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으로서의 근대경제학 - 경제학의 슈퍼스타 11명과 만나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모리시마 미치오 지음, 이승무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제학과 관련한 수많은 저서들이 출간되고 있다최근에는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통해서 경제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실력자들이 많이 등장했다그리고 그들의 콘텐츠가 책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이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그동안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경제 지식을 전달하는 데 소홀해지면서 나오는 손해가 매우 컸기 때문에다시 성인이 되어 경제에 대한 지식을 기초부터 다시 쌓으려는 시도들에 매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기본적인 용어에서 심리적인 부분과 실질적인 재테크에 이르기까지 마음만 먹으면 더 적극적이고 원활한 경제 활동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경제 현상이 단순히 돈이 오고가거나 살림살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라는 요인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다단순히 경제학 교과서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론적으로만 경제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이론에 맞지 않는 현실을 억지로 끼워맞춰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복잡한 이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지만 대중들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경제학은 일종의 몽상처럼 폐쇄적인 영역이 되어가고 있는 듯 보인다이럴 때 좋은 방법은 지금의 경제학이 형성되기까지 흘러온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이다.




 



이 책은 근대경제학의 형성 과정을 대표적인 열한 명의 인물을 통해 밝히고자 한다경제는 시장자본그리고 다양한 경제주체들로 설명된다하지만 경제 현상은 당대의 사회적 가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사회과학적 성격도 띠고 있다이 책은 세이의 법칙의 시대를 다룬다고 하는데세이의 법칙이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해낸다는 경제학 법칙이다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되면서다시 말해 생산력이 향상되고 생산 관계가 계급화되고 정치나 법률예술철학과 연동된 상하부 구조의 형성으로 복잡한 경향을 띠면서 반()-세이의 법칙적 설명도 불가피하게 된다이 책은 바로 그런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해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에 나는 부분은 역시 가장 익숙한 이름들이다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관념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역사분석에서 힌트를 얻어 경제학에 기초한 역사분석인 사적 유물론을 확립했다이들의 목적은 인간사회의 역사적 발전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었다막스 베버른 다룬 장에서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 이 어떤 배경에서 쓰였는지 보여주는 부분이 흥미롭다이 책의 특징은 종교성이 속세의 정신과 부합할 수 있겠는가를 연구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역사학을 사회과학의 하나로 승격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세이의 법칙 시대가 동일하게 반-세이의 법칙 시대로 전환된다는 부분즉 경제발전의 필연적 결과라고 하는 이 현상을 이해해가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경제학 이론대로 실물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것은 바로 경제가 인간인간들의 연결 체계인 사회라는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그곳에서 완전한 합리도완벽한 윤리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바로 이 부분에서 이 책이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좌파와 우파의 개소리들 - 정치적 개인주의 선언
이관호 지음 / 포르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친 제목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달리 이 책은 무척 충실하고 논리적으로 주제를 다루고 있다이 책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을 구시대의 산물구시대의 장벽으로 규정한다디지털을 축으로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지 살펴보고 근현대사에서 그 원인을 찾아본다.

 

이 책은 먼저 18~19세기에 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자유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명확히 한다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 일반적인 의미의 자유 및 진보와 보수의 개념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그 개념들이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구체적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나타난 자유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우리나라 현황에 적용하여 풀어본다밀의 자유론에서 국가가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고 개입할 수 있는지가 오늘날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쟁점이 된다.




 



먼저 보수의 의미를 바로 잡는다보수는 과거진보는 미래 지향적이라는 관념은 잘못된 것이며기본적으로 둘 다 과거를 대하는 태도에서 갈린다고 한다에드먼드 버크를 소개하면서 보수의 진정한 의미는 이념 지향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 및 유용성을 중요하겨 여기는 것원리보다 경험전통의 존중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용납대화와 타협 시도규제보다 자율의 추구임을 알 수 있다.

 

진보에 대한 논의에서 프랑스 혁명을 두고 보인 버크와 토마스 페인의 상반된 의견과 논쟁을 보는 재미가 있다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이란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도 제공한다또한 이 책은 한국 보수가 가진 자유에 대한 좁고 편향된 이해를 지적하며 한국 보수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자유의 길을 보여준다.

 

저자가 주장하는 정치적 개인주의가 건강하게 자리 잡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의 실천을 제안한다이는 진보보수3지대 상관없이다시 말해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무엇이 더 우리에게 이익이고 사회적 발전을 도모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우리 역사에서 대체로 일방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김옥균과 윤치호를 다룬 부분인데한쪽 면만 보고서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는 역사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더불어 우리의 역사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며일반 시민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정치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특히 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정치의 스펙트럼이 보수와 진보 혹은 좌와 우중간밖에 없는 것인지다른 가능성은 찾을 수 없는 것인지좀 더 실용적인 노선을 정치 사상으로 심화-확장시킬 수 없는지를 고민해본 사람들에게 사유와 논의의 폭과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길잡이로 유용하게 읽힐 것이라 생각된다.

 



* 네이버 「문화충전 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6
전혜진 지음, 다드래기 그림, 이기정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 앞에 양성은 평등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 불가능한 꿈을 실현한 29명의 여성 수학자 이야기 내 멋대로 읽고 십대 6
전혜진 지음, 다드래기 그림, 이기정 감수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학의 매력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원리와 체계가 과거와 현재미래를 관통하고 그 일부인 우리의 현실과 일상에 분명히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다수학이 매우 고통스러운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진정한 수학의 매력과 재미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인생의 즐거운 취미로 삼게 되지 않을까지금보다 더 수학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고 열악했던 시대에여성이라는 신분으로 살게 된다면 어떨까수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수학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역사에 분명한 흔적을 남긴 여성 수학자들의 삶을 통해 수학이 얼마나 매력적인 학문이지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기원전 6세기의 테아노기원후 4세기의 히파티아 이후로 1,500년 동안이나 주목할 만한 여성 수학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다수의 여성들이 대부분의 시기에 열등한 취급을 받았던 인류 역사에서 수학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특히 히파티아는 매우 훌륭한 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역사와 관련하여 최초의 마녀로 규정되며 잔혹한 살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비극의 정점을 찍었다.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던 시대는 18세기까지 이어진다이때 교황 베네딕토 14세라는 인물이 주목된다그는 학문을 사랑한 교황이었는데주목할 점은 성별을 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그래서 그가 교황이었던 시기에 뛰어난 여성 수학 교수가 이 책의 소개에 따르면 두 명이나 나오게 된다그중 한 명인 마리아 아녜시는 지금으로 따지면 금수저로 태어난 데다가 부친의 전폭적인 지원과 천부적 재능으로 미적분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인물로 전해진다물론 여성의 지위가 여전히 낮은 시대였기에 공개적인 강의는 할 수 없었지만 대학 교수로서 수학 교육의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수학자라 할 수 있는 영수합 서씨라는 인물이 소개된다조선 후기의 수학자 홍길주의 어머니인데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이조참판을 지낸 서형수라는 인물의 유일한 딸이라는 사실만이 전해진다그녀가 태어난 집안은 명문가였고실사구시적 학문을 탐구하는 명물학으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여자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보였던 재능을 억누르며 살 수밖에 없었지만 남편을 잘 만났다아내의 재능을 알아보고 평생의 학문적 동반자로 대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밖에 최초의 현대적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확립한 에이다 러브레이스전장에서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가운데 수학적 재능을 바탕으로 통계학의 새로운 문을 연 나이팅게일영화 히든 피겨스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캐서린 존슨 등 역사 속 뛰어난 여성 수학자들의 면면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안한 형식으로 전달되고 있어 수학의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 - 남들보다 튀는 여자들의 목을 쳐라
모나 숄레 지음, 유정애 옮김 / 마음서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여성은 대체로 약자의 입장이었다모든 여성이 약자는 아니었지만 매우 높은 비율로 여성은 약자의 입장에서 고통을 당해왔다페미니즘 운동은 그에 따른 반작용이다그런데사실 페미니즘은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되고 실천되어야 한다약자의 신분은 여성이라는 입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가난한 자병약한 자성소수자 등 소위 주류라 불리는 흐름에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벗어나 있는 모든 형태의 사람들이 다 약자로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이런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진다면 현재와 같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논쟁과 갈등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신간 마녀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력 월간지의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는 모나 숄레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이 책은 역사상 가장 고통스럽고 비참한 입장에 있던 여성들을 조명한다그들은 마녀로 규정되어 사회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다하지만 저자의 시도는 이 마녀라는 개념에 들어 있는 이미지와 속성을 재해석하여 오늘날 페미니스트들이 가져야 할기존의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가치 체계를 추구하는 모델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톡특하고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확인되는 중요한 사실 중 하나그것은 마녀사냥이 중세가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에 시작되었다는 점이다흔히 암흑기로 불리는 중세에 오히려 그런 무지한 비극이 벌어지기 시작했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히려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다른 한편에선 인간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빛나는 인문부흥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에역설적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극심해지기 시작했다니 매우 놀라웠다마치 유대인들을 모든 죄악의 근원인양 혐오했던 반유대주의와 같이어떤 일이 잘못되면 그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기 위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 마녀 탄생의 배경이다예를 들어 흑사병이 발발하면서 불안해진 사회 분위기를 일소하려는 방법으로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이건 마치 관동대지진 때 조선 사람들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씌운 방식과 유사하다.

 

이 책이 소개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주장은 근현대까지 지속된 마녀사냥의 주된 이유로 자본주의에 필요한 노동의 성별 분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즉 자본주의의 체제 확립에 필요한 노동구조를 만들기 위해 여성의 노예화로서의 마녀사냥이 이어졌다는 것이다이런 관념이 형성되는 데 이용된 것으로 전통적인 회화 예술과 디즈니의 에니메이션에서 그려진 여성 이미지가 거론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바로 앞서 언급한 르네상스 이전 시대즉 중세 유럽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비교적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그러니까 500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현재 여성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들이 고착화되었다는 것이다중세 말기에서 르네상스와 종교혁명으로 시대가 전환될 즈음에 만연했던 전염병과 문명 간 충돌에서 비롯된 사회불안정이 인간으로 하여금 가장 기본적인 상식조차 당연하게 지키지 못하게 했던 역사의 증거가 마녀라는 이미지에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두고서 저자가 소개하는 페미니즘은 여성 비하와 양성 갈등의 문제결혼과 출산 문제를 넘어 여성 욕망의 해방과 새로운 성 정체성의 확립환경파괴를 중심으로 한 전지구적 피폐화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운동으로까지 그 외연을 확장하는 총체적 인간 진보 운동의 성격을 보여준다이 책에 담긴 내용이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얼마나 더 성숙한 단계로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이 책을 읽어나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