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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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또는 생명체의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명의 시작, 탄생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죽음이 끝이라면, 끝이 있기 위해서는 시작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먼저 생물의 탄생 사건의 배경이 되는 우주의 탄생부터 먼저 다룬다. 빅뱅 이후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천체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져갔다. 그러던 중 태양계의 행성 지구가 형성되고, 그 안에서 오랜 시간 무수히 많은 화학 반응 작용으로 인해 드디어 생명의 초석이 되는 유기물질이 나타나게 된다.

생명의 재료인 유기물질은 이어서 자신의 특성을 대대로 전하는 유전물질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DNA', 또는 'RNA'가 대표적이다. 지금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모두 이 기본 유전물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최초의 생명체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이 유전물질은 더 안정적인 자기복제가 가능한 세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세포들의 무수한 분열과 합성을 통해 우리가 생물이라고 인지할 만한 원시생물들이 탄생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물론 그 이전부터도 소멸과 생성의 사이클은 반복되어 왔지만, 실제로 우리가 생명체라고 인지할 수 있는 형태의 생물이 죽고 태어나는 순환의 의미는, 인류가 탄생하고 생각하는 힘이 커지고, 문명과 문화를 이루면서 인간에게 가장 큰 미스터리이자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죽음에 대한 인류의 반응 대부분은 슬픔과 고통, 공포심이다. 인간의 특성인 감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죽음의 문제를 풀어간다. 그리고 뜻밖에 이 과학적 접근 방법이 오히려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이 얼마나 생명의 탄생과 보존, 존속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려주면서 오히려 죽음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너무나 인간적이었기에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생명이 왜 계속 이어져야 되는지는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다. 아무튼 변화와 선택이라는 진화 과정을 통해 지금의 인간이 만들어졌고, 우리는 이 문제를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생명이 탄생했고, 그 과정에서 죽음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밝혀낸 단계에 있는 것이다.

생명체에게 죽음은 곧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죽은 개체는 자연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거나 남아 있는 생물들에게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고 번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죽음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생명의 수레바퀴가 계속 힘차게 돌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행성 차원에서도 죽음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구의 아름다움은 생물의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다양성의 근원을, 저자는 생물의 죽음이라는 현상과 연결시킨다.

“만든 것을 분해하고 다시 바꿔 재활용”이란 표현은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하나의 시작과 끝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은 끝을 향하고,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 이 순환을 통해 생명은 더욱 번성한다. 따라서 죽음은 죽음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생명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이미 유전자 단계에서 설계된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나 이 책과 비슷하게 죽음에 대해 다룬 책들을 읽고 지식을 쌓는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한 번에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내면에는 죽음이 부정적이고 무서운 것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죽음의 토대 위에, 소중한 생명들이 탄생했고, 그중에 우리, 그리고 나 자신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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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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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한다고 해도, 끝끝내 다 알아낼 수 없을 지구의 신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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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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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 서두에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짧은 글에서 ‘여덟 번째 대륙’에 대해 언급한다. 여덟 번째 대륙?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금 지구인들이 분류하는 대륙의 구분에 따르면... 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그리고 다음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여덟 번째 대륙에 대한 정보는 금방 나오지 않는다. 이런 궁금증을 먼저 독자에게 안겨주며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나무다. 저자도 “평생 행성을 지키는 영웅”인 나무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나무의 중요성과 함께 우리 존재와 왜 떼놓을 수 없는 존재인지를 알려준다. 이러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함께한 저자의 이력과 함께 최초의 ‘나무탐험가’란 호칭이 부여되기까지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일관된 애정과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에서 동료 과학자인 실비아 A. 얼이 재미있는 표현을 쓴다. “45억 년이 걸려 형성되었으나 45년 만에 망가진 자연 생태계”라는 표현이다. 사실 이 표현은 굉장히 인간 중심적이다. 4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파괴되는 자연환경 때문에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인간이라는 사고방식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자멸하여 사라진다 해도 지구에는 그다지 큰 의미 있는 사건이 아니다. 45억 년이 걸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 만들어졌듯, 또 묵묵히 오랜 시간을 들여 예전의 모습, 혹은 자연의 섭리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지구의 모습으로 돌아가거나 변화될 뿐이다.

사실 인간이 망가진 자연환경을 돌보고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는 일은 일종의 속죄라고 해야 옳다. 얼마나 많은 생물종이 인간에 의해 멸종되고, 자연환경이 바뀌고 파괴되었는가. 인간의 생존을 전제로 한 인간의 노력은 결국 지구를 위한다는 모든 시도를 자기 기만으로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사고의 흐름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여덟 번째 대륙은 바로 나무 꼭대기, 다시 말해 나무의 높은 부분이었다. 그곳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역사상 인류의 접근이 매우 어려웠던 미개척지는 다양했고, 지금도 여전히 많다. 대표적으로 심해를 들 수 있겠다. 우주 공간도 마찬가지다. 최신식 전자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초미시세계도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볼 때 나무 꼭대기 역시 인류에겐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 미지의 대륙임에 틀림없다. 이곳은 지구가 살아 숨쉬는 특별한 행성임을 더욱 분명히 증명하는 생명 순환의 보고다. 특히 열대지방의 매우 큰 키를 자랑하는 나무들이 감춰두었던 세계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경이를 보여주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이 묘사하는 나무의 세계는 지구생태계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 가장 아랫부분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새로운 세계가 거듭 펼쳐진다. 그 풍경의 변화는 문장으로는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감격을 추측하게 하며,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한다.


이 책은 자연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상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리고 아무리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다고 해도 끝끝내 다 알아낼 수 없는 신비한 지구라는 존재의 광대함을, 인간의 입장에서 얼마나 경외감과 존중심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만든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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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믹스 - 경제학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지음, 박홍경 옮김 / 세종연구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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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문은 원래 한줄기에서 나왔다. 경제학이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그것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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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믹스 - 경제학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지음, 박홍경 옮김 / 세종연구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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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회의 특성을 정량화하고 예측 가능한 이론 안에 묶어두려는 시도는 과거부터 있어 왔다. 뉴턴으로부터 비롯된 기계론적 세계관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과학의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서 인간이든 사회든 이론에 딱 맞아떨어지는 개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모든 세상의 존재와 개념이 절대적 기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비밀이 있음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에 따르면 경제 또는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행동주의 경제학’ 또는 행동경제학은 겉으로 드러난 인간의 행동과 표면적인 심리적 상태를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경제 활동의 원리를 온전히 설명하고 경제적 인간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내릴 수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역시 과학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행동주의 경제학도 하나의 유행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만 남겼을 뿐이다.

저자의 정의에 따르면 ‘휴머노믹스’라는 용어의 뜻은 ‘인간의 자리를 남겨둔 경제학’이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영과 인문학, 마케팅과 인문학, 과학과 인문학의 콜라보는 자주 접했던 것 같은데, 막상 경제학과 인문학을 연결시킨다는 발상은 다소 낯설다. 경제학계 내부에서 ‘경제학은 과학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 존재해왔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점이기도 하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과학의 범주에 넣고 싶어하고 또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오히려 그런 마음가짐이 지나친 나머지 경제학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축인 인간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오류를 불러일으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경제학은 경제에 국한된 학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주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이 행동주의에 한정할 수만도 없는 것이 경제의 특성이다. 현대 경제학의 가장 큰 실책은 인문학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의미에 대한 연구를 무시했다는 말”이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내용 중에 하나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분야와 직종을 막론하고 소득의 4분의 1이 듣기 좋은 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는 부분인데, 그만큼 수치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실체가 경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경제라는 개념 자체가 인간의 생존 전략과 실행에서 나온 것인데, 어째서 주류 경제학은 경제에서 인문학이라는 개념을 떼어내고서 다시 접목시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 책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과학과 인문학의 요소가 모두 융합되어야 온전한 형태의 경제학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표현은 다음과 같다. “오만한 무지, 지적인 자급자족에 맞서 상식이 널리 통용되고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이 이뤄지기를 기도하자” 이 멋진 기도문은 비단 경제학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학문이 원래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별 학문의 진정한 잠재력은 자유로운 교류와 발상, 언제든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태도에서 폭발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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