼 행동하라. 바람은 자신의 휘파람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려 하고, 바다는 그의 발길 아래에서 몸을 떨며 깡총깡총 뛴다.

 

나귀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암사자의 젖을 짜는 자, 모든 오늘과 모든 천민들에게 폭풍처럼 다가오는 이 뛰어난, 분방한 정신은 찬양받을지어다.

 

 

폭풍의 정신

 

엉겅퀴같이 흐트러진 머리, 하찮은 일에 정신 팔려 있는 머리, 온갖 시들어버린 잎새와 잡초들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마치 초원에서 춤을 추는 늪과 비탄 위에서 춤을 추어대는 저 사납고 뛰어난, 그리고 거침없는 폭풍의 정신은 찬양받을지어다!

 

천민이라는 여윈 개를 미워하고 실패로 끝난 음울한 족속이라면 가리지 않고 미워하는 자, 매사를 어둡게 보는 자들과 궤양에 걸려 있는 자들의 눈 속으로 먼지를 불어넣는,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이 폭풍, 자유로운 정신 가운데서 가장 자유로운 정신인 이 정신은 찬양받을지어다!

 

 

웃는 법을 배우도록 하라

 

얼마나 많은 것이 아직도 가능한가! 그러니 그대들 자신을 뛰어넘어 웃는 법을 배우도록 하라. 그대 멋진 춤꾼들이여, 활짝, 더욱 활짝 가슴을 펴라! 건강한 웃음 또한 잊지 말고!

 

웃고 있는 자의 이 면류관, 장미로 엮어 만든 이 면류관. 형제들이여, 나 이 면류관을 그대들에게 던지노라! 나 이렇게 웃음을 신성한 것의 반열에 올려놓았으니, 보다 지체가 높은 인간들이여, 배우도록 하라.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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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9-29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읽은 부분이네요. 책의 반을 넘어가도 여전히 어려워요 ㅠㅠ

oren 2015-09-29 20:11   좋아요 0 | URL
hnine 님께서 어제 읽으셨던 부분이라니 제가 더 반갑네요.
저는 대략 세 번쯤 읽은 듯해요. 처음에 통독 한번, 밑줄긋기 할 대목을 고를 때 한번, 마지막으로 밑줄긋기 하면서 옮긴 부분을 오탈자 등을 살피고 (책에 나온 그대로) 강조체 넣으면서 또 한번..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들은 여러차례 읽어도 여전히 그 뜻이 잡힐 듯 말 듯 어려운 대목이 많네요... 그래도 이렇게 인상적인 대목들을 옮겨놓고 나니 뭔가 손아귀에 들어온 느낌도 없지 않네요.. hnine 님께서도 이제 거의 다 읽으신 듯하니 마저 즐독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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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처럼 자라고 있는 자를 나 소나무에 비교하는 바이다. 장구하고 말없이, 엄하고 외롭게 서 있는, 더없이 유연한 재목인데다 장엄하기까지 한.

 

끝내 자신의 지배를 확실히 하기 위해 억세고 푸릇푸릇한 가지들을 내뻗고, 바람과 뇌우 그리고 높은 곳에 거처를 둔 것들에게 당돌한 물음을 물어대는.

 

명령을 내리는 자, 승승장구하는 자로서 한층 당돌하게 대답해대는 소나무에 말이다. 이같은 초목을 보기 위해서라면, 그 누가 산이 높다 하여 오르기를 마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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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늘어지기를 재촉하고 있는 것

 

잠이 달래고 있으니, 나 어찌하랴? 잠은 비위를 맞추려는 듯한 손길로 나의 내면을 토닥거린다. 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잠은 나의 영혼이 늘어지기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 튼튼한 밧줄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신의 더없이 조용한 포구로 들어온 배가 그리하듯 길고 긴 항해와 미지의 바다에서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이제 뭍에 몸을 기댄다. 뭍이 그래도 더 미덥지 않은가?

 

이처럼 지친 배가 뭍에 기대어 붙어 있을 때는 한 마리의 거미가 뭍에서 배를 향해 거미줄 하나를 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보다 튼튼한 밧줄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없이 조용한 포구에 정박해 있는 지칠 대로 지친 배처럼, 나 또한 더없이 무른 실에 묶인 채 뭍 가까이에서 신실하고 믿음직하게 기다리면서 쉬고 있다.

 

 

한 순간

 

'다행히, 아주 적은 것으로도 충분하다, 행복해지는 데는.' 나 일찍이 이렇게 말하고는 내가 영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건방진 생각이었다. 나 그것을 이제야 터득했다. 영리한 바보가 말은 더 잘하는 법이지.

 

더없이 적은 것, 더없이 조용한 것, 더없이 가벼운 것, 도마뱀의 바스락거림, 숨결 하나, 휙하는 소리, 한 순간. 이처럼 적은 것이 최상의 행복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조용히 하라!

 

 

그처럼 찔리고 나서는

 

나를 찌르는 것이 있구나. 애석하게도, 심장을? 심장을! 오, 터져버려라, 터져버려라, 심장이여, 그같은 행복을 맛본 다음에는, 그처럼 찔리고 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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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차라투스트라는 눈과 창자로 웃어가며 이렇게 말하고는 멈춰 서서 재빨리 몸을 돌렸다. 보라, 하마터면 그를 뒤쫓아오고 있던 자, 그림자를 땅에 쓰러뜨릴 뻔했으니. 그가 그토록 바싹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기력이 핍진한 채, 그림자를 눈여겨 살펴보던 차라투스트라는 느닷없이 나타난 유령을 보고 놀라듯 기겁을 했다. 뒤를 쫓고 있던 자, 그가 너무나도 얇고, 검고 속이 텅빈데다 기진맥진해 보였던 것이다.

 

"그대는 누구지?" 차라투스트라가 매몰차게 물었다. "예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지? 또 어찌하여 그대는 나의 그림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용서하라." 그림자가 대답했다. "내가 그대의 그림자인 것을. 좋다, 그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오, 차라투스트라여! 나 바로 그 때문에 그대와 그대의 훌륭한 취향을 찬미하고 있으니.

 

 

목표도 돌아갈 고향도 없이

 

나 줄곧 그대의 발꿈치를 쫓아다닌 나그네다. 나 목표도 돌아갈 고향도 없이 허구한 날 떠돌아다녔지. 그러다 보니 나 진정 영원히 떠도는 유태인이 되기에는 부족한 것이 그다지 없게 된 것이지. 내가 영원하지 않으며 유태인도 아니라는 점을 문제삼지 않는다면 말이다.

 

 

허울

 

그대와 더불어 나 말과 가치에 대한 믿음, 거창한 평판에 대한 믿음을 잊어버리기도 했지. 악마가 허울을 벗으면 그의 평판 또한 떨어져나가지 않는가? 평판 또한 허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악마 자신도 허울에 불과하리라.

 

 

돛배, 포구, 순풍

 

'내가 바라는 삶을 살자. 아니면 더 이상 살지를 말든가.' 그러기를 나 원하는 바, 더없이 거룩한 자 또한 그러기를 원하고 있으렸다. 그러나 애석하다! 어찌 아직 바람이란 것을 가질 수 있으리오?

 

내게는 있는가, 아직도 목적지가? 나의 돛배가 달려갈 포구가?

 

순풍이? 아, 그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자만이 알 것이다. 어떤 바람이 순풍인지 그리고 항해에 적당한 바람인지를.

 

 

오, 영원한 허사여!

 

'나의 고향은 어디지?' 나 그것을 묻고 있고 찾고 있고, 일찍이 그것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찾아내지는 못했다. 오, 영원히 어디에나 있는, 오, 영원히 그 어디에도 없는, 오, 영원한 허사여!

 

 

전에 없는 안전

 

그대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자들은 끝내 감옥조차도 행복한 곳으로 여기게 되지. 그대는 일찍이 잠자고 있는 죄수들의 모습을 본 일이 있는가? 그들은 조용히 잠을 잔다. 전에 없는 안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갈 길마저 잃고 말았으니

 

그대는 목표를 잃고 말았다. 애석하다. 그대는 어떻게 그 손실을 웃어넘기려는가, 견뎌내려는가? 갈 길마저 잃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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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하게 베푸는 것

 

차라투스트라가 가로막았다. "그대 이제 배웠겠지. 제대로 주는 것이 제대로 받는 것보다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인가를, 그리고 근사하게 베푸는 것, 그것이 일종의 비결, 그것도 선의의 마지막, 더없이 교활한 으뜸 비결이라는 것을."

 

제 발로 거렁뱅이가 된 자가 대답했다.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그러니까 온갖 저급한 것들이 들고일어나기에 이른, 소심해진 성품에 그 나름으로, 말하자면 천민풍으로 방자해진 오늘날에 와서는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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