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니체전집 13
프리드리히 니체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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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반지

 

오, 내 어찌 영원을, 반지 가운데서 결혼반지인 회귀의 반지를 열망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내 아이들을 낳아줄 만한 여인을 나 결코 발견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여인 말고는.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나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오, 영원이여!

 

 

너무 기쁜 나머지

 

내가 바다에게, 그리고 바다와 같은 성질의 것 모두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면, 어느 때보다도 그것들이 노기를 띠고 내게 덤벼들 때 더 없는 호의를 품고 있다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돛을 올리도록 하는 저 탐색의 기쁨이 내 안에 있고, 뱃사람의 기쁨이 내 기쁨 안에 있다면,

 

내 일찍이 너무 기쁜 나머지 환성을 질러보았다면. "시야에서 해안이 사라졌구나. 이제 마지막 족쇄가 내게서 떨어져나갔구나.

 

무한한 것이 내 주위에서 물결치고 있으며 저 멀리 공간과 시간이 반짝이고 있구나. 자! 오라! 노회한 마음이여!" 하고.

 

 

노래하라!

 

내 일찍이 고요한 하늘을 내 머리 위에 펼쳐놓고 내 자신의 날개로 내 자신의 하늘을 향해 날아보았다면,

 

놀이를 해가며 저 멀리 빛 속 깊이 헤엄쳐 가보았다면, 그리고 나의 자유에 새의 지혜가 찾아들기라도 했다면,

 

하지만 새의 지혜는 말한다. "보라, 위도 없고, 아래도 없다! 몸을 던져보아라, 사방으로, 밖으로, 뒤로, 너 몸이 가벼운 자여! 노래하라! 말은 더 이상 하지 말고!

 

말이란 것은 하나같이 몸이 무거운 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몸이 가벼운 자들에게는 말이란 것이 하나같이 거짓말이 아닌가? 노래하라! 더 이상 말은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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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체가 언제나 전제하는 것
    from Value Investing 2016-03-11 00:39 
    (밑줄긋기) 문체가 언제나 전제하는 것 내 문체 기법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도 또한 언급해보겠다. 기호의 속도를 포함해서 그 기호를 통한 파토스의 내적 긴장 상태를 전달하는 것 ㅡ 이것이 문체의 의미이다 ; 그리고 나의 내적 상태들이 특출나게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내게는 수많은 문체의 가능성이 있다 ㅡ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중에서 가장 다종 다양한 문체 기법들이 말이다. 내적 상태를 정말로 전달하는 문체, 기호와 기호의 속도와 제스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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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너를 사랑하지 않으랴!

 

네가 가까이 있으면 난 네가 두렵고 멀리 있으면 네가 그립다. 네가 달아나기라도 하면 나의 마음은 네게 끌리고, 네가 나를 찾기라도 하면 나 꼼짝을 할 수가 없다. 나 괴롭다. 그러나 너를 위해 내 어떤 괴로움을 마다했던가!

 

네가 쌀쌀맞게 굴면 마음에 불이 붙고, 네가 미워하면 유혹을 받고, 네가 달아나면 묶여버리고 네가 비웃으면 감동한다.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자, 휘감고 있는 자, 유혹하고 있는 자, 탐색하고 있는 자, 찾아내고 마는 자, 너, 위대한 여인이여, 그 누가 너를 미워하지 않으랴! 너, 순진무구하며 참을성 없는, 바람처럼 날렵한데다 티없는 어린아이의 눈을 한 죄 많은 여인이여, 그 누가 너를 사랑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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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라는 오솔길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돌고 돈다. 모든 것은 죽고, 모든 것은 다시 소생한다. 존재의 해[年]는 영원히 흐른다.

 

모든 것은 꺾이고, 모든 것은 다시 이어진다. 똑같은 존재의 집이 영원히 지어진다. 모든 것은 헤어지고, 모든 것은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눈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이렇듯 영원히 자신에게 신실하다.

 

매순간 존재는 시작된다. 모든 여기를 중심으로 저기라는 공이 굴러간다. 중심은 어디에나 있다. 영원이라는 오솔길은 굽어 있다."

 

 

나의 싫증

 

'아, 사람이 영원히 되돌아오도록 되어 있다니! 저 왜소한 사람, 영원히 되돌아오도록 되어 있다니!'

 

언젠가 나 더없이 위대하다는 사람과 더없이 왜소한 사람이 맨몸으로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저들은 서로 너무나 닮아 있었다. 더없이 위대하다는 자조차도 아직은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것이다!

 

더없이 위대하다는 자조차 그토록 왜소했으니! 이것이 사람에 대한 나의 싫증이었다! 그리고 더없이 왜소한 자들이 영원히 되돌아온다니! 이것이 모든 현존재에 대한 나의 싫증이었다!

 

 

영원회귀를 가르치는 스승

 

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의 짐승들은 그대가 누구이며 누구여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보라, 그대는 영원회귀를 가르치는 스승이시다. 이제는 그것이 그대의 숙명인 것이다!

 

처음으로 그대가 이 가르침을 펴야 한다는 것, 이 막중한 숙명이 어찌 그대에게 더없이 큰 위험이 되지 않으며 병이 되지 않으리요!

 

보라, 그대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우리 알고 있으니. 만물이, 그와 더불어 우리 자신도 영원히 되돌아온다는 것이지. 우리가, 우리와 더불어 만물이 이미 무한한 횟수에 걸쳐 존재해왔다는 것이지.

 

그대는 생성의 거대한 해[年], 거대한 해라는 괴물의 존재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이 괴물은 다시 출발하여 내달리기 위해 모래시계처럼 늘 되돌려져야 한다는 것이지.

 

그리하여 이들 해 하나하나는 더없이 큰 것에서나 더없이 작은 것에서나 같고, 우리 또한 거대한 해를 맞이할 때마다 더없이 큰 것에서나 더없이 작은 것에서 변함없다는 것이지.

 

 

동일한 생명으로 영원히 돌아오는 것

 

'나 이제 죽어 사라지노라. 한순간에 나 무로 돌아가리라. 영혼이란 것도 신체와 마찬가지로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니.' 그대는 이렇게 말하리라.

 

'그러나 나를 얽어매고 있는 원인의 매듭은 다시 돌아오리라. 돌아와 다시 나를 창조하리라! 나 자신이 영원한 회귀의 여러 원인에 속해 있으니.

 

나 다시 오리라. 이 태양과 이 대지, 이 독수리와 이 뱀과 함께. 나 새로운 생명이나 좀 더 나은 생명, 아니면 비슷한 생명으로 다시 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더없이 큰 것에서나 더없이 작은 것에서나 같은, 그리고 동일한 생명으로 영원히 돌아오는 것이다. 또다시 만물의 영원한 회귀를 가르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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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태양

 

이제 나 나 자신의 구제를 기다리고 있다. 나 마지막으로 저들에게 가게 되기를.

 

나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나 저들 속에서 몰락하기를 바라며 죽어가면서 저들에게 나의 더없이 풍요로운 선물을 주고 싶은 것이다!

 

나는 지는 태양, 저 넘치는 자에게서 그것을 배웠다. 태양은 무진장한 풍요로부터 황금을 꺼내 바다에 뿌리지 않는가.

 

가난하디가난한 어부조차도 황금으로 된 노를 저을 만큼! 일찍이 나 그것을 보았고 그 광경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진정 고귀한 이야기

 

고결한 영혼의 기질이 바라는 것은 이것이니,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그 어느 것도 누리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생에 있어서 그렇다.

 

천민 근성을 지닌 자는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 거저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생이 그 자신을 맡기고 있는, 그리하여 저 천민 근성을 지닌 자와는 근본이 다른 우리는 무엇으로 생에게 가장 훌륭히 보답할 수 있는가를 놓고 항상 궁리하지!

 

"생이 우리에게 약속하고 있는 것, 그것을 우리는 생에게 지키고자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정 고귀한 이야기다.

 

 

온갖 생명 내부에도 강탈과 살육이란 것이 들어 있지 않은가?

 

"도둑질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 사람들은 한때 이같은 계명을 신성시했다. 그리하여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신발을 벗었던 것이다.

 

그러나 묻노니 이들 신성한 계명보다 더 고약한 도둑과 살인자가 일찍이 세상 어디에 있었던가?

 

온갖 생명 내부에도 강탈과 살육이란 것이 들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같은 계명들이 신성시되면서 진리 자체가 살육되지 않았는가?

 

아니면 일체의 생명을 거부하고 거역하고는 그런 것을 불러 신성하다고 하는 것, 죽음의 설교였나? 오, 형제들이여, 부숴버려라, 저 낡은 서판을 부숴버려라!

 

 

새로운 귀족이 출현해야겠다

 

지난날의 것들은 모두 이렇게 버림받는다. 천민이 지배자가 되고 일체의 시간이 얕은 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일이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오, 형제들이여, 모든 천민과 모든 전제폭군적인 것에 대적하는 적대자로서 새로운 서판에 "고결"이란 말을 써넣을 그런 새로운 귀족이 출현해야겠다.

 

귀족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결한 자들과 온갖 유형의 고결한 자들이 존재해야겠다! 아니면 언젠가 내가 비유를 들어 말했듯이 "신들은 존재하지만 유일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아말로 신성인 것이다!"

 

 

새로운 명예

 

앞으로는 어디에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것을 너희의 명예로 삼도록 하라! 너희 자신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와 발길, 그것들을 새로운 명예로 삼도록 하라!

 

 

가장 고약한 나무

 

어떤 성스럽다는 영혼이 너희의 조상을 약속된 땅으로 인도했다는 것도 그렇다. 그 땅을 찬미하지 않는다. 온갖 나무 가운데서 가장 고약한 나무인 십자가가 자란 그 땅에 찬미할 만한 것 없으니!

 

그리고 참으로, "성령"이란 것이 그 자신의 기사들을 어디로 인도했건 그 행군의 선두에서 달린 것은 언제나 염소와 거위, 십자 모들뜨기와 편벽한 사람들이었으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요설

 

"왜 사는가? 모든 것이 덧없거늘! 삶, 그것은 밀짚을 터는 것과 같다. 삶, 그것은 제 몸을 불태우고도 따뜻해지지 않는 어떤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같은 요설이 아직도 "지혜"로 간주되고 있다. 예로부터 내려온 것인데다 곰팡이 냄새까지 풍기고 있어 더욱 숭앙받고 있는 것이다. 곰팡이조차도 존귀하게 된 것이다.

 

 

잘 먹고 잘 마시는 것

 

허구한 날 "밀짚이나 털고 있는" 자가 그 타작을 비방해서야 되겠는가! 그같은 바보라면 사람들이 나서서 그 입을 틀어막아야 하리라!

 

그같은 자들은 식탁에 자리할 때조차 아무것도, 심지어는 왕성한 식욕까지도 가져오지 않는다. 그 꼴에 "모든 것은 덧없다!"며 비방이나 해대니.

 

그러나 잘 먹고 잘 마시는 것, 형제들이여, 그것은 결코 쓰잘데기없는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부숴버려라, 도무지 즐거워할 줄을 모르는 자들의 서판을 부숴버려라!

 

 

배후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자들

 

"깨끗한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깨끗해 보인다." 민중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 너희에게 돼지에게는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일 뿐이라고 말하련다!

 

마음까지 떨구고 있는 광신자와 거짓 신자들이 "이 세계 자체가 오물을 뒤집어 쓴 괴물"이라고 설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저들 모두가 정결하지 못한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이 세계를 그 배후에서 보지 않고서는 마음 편히 쉴 수 없는 자들, 즉 배후 세계를 신봉하고 있는 자들이 그러하다!

 

언짢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 그런 자들의 얼굴에 대고 말하련다. "이 세계는 엉덩이를 뒤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과도 같다"고. 정말 그렇다!

 

이 세게에는 많은 오물이 있다. 정말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가 그 자체로 오물을 뒤집어 쓴 괴물은 아니다!

 

 

깨침

 

생명은 기쁨이 솟아오르는 샘이다. 그러나 비탄의 아버지인 저 탈난 위장을 하고 지껄여대는 자에게는 모든 샘이 독으로 오염되어 있다.

 

깨침, 그것은 사자의 의욕을 갖고 있는 자에게는 기쁨이 된다! 그러나 지쳐 있는 자는 다만 "의욕의 대상이 될" 뿐이다. 온갖 파도가 이러한 자를 노리개로 삼아 희롱한다.

 

 

세계에 지쳐있다는 자들이여!

 

저기 조각배가 떠 있다. 길은 아마도 저 너머 광대한 허무로 나 있으리라. 그러나 그 누가 이 "아마도"라는 것에 올라타려 하겠는가?

 

너희 가운데는 저 죽음의 조각배에 오르려는 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너희가 이 세계에 지쳐 있는 자들이란 말인가!

 

세계에 지쳐 있다는 자들이여! 그러면서도 너희는 아직까지 한 번도 이 세계를 등진 일이 없으렸다! 나 너희가 아직도 대지를 탐하고 있음을 발견했으며, 심지어는 대지에 대한 너희 자신의 권태조차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도 발견했노라!

 

아무 까닭 없이 너희 입술이 아래로 축 처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땅에 대한 작은 미련이 그 위에 자리하고 있어 그런 것이다! 거기에다 눈동자 속에는 잊을 수 없는 이 땅에서의 즐거움이라는 구름 한 조각이 떠 있지 않은가?

 

 

간교한 게으름뱅이이거나 훔쳐 먹기를 즐기는 고양이일 것

 

그리고 이 땅에는 썩 잘 만들어져 여인네의 젖가슴처럼 쓸모있을 뿐만 아니라 쾌적한 것이 많다.

 

그러나 이 세계에 지쳐 있다는 자들이여! 이 땅의 게으름뱅이들이여! 누군가가 나서서 너희를 회초리로 때려야 하리라. 그렇게라도 하여 너희의 발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하리라.

 

이유는 이러하다. 너희가 이 대지가 지겨워하고 있는 병자가 아니며 기력을 잃은 녀석들이 아니라면 너희는 간교한 게으름뱅이이거나 훔쳐 먹기를 즐기는 쾌락의 고양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너희가 다시 한번 유쾌하게 달려보고 싶지 않다면, 너희는 사라져버려야 하리라!

 

 

고약한 결합

 

너희가 하는 결혼. 고약한 결합이 되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너희는 너무 서둘러 결합을 한다. 그러니 결혼 파기라는 것이 뒤따를 수밖에!

 

결혼 왜곡이나 사기보다는 그래도 결혼 파괴가 낫다! "물론 나는 나의 결혼을 파괴했지요. 그러나 그보다 먼저 결혼이 나를 파괴했답니다!" 내게 이렇게 말한 여인이 있었다.

 

고약하게 짝지워진 자들이야말로 더없이 고약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자들임을 나 항상 보아왔다. 더 이상 홀로 지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저들은 온 세상에 해코지를 해대는 것이다.

 

 

엄청난 일

 

"우리가 과연 위대한 결혼을 하기에 적합한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일정 기간의 작은 결혼을 해보자! 어느 때고 둘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니!"

 

 

이제서야 비로소

 

나를 피해 도망치고 있는가? 놀랐는가? 이 말에 놀라 떨고 있는가?

 

오, 형제들이여, 나 너희를 명하여 선하다는 자와 선하다는 자의 서판을 부숴버리라고 했거니와, 그때 비로소 나 사람을 배에 태워 먼 바다로 내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비로소 사람에게 크나큰 경악이, 크나큰 시야가, 크나큰 질병이, 크나큰 구토가, 크나큰 뱃멀미가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선하다는 자들은 너희를 있지도 않은 해안과 거짓 안전으로 현혹해왔다. 너희는 선하다는 자의 거짓말 속에서 태어났고 보호받아왔다. 모든 것이 선하다는 자들에 의해 철저하게 위장되고 왜곡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는 뭍을 찾아낸 자가 "사람의 미래"라는 뭍도 찾아냈으니. 너희는 이제 항해자가, 용감하며 끈기 있는 항해자가 되어야 한다!

 

 

부인과 포기

 

왜 그리도 무르며, 그리도 고분고분하며 그리도 너그럽지? 어찌하여 너희 가슴속에는 그토록 많은 부인과 포기가 자리하고 있는가? 어찌하여 너희 눈길에는 그토록 적은 숙명만이 깃들어 있는가?

 

 

나의 의지여!

 

오, 너, 나의 의지여! 온갖 고난의 전회여, 너 나의 필연이여! 나를 온갖 사소한 승리로부터 지켜달라!

 

내가 숙명이라 부르는 너, 내 영혼의 섭리여! 내 안에 있는 자여! 내 위에 있는 자여! 위대한 숙명 하나를 위해 나를 지켜달라, 그리고 아껴달라!

 

 

나를 아껴다오!

 

언젠가 위대한 정오를 맞이하여 나 준비되어 있기를, 그리고 성숙해 있기를. 휘황하게 빛을 내는 청동처럼, 번개를 머금은 구름과 부풀어오른 젖가슴처럼 나 준비되어 있기를, 그리고 성숙해 있기를.

 

내 자신을 그리고 가장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는 내 의지를 위해 준비가 되어 있기를. 자신의 화살을 갈망하는 활, 자신의 별을 갈망하는 화살로서 말이다.

 

자신의 정오를 맞이하여 준비되어 있고 성숙해 있는, 파괴의 위력을 지닌 태양의 화살로 인해 휘황하게 빛을 내며, 꿰뚫린 채 행복에 겨워하는 별로서.

 

승리 속에서 파괴하여 없애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태양 그 자체와 가차 없는 태양의 의지로서!

 

오, 의지여, 온갖 고난의 전회여, 너 나의 필연이여! 위대한 승리 하나를 위해 나를 아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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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처럼

 

이렇게 하여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지참물로 준 것을 굳은 어깨에 짊어진 채 몸을 사리지 않고 험한 산을 넘어간다! 우리가 땀을 흘리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다. 삶이란 고된 것!"이라고.

 

그러나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짊어지기에 고된 짐이다! 낯선 것을 너무나도 많이 어깨에 짊어지고 가기 때문이다.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마음껏 짐을 싣도록 하고 잇는 것이다.

 

특히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 억세고 짐깨나 지는 사람은 낯선 무거운 말과 가치들을 너무나도 많이 짊어진다. 그래서 삶이 황량한 사막으로 보이는 것이다!

 

진정! 자기 자신의 그 많은 소유물을 지고 가기에도 벅찬 터에! 게다가 사람의 내면에 있는 많은 것은 굴과 같다. 즉 역겹고 미끌미끌하며 좀처럼 잡히지가 않는다.

 

 

돼지나 하는 일

 

모든 것을 맛있어 하는, 매사에 대한 만족. 이것이 최선의 취향은 아니다! 나는 "나", "그렇다" 그리고 "아니다"를 말할 줄 아는 반항적이며 까다로운 혀와 위장을 높게 평가한다.

 

온갖 것을 다 씹어 소화하는 것은 돼지나 하는 일이다! 언제나 고분고분 이-아 하고 외치기, 나귀와 나귀와 같은 정신을 가진 자만이 그것을 배워 익힌다!

 

 

기다려야만 하는 자들

 

허구한 날 기다려야만 하는 자들도 가련하기는 마찬가지다. 저들도 내 취향에 거슬린다. 세리, 소상인, 왕, 그리고 땅이나 지키고 가게나 지키는 모든 자들 말이다.

 

진정, 나 또한 기다리는 것을 배우기는 했다. 그것도 철저하게. 그러나 단지 나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배웠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서는 법, 걷는 법, 달리는 법, 도약하는 법, 기어오르는 법과 춤추는 법을 배웠다.

 

 

길에게 길을 물어

 

나 늘 길을 묻고는 했지만, 마지못해 그렇게 했을 뿐이다. 물어물어 길을 가는 것, 언제나 내 취향에 거슬렸으니! 그래서 나 차라리 직접 그 길에게 물어가며 길을 가려 시도해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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