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학계를 빛낸 최고의 연구 성과는 무엇일까?’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21일 세계 7대 수학난제 중 하나인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연구를 올해 최고의 과학 성과로 꼽았다. 사이언스는 또 ‘올해의 몰락(Breakdown of the Year)’으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들었다. 사이언스가 이날 발표한 올해 과학계의 10대 뉴스를 살펴보자.》
1위 푸앵카레 추측 증명
‘푸앵카레 추측’이란 ‘어떤 하나의 밀폐된 3차원 공간에서 모든 밀폐된 곡선이 수축돼 하나의 점이 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반드시 원구(圓球)로 변형될 수 있다’는 추론. 예를 들면 상자와 공이 변형을 거듭하면 같은 ‘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형태를 밝히는 문제와도 관련돼 있다. 2003년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 씨는 ‘푸앵카레 추측’ 가운데 가설을 해결하는 요령을 제시한 논문 3편을 냈다. 이 논문을 토대로 올해 중국 중산(中山)대 주시핑(朱熹平) 교수와 칭화(淸華)대 차오화이둥(曹懷東) 교수가 문제를 풀어낸 것.
하지만 이번 연구의 기초를 제공한 페렐만 씨는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을 거부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2위 화석에서 DNA 추출
11월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3만8000년 전 네안데르탈인 화석에서 각각 6만5250개와 100만 개의 DNA 염기서열을 밝혀냈다. DNA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약 45만 년 전에 갈라져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근친 관계였다는 것. 연구팀은 앞으로 2년 안에 330만 쌍의 염기서열을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에는 유전자를 박테리아와 결합시킨 뒤 복제하는 방식으로 오래된 DNA를 판독하는 ‘메타지노믹스’ 기술이 활용됐다.
3위 급감하는 빙하 면적
빙하학자들이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를 덮고 있는 얼음 층이 점점 줄고 있으며 그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얼음 층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미국 뉴올리언스, 남부 플로리다, 방글라데시 등의 저지대가 수백 년 안에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예측은 비행기에서 레이저 고도계로 촬영한 자료와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레이더의 판독 결과로 이뤄졌다.
4위 물고기-새 중간형태 동물 화석 발견
깊은 물속을 헤엄치다 훗날 땅위를 걸어 다닌 3억7500만 년 된 물고기 화석이 발견됐다. 척추가 있는 사지동물은 3억6000만∼3억7000만 년 전에 살았던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에서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새로 발견된 물고기 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사지동물에 가장 가까운 형태다.
5위 ‘투명망토’ 전 단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레이더 같은 마이크로파 방사선으로부터 물체를 감추는 장치를 개발했다. 작동 원리는 마이크로파가 물체에 부딪혀 반사되지 않고 비켜 가도록 하는 것. 물체가 마이크로파나 가시광선을 반사하면 그 파동이 눈이나 안테나를 통해 인식되는데 이 장치는 그런 반사나 산란 현상을 줄여 준다. 이런 방식으로 물체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속일 수 있다.
6위 시력감퇴 환자들의 새 희망
노화에 따른 시력감퇴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제네텍이 개발한 ‘레니비주맙’을 노안에 따른 시력상실(망막황반변성)을 치료할 수 있는 정식 치료약물로 허가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망막 중심에 있는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면서 점점 시력을 잃게 되는데, 이 약물은 ‘VEGF’란 단백질을 자극해 정상적인 혈관 생성을 촉진한다.
7위 생물 다양성의 미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유전적인 다양성을 띠는 생물이 올해 많이 발견됐다. 미국 플로리다 해변에 사는 쥐는 ‘멜라노코틴1 수용체’ 유전자의 염기 하나가 달라 다른 쥐에 비해 털 색깔이 36%나 밝다. 또 선인장 핀치새는 ‘칼모듈린’이란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상대적으로 긴 부리를 갖고 태어난다.
8위 빛의 한계를 넘어
빛의 한계를 넘어 세포와 단백질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새 기술이 개발됐다. 현미경은 가시광선 파장의 절반보다 작은 물체(200nm 미만·1nm는 10억분의 1m)는 구별하지 못했다. 4월 독일 과학자들은 ‘유도방출소모(STED)’ 기술을 활용해 신경세포의 하나인 시냅스 소포체(15∼60nm 수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9위 기억의 집념
기억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그동안 ‘장기시냅스강화(LTP)’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하지만 외부자극으로 신경의 연결부위가 강화되는 현상인 LTP를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1월 과학자들은 소리에 반응하는 쥐를 통해 LTP를 관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10위 새로운 RNA 발견
미국 뉴욕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의 그레그 해넌 박사팀은 쥐의 정소에서 마이크로RNA와 siRNA보다 약간 긴 새로운 RNA를 발견했다. 이 RNA는 쥐의 정소에서 만들어지는 ‘피위(Piwi)’ 단백질과 결합하기 때문에 ‘piRNA(Piwi-interacting RNA)’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학자들은 이 RNA가 동물들의 정자 생산과 유지를 조절한다고 보고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동아일보 2006-12-22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