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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5600% 신화를 쓰다 - 가치투자의 귀재 존 네프
존 네프 & 스티븐 L. 민츠 지음, 김광수 옮김 / 시대의창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의 동향이 확산될 경우 대중은 개인의 참여를 요구하게 되며, 나 혼자만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콘서트 현장에서 혼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낼 용기는...? 보통사람이라면 함부로 하기 어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비인기주를 매수하는 일은 이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 本文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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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네프는 올해 74세로 이미 10년 전인 1995년에 은퇴한 펀드매니저이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펀드업계의 전설로 남아있는 인물이다. 그는 1964년부터 1995년까지 무려 31년간 뱅가드 윈저 펀드를 운용했으며, 총 5,546.4%의 수익률을 올려 같은 기간의 S&P500 지수의 총수익률을 두 배 이상이나 앞서는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또한 그는 이 기간 동안 20번이나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펀드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1976년 이후 지금까지도 배런스 라운드테이블에 초청될 만큼 주식 투자에 관한 남다른 권위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사실 워렌 버펫이나 피터 린치만큼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다소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는 펀드운용방식과도 얼마간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에 관해서 다룬 책들이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점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책 말고도 존 네프에 관해서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책은 스티브 민츠(이 책의 공저자임)외 2인이 지은 8인의 거장이 밝히는 나의 투자 전략(원제 Beyond Wall Street)이라는 책 한 권에 불과할 정도여서, 나이로 보면 그와 동갑이나 다름없는 워렌 버펫이나 조지 소로스(둘 다 1930년생)에 관한 책이 비교적 여러 권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현실에 비춰봐서도 존 네프가 조금은 덜 유명한 것이 일견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존 네프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나의 성공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제목 아래 그의 시티뱅크 투자에 관한 무용담을 소개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시티은행의 전설'로도 일컬어지는 유명한 이야기인데, 1987년부터 1992년까지 그는 무려 6년에 걸쳐서 시티뱅크 주식과의 대장정을 함께 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는 투자자로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기대와 실망, 믿음과 좌절, 우려와 비난들을 빼놓지 않고 겪게 된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역행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 자신의 현명한 판단과 꺽이지 않는 꿋꿋한 의지를 지켜낸 끝에 마침내 오랜 기다림의 대가를 만끽하게 된다. 그는 시티뱅크에 대한 투자 경험을 통해 투자의 성공은 반드시 우량주나 강세시장과 직결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였으며, 그 자신의 성공을 이끌어낸 원동력이 무엇이었던가를 명백히 한 이후에 주식시장과 싸워온 오랜 세월 동안의 투자 경험을 소상히 꺼내놓기 시작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에서는 그 자신이 표현한 대로 '미시간 촌뜨기'가 단돈 20달러를 들고 시골을 떠나 트럭을 얻어타고 뉴욕으로 나서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애널리스트로서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일, 그리고 마침내 윈저 펀드를 지휘하게 되는 과정 등을 들려준다.
제2부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네프의 '낮은 PER 종목'에 대한 투자 원칙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아울러 그는 이 원칙보다 훨씬 더 중요한 측면으로서, 그 자신이 세운 투자원칙을 흔들림없이 지켜나가는 과정을 여러 차례에 걸쳐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윈저 펀드의 핵심 투자전략은 저PER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있다. 또한 네프는 '총수익률'이라는 개념과 PER의 긍정적인 관계를 발견하여 이를 윈저 펀드 운용의 핵심적 경쟁력으로 삼았다. '총수익률'이란 미래의 성장 추정치, 즉 연간 수익성장률과 배당수익률의 합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윈저 펀드는 오랜 기간 동안 PER이 총수익률의 절반과 비슷한 수준인 종목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고 한다.
또한 윈저 펀드의 또 하나의 주된 전략은 '계산된 참여'라는 공식을 저PR 투자와 혼합하는 데에 있었다. 즉 투자대상 주식들을 인기성장주, 비인기 성장주, 적정 성장주 및 순환성장주로 분류하고, 늘 시장의 인기와 흐름에 역행하는 데 촛점을 맞춤으로서 인기없는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PER 포트폴리오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마음가짐'이라는 요소이며, 네프가 윈저에서 남다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기꺼이 리스크를 무릅쓰며 대중이 지향하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 덕분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제3부는 소위 '윈저펀드의 투자일지'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펀드 운용에 관한 매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1970년부터 1993년까지 해마다 펀드수익률이 어떠했으며, 어떤 종목에 어떻게 투자했다는 내용들이 다소 지루하게 언급되어 있어서, 윈저 펀드의 주주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읽는 재미가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네프가 윈저 펀드을 운용했던 이 기간 동안의 미국 증시의 흐름과 펀드매니저의 시장흐름에 대한 판단, 종목 선택에 대한 숱한 고민들, 펀드수익률과 벤치마크가 되는 시장수익률에 대한 압박감등에 대해 사실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점은 다른 책에서는 쉽사리 접할 수 없는 부분이다.
투자 거장들의 투자방식을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만큼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굳이 다른 투자의 거장들과 네프와의 차이를 언급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즉, 피터린치는 3루타, 5루타 혹은 10루타 종목들의 꾸준한 발굴을 통해 마젤란 펀드와 그 자신을 빛나게 만들었다면, 네프의 윈저 펀드는 신화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점수를 홈런 보다는 잦은 안타를 통해 빼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터린치는 대형 장외홈런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라면 종목수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많은 수의 종목들을 펀드에 편입했지만, 네프는 '계산된 참여'의 틀을 바탕으로 종목별 배당율을 포함한 온갖 수치들에 대해서 일일이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총수익률'을 산출한 뒤에 추려진 '낮은 PER의 종목들만' 투자범위에 포함시켰다는 차이점이 있다.
워렌 버펫과 비교해 봤을때의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네프의 투자 방식은 투자기간이 비교적 짧고, 기술주든 경기순환주든 가리지 않으며, 매수와 매도의 '타이밍'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과 수치를 통해 산출된 종목을 중심으로 폭넓은 분산 투자를 지향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네프의 투자스타일 자체가 시장의 인기와는 정반대 방향을 지향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 자신도 수십년의 투자 경력 가운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활황장세가 반드시 매번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마치 요즘의 우리나라의 주식시장과 같이 주기적으로 뜨겁게 불타오르는 활황장세를 빗대어 그는 '아드레날린 장세'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였다. 바야흐로 한국의 주식시장도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흥분에 찬 목소리들이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는 요즈음, 까마득히 오래 전인 1960년대부터 시작하여 무려 30년 이상을 자신의 투자원칙을 굳건히 고수해온 이 가치투자의 귀재가 오늘날의 투자자들에게 들려주는 다음의 이야기가 새삼 경종처럼 깊은 울림으로 들려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내가 뮤추얼펀드의 운용을 책임진 이후로 세상은 참 많이도 변했다. 그러나 투자의 본질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저PER 종목은 '용기있게' 매수하는 투자자들에게 그만한 기회를 가져다준다. 오늘날에도 투자자들은 군중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최근에는 활용 가능한 정보의 양이 실로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나 지식없이 무작정 덤비는 단기 투자자들 역시 많다는 점이다.
오늘날처럼 피상적인 정보와 지식에 의존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신중한 투자자들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 펀더멘털, 업종, 경제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남들이 이미 발견한 광산을 뒤늦게 쫓아다닐 뿐이다. 마찬가지로, 인기 절정에 이른 뮤추얼펀드만을 찾아다니며 큰 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들 역시 이미 한물간 조류에 편승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어느 시대에서나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마치 그들 모두에게 황금을 안겨줄 거대한 광맥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황금을 향한 질주는 결국 비극적인 종말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모든 이들이 횡재를 얻으려고 뛰어들지만 거의 대부분은 빈털털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게 주식시장의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