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만큼 널리 퍼져 읽히는 이야기도 드물다. 이야기가 대체로 짧은 데다가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화는 아이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과 끊임없는 호기심 때문에 언제나 동화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든다. 그 동화책을 읽는 독자가 아이들 자신이 되었든, 아니면 온갖 다양한 목소리와 몸짓까지 섞어가며 과장되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느라 애쓰는 어른이 되었든 상관없이.
그런데 가끔씩은 명백히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정작 어른들을 위해 쓴 작품들도 그리 드물지는 않다. 『걸리버 여행기』나 『로빈슨 크루소』, 혹은 『돈키호테』와 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들은 세계 명작 동화 목록에서도 결코 빠지지 않는 걸작이지만, 집필 동기나 작품의 성격으로 보아서는 어른들을 위해 쓰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흰 토끼와 짝퉁 거북이 등장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떨까? 이 유명한 이야기는 방금 내세운 작품들과 도리어 정반대의 길을 걷는 아주 특이한 작품이다. 틀림없이 어린이를 위해 쓰인 동화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으며, 어른들이 일부러 찾아 읽을 정도로 독특한 깊이를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마치 『어린 왕자』처럼 어른들한테까지 심오한 철학적 깨달음을 던져 주는 교훈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왜 이처럼 독특한 지위를 지닌 채 아이들과 어른을 동시에 오랫동안 매료시키는 것일까?
- 찰스 러트위지 도지슨(1832년∼1898년)
이에 대한 가장 분명한 이유는 우선 작가로부터 찾을 수 있지 싶다. 루이스 캐럴은 동화 작가였지만 정작 본업은 수학 교수였다. 루이스 캐럴은 필명이었고 본명은 찰스 러트위지 도지슨이었다. 그는 옥스퍼드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졸업후 자신이 다녔던 옥스퍼드 대학의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에서 수학 교수를 거쳐 학장까지 지냈다. 그는 평생 숫총각으로 지냈을 만큼 수줍음이 많으면서도 예의바른 사람이었고, 유쾌하면서도 수학을 사랑했던 따분한 학자풍의 교수였다. 그는 변덕이 심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친절했고, 소아성애자로 의심받을 만큼 어린 소녀들을 특별히 좋아했다. 이런 독특한 배경을 지닌 작가가 앨리스 리델이라는 실존했던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쓴 동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고, 작가는 이 작품 속에 자신이 지녔던 독특한 '수학의 세계'까지 은밀히 주입시켰다.
그의 작품이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관심을 유독 붙잡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의 편지나 일기에는 프로이트나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는 이 작품이 쓰여진 150년 전보다 오늘날 훨씬 더 주목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는 모든 나라의 보통 사람들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최고의 지식인들도 매혹시켰다. 가령 에드먼드 윌슨, W.H.오든, 버지니아 울프,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버트런드 러셀, 아서 스탠리 에딩턴 같은 논리학자와 과학자들, 그 외에 무수한 철학자, 언어학자, 정신분석학자들이 앨리스를 사랑했다.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 독서 계획』
평범한 독자들이 앨리스의 모험 속에 담긴 작가의 '수학에 대한 세계관'까지 두루 헤아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에는 무수한 전문 연구자들이 방대한 주석이나 새로운 해석을 끊임없이 덧붙여 왔다. 수학자 도지슨이란 정체성에 기초한 작품 분석은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니, 그에 대한 관심이 21세기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얼마나 뜨거울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시간과 시간이 처한 곤경! 수학자 찰스 도지슨은 동화 작가 루이스 캐럴이었고, 그 경계를 횡단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의 속성이야말로 논리와 더불어 가능한 세계들을 구상하는 데서 근본적인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문학적 장치들을 동원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죠. 동사의 시제 표현, 구어적 요소, 꿈이라는 설정, 게임, 말장난(PUN)과 수수께끼, 난센스를 통해 다양한 계산과 과정이 전개되고 가세합니다. 시간은 확대되고, 연장되고, 비틀리고, 굴절하고, 팽창합니다. 그리고 축합되죠. 엘리스를 지하의 '놀라운 세상(Wonderland)'으로 인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흰 토끼의 회중시계입니다. …… 결국 물리학자들이 알려주듯이, 시간은 은밀한 방식으로 공간에 파묻혀, 공간과 결부돼 있었던 것이죠. 프리먼 다이슨이 말한 캐럴 우주 말입니다. 캐럴은 수학자였고, 엄격한 유클리드주의자였습니다. 그는 환상문학 작가였고, 이렇게 공상합니다. 토끼 굴 아래로 내려가면, 저 너머에 다른 세상이, 다른 공간이, 다른 시간이 존재할 거라고 말입니다.(9∼10쪽)
- 루이스 캐럴 지음, 정병선 옮김,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존 테니얼의 삽화, <시계를 보고 있는 흰 토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모험심 가득한 여주인공 앨리스를 살피는 일이야말로 이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알아보는 일이다. 1862년 어느 날, 도지슨(루이스 캐럴)은 세 명의 어린 소녀들을 데리고 템스 강 상류로 보트 여행을 떠난다. 세 아이들은 옥스퍼드 대학교 부총장 겸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의 학장이었던 헨리 조지 리델의 딸들이었다. 그들은 각각 열세 살, 열 살, 여덟 살이었는데, 열 살배기 소녀의 이름이 앨리스 플레전스 리델이었다. 소녀들은 보트 여행을 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아저씨한테 조르고, 도지슨은 앨리스라는 아이가 모험에 나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급기야 앨리스 리델은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써달라고 부탁하고, 도지슨은 정말로 2년 만에 손으로 직접 쓴 이야기를 앨리스에게 선물한다. 그 수고본의 제목이 《앨리스의 지하 세계 모험》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1865년에 도지슨은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그 책을 대폭 개편해서 《앨리스의 놀라운 세상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번역으로 굳어진 이야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 도지슨이 직접 찍은 앨리스 리델의 7세 때 모습(출처:위키 백과).
그녀는 82세까지 살았고(할머니가 되었고), 1934년에 죽었다.
위키 백과를 살펴 보면 앨리스에 대한 다양한 사진과 기록들이 줄줄 나온다.
앨리스는 생각했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 않아도 되고, 쥐나 토끼한테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집이 좋았어. 토끼 굴로 글어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래도, 참말이지 이상한 곳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지! 동화를 읽을 때도 그런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아! 내가 나오는 책을 써야 해. 반드시! 크면 한 권 꼭 쓰고 말 거야. 하지만 맙소사, 벌써 다 커버렸잖아. 게다가 여기서는 더 클 여지도 없어.' 앨리스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슬펐다.
앨리스는 계속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게 되는 걸까? 지금보다 말이야. 그렇다면 다행이지. 할머니가 되지 않는 거니까. 하지만 그러면 맨날 공부를 해야 해! 으, 그건 싫은데!"(85∼86쪽)
- 루이스 캐럴 지음, 정병선 옮김,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시간과 공간들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실제 세계와는 아주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앨리스가 모험을 겪었던 세상이 앨리스가 살던 현실 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앨리스는 흰 토끼나 겨울잠쥐, 혹은 체셔 고양이나 털벌레 등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끊임없이 '학교에 다니는 어린 소녀'로서의 본분(?)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밀린 숙제를 떠올린다거나 수업시간에 제때 도착하지 못할까봐 늘상 걱정하는 어린이처럼. 그것은 마치 꿈을 꾸면서도 '현실 세계에서의 부채 의식'을 좀처럼 떨치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심정과도 유사하다. 어릴 때 무척이나 자주 꾸었던 꿈들의 아련한 추억들을 앨리스가 좌충우돌하는 원더랜드에서 재발견하는 일은 어른 독자들에겐 여간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루이스 캐럴이 아니었다면 어느 누가 그런 꿈들의 편린들을 그토록 쉽게 되살린단 말인가.
눈이 빨간 흰 토끼를 따라 토끼 굴로 들어간 앨리스는 '빠져나올 방법은 생각도 해보지 않고' 낯선 세상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몸집에 비해 너무 작은 틈새로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정원'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하다가도 어느새 이상한 음료를 마신 후에 몸집이 너무나 작아져서 자신이 흘린 '눈물의 소금 바다'에 빠져 쥐와 함께 그 속을 허우적거린다. 소금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만난 쥐와 함께 뭍으로 올라온 뒤로는 여러 동물들과 함께 몸을 말리는 방법을 논의한다. 뭍으로 오른 캐릭터들은 쥐를 비롯해서 오리, 도도, 진홍앵무, 새끼 독수리 등이었다. 어느새 그들은 코커스 경주에 나서고, 갑자기 달리기 경주를 멈추고, 모두가 승자라면서 다같이 상을 받아야 한다면서 소란을 피운다. 앨리스가 자그마한 틈새로 내다보았던 '멋진 정원'에 대한 욕망들은 어느새 까맣게 잊혀지고, 앨리스는 흰 토끼를 다시 만난다.
바로 그때 토끼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앨리스를 인지했다. 앨리스의 귀에 성난 어조의 외침이 들려왔다. "메리 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당장 집으로 가서 장갑과 부채를 가져와! 어서, 냉큼!" 앨리스는 깜짝 놀랐고, 토끼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부리나케 뛰었다. 토끼가 사람을 잘못 알아본 것이라고 말해줄 생각조차 안 든 것이다.(82쪽)
- 루이스 캐럴 지음, 정병선 옮김,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의 생각)
얼마나 우스운가! 앨리스가 토끼의 사정부터 미리 살피다니! 그리고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부리나케 '토끼의 심부름'을 수행하러 무작정 달려나가는 모습이라니! 마음씨 착한 앨리스의 '본연의 모습'을 이토록 재미있게 묘사할 수 있다니! 물론 앨리스는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후회한다. 이어지는 대목처럼.
앨리스는 달려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토끼가 날 제 하녀로 아는 것 같아. 내가 다른 사람인 걸 알게 되면 얼마나 놀랄까! 하지만 일단은 부채와 장갑을 갖다주는 게 좋겠어. 찾을 수만 있다면 말야." 바로 그때 작고 아기자기한 집 한 채가 앨리스의 눈에 들어왔다. …… (82쪽)
근심 많은 흰 토끼를 위해 부채와 장갑을 찾으러 갔던 앨리스는 거기서 눈에 띈 음료를 (이제는 모험심이 발동해서 부푼 기대를 안고) 마신 뒤에 방 안을 꽉 채울 정도로 몸집이 불어났다가, 방 안에 널린 자갈돌이 마룻바닥에서 케이크로 바뀌는 바람에 그걸 먹고 다시 몸이 작아져 그 집을 빠져 나온다. 울창한 숲에 다다른 앨리스는 혼자 중얼거린다. "맨 먼저 할 일은, 원래 크기로 돌아가는 거야. 그 다음에는 어여쁜 정원으로 가야 하구." 바로 그때 거대한 강아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앨리스를 쳐다본다. 앨리스의 몸집이 어느새 '버섯만큼' 작게 변했던 것이다. 이처럼 원더랜드에서는 새로운 캐릭터와 공간들이 뚜렷한 방향성도 없이 끊임없이 새롭게 펼쳐진다. 그곳에서는 흡사 꿈처럼 비논리적인 상황이 현실을 지배하는 논리와 기이하게 뒤섞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관통하는 또다른 핵심은 넌센스이다. 현실의 세계가 커먼 센스, 즉 상식이 통하는 세계라면, 원더랜드는 '터무니 없는 말이나 생각'이라는 의미의 넌센스가 정상적인 것처럼 통하는 세계일 수밖에 없다. 앨리스는 모험적이면서도 당돌하고 당당한 소녀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토끼나 쥐, 털벌레나 고양이와도 얼마든지 곧바로(?) 대화가 통할 만큼 머리가 몹시 말랑말랑한 어린 소녀였다. 온통 넌센스로 가득한 원더랜드는 '따분한 현실 세계'에 지겨워 하던 앨리스에게는 (내심 불안하긴 하지만 이미 별탈이 없을 거라는 지레짐작까지 하면서)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계'이면서 동시에 몹시도 가변성으로 가득 찬 흥미 넘치는 넌센스의 세계였다. 그러니 앨리스가 넌센스로 가득한 '그들만의 대화' 앞에서 매번 당황하고 동요할 까닭은 없었다. 모험을 좋아했던 앨리스는 넌센스와 무의미에 능히 대응하고 수용할 만큼 충분히 어리기도 했던 것이다.
"여기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
"저기로 가면 ……" 고양이가 오른발을 휘저으며 말했다. "이상한 모자가 살고 있고, 또 저기로 가면 ……"(이번에는 왼쪽 발을 흔들면서) "삼월이(March Hare, 3월 토끼, 뜀박질 토끼)를 만날 수 있지. 아무 데로나 가. 다 미쳤거든."
"미치광이들은 싫어." 앨리스가 말했다.
"잘 안 될걸." 고양이가 말했다. "여기는 다 제정신이 아니야.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지."
"내가 미쳤다는 걸 어떻게 알지?" 앨리스가 물었다.
"틀림없는 사실이야." 고양이가 대꾸했다. "안 그러면 네가 여기 왔겠어?"
앨리스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이렇게 말을 더했다. "네가 미쳤다는 건 어떻게 아는데?"
"우선은 …… 개는 미치지 않았어. 인정해?"
"응 그런 것 같아."
"그러니까 개는 화가 나면 으르렁거리고,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흔들지. 하지만 난, 나는 기분이 좋으면 으르렁거리고, 화가 나면 꼬리를 흔들어. 내가 미쳤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지."(133쪽)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이상하리만큼 나이를 먹어서 읽은 독자로서 마지막으로 덧붙일 게 아직도 남아 있다면 그것은 이 진귀한 동화가 태어날 무렵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려낸 작가의 서문 일부다.
찬란한 오후
느긋한 주항(舟航).
두 개의 노에 얹힌 가녀린 팔,
변변찮은 흉내.
쓸데없는 손짓.
그렇게 떠가는 우리의 소풍.
우악스런 삼총사가
그 꿈결 같던 오후에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지.
노를 젓느라 힘들어 죽겠는 아저씨한테.
허나 연약한 사람 한 명의 목소리가
셋의 아우성을 무슨 수로 당하리요?
프리마(Prima)의 고압적인 명령,
"시작하세요!"
세쿤다(Secunda)의 바람은,
"짱 재미있는 걸로!"
허나, 테르티아(Tertia)는 수시로 끼어드는 방해꾼.
(중략)
놀라운 세상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천천히, 느리게, 하나, 그리고 또 하나.
아저씬 기묘하고 기발한 사건을 지어냈고,
이제 그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행복한 탐험대원.
그리고, 지는 해.
세상의 모든 앨리스여!
이 놀라운 세상 모험을 즐겨주세요.
어린 시절의 꿈은 신비한 기억으로 저장되고,
이 이야기도 살포시 거기 놓이겠지요.
먼 나라에서 꺾어 온 꽃으로 만든,
순례자의 시든 화환처럼 말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