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읽었던 카프카의 변신.
나와 잠자가 닮았다며 멘토로부터 권유받아 읽었던 책이다. 징그럽도록 닮은 모습에 읽으며 힘들었고, 다시 읽을 땐 그와 나의 결말이 다름에 안도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전진>에서 만난 변신의 해석은 여러번 재독을 하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했던 디테일과 타인의 해석이 또다른 깨우침을 준다.
책이 주는 위안은 그 책을 읽은 다른 이의 감상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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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너>
떠돌이 뮤지션인 얀은 홀로 커피를 마시고 있던 토니 가드너를 보게 된다. 어릴 적 엄마가 늘 듣던 노래를 부르던 가수였기에 그 감회는 남들과 달랐다.
"29. 당신은 고전이에요. 시나트라나 딘 마틴 같은 존재라고요. 일류들은 언제나 현역이지요. 유행에 밀려나는 법이 없어요."
고전과 한물 간 구닥다리의 차이는 뭘까? 어른과 꼰대의 차이정도?
'아이 폴 인 러브 투 이즐리'노래에 얽힌 가드너 부부의 추억을 듣게 되고 다른 추억을 만드는 일에 함께 하게되는 얀.

가드너 부부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은 사람마다 다르니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씁쓸한 여운이 남는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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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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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클락댄스

앤 타일러 (지음) |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펴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른 적이 있다는 작가 앤 타일러의 소설이다. 열한 번째 소설 '종이시계'로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클락댄스>를 다 읽고 나니 '종이시계'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앤 타일러의 소설은 <클락댄스>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작품에서 풍기는 향기는 '마거릿 애트우트'의 소설들과 비슷하다. 페미니즘이 깔려있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불편하지 않다.

엄마의 가출로 시작되는 열 한살 윌라의 인생을 십 년, 이십 년을 건너 뛰며 얘기한다.

감정기복이 심했던 엄마는 평소에는 다정했지만 어쩌다 불같이 화를 내는 순간에는 한번씩 폭력을 쓰기도 했다. 아내를 사랑하는 아빠는 그런 폭력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았다. 동생을 챙겨야했던 윌라가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이유였고 동생 일레인이 가족과 동떨어진 자기주도적 삶을 살았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스물 한살. 사랑하니까 결혼해야 한다는 데릭은 적극적이다 못해 일방통행이기까지 하다. 자신의 취업때문에 윌라는 학교를 옮겨야했고 출산때문에 학교를 끝마치지 못했다. (데릭은 희생과 양보를 당연하게 강요하면서도 오히려 윌라가 배려심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다.) 당사자인 윌라의 입장만이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윌라의 집으로 처음 데릭을 인사시키러 가던 여행에서 윌라에게 벌어졌던 다소 충격적인 협박사건을 대하는 데릭과 가족들의 반응은 더 놀랍고 충격적이다. 오히려 이때만큼은 엄마만이 제정신같아 보인다.

우연히 데릭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윌라를 위기에서 구해주게 된 결과는 윌라가 데릭을 믿음직스럽고 황홀하게 만들었다.

자기중심적인 데릭은 보복운전을 하다가 젊은 나이로 숨진다. 세월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나고 윌라의 두 아들도 각자의 삶을 산다. 열 살넘게 연상인 피터와 재혼해서 제 2의 삶을 살아가나 싶지만 역시나 피터의 눈치를 보고 그의 뜻대로 사는 삶이다. 그런 그녀에게 뜻밖에 걸려온 전화 한통은 그녀의 삶을 바꾸게 된다.

가족과는 단 한번도 가족같지 않게 살아왔는데 완벽한 타인들 속에서 그녀는 따뜻한 인사와 배려를 받으며 그녀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소비되는 사람이 아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서 말이다.

아홉살 딸 셰릴을 키우는 드니즈가 윌라를 향해 하는 말은 날이 선 듯 날카롭지만 그 누구의 어느 말보다 애정이 깃들어 있다.

252. 왜 그냥 바라기만 해요? 왜 우유부단하게 망설이기만 하세요? 왜 모든 일에 정면으로 나서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거에요?

같이 돌아가자는 피터에게 남겠다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데리러 와주지 않는 피터에게 혼자 알아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윌라의 목소리에 주눅 대신 자신감이 넘친다.

언젠가 셰릴과 드니즈를 만나러 혼자서 여행길에 오를 윌라의 가벼운 발걸음이 기대된다.

*출판사 미래지향의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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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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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지음) | 박우주 (옮김) | 달로와 (펴냄)

하....

이 먹먹함을, 이 애잔함을. 그럼에도 슬프지 않아 다행이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든다.

잔잔하게 흐르는 듯한 얘기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충분히 오랫동안 뉴스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었을 눈먼 소녀의 이야기.

아빠없이 엄마 혼자 기르는 소녀 토와. 엄마의 이름과 토와의 이름을 붙이면 '영원한 사랑'이 된다는 아름다운 얘기를 들려주며 너무나 이쁘게 사랑을 표현하고 이어가는 모성애가 두 아이의 엄마인 나조차도 흉내내지 못할 헌신이 보여 초반에 보여지는 이 모성애에 존경심마저 일어났다. 하지만 열살 생일이 지나고 사라진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수 많은 수요일이 지나고 몇번의 겨울이 지났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자신의 나이도 잊을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토와는 버려진걸까? 남겨진걸까?

아름다운 정원을 지녔던 집은 쓰레기집이 되어가고 세상을 거부한다기보다 공포에 질린 토와는 걸어잠근 문보다 더 굳세게 마음을 닫는다.

가끔은 큰 기대없이 읽어내려가는 책에서 기대이상의 뭉클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토와의 정원>은 책의 홍수에서 보물을 찾은 것처럼 반가운 소설이었다.

토와가 스스로에게 혹은 타인에게 듣거나 건넨 말 중에 중간중간 내게 던지는 말같은 문장들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가슴이 철렁 저 밑바닥까지 던져졌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잊은 척 했을 뿐인 기억과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책 속의 문장들에 위로를 받고 있었다.

230. 잘 버텼어, 라는 말은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분명 나는 잘 버텨온 것이리라.

살기위해 그저 버티기만 해왔던 토와는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발바닥 아치는 걸을 힘을 주었을 뿐 아니라 토와가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도 함께 주었다. 사람은 보호안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픔에서도 배우고 성장한다.

엄마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도록 길들여졌던 토와는 홀로 남겨져 사랑에 목마름을 느꼈지만 이웃에 사는 마리는 넘치다 못해 과했던 엄마의 사랑에 질식할 것만 같았다. 원치않는 사랑, 받는 사람의 마음은 무시된채 주는 사람의 뜻대로 휘두르는 사랑은 또다른 학대나 폭력이 될 수 있다. 누군가의 보호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던 토와는 길잃은 새끼 고양이를 키우며 변화했고 안내견 조이에게서는 서로에게 의지함을 배웠다. 그리고 마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자신을 두고 떠나간 엄마를 용서한다기보다는 이해했다. 길을 잘못 들어선 사랑이었을 뿐 엄마의 사랑도 순수했었음을, 엄마가 자신을 사랑했었음을 이해했다.

살아남아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게 된 토와는 해보고 싶은게 많아졌다. 아마도 그런게 희망이고 삶의 의지가 아닐까? 정말 "살아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출판사 달로와의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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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돈의 탄생 - 돈의 기원부터 비트코인까지 5,000년 화폐의 역사
먀오옌보 지음, 홍민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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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탄생

먀오옌보 (지음) | 홍민경 (옮김) | 현대지성 (펴냄)

작은 부자는 경제 현상만 공부하지만 큰 부자는 "돈의 역사"를 공부한다!

강렬하다.

돈이라는 주제도 솔깃한데 돈의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더 솔깃하게 만든다. 화폐에 대한 관심과 애증이 역사적으로 없었던 때가 있었을까? 과거의 유럽사가 종교와 권력의 대립이었다면 현대는 권력과 돈의 경쟁적 대립과 협력이 역사로 기록되지 않을까?

역사를 서술하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다.

독살, 지도, 인물, 시대순 등. 이번에는 화폐를 따라 역사를 읽었다.

최초의 화페로 쓰였던 것은 '조개껍데기'라고 학창시절에 배운 기억이 난다. <돈의 탄생>.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역시 조개 껍데기였다. 돈의 역사를 따라 시대를 거스르며 그 탄생을 찾는 이야기는 구석기 시대의 농업 사회로 부터 시작한다. 사회 대분업이 결과로 잉여 제품이 생기고 상인이 출현하는 제3차 사회 대분업에 이르기까지. 몇 줄로 줄여 말할 수 있는 역사지만 얼마나 오랜 시간과 불편을 겪어왔을까?

때로는 시대적으로 너무 앞서간 제도들이 적절한 시기를 만나지 못해 사라지기도 했다. 금은령을 발표하고 지폐를 사용하려던 주원장의 방법이 적절한 시대를 만났다면 세계 화폐의 판도가 지금과는 달랐을까?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은 나라의 국운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혜안을 주기도하니 말이다.

불편이 발명을 한다고 했던가? 초기의 지폐는 철전의 양을 기록한 영수증이었지만,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며 진정한 의미의 화폐가 되어갔다. 이제는 가벼운 종이 지폐마저도 소지해야하는 불편을 얘기한다.

실물 화폐에서 시작한 화폐의 역사는 금본위제와 종이지폐라는 발전을 거쳐 신용카드와 온라인 화폐 등의 전자 화폐에 이르렀다. 생활이 온라인으로 확대되면서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종이 지폐의 수명이 3년 안팎이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유통되는 화폐는 전자 화폐의 유통량에 훨씬 못미치는 액수라고 한다. 농담처럼 얘기하는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 농담이 아닌 화폐가 숫자로 대체되는 현실이다. 실물 화폐가 아예 사라져 버린다면 초래되는 것은 편리함일까, 혼란일까?

파운드가 강세이던 것을 달러가 자리를 차지한 것은 세계 대전과 관련이 깊다. 제1차 세계대전이 미국 통화의 급부상을 가져다 준 큰 기회였다.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씁쓸한 진리.

미국의 발전은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맞은 것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부강한 나라와 화폐의 번영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으니 달러의 강세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모든 나라가 순순히 미국과 달러의 영향력을 참고 견디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달러가 국제통화체제 안에서 패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몸부림쳐봐야 국제적 금융 고립상태에 놓이기 쉽다.

금본위제의 폐지에 대해 역사적으로 여러 시도가 있어왔다.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분적인 성공을 이루며 금이 화폐로써 사용되는 일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화폐 대용품이다.

경제는 정치와 맞물리는 톱니바퀴다. 특히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울 때는 금값이 폭등한다.

얼마전까지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비트코인. 이제는 블록체인에 관심이 옮겨가는 듯 보이지만 다음은 어떤 화폐가 등장하게 될까?

실물화폐가 전자화폐로 그리고 가상화폐로 옮겨가고 있다. 그 다음 화폐는 어떤 형태로 등장하게 될까? 그 새로운 판도에 대한민국이 한 자리 차지해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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