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문 콘텐츠 디렉터라는 저자의 직업적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12개의 키워드(즉 문학, 미술, 건축, 음악, 문화, 종교, 음식, 역사, 철학, 과학, 경제, 공부)로 풀어내고 있는데, 각 주제에 속한 총 365개의 항목들은 하나하나 내용이 충실하다. 또 비슷한 기획의 다른 책들보다 글자 크기가 작다고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한정된 지면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내용을 담아 독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각 주제에 속한 각각의 항목들은 그 자체로도 매우 방대한 내용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묵직한 것들이 많은데,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저자의 글 솜씨가 정말 탁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연대순으로 보면 고조선의 역사에서 최근 이어령 선생님의 타계 소식과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까지,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되는 한국사의 특별한 순간들을 모두 망라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책 뒤쪽에 찾아보기를 통해 이 책이 다룬 전 주제의 각 항목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식으로 정리해놓았기 때문에 독자에게 무척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