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그 수행에 있어서 악한 사람을 학살하는 일은 없고, 언제나 선량한 사람만을 학살한다." -소포클레스 

"전쟁은 냉혹한 스승이다." - 투키디데스



"아테네인은 적을 격파하고 끝까지 승리를 이용하며, 패배하더라도 최소한의 후회만 합니다. 나라를 위해서는 자기 몸을 자기 것으로 생각지 않고 희생하며, 나라를 위해서라면 일을 수행할 때 그 목적을 결코 남의 일로 여기지 않습니다. 책상 위의 계획일 뿐 행동에 옮겨지지 않은 일도 그들은 사실상 손실로 계산합니다. 게다가 계획이 현실화되고 목적이 달성되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조금 진전시킨 것으로밖에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일이 중간에 틀어져 좌절하게 되면 그들은 다른 계획으로 그 손실을 보충합니다. 아테네인은 결정사항을 곧 실천에 옮기므로, 그들만이 목적을 희구하는 동시에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노고도, 위험도 꺼리지 않고, 이 모든 것에 생애를 걸고 노력하며, 시종일관 발전에 쫓겨 현재를 즐길 여유조차 없습니다." (상권_72쪽)


"사람도, 국가도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불후의 명예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페르시아군을 훌륭히 격퇴한 우리의 선인들에겐 오늘날과 같은 물자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분들은 가지고 있는 것조차 내버리고 운이나 힘을 믿지 않고 오히려 용기와 계책으로 이어족을 격파하고 오늘날의 기초를 쌓았습니다." (상권_138쪽)


"이 결의에 관한 내 의견은 변함이 없습니다. 나는 미틸레네 사건에 재심의를 요구하며 시간을 낭비하려는 사람들에게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시간의 경과가 나쁜 짓을 한 자에게 유리해지는 것은, 피해자의 분노가 이미 약해지고 나서 가해자를 향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복수할 때에는 피해를 받은 직후에 가장 그것에 상응한 징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아무튼 내게 반대하며 미틸레네인의 범죄는 우리에게 유리한 것인 양, 또 우리의 재난은 우리의 동맹국에도 재양을 가져오는 것인 양 보이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경이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의 연설 능력만 믿고 일단 확고하게 결정된 사항을 결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벌이고, 교묘한 말로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다른 길로 돌리려는 자임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논쟁은 다른 도시에 어부지리를 안겨주고 아테네에는 위험을 초래할 뿐입니다.

이 책임은 무익한 논쟁에 열중하는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연설의 관객이 되고 사건의 청취자가 되는 데 익숙하고, 장래 취해야 할 행동을 능변(能辯) 속에서 구하며,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목격된 실제 행동보다 교묘한 비난의 말을 통해 소문을 믿습니다. 여러분은 신기한 논리에 쉽게 넘어가고, 결정된 것을 끝까지 지키는 의지가 약하며, 언제나 기이한 것을 추종하고, 평범한 것을 경멸하며, 각자 능변이길 원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변설이 능한 자의 논지를 쉽게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으로 논자의 상대가 되려 합니다." (상권_267쪽)


"전쟁을 선택하고, 정의보다 무력을 존중한 그들은 부정에 저항하여 우리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승산이 있다고 생각되는 때를 택한 것뿐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번영 앞에서 도시국가는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기대하지 못했던 성공보다는 합당한 성공이 인간에게 더 안전합니다. 그리고 선하지 못한 자를 억제하는 쪽이 사람들의 번영을 유지시켜주는 것보다 쉽기 때문에, 미틸레네인에게는 예로부터 다른 도시와 똑같은 대우를 해주어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이처럼 건방진 짓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인간은 일반적으로 응석을 받아주면 오만해지고, 단호한 태도로 나가면 두려움을 품는 성격이 있습니다." (상권_268쪽)


"이유도 없이 먼저 못된 짓을 한 자는 적의를 남길까 두려워 철저한 행동으로 나가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재난을 입은 자는 그 재난을 모면했을 때에는 받은 적의보다 더한 적개심을 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배반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건 당시의 생각을 여러 가지로 가슴 속에 그리고, 모든 것을 걸고라도 그들을 타도하고 뼈저린 교훈을 주고자 했던 그때의 결의를 새로이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임박해오는 위기를 앞에 두었을 때의 일을 잊지 말고, 지금이야말로 용기를 내 시기를 놓치지 말고 보복해야 합니다." (상권_270쪽)


"생각건대 분노와 졸속은 깊고 신중한 생각과 전혀 상반된 것으로, 분노는 어리석음을 동반하기 쉽고, 졸속은 조잡함과 짧은 생각을 낳기 쉽습니다. 또 토론이 실제 행동의 지침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혹은 뭔가 개인적인 이익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것은, 장래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지 않은 채 뭔가 다른 방법으로 장래의 지침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 그들이 사리사욕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불명예스런 일을 설득하려 하며, 좋지 않은 일에 관해 교묘하게 잘 둘러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자신들의 반대자나 청중을 놀라게 하거나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상권_271쪽)


그에게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보다 중요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행위의 원천이라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가 사실보다 사람의 심리를 중시한 이유가 있다. 그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체험을 통해 도달한 생각 중에서 사람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의 행동 동기란 부의 추구와 명예욕과 공포로부터 도피하려는 세 가지 동기로 집약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원망(願望)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은 힘을 얻으려 한다. 게다가 사람이 힘의 획득을 노리는 한 다툼은 끊이지 않고, 사람의 안전은 언제나 위협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리고 사람은 그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한 힘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그는 체험했던 것이다. 이러한 끊기 어려운 악순환은 사람과 사람 사이뿐 아니라 국가 사이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그는 심각한 비관론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을 비관한 그가 왜《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써서 후세에 남기려 했을까? 그것은 이러한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역사의 흐름을 지식으로 파악한 자와 그에 무지한 자 중에서 전자가 후자보다 안전하게 이 위험스럽기 짝없는 세상 속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후자를 자기 작품으로 계몽하고 그 수를 되도록이면 적게 만들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리라고 그는 생각했을 것임에 틀립없다.
(하권_404쪽)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하,  부록(小西晴雄의 해설) 中에서


 * * * * * *  * * * * * * * * * * * * * * * * * *


폭력적 본능

홉스는 흔히 자연 상태의 인간은 서로를 증오하고 파괴하는 비합리적 충동에 사로잡힌 존재라고 주장하는 철학자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분석은 보다 섬세하고 어쩌면 훨씬 더 비극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행위자들의 상호 작용으로부터 어떻게 폭력이 발생하는가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홉스의 분석은 진화 생물학, 게임 이론, 사회 심리학 분야에서 재발견되고 있으며, 나 역시 그의 분석을 토대로 해서 폭력의 논리를 논한 다음 인간이 어떻게 폭력적 본능을 중화하기 위해 평화적 본능을 구사하는가의 문제로 넘어가고자 한다.

다음은 그 유명한 "인간의 삶"에 관한 구절 앞에 제시된 분석이다.

인간의 본성에서 우리는 싸움의 세 가지 주된 요인을 발견한다. 첫째는 경쟁이고, 둘째는 자신감 결여이고, 셋째는 영광이다. 첫 번째는 인간이 이익을 위해 서로를 공격하게 만들고, 두 번째는 안전을 위해 서로를 공격하게 만들고, 세 번째는 가령 말 한마디, 미소, 견해 차이를 비롯하여, 본인이 직접 겪는 것이든 혈연, 친구, 국가, 직업, 이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는 것이든 자신을 무시하는 갖가지 사소한 이유들 때문에 서로를 공격하게 만든다.

첫째는 경쟁이다. 자연 선택의 힘은 경쟁에 있는데, 그것은 자연 선택의 산물들-리처드 도킨스의 비유에 따르면 생존 기계들-이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일이면 어떤 것이든 미리 정해진 디폴트 값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둘째, "불신"의 원래 의미는 자신감 결여(diffidence)이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번역한 홉스는 "전쟁이 불가피해진 것은 성장하는 아테네의 힘과 그에 대해 스파르타가 느낀 두려움 때문이었다."라는 설명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만약 이웃이 내가 가진 것을 몹시 탐낸다면 나는 그들의 욕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나는 자신을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방어란 성벽, 마지노선, 대탄도 미사일 등의 첨단 기술을 망라해도 불확실한 방법이고, 그런 것이 없으면 더욱 미심쩍고 불확실하다. 자기 보호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이웃에게 선제 공격을 퍼부어 쓸어 버리는 것일 수 있다. 요기 베라의 충고대로 "최상의 수비는 최상의 공격이고, 또 최상의 공격은 최상의 수비이다."

셋째는 영광인데 보다 정확한 단어는 "명예"일 것이다. 인간은 "말 한마디, 미소, 견해 차이를 비롯해 자신을 무시하는 갖가지 사소한 이유들 때문에" 싸운다는 홉스의 말은 17세기에나 지금에나 사실이다. ( 556-557쪽)

 - 스티븐 핑커, 빈 서판 中에서


 * * * * *


전쟁이 곧 역사이고 역사가 곧 전쟁?


(사진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끝)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10-11-2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선하지 못한 자를 억제하는 쪽이 사람들의 번영을 유지시켜주는 것보다 쉽기 때문에, 미틸레네인에게는 예로부터 다른 도시와 똑같은 대우를 해주어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이처럼 건방진 짓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인간은 일반적으로 응석을 받아주면 오만해지고, 단호한 태도로 나가면 두려움을 품는 성격이 있습니다. ······ ]

oren 2010-11-24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그가 왜《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써서 후세에 남기려 했을까? 그것은 이러한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역사의 흐름을 지식으로 파악한 자와 그에 무지한 자 중에서 전자가 후자보다 안전하게 이 위험스럽기 짝없는 세상 속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후자를 자기 작품으로 계몽하고 그 수를 되도록이면 적게 만들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 ]

stella.K 2010-11-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전쟁의 기술은 사 놓고 여태 못 읽고 있습니다.
왜 그리도 안 읽히던지. 오래 전, 저자의 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 너무 재밌어서
자신있게 산 건데... 지금쯤 읽으면 다시 재밌게 읽을 수 있으려나요?ㅠ

oren 2010-11-26 15:06   좋아요 0 | URL
《전쟁의 기술》은 책의 구성과 편집이 너무 '실용서적'을 닮아 있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챕터별로 글을 토막토막 나뉘어 놓아서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과 글을 따라 '일관된 흐름'을 느껴보는 재미가 거의 없어서 불만이 참~ 많았던 책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불만은 전쟁에 대해 너무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측면'만 부각시켜 놓은 것 같아 '철학의 빈곤(혹은 不在)'가 많이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저는 이 책 대신에, 조금 더 어려운 책이긴 하지만 프로이센의 장군이었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네요. 클라우제비츠는 프로이센 황태자의 군사학 교수를 지내기도 하였고, 베를린 전쟁학교 교장과 프로이센 최고사령부의 참모장까지 역임한 사람이고, 나폴레옹과도 직접 싸워본 경험많은(군대 경력만 30년이 넘더군요) 군인이었던 데다가, 전쟁론을 '철학책이나 논리학책' 수준으로 격상시켜 놓았을 만큼 훌륭한 저술을 '평생에 걸쳐' 쓰다가 탈고조차 못하고 현역으로 삶을 마감한 인물입니다.
* * * * *
《전쟁론》은 계시록과 같은 위대한 저작 중 하나이며, 다윈의《종의 기원》이나 마르크스의《자본론》못지 않게 인류의 운명에 선의적 또는 악의적 영향을 미친 저작이다. - 군사이론가 풀러

"클라우제비츠는 현대전략을 창조한 최초의 위대한 인물로서, 국민경제이론을 세운 애덤스미스의 가치에 비견되는 인물이다." - 정치전략 사상가 브로디

stella.K 2010-11-26 15: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실용서 같은 느낌이 팍 들죠.
전쟁론.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마천 2010-12-0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서는
도널드 케이건의 책도 걸작이던데
혹 보셨는지요?

oren 2010-12-07 11:30   좋아요 0 | URL
도널드 케이건의 책은 사서 보지는 않았구요. 투키디데스의 책을 읽으면서 '지도'가 너무 없어서 책을 읽는데 애를 먹다가 도널드 케이건의 책이 마침 출판되어 나온 덕분에 그 책에 실린 '지도'를 많이 참고하면서 읽었답니다(그냥 도서관에 갈 때 가끔씩 도널드 케이건의 책을 듬성 듬성 살펴본 정도랍니다.).

언젠가는 한 번 사서 읽어보고도 싶은데, 투키디데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때문에 쉽게 구매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사마천 2010-12-0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래의 목소리 듣다가 지쳐서 접어두었는데. 케이건의 책 덕분에 그 진가를 알게되었습니다. 원전만큼이나 중요한 책이라 사료되어 추천드립니다 ^^

oren 2010-12-08 10:4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책인데, 사마천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꼭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군요.
 


동강 어라연

[동강의 많은 비경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곳으로, "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는 뜻,

선인들이 전하기를 "사람은 절경에 홀리고 비경에 몸을 던진다"고 하듯이, 천하절경을 본 사람은 많아도 천하비경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비경은 숨어 있어 속세인에게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



(사진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 어라연 가는 길

Shooting Date/Time
          2010-11-06 10:35:58



2. 어라연 탐방안내도



3. 어안렌즈를 통해 바라본 어라연

Shooting Date/Time
          2010-11-06 12:04:22


4. 연무에 휩싸인 봉우리들

Shooting Date/Time
          2010-11-06 12:18:19



5. 망원렌즈로 담은 어라연

Shooting Date/Time
          2010-11-06 12:31:59


6. 아스라한 능선들

Shooting Date/Time
          2010-11-06 12:37:39


7.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Shooting Date/Time
          2010-11-06 13:59:00


8.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

Shooting Date/Time
          2010-11-06 14:01:13


9. 동강 맑은 바람에 붉게 물든 단풍

Shooting Date/Time
          2010-11-06 14:13:15


10. 물결따라 바람따라 춤추는 억새

Shooting Date/Time
          2010-11-06 14:17:51


(끝)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11-17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사진으로만 봐도 아찔한데요~~^^

oren 2010-11-18 17:17   좋아요 0 | URL
비단결처럼 떠오르는 은빛 물고기들과 바위틈에 깊숙이 몸을 숨긴 쏘가리 등을 건져 올려
매운탕에 쐬주 한 잔 기울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을 때도 잠시 '아찔'하더군요. ㅎㅎ

비로그인 2010-11-18 18:16   좋아요 0 | URL
푸히히~~그건 아찔한 행복이었을 거구요~~
아~~강 냄새가 나네요^^

도란도란 2010-11-1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oren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oren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덧글남기고가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청년 시절에 딱 한 번 봤으나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지젤'이었는데,
20년 만에 다시 보고 나서 너무 큰 감동을 받은 공연이었다.

사랑의 배신감과 실연의 아픔 때문에 광란의 춤을 추다가
마침내 쓰러져 죽고 마는 지젤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사랑은 죽음과 함께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시 또 이어질 수 있음에,
창백하고 고요한 달빛 아래에서의 지젤과 알브레히트는
'천상에서의 재회'처럼 더 없이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죽은 처녀들의 군무 속에 춤추다 죽게 될 운명의 알브레히트를 구하기 위해,
얼음처럼 차가운 윌리의 여왕 미르타에 맞선 지젤.

배신 때문에 자신을 죽게 만든  옛 사랑을 용서하고
고결한 자기희생을 통해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그 순간,
지젤은 안개처럼 다시 사라지고 그녀의 무덤가의 홀로 남게 된 알버트.

돌이킬 수도 없고 주체할 수도 없는 비극적 현실 앞에 쓰러지면서 막은 내리고 만다.


서정성과 몽환성이 가득한 고전적 낭만주의의 절정이라고 알려진 작품이지만,
사랑의 배신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 때문에 가슴 시리고,
꿈결과도 같은 영혼의 재회와 고결한 용서에 안도하는 것도 한 순간,

끝끝내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현실로 되돌아오는 잔인함 때문에
금새 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는 너무 슬픈 낭만 발레였다.




1. 프로그램 책자 (알리나 소모바_지젤 役)



2. 캐스팅(지젤_테레쉬키나/알버트_쉬클리야로프)



3. 공연 안내 현수막(11/9, 첫날 공연_1막이 끝난 뒤)


4. 공연 안내 포스터



5. 아람극장 내부_2막 공연을 앞두고



6. 커튼 콜
 


7. 객원지휘자



8. 빅토리아 테레쉬키나_지젤 役



9.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_알브레히트 役



10. 라인 강변의 포도마을



11. 춤추는 지젤



12.  지젤의 무덤가_윌리들에 둘러싸인 지젤과 알브레히트



13. 창백한 윌리들과 알브레히트



14. 지젤의 무덤가에서 재회하는 두 연인



15. 창백한 윌리들의 환상적인 군무




<관련 링크>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지젤이 지킨 건 진실이 아닌 사랑-마린스키 <지젤> 내한공연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 <지젤>

마린스키 '지젤', 한국 관객 홀리다


(끝)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11-1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영화로 봤던 '지젤'....
아~~나도 이거 보고싶어요^^

oren 2010-11-18 17:19   좋아요 0 | URL
'지젤'이 영화로도 나왔었군요.
너무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라 말로 표현하기 너무 어려운 작품이더군요.

비로그인 2010-11-18 18:19   좋아요 0 | URL
지젤의 내용 그대로의 영화가 아니라 지젤을 공연하는 발레단원들의 사랑얘기였어요.
대한극장 아세요?
추운 겨울에 엄마랑 봤던 영화인데...아~~

oren 2010-11-19 10:58   좋아요 0 | URL
추운 겨울날 '엄마'랑 보셨다면 너무나 따스한 추억으로 남아 있으시겠군요.

대한극장은 저도 대학다닐 때 참 많이 가본 극장이에요. 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한극장의 스크린이 가장 컸던 것 같은데, 대한극장의 거대한 화면에서 펼쳐지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아직도 잊지 못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서울의 극장 이름도 참 많이 바뀐듯 싶네요. 옛날에(주로 80년대) 자주 갔던 영화관은 대한극장,단성사,피카디리,허리우드,서울극장,명보극장 등이었는데, 지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Endless love'(브룩쉴즈 주연, 다이아나 로스&라이오넬 리치가 주제가를 불렀던) 등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사랑'에 관한 영화가 많네요. 그러고 보니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영화에도 너무 가슴아파 했던 것 같고요...

sslmo 2010-11-18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고등학교 때 무용 선생님이 발레 전공자 셨어요.
걸음도 발레하듯 걸으셨고,주차도 발레 파킹...이건 아닌가?^^
그 선생님이 지젤 공연을 보기 위해서 적금 든다는 말씀을 하셨었어요.
전 발레에는 큰 매력이 없지만,
문화생활비를 따고 떼어놓는 가계부 관리는,그때 선생님께 배웠어요.

지젤 하면 발레리나 혼자 36회전인가 턴 하는 걸로 회자되곤 하죠~^^

oren 2010-11-18 17:26   좋아요 0 | URL
그런 멋지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시군요.

1막에서 광란의 춤을 추다 쓰러지는 지젤의 모습에 한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는데, 2막에선 지젤의 발끝조차 무대 위에 떠 있는 듯 싶었고, 손 끝은 천상의 구름위를 휘젓는 듯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이루지 못한 사랑에 슬퍼할 겨를조차 잊을 만큼 참 아름답더군요.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 인간의 비전이 3,000년의 역사를 아우를 수 없을 때,
그는 미망의 어둠 속에서 헤메이면서, 그 시대의 한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 괴테

돈은 단일한 실체이다. 돈은 인간에게 가장  큰 기쁨을 선사하는 사랑과 같은 반열이고, 인간에게 무한한 두려움을 일으키는 죽음과 같은 선상에 있다. -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 * * * *

'머니(Money)'라는 말이 로마 신화의 여신 유노의 별칭인 모네타(Moneta)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에서 부터, 금융투기 및 공황과 관련된 현대의 언어 가운데 매니아는 마에나드스에서, 패닉은 신의 이름인 판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 등에 비춰보면 '돈'에 대한 얘기 또한 '신화'처럼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아내가 저지르는 불륜에 대한 화풀이로 밤마다 처녀와 하룻밤을 자고 나면 처형을 하게 되는 페르시아의 왕이 있었고, 그런 왕과 결혼하여 1001일 동안 밤마다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스토리를 듣고 싶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바로 세헤라자데라는 지혜로운 이야기꾼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온갖 기쁨과 탄식 가운데 '돈'에 얽힌 문제만큼 '절박한 것'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지난 1000일 동안의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다우존스지수와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살펴 보면서, 그 격심했던 변동이 필연적으로 불러 일으킨 '돈'에 관한 숱한 문제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이 영화 속에서도 다급해진 상황을 앞두고 여러 등장 인물들이 겪게 되는 절박함들이 시시각각 펼쳐지지만 그건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가 실제 몸으로 겪었던 1000일 동안의 격동이 여러 사람들을 절박한 상황에 빠뜨리게 만들었던 힘은 한 나라의 젊은 처녀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데 그친 고대 페르시아 왕의 절대권력보다 아마도 수백만배 혹은 수천만배는 더 위력적이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림 1> 1000일 동안의 미국 증시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마침 이 글을 작성중인 지금 현재(2010/11/05, 00:10)의 미국 다우존스 지수 또한 급등 국면을 연출하면서 연중최고치를 갱신하는 중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 가서 '돈'을 마구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기필코 막겠다는 언급 때문에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미 FRB 의장께서 어젯밤에도 수천억달러의 '돈'을 더 찍어내겠다는 발언을 해주신 덕분에 아마도 오늘밤 미국 증시가 '돈의 힘' 때문에 자꾸만 더 붕붕 뜨는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해 둘 만한 이야기 하나를 잊지 말았으면 싶다. 날지 못하는 '연못 속의 오리' 얘기가 그것이다. 워렌 버핏과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가 들려준 말인데, 그는 상승시세가 투자자를 자만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당신이 만약 연못 속의 오리라면, 폭우가 쏟아지면 점점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올라가는 것은 연못의 물이지 당신이 아니다." 


<그림 2> 1000일 동안의 한국 증시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어제(11/4, 木) 마감한 한국 증시 또한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가을 무렵, 900P 마저 무너지면서 마치 '온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아우성을 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동안 한국의 기업과 경제가 과연 저렇게나 급속하게 좋아졌다는 말인가? 정말 종합주가지수 그래프처럼 저렇게까지 나빠졌다가 좋아진 건 물론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은 늘 '침소봉대'를 좋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2년 전 금융위기 때를 돌이켜 보면 그 당시는 '달러'가 부족하여 환율이 얼마나 무섭게 치고 올라갔던가?  그리고 꼭 그런 국면만 되면 '혹세무민'하는 얼치기 전문가가 나타나서 반드시 한 술 더 뜨게 마련인데(밤에 우는 부엉이 흉내를 냈었다!), 더욱 한심한 건 그런 얼치기 전문가의 견해에 대해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고 맞장구를 치는 주장들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입에서도 속절없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허무맹랑한 근거를 들이대며 분위기를 부추기는 사이비 전문가의 말에 속아 정말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500P 조차 깨질지 모른다고 지레 겁먹고 공포에 내몰려 역사적 바닥 국면에서 주식을 마구 내동댕이친 순진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2007년 하반기 무렵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 피크를 향해 숨가쁘게 내달릴 때 새로운 '통찰'을 내세우면서 순진한 부화뇌동 투자자들의 자금을 마구 끌어모아 버블의 꼭대기를 형성하는 데 크게 일조한 국내의 금융전문가들도 한심하긴 매한가지다.

하긴 1929년의 대공황을 앞두고 미 증시가 연일 상승을 거듭할 때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어빙 피셔 또한 아직까지도 인용되는 너무나 유명한 '선례'를 남겼으니 너무 탓할 것도 못될지 모른다. "미국이 낳은 최고의 경제학자" 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갖고 있던 그는 1929년 10월 24일 투자자 모임에서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고원(高原)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역사적 대실수'를 저질렀다.

<그림 3> 800일 동안의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저렇듯 마치 성난 황소의 등에 올라탄 것처럼 난폭하게 움직이는 '시장' 위에서 '고삐'를 단단히 부여잡고 제정신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개인과 기업과 금융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 나아가 각국의 경제제도와 국가체제와 국제기구는 또 저런 급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과연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2년이 꼬박 지난 지금 현재 조차도 세찬 요동 이후에 뒤따르는 후유증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남아 있는 것 같고, 게다가 어쩌면 또다시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발할 경우에 대비하여 대단히 튼튼한 새로운 국제공조 기구 등을 마련키 위해 지금도 당대의 석학들이 머리를 쥐어짜듯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라고 보는 게 옳지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불과 며칠 후에는 극동아시아의 머나먼 이곳 한국 땅에서 'Group 20'이라는 특별한 동아리에 소속된 수장들이 모두 모여서 화폐의 교(환율)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로 이미 작년부터 약속을 잡아 두고 있었다. 이번 모임이 어떤 식으로 끝이 나고 또 어떤 표정들을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게 될지 아마도 전세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 대한 얘기는 온데 간데 없고 자꾸만 '월스트리트'로부터 너무 먼 데까지 벗어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 속에서도 FOMC 회의가 진지하게 열리고, 회의장 테이블에서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며 미국이 무너지면 중국과 한국도 위험하다는 식의 언급도 나오는데, 국제공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G20 정상회담에 대한 얘기 또한 이 영화와 전혀 동떨어진 성질의 것도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사실 90년대 초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월스트리트'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책을 통해서나' 접해볼 수 있는 거대한 선진 자본시장이거나, 혹은 '영화 속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무대'처럼 어느 정도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과는 일정 정도의 거리감을 가진듯 싶었는데, 그 이후 두 차례의 금융위기(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제는 정말 바로 이웃 동네에 있는 시장처럼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진 1> 월스트리트와 관련된 책들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게도) 작년 5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월스트리트'를 직접 가볼 기회를 가졌었는데,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되었던 데다가 호된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직후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계 초일류 강대국의 심장박동에 해당되는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현장에 다가가서도 '이젠 너네들도 예전처럼 마냥 거대해 보이는 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었다.

<사진 2> 월스트리트의 뉴욕 증권거래소

(Shooting Date/Time          2009-05-10 23:09:47, 한국시간)


어쨌든 물리적으로 따져봐도 월스트리트를 잠시나마 '내 발 아래' 두고 굽어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진 3> 뉴욕 맨하탄의 모습

(Shooting Date/Time          2009-05-11 03:33:27, 한국시간)


'여행지에서 만난 월스트리트' 얘기를 할려는 게 아닌 만큼, 다시 저 '끔찍한 변동'에 대한 얘기로 되돌아 가보자.

저기 '1000일' 동안의 극심한 요동과 부침 동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의 '목숨'이 달랑거렸을까를 생각해 보면,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1000일 동안의 격렬한 요동이 훑고 지나간 저 그림 속에는 '탐욕과 공포'라고 표현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초래한 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햄릿이 말한대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에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속 이야기만 하더라도 '돈' 때문에 '피와 살'을 얼마 만큼의 무게로 도려내야 하는가를 따지지 않던가. 베니스와 멀지 않은 도시인 피렌체에 살았던(나중에는결국 쫒겨나서 되돌아오지도 못했지만) 단테는 그의 작품인 '신곡'에서 '돈' 때문에 온갖 다양한 죄악(절도죄, 사기죄, 횡령죄 등등)을 저지른 나쁜 인간들이 온갖 다양한 스타일의 지옥 속에서 얼마나 끔찍한 형벌로 고통받고 있는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단테는 지상에서의 범죄가 운좋게 죽을 때까지 덮어져 드러나지 않는 요행을 누린다 하더라도 결국 삶이 끝나는 그 너머에서부터 시작되는(never ending) '지옥에서의 가혹한 형벌'을 반드시 받게 될 것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신의 섭리'를 들먹이며 우리의 도덕적 감정들을 지배해 왔다.

'돈 때문에' 목숨을 내던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도 결코 빠질 수 없겠다 싶다.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가 스승처럼 존경해 마지 않던 월스트리트의 거물(거대 투자은행의 회장)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 자신의 투자은행을 살리려 백방으로 애를 써보지만 (표면적인 이유에서나마) 주당 단돈 $1를 더 얻어내지 못한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출근길에 뉴욕의 지하철에 몸을 내던지고 만다.

여태껏 있어왔던 숱한 금융위기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의 강도로 광풍이 휩쓸고 지나갈 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지혜로 무장한 채 '담대한 희망'을 가지고 저 험난한 고비를 정말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건너온 사람들도 어쩌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어찌어찌 하다보니 여기까지 용케 버텨온 것 같다는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생각보다' 금융위기로부터 너무나 빨리 회복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줄곧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문제이다. 첫째는 인간으로서 도대체 피할 수 없는 굴레처럼 느껴지는 '탐욕과 공포'를 앞으로는 또 어떻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와 거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극심한 변동의 폭과 거기에 대한 대응은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사진 4> 붐과 버블을 다룬 책들



두 번째는 이 영화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도 깊이있게 살펴보고자 나름대로 애썼던(그러나 대체로 그런 시도가 별다른 감흥도 없이 싱겁게 마무리된 것 같은) '돈과 인생에 관한 문제'이다.

<사진 5> '돈'에 대한 철학을 다룬 책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고든 게코는 '탐욕' 때문에 결국 감옥에 간다(그는 '탐욕은 좋은 것이다'란 제목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노련한 투자가이다). 그렇지만 오랜 형기를 마치고 그가 감옥 문을 나설 때 이 세상에서 반겨주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보란듯이 재기하기 위하여 딸과 사위될 사람마저 속이지만, 결국 나중엔 돈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액의 돈을 포기한다.(혹은 딸과 사위를 위해 '투자'한다).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점이 바로 이 대목인데 '생각보다 너무 싱겁게 뻔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는 것이다. 뭔가 좀 더 거장다운 솜씨가 발휘될 여지는 없었을까 싶은데 내가 생각해봐도 막상 별달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없다.

'돈'에 관한 철학적 문제에 대해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좋은 결론'은 워렌 버핏의 견해를 차용하는 것이다.

돈에 대해 죄책감 같은 것은 없다. 나는 나의 돈을 사회에 돌려줘야 할 수많은 보관증이라고 본다. 이 작은 종이 조각들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원하기만 한다면 만 명쯤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내 초상화만 그리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CNP(국민총생산)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상품의 유용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만명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AIDS 치료약을 개발하도록 하거나 교사나 간호사로 활동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는 보관증을 별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물질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그 보관증은 아내와 내가 죽은 후에 전부 자선단체에 기부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염두에 두었던 두 가지 문제 가운데 나머지 한 가지는 '탐욕과 공포' 그리고 '극심한 변동'에 대한 대처방법인데, 그 점에 관해서라면 월가의 위대한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한테서 얼마든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6> '벤저민 그레이엄'과 관련된 책들



당신이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당신이 투자에 투입하는 지식과 노력 그리고 투자 도중에서 만연하는 어리석은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에 있을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이 더 어리석을수록 실제 투자에서 더 많은 투자기회가 있다. Graham을 따르라. 그러면 당신은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고 그것에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워렌 버핏)

기본적으로 가격 변동은 진정한 투자가에게 있어 오직 한 가지 중요한 의미만을 갖는다. 그것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을 때 현명하게 사고, 엄청나게 상승했을 때 현명하게 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



월스트리트의 오래된 격언 가운데 두 가지가 다시금 생각난다. 욕심많은 돼지에 관한 유명한 격언은 나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고 또 가끔씩 인용하는 말인데 이 영화에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자막'으로 등장하여 깜짝 놀랐었다. 두 번째 격언이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훨씬 더 중요할 지 모른다. 요즘들어 부쩍 '낙관론'이 점점 더 득세를 하는 분위기인데, 머지 않아 여러 투자자들이 '행복감'에 도취되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러면 강세장은 언제 또 그랬냐는 듯이 '어김없이' 사라져갈 테니 말이다.


"황소나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축당할 뿐이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감 속에서 사라져간다"

천일야화 속의 세헤라자데는 훌륭한 이야기 솜씨 덕분에 마침내 '삶과 죽음의 기로'와도 같았던 아라비안 나이트로부터 벗어나 페르시아의 왕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게 된다. 매일 밤마다 천일야화의 속편을 계속해서 들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속편은 '절실함'이 사라졌기 때문에 1편 보다 분명 재미가 덜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돈이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이 영화의 부제처럼, '시장' 역시 문을 닫는 일은 결코(혹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장'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또다시 거대한 파도처럼 심하게 요동치며 우리를 덮쳐올 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거듭 강조하는 바이지만 나는 '탐욕과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며, 또 같은 말이지만 '비관과 낙관'에 빠지지 말고 거기에 용감하게 맞서는 것이 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돈이 잠들지 않는 속성을 최대한 살려 '돈이 열심히 일을 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월스트리트'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는 ‘그대의 정신을 억제하라’는 유명한 금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이 아폴론처럼 '이성적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너무 싱거울 것이다. 무척이나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던 시장도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휩쓸게 되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날뛰는 디오니소스처럼 되고 만다.

월스트리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그 어느 곳이 되었건 '시장'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는 앞으로도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끝)



댓글(8)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경제위기에 대해 쓴 책 가운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
    from Value Investing 2011-03-03 03:20 
    이 책의 저자인 킨들버거(1910~2003)는 국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MIT 경제학과 교수로재직한경력만 33년(1948∼1981)에 이르며, 2003년에 타계할 때까지도 MIT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있었다.그는 경제사에서 유별나게 독특한 지위를 부여받은'대공황 시절'에는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연방준비은행,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으며,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마샬 플랜을 입안하기도
 
 
마녀고양이 2010-11-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동성 장세로 망했는데,
다시 돈을 더 풀고 더욱 유동성 장세로 우리 증시나 미국 증시가 붕붕 뜨고 있네요.
사실 두렵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도 어렵구요.

돈, 정말 필요악인지라 한숨이 나옵니다.

2010-11-08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8 21:43   좋아요 0 | URL
엄밀히 말하면 '유동성 장세'로 망했다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반복되어 온 '익숙한 과정들'이 다시 재현된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직전의 버블(1999년의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2003년까지) →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 → 넘쳐나는 유동성에 따라 물 위로 둥둥 떠오른 오리들이 마치 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탐욕이 발동되기 시작 → 마침내 말도 안되는 레버리지와 투기가 만연(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경우엔 투자은행들의 레버리지 투자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틈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확산, 한국의 경우에는 펀드로의 무분별한 자금 유입과 극성스럽게 팽창되던 위험천만한 부동산 PEF 등) → 마침내 부풀어오른 풍선(버블)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뻥'하고 터지는 일련의 과정이 다시금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oren 2010-11-09 13:59   좋아요 0 | URL
'투자에는 일급 발레리나나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에 버금가는 자질이 요구된다'라고 말한 사람의 언급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투자에서 성공을 거두는 일'이 저는 참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투자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낮은 비율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거의 전세계적으로도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부자가 소수이고 대부분이 그저 그런 수준의 소득과 부를 가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그렇게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요. 투자가 성공을 거둘 경우에 뒤따르는 무한대에 가까운 엄청난 보상 때문이겠지요.

투자에 관해서 조금 아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아는 것'을 바탕으로 무모하게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더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더욱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큰 금액을 투자하기 때문이겠지요. 단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가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눈부신 성과를 완전한 수포로 되돌리고 말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투자에 뛰어들어 기필코 성공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없다면 '이 바닥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말리고도 싶습니다.(워렌 버핏의 충고입니다.)

그래도 투자에 관해 배우고 싶다면 '몇 권의 책들'은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분야에서는 지식보다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고, 경험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는 '기질'이라는 말씀도 꼭 드리고 싶군요.

① 돈에 관한 책들
-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들은 대부분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읽기도 쉽고, 이해가 쉽게 됩니다)
- 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 그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이웃집 백만장자 등

② 투자에 관한 책들
- 가장 좋은 책은 벤저민 그레이엄의『현명한 투자자』인데 비전공인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 좀 더 쉬운 책으로는 '피터 린치'의 책들입니다.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도 필독서이고,
『증권투자로 돈버는 비결』같은 책도 좋습니다.
- 워렌 버핏을 다룬 책들도 좋습니다.『워렌 버핏 부의 진실을 말하다』『워렌 버핏의 투자 격언』등 다수
- 존 템플턴의 책들도 모두 좋습니다. 『존 템플턴의 영혼이 있는 투자』는 매우 얇지만 정말 좋은 책입니다.
- 워렌 버핏의 스승인 필립 피셔의 책들(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도 좋습니다.

그 밖에도 '투자'와 관련해서 도움이 될만한 책들은 수십 권도 더 추천해 드릴 수 있겠지만 그건 지금 단계에서는 불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9 08:34   좋아요 0 | URL
코스톨라니 책은 두권 있네요. 예전에 읽었는데, 남는게 없는걸 보니 제대로 안 읽었나봐요.
다시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현명한 투자자는 사놓고 아직 못 읽었구요.

읽어보고, 궁금한 점 있으면 다시 여쭤볼께요.
감사드려요~~

2010-11-09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9 12:47   좋아요 0 | URL
***님은 이미 '고수' 반열에 진입하지 않으셨나요?

'향후 증시 전망'은 너무나 오랫동안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어서, 저 '세 단어'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소위 '가치투자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알라딘에서까지 '세 단어'를 들을 줄은 미처 몰랐네요. ㅎㅎ

(저의 극히 주관적인 견해입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봅니다.

그 이후로는 '흉악한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FRB의 너무나도 과도한 대응(무기고의 열쇠를 던져버리고 무제한 방출 mode로 전환한)이 결국은 '악마와의 계약'이었음을 인식하는 날이 또다시 다가오겠지요.

끝으로, 찰리 멍거의 다음과 같은 말을 다시금 상기하고 싶습니다.
* * * * *
시장, 경제 그리고 증권 분석가가 아니라 기업 분석가가 되라.
비법을 얻으려는 것보다 분명한 것을 기억하는 것이 더 좋다.
위험과 그 위험이 주는 영향 전체를 고려해라.
파생되어 나타날 수 있는 충격 그리고 더 큰 충격을 조심하라.
미래와 과거를 생각하라. 항상 역전을 생각하라.
알맞은 상황이 주어지면 결단력과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라.
다수가 욕심을 내면 조심하고, 다수가 두려워하면 욕심을 내라.

2010-11-09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월스트리트를 봤다.

작금의 증시상황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따끈따끈한데,
이 영화를 보러 갔더니 '영화관'이 너무 썰렁해서 놀랐다.

일산 덕이동에 위치한 씨너스 극장에서 오후 5:35분에 영화가 시작이었는데,
애매한 시간대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난생 처음으로 아내랑 둘이서 영화관을 '송두리째' 차지하고 봤다.

이 영화에 대한 제대로 된 리뷰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아직은 간절한데,
우선 급한 대로 '잡담' 수준의 페이퍼글이라도 올리고 싶어 '관련 자료'를 뒤적여 봤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겪은지 불과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끔찍했던 그 당시의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는 건 어찌보면 내게도 잔인한 짓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싫든 좋든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워야만 한다.
(혹은 어느 현자의 말대로 '경험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에 비례해서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긴 얘기를 쓰고도 싶지만 그건 이 영화의 리뷰글을 쓸 때의 부담으로 미뤄 놓기로 하고,
오늘은 글의 제목대로 'Doller'에 대한 아주 단편적인 모습만 이 글을 통해 들춰보고 싶다.


<관련자료 1>

지금으로부터 딱 2년 전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극한으로 치달을 때,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좀 더 정확히는 목사로 일하는 처남)한테 보낸 이메일이다.

그 당시 달러가치가 얼마나 폭등했으면,
그리고 또 국내 주가가 얼마나 심각하게 폭락했으면,
불쌍한 중생들을 계도하기에도 바쁜 성직자에게까지 이메일과 국제전화를 통해
 '지금은 탐욕을 부릴 때'라고 충동질을 하면서 추파(?)를 던졌던가 싶기도 하다.

고든 게코가 이 영화에서 심심하면 입에 올리던 말인 '탐욕은 좋은 것이다'라는 주장만 하더라도,
목사라는 직업의 성직자에게는 도대체가 번지수가 맞지 않는 '개가 코웃음을 칠' 얘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려운 처지에 빠진 고국을 도와야 한다'는 나의 그럴듯한 명분과 집요한 설득에 공감했는지,
오랜 꾸물거림 끝에 '계좌개설과 복잡한 외환송금과정'을 거쳐 민간 차원의 '외화 유치'가 결실을 맺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 당시는 '모두가 어느 정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상황이긴 했나 보다 싶다.

어쨌든 작년 초에 처남이 송금해온 거금(?) 1만 달러는 불과 2년 만에 간단하게 대략 2만 5천 달러로 불어나 있다!
(한국증시가 좀 더 계속해서 상승하고 달러가치가 좀 더 하락한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더욱더 불어날 것이다.)





<관련자료 2> 다소 뻥을 보태서 '100년 만의 기회'라고 명명한 엑셀 화일의 극히 일부 내용

(그림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자료 3> 필연적인 귀결이었던 'Doller naver Strong'를 다룬 따끈따끈한 '오늘의 뉴스'




나중에는 또 많이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의 결론은 영화 제목을 닮은 다음의 '세 단어'임을 부정하기 힘들 것 같다.


Doller never Strong!


(끝)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11-0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달러와 증시 어려워요, 저번에 벌써 투정 한번 했지만요.
그때 아고라 경제방에서 달러와 금에 대한 공방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기억납니다.
몇분은 책으로도 내셨지만, 그 말들이 들어맞지는 않았지요.
아직도 경제는 위태하다 망한다 갑자기 달러가 엄청 오른다 금은 폭락한다 급등한다 시끌시끌합니다만. ^^

나중에 기회에 살짝 귀뜸 해주세요,, 부탁드리면 실례겠지요?
역시,, 저축이나 꼬박꼬박 할래요. ㅎㅎ.

저는 일산 CGV를 주로 가는데, 덕이동 씨너스 가시는군요!

oren 2010-11-02 23:08   좋아요 0 | URL
저는 라페스타에 있는 롯데시네마가 오랫동안의 단골극장이었는데, 웨스턴돔이 오픈한 이후로는 저도 단골극장이 CGV로 바뀌더군요. '월스트리트'는 개봉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단골극장에서는 벌써 간판을 내린 것 같더군요. 하는 수 없이 씨너스까지 갔다가 뜻하지 않게도 '개인전용극장 체험'을 해보게 되었답니다.

투자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분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같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는 단순히 저축하는 돈은 소위 idle money로 취급받을 정도로 시대가 변한 것 같습니다. smart money라면 Money must work!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봅니다.

* * * * *

투자는 겁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투자를 안하는 것은 훨씬 더 겁나는 일이다.
우리의 수명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연금혜택은 줄어들고, 사회보장이 얼마나 오래 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의료비는 점점 더 소비자의 부담이 되고 있다.
비용이 늘고 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투자는 필수적이다.

그냥 중개인(broker)을 믿으면 될 것 아닌가?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의 소중한 재산을 한 사람에게만 맡기겠는가?
그것은 당신의 돈이고, 당신이 애써 모은 돈이고, 은퇴후의 보장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라.
지난번 휴가계획을 얼마나 오래 짰는가?
저축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가?
돈을 버는데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런 노력의 절반이라도 재테크를 배우는 데 투입하라.
왜냐하면 결국에는 큰 돈을 버는 것은 일을 통해서가 아니라,
돈이 대신 일하게 함으로써 이기 때문이다

- 케네스 A. 스턴(Kenneth A. Stern)

sslmo 2010-11-0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누구더라,어떤 여배우 허벅지에 타투로 쓰여진 '탐욕은 죄악이다'가 생각나는 걸요.

전 IMF때 주식을 반에반토막 내먹은 후,훨씬 더 겁나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근데,위 '케네스 A.스턴'의 격언을 보니 마음을 바꿔먹어야 할지도...ㅋ~.

oren 2010-11-04 13:15   좋아요 0 | URL
이 영화에도 너무 자주 나오지만 세상의 모든 '말도 안되는 엄청난 급등락'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에 피하기 힘든 '탐욕과 공포' 때문에 벌어지는 헤프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늘 듭니다.

'탐욕은 좋은 것이다.' 혹은 '탐욕은 나쁜 것이다.'라는 주장은 결국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이해관계와 결부시켰을 때 도출되는 결론일 뿐이겠지요.

저는 '탐욕과 공포'를 나름대로 잘 견딜 줄 알고 또 거기에 용감히 맞설 수 있다고 자신해 왔었는데, 그런 저에게도 2년 전 금융위기 때의 가공할 만한 '공포'는 버텨내고 극복하기가 정말 쉽지 않더군요.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어쩌면 '간이 작아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을 땐 인수봉이나 노적봉을 오르면서 수백미터의 낭떠러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봐도 조금도 무섭지 않던 것이 요즘은 높은 빌딩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봐도 덜컥덜컥 겁이 나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