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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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고 깊어져요‘가 딱 맞는 내로라의 작품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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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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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티 나인

무라카미 류 (지음) |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펴냄)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소설이라 밝히고 있는 <69>.

'69'가 상징하고 있는 것은 1969년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심각해야할 문제에 있어서도 늘 "~~하면 거짓말이고"를 독자에게 고백하듯 내뱉는 겐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7살 소년이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는 겐은 엉뚱하고 사고나 치는 공부 못하는 문제아다. 교무실에 불려가도 "또 너냐?"는 핀잔과 꾸지람 뿐이다. 책에는 없는 말이지만 "너는 나중에 뭐가 될래?"하는 소리가 음성지원처럼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이쁜 여자애만 보면 야한 상상이나 하는 그 나이대의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년.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로 시작한 영화 만들기는 주변학교 일진들의 주목을 끌고 바리케이트 봉쇄는 무기 자택근신이라는 징계를 받기에 이른다.

119일만에 징계에서 풀려 학교로 돌아오지만 별다른 감회는 없다. 돌아오고 싶었던 곳이라야 돌아왔을 때 감회도 남다르겠지만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라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열일곱 소년에게.

농담을 입에 달고 사는 겐 때문에 중간중간 피식피식 웃음짓게 하는 가벼움이 있는 소설이었지만 그 가벼움이 전부는 아니다. 겐이 심중에 담고 세상에는 내지르지 못하는 말들은 무겁고 무겁다.

105. 네놈은 모교 현관에 빨간 페인트로 글이 적혀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울먹인단 말이냐? 이 학교 건물이 너의 신전이라도 된단 말이냐? 그러나 이런 유의 인간이 정말 무서운 것이다. 무엇이든 한번 믿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학살과 고문과 강간을 일삼은 것도 이런 인간들이다.

겐에게 천사같던 마쓰이 가즈코의 말은 대조적이다.

245. 이 세상에는 잔혹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 베트남이나 유대인 수용소라든지, 그렇지만 난 일부러 그런 영화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왜 그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만 할까?

이 말은 바다 건너 그들의 심중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알고 있다는 의미가 서로 다르고, 진정한 사과의 의미 또한 다른 그들과 우리. 그리고 결국은 잊혀지길 바라는 누군가.

사춘기 소년의 객기어린 성장소설인 줄 알았더니 농담으로 위장한 작가의 의식을 보았다.

세상 일도, 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예상대로만 살아가리란 보장은 없다. 열혈 문제아 겐이 유명한 소설가가 될거라 누가 짐작했겠는가! 혹시 이 부분이 자전적?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작가정신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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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딩 타임 - 절대적 부의 영역을 창조한 시간 사용의 비밀
대니얼 해머메시 지음, 송경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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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딩 타임

대니얼 해머메시 (지음) | 송경진 (옮김) | 해피북스투유 (펴냄)

부의 절대적 영역을 창조한 시간 사용의 비밀

굉장히 자극적이고 솔깃한 표지 문구다.

지금껏 읽어 왔던 몇 권 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계발서들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써야하는지 알려준다던가 성공한 사람들이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게 된 <스펜딩 타임>은 조금 다르다.

실험과 통계, 분석을 통해 시간을 '유급 근로'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시간과 일은 떼어내 따로 생각하기 어려운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고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바로 '유급 근로'다.

반대로 부자들은 고용이라는 형태로 돈을 주고 타인의 시간을 산다. 그 시간들이 부자들의 시간이 되어 그의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25시간이나 30시간이 되어주지는 않지만,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한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은 타인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포함되는 것일 것이다.

시간은 혼자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거나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한다.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은 '사회적 활동'이 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부부일수록 더 행복하고 이혼 가능성이 더 낮은 관계를 의미한다는 내용은 굳이 통계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얘기다.

시간의 활용에 있어서 유급 근로의 시간을 좌우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교육의 수준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자식의 교육에 그토록 열을 올리며 '보다 나은 삶'을 기대하는 것이다.

같은 시간 일을 하고 보다 높은 고소득을 갖게 된다면 추가 근로를 피할 수 있고 폭 넓은 여가 시간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있어서도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되니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기도 하지만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기 위해서도 돈을 지불하는 시대에 있다. 내가 하기 싫은 무엇! 나는 돈을 지불하지만 나 대신 그것을 하는 사람은 시간을 쓰는 것이다. "시간은 돈"이라는 명제가 딱 맞아 떨어진다.

임금이 낮으면 수면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 개인의 여가시간을 수면시간으로 대체한다는 얘기도 공감이 되었다. 돈과 시간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사람들의 보상 반응은 인종이나 민족에 따른 선호의 차이가 없다는 저자의 말도 옳은 듯 보여진다.

285. 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소득 부족보다는 시간 부족을 느끼는 것을 선택할 것이며, 그것이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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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3. 고지도는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주는 값진 유산이다. 지도는 조망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을 담아내려는 상상력과 함께 그려지고 읽힌다. 다만 지도의 상상력은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정보와 공유를 전제로 한다. 타인과 공유되지 않고 타인이 인정할 수 없는 정보로 제작된 지도는 지도 본연의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예술이 주관적인 감상과 느낌으로 감동을 얻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보를 얻고자 할 때는 타인과의 공유를 통한 보편적인 사회적 약속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다름'이라는 개성을 추구하는 예술이 틀에 찍어낸 듯 똑같다면 그 빛을 뽐낼 수 없는 것과는 반대로, 지도처럼 정보를 목적으로 갖는 것은 공유를 통한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아야 한다.

 

*출판사의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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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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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 송은경 (옮김) | 민음사 (펴냄)

달링턴 홀의 집사로 살아온 스티븐스의 독백같은 소설이다.

책을 읽기 전 <남아있는 나날>이라는 제목만이 주는 첫인상은 후회나 아쉬움, 미련 등의 감정이었다. 동명의 영화 제목만 겨우 들어봤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읽어내려갔다.

개인적으로 원래는 기본 줄거리나 핵심 스포일러를 알고 난 후 소설과 영화를 보는 걸 즐기는 타입이다. 나중에 보니 복선이었던 것들을 처음부터 알고 보면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나날>은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읽은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의도보다는 소설의 주인공인 스티븐스의 시점을 쫒으며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해해보려 애쓰는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은퇴를 고려해봐야 할 나이에 이른 집사 스티븐스가 일주일 간의 휴가 중에 20여년 전 달링턴 홀의 총무로 있던 켄턴 양을 만나러 가는 얼핏보면 별다를 것 없는 줄거리지만 그 여정에서 스티븐스가 회고하는 과거는 읽는 독자에게도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서, 집사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스티븐스가 희생하고 포기했던 것들은 제 삼자의 시각에서 보면 답답하고 또 답답한 구석이 많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켄턴 양이 좋아하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으며, 자신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달링턴 홀의 새로운 주인인 패러데이 씨의 농담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직업적으로 받아들여 주인의 눈높이에서 학습해 보려는 노력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자신의 생각이나 자기철학을 잠재우고 오로지 주인의 집사로서 행동한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해고되었던 두 하녀의 입장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집사로서 주어진 명령대로 행동할 뿐이다. 같은 일에 (결국은) 타협했지만 분노와 부당함을 표현했던 켄턴 양과는 달리 말이다.

234. 말해 보세요, 스티븐스 씨. 당신은 왜, 왜, 왜 항상 그렇게 '시치미를 떼고' 살아야 하죠?

그토록 위대한 집사와 집사의 품위에 연연하던 스티븐스는 길을 잃고 우연히 들린 마을에서 자신을 귀족으로 추측하는 사람들의 오해를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 그에게 품위란 신분과 다름아니었던걸까? 결국 그의 현실은 달링턴 홀과 함께 낀 일괄거래의 한 품목임에 불구하고 말이다.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품위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현실은...?

남아있는 나날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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