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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 뇌과학과 정신의학으로 치유하는 고장 난 마음의 문제들 ㅣ 서가명강 시리즈 21
권준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두개골의 모양을 보고 성격을 판단하는 수준에서 전자기기를 활용하여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오늘날의 뇌 과학 수준에 이르기까지 대략 30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거의 2000년 가까이 뇌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뇌의 각 부위마다 특정 기능을 담당한다고 편의상 분류하기는 하지만, 현대 과학은 뇌의 각 부분들이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신경계, 즉 방향성을 가진 네트워크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가 작동 가능하게 만드는 200개가 넘는 신경전달물질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주의, 기억, 각성을 담당하며, 뇌의 언어로 불린다.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연구할 수 없어 오랜 기간 죽은 사람의 뇌를 통해 발전하던 뇌 연구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처음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술은 뇌파 측정이었다. 그런데 CT(컴퓨터단층촬영술)와 MRI(자기공명영상법) 기술이 개발되면서 뇌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MRI다. 이것의 확장 및 파생 기술로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법)과 PET(양전자단층촬영술), PET와 MRI를 합친 PET-MRI 등이 있다. 이처럼 영상 기술의 발달은 더 심도 있는 뇌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뇌에 대해 밝혀진 사실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다른 신체나 장기는 일정 연령이 지나면 퇴화가 진행되지만 뇌는 죽을 때까지 훈련하여 능력의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뇌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뇌 가소성이 생기려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동을 통해 기존 뇌의 신경망에 새로운 연결망이 더해지는 변화를 주어야 한다. 새로운 행동의 반복이 뇌 가소성을 쉽게 일어나게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주어진 환경이 아무리 제한적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얼마든지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의 발달로 뇌의 기능과 구조적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정신질환이 이제는 비상식의 영역에서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의 인식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현상 중 하나다. 정신적인 문제와 신체적인 문제를 따로 생각했던 과거의 인식을 넘어, 이제는 생각과 감정, 행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상식이 되어 가고 있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뇌의 상태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저자의 제안이 눈길을 끈다. 먼저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으로 뇌에 좋은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하고 충분한 수면으로 적절한 세로토닌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일광욕 역시 세로토닌의 합성을 돕는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다. 운동은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우울증에도 치료 요법으로 사용될 만큼 유익하다.

행복은 일반적으로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해되지만, 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뇌의 건강이 곧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신기한 것은 무조건적인 안정과 편안함이 무조건 뇌의 건강과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적절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뇌의 만족감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고통이 무조건 피해야만 하는 부정적인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뇌 건강에 대해 조금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은 부분을 감에 의존한다. 신간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는, 우리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우리의 심리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행복이란 것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