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 아무리 바빠도 하루 5분의 시간을 내어 시를 읽고 음악을 듣자. 정서가 메말랐을 때를 대비해 마음의 우물 하나쯤은 파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

           

가만히 들여다 본다. 내 안에는 메마름을 대비한 우물이 있을까? 내게는 시와 음악 대신 문학과 인문학이 나를 따라다니는 혹은 소지하는 물통과 같다. 목마름을 해결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게 하는.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기시가 돋는다'는 말은 지식에 한정된 말이 아니다. 책이 흔한 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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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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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지음) |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 티핑 더 벨벳, 끌림> 이 세 권을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이라 일컫는다.이 세 작품 중 활자로 만났던 작품은 없다. 30 여년전 티비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영드 '핑거 스미스'가 굉장히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몇년 전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원작에서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내 눈에는 '핑거 스미스'가 아닌 그냥 박찬욱의 '아가씨'로만 보였다. 감독의 재해석은 박찬욱만의 아가씨로 재탄생한 것 같았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통해 원작을 읽고 싶다는 잠자던 기억이 깨어났고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중 <끌림>을 먼저 시작했다.

<끌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거릿 프라이어와 셀리나 도스의 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특이한 점은 두 사람의 일기의 시기가 2년 정도의 시간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마거릿의 일기는 밀뱅크 감옥을 방문하며 셀리나를 만나게 된 무렵에서 시작되고 셀리나의 일기는 그로부터 2년 전에서 시작되어 밀뱅크에 수감되기 전까지의 일기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세상을 버리려 했던 마거릿은 어머니에게 발견되어 그녀가 원치않는 구조를 받았다. 아빠가 있는 하늘나라에서 눈을 뜨고 싶었지만 다시 지옥으로 끌어내려져 눈을 뜬 것이다. 사랑했던 헬렌은 그녀를 버리고 그녀의 남동생과 결혼을 했다. 마거릿의 모든 일상은 어머니의 감시와 지시에 따라야하는 구속받는 삶이었다. 신체의 자유가 별 의미없는 정신의 구속은 밀뱅크에 수감되어 신체의 자유는 없지만 영혼들을 통해 자유로운 정신을 소유한 셀리나를 동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제목 그대로 '끌림'을 당한 것이다. 당했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소설의 초중반을 넘어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셀리나의 강신술과 마거릿과의 은밀한 비밀 연애같은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반전은 '그 앞까지의 내용을 내가 너무 무성의하게 읽었나?'하는 반성이 들게 할 정도로 소름돋았다.

잊지마, 네가 누구 여자인지를.

끌림 본문 중에서

셀리나에겐 정말 영매의 능력이 있었던 걸까? 누군가의 아픔이 다른 누군가에겐 약점으로 보여 악의의 기회가 된다는 것은 슬픔을 넘어 선 고통이다. 세상으로부터 편견과 차별 때로는 공포의 대상인 영매로서의 삶을 살아온 셀리나. 셀리나를 소유했던 피터 퀵의 존재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포심을 이용하려던 셀리나가 앞세운 허구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끌림 속 등장인물들 중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밀뱅크에 갇힌 수감자들은 자신들이 지은 죄나 사회의 편견으로 부터 그러하고, 밀뱅크의 간수들도 그 안에서 수감자들과 별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 마거릿을 사랑했지만 결국 평범한 결혼을 선택했던 헬렌도 자신의 본능을 억눌렀고 마거릿의 엄마는 타인들의 시선과 평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동성의 사랑에 대한 감정보다는 본능과 자유의 갈망이 더 많이 보여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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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뱅크에서 바르게 행동했기 때문에 플럼으로 이송되기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셀리나는 거부한다. 왜지?
플럼의 죄수들은 상냥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음식도 밀뱅크보다 잘 나온다는데? 그곳에는 마거릿이 방문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걸까? 마거릿 역시도 셀리나의 이송 소식이 달갑지 않다. 이송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셀리나는 간수 브루어 양을 때린다. 이송을 거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테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밀뱅크에 남으려는 이유가 뭘까? 마거릿과 헤어지는게 싫어서? 단지 그 이유 뿐인거야? 도대체 목적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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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0. 프리실라가 보낸 걸 거야. 프리실라가 이탈리아에서 꽃을 보낸 거야...프리실라가 보낸 것뿐이야.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송곳처럼 파고들었던 공포가 사라지자 그 빈자리를 날카로운 실망감이 채웠다. ]

           

한 사람에게 반대되는 두 마음이 공존할 수 있는 모순은 의존과 애정의 대표적인 징후가 아닐까?
마거릿은 셀리나에게 조금씩 감정적인 잠식을 당해가고 있는 중인가? 두 사람의 감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아니면 누구 한 사람의 의도가 있었던 걸까?
드러낼 수 없는 금기된 감정은 진짜 의도를 볼 수 없게 만들었고, 주변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마거릿을 아프고 허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꽃을 보낸건 셀리나였다. 영혼이 배달한 것이라며! 무서운 마음이 들지 않는게 이상한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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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분야에서도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인물들이 있다. 창의와 혁신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이 있어야 한다.
편리함을 내세운 인터넷 서비스망과 기술에 집중된 설계는 자칫 인간이 배제되기 쉽다. 무채색의 도시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친화적인 도시를 원하는 추세가 이를 드러낸다.

빛은 공간의 안과 밖에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 건축을 완성한다. 건축을 완성하는 것이 빛이라면 인생에 있어 인문학이 차지하는 자리가 그 빛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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