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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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이야기에서 발견하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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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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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과 속도실용성을 강조하는 사회일수록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의 삶의 형태 또한 주류에 맞추기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우리는 그런 강요된 삶의 형태를 아주 어릴 때부터 경험한다어쩌면 태어나기도 전에 그런 경향에 길들여진 부모로부터 강요가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어떤 영역에서도 돌연변이가 있듯 자기만의 삶의 방식이 아니면 견딜 수 없고 생기를 잃어버리는즉 주변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고혼자 있을 때 더 편하게 느끼고오히려 그런 생활 패턴이 더 생산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작은 헌책방의 저자 다나카 미호 씨도 나에겐 그런 유형의 사람으로 보였다저자도 말하고 있듯어디에 돌아다니기보다 고착생활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헌책방 운영이라는 형태로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무슨 큰 고민이나 중대한 결심을 바탕으로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10개월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면 긴어쨌거나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직장생활의 경험을 통해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생존 본능이저자의 무던한 성품과 결합되어직장을 그만두자마자 그날 바로 헌책방을 하기로 결심하고 부동산을 찾아다닌 실천으로 나온 것이다.







이 책은 다소 복잡한 독서를 하고 있던 나에게 일종의 휴식 같은 시간을 제공해주었다저자의 삶과 가게 운영의 방식이 외부에서 봤을 때 굉장히 철이 없고 이런 경쟁 사회와도 어울리지 않고 어쩐지 운이 좋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용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저자는 자기 나름대로의 삶의 기준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자신만이 부여받을 수 있는 행운까지 덩달아 얻은 경우로 보인다.

 

이 책은 헌책방을 운영하는 노하우나 밀도 있는 경험을 들려주지 않는다심지어 헌책방과 저자가 특별히 관심 있어 하는 분야는 이끼 이야기와 헌책방을 하면서 꼭 헌책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연관되어 경험하게 된 에피소드들의 비중이 비슷하다따라서 헌책방은 하나의 메타포다모두가 다 옳다고 여기거나 옳은지 그른지 판단도 하지 못한 채 휩쓸려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답니다라고이렇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음을삶이란 것이 꼭 하나의 정답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도구이자 선택지였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 독립서점이 많이 생겨났고그에 관련된 여러 삶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특정 연예인이나 좀 알려진 사람들이 해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고일반인들 중에도 무척 인상적인 서점 운영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대안적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았다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그쪽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게 되었는데역시 고난을 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이 책의 문고본 후기가 작성된 시점이 2016년 7월 7일인데우리보다 환경적으로 더 열악한 측면도 있는 일본에서, ‘벌레문고가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을런지 궁금해진다인터넷으로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같은 고서적 판매를 소재로 한 라이트노벨이 떠올랐다오랜만에 다시 꺼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요하게 정제되었으면서도 차분한 열정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물론 저자의 헌책방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지만 어쩐지 꾸며낸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살고 있는 오카야마라는 곳은 연중 기후가 매우 안정적이고 지리적으로도 풍파에 시달리지 않는 편에 속해서 사람들로부터는 절박함보다는 느긋한 성품이나 둥글둥글한 분위가가 충만한 곳이라고 한다저자의 이런 성장 환경도 벌레문고가 오래도록 존재할 수 있었던 주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꼭 방문해보고 싶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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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의 유산
장웨이 지음, 조성환 옮김 / 파람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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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험난했던 시대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쳐나갔고, 인류의 유산으로 남은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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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의 유산
장웨이 지음, 조성환 옮김 / 파람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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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홍준성 작가의 카르마 폴리스란 소설 속 등장인물 간의 대화에서 성경이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해석에 저항하는 텍스트의 속성’ 때문이라고 서술된 장면이 있다이는 곧 성경이 메시지의 통일성과 일관성 뿐만 아니라 그에 준하는 여러 방면의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성이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즉 오래도록 인류 역사에 살아남아 큰 영향을 끼치는 텍스트는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으면서도 아무나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체득할 수 없는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아무나 그 의미를 확장시킬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그런 점에서 도연명의 유산에서 다루고 있는 4세기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작품들은 오래도록 그 생명력과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기에 위대한 인류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비견될 만큼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이 그 시대의 사회상이었던 위진 시기에 살았던 도연명은 시대의 환란 속에서 특정 무리에 속하거나 특정 권력을 쫓지 않았다그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았고군체 밖의 특별한 개체로서 존재했으며두드러진 그림자의 존재감으로 스스로 음미하며 살아가는 즐거움 찾으며 살았다그의 삶은 외롭고 고독한 느낌이 짙었다하지만 그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이는 일이 드물었다그는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독창적 삶을 살아냈지만 반면 고난과 괴로움을 극도로 인내하며 살아가는 삶이기도 했다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로소리 없이 흔적 없이 사라져간 인물이다현재는 그가 남긴 100여편의 시문을 통해그가 역사상 얼마나 중요한 흔적을 남기고 갔는지 알 수 있다.

 

도연명은 당시 평균적인 지식인과 예술가의 모습을 뛰어넘어 소박한 자아의 생활을 추구했다그러면서 어떤 하나의 사조에 치우지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독불장군은 아니었다당시 혼란스런 세태에서 등장한 다양한 주장이나 이론들을 다방면으로 시험해보고 유익한 것은 수용하는 유연한 모습도 보여준다그는 전통과 풍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으며오히려 당대 풍조의 산아이며 일부였다그의 탁월한 업적은 완전한 독립적 창조나 시대에 대한 극단적인 반항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예술과 사상의 차이에 대해 논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둘 다 어려운 시기에 특출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건 동일하지만예술은 난세에나 태평성세에나 그에 맞게 표현될 수 있는 반면사상의 영역에서는 시절이 좋으면 열매를 맺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왜냐하면 사상이란 개인의 독창성의 발현에서 나오는 것인데살기 좋은 때에는 주류 의식에서 벗어나 독창성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또 개체와 집단정글의 법칙과 문명의 법칙의 대비에 관한 논의가 책 전반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도연명이 당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유롭게그러면서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분노와 한탄을 쏟아놓을 때그의 계획적인 회피와 자아 환기는 이해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설명되고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의 대명사와도 같은 춘추전국시대보다 더 잔혹하고 위험한 시기가 위진시대라고 한다도연명은 동시대인들이 죽음의 공포가 만연하고 생존하기에 너무나 힘겨운 환경에 처해 있음을 목격하면서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한 지식인이다비록 소극적으로 보이는 그의 저항이 당대에는 어떠했을지 몰라도 후대에 이렇게 여러 학자들과 문화를 흠모하는 사람들로부터 계속 연구되고 회자되는 것을 보면그의 방식은 혼란스러운 세상을 대처하는 하나의 삶의 지혜로서 계속 그 영향력을 유지할 것 같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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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고래잡이 - 라말레라 부족과 함께한 3년간의 기록
더그 복 클락 지음, 양병찬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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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고래 한 마리만 잡으면 부족민 전체가 한동안 식량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방식을 지켜온 라말레라 부족이 부족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렵채집사회 중 하나이며가장 작은 규모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부족이다식민지부터 산업화의 물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화 소멸의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앞날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책에 따르면 전 세계에 거주하는 원주민은 3억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이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해 있는데산업화된 생활 방식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전통에 충실함으로써 현대 세계의 혜택에서 소외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현대화를 받아들임으로서 전통사회의 단점이 해소되는 이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원주민의 삶에 있어 생태 친화적 생활이 생태 파괴적 삶으로 전환되고부족 고유의 신화나 정체성은 국민이라는 더 큰 범주에 종속됨으로서 상실되는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







라말레라 부족을 비롯한 많은 원주민 부족이 현대화를 받아들일 경우 그 선택권이 매우 제약적이라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이것은 바꿔말하면 현대화를 부추기는 서구인들의 전략이 매우 악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그들은 라말레라 부족 기준으로 볼 때가진 선택권이래봐야 그들의 전통적인 고래잡이로 일할 것인가아니면 공사장 인부로 일할 것인가가 고작이다전통적인 물물교환의 경제에서 화폐경제로 강제 이동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자녀들의 교육문제도 한몫을 하고 있다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시키면서도 전통을 지킬 수 있는 여건이 불가능하다.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농업이 최초로 발달한 이래정착 생활이 대규모의 집단으로 확장되면서 수렵 채집인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제국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수렵채집사회를 문명화에 끌어들이거나 제거하는 가운데 줄어들어왔던 언어와 문화의 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500년 전만 해도 당시 전 세계에는 1만 5,000개의 언어가 존재했다고 한다식민지화가 시작될 때만 해도 전 세계 수렵채집인은 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하는데대항해시대 이래 유럽인들이 자행한 약탈과 살인집단학살은 너무나 끔찍했다대표적으로 아메리카대륙에서 원주민이 95% 이상 감소한 사례가 있다그러나 라멜라라 부족은 외진 곳에 있었고 탐욕의 대상이 될 만한 자원이 없어 오늘날까지 전통을 지키며 명맥을 유지할 하나의 조건을 확보했던 셈이다이 책은 또한 2000년대에 접어들어 20세기의 제국형 식민주의가 사라졌는지는 몰라도산업화라는 새 시대의 식민지 운동이 다시 지구를 점령해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돈이 될 만한 땅의 원주민들이 살해당하고 문화가 강탈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더불어 역사상 멸종이 동식물뿐만 아니라 언어 같은 문화의 멸종도 겸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라말레라 부족의 독특한 풍습들은 흥미롭다예를 들어 고래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고래가 사납게 구는 것은 조상님의 분부를 어겼기 때문이며따라서 앞으로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선배 고래잡이의 상황 파악과 해결책 제시고래잡이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할 경우앵무조개 껍질을 수습되지 않은 시신을 대신해 매장하는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그들에게 앵무조개 껍질은 영원을 상징한다고 한다또 가뭄이 들면 일월신 레라울란이란 신이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라며기우제에 해당하는 의식을 치르는데사람을 두 패로 나누어 싸움을 붙여 거기서 흘리는 피를 제물로 바친다는 것이다그래서 가뭄이 들때마다 피를 얻기 위한 싸움이 벌어진다동물의 피가 제물에 쓰이거나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사물이 제물이 되는 경우는 더러 봤는데집단 싸움을 일으켜 거기서 나오는 피를 기우제에 활용한다는 건 또 생소하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이전의 서구사회의 탐욕으로 빚어진 영토와 자원의 수탈즉 전통사회에 식민지를 건설하고산업사회에 들어와서는 물질의 맛을 보여주어 더 이상 전통을 지킬 수 없게 만드는 악랄한 방법을 사용하는 방식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주면서앞으로는 기본적으로 전통사회의 문화와 현대사회의 문화가 다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전통사회의 단점이 현대사회의 장점으로 극복되는 사례도 있고반대로 현대사회의 병폐에 대해 전통사회의 미덕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전 지구적인 평등과 상호적 관계를 구축해야 함을 주장한다이 조율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는 없겠지만지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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