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 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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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 서병훈 (옮김) | 책세상 (펴냄)



​한 권 한 권 각권으로 읽어도 어렵다는 그의 사상을 <공리주의, 종교론, 자유론, 대의정부론, 사회주의론, 여성의종속>까지 총 6권을 합본으로 엮어 천 페이지를 훌쩍 넘긴 '존 스튜어트 밀 선집'은 그의 사상 만큼이나 묵직하다.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 완독을 목표로 그의 사상을 만났다.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익숙한 <공리주의>. 그러나 질적 행복을 무시한 양적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타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한다면 그 행복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도 없고 어떤식으로든 그 영향은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주변을 불행하게 만들면서 나만 행복하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질적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의 인격이 전반적으로 도야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법을 정의의 기준으로 세운다면 악법에 불복하는 개개인은 정의롭지 못한 '불의'의 사람이 되므로 정의롭지 못한 법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 법이 정의에 관한 궁극적 기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정의의 본질은 평등이 전제 되어야 한다. 그리고 뒤따르는 의무와 권리. 내가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나의 권리를 위해 사회가 나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리가 의무 앞에 우선시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보태어 본다.

​<종교론>을 통해 보여지는 밀의 종교관은 신앙에 대한 믿음보다는 다른 철학자나 문호들이 신과 종교에 대해 쓴 것과는 사뭇 다르다. 신을 예찬하지도 않고 믿음을 드러내거나 믿으라고 종용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신랄한 비판을 하는 것도 아닌 채로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의 '전지전능함'에 대한 모순을 얘기하고 존재의 증명을 위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종교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적 선을 달성하기 위한 법의 보완재로써의 유용성 때문이다. 

​역사 이래로 자유와 권력의 다툼은 계속되어 왔다. 이제 지배자의 권력은 개인의 권력이 아닌 사실상 국민의 권력을 대표하는 권력이며 공권력이라 불리는 이 권력은 '다수의 횡포'가 되기도 한다.
생각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옳지 못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의견의 자유도 무제한 허용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각자의 개성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칼뱅은 '의무가 아닌 것은 죄악이다'라고 하며 인간의 개성을 죄악으로 보았지만, 밀은 반대로 욕망과 충동 역시 신념과 자제 못지 않게 인간을 만드는 필수요소로 보며 개별성을 잘 키워야만 발전이 있다고 보았다. 오늘날에도 강조되는 창의성,창의력과 통하는 얘기가 아닐까? 1800년대에 씌여진 책이라고 하기엔 현시대와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종교의 교리나 문명이 약속이 된 사회에서 제재나 권한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도 자신의 자유만을 주장하는 무지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시대는 더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슬픈 아이러니다.

​<대의정부론>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상적인 정부 형태는 근대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정치와 정부를 예언한 듯이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현실의 문제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그 해결 방법을 제시함에 있어서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처럼 이상적이고 이론적인 답안이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밀은 지식인 계층,엘리트 계급이라 일컬어지는 소수의 사람에게는 무척 관대한 성향을 보이고 있음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식이 높다고 해서 지성과 도덕성이 함께 높은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민주주의에서 빈부의 격차는 그 격차를 더 늘리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끼리 제 살을 파먹는 극한의 경쟁으로 궁지에 몰리게 한다. 인간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이라는 대의가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밀은 사유재산제도를 인정할 수 없었다. 노동을 자아의 현실 투영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임금노동제는 자기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산주의를 맹렬하게 비판했던 이유는 개인의 자유를 부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 사상은 자유론이 아닌가! 민주주의자였던 그는 대중의 무지와 교육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수정된 사회주의자가 되어갔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한계를 직시한 열린 사고를 했다.

​흑인 노예가 사라진 시대에도 여성은 결혼이라는 제도아래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해왔다. 사회진출의 길을 막으며 능력 부족이라는 이유를 들어왔지만 교육과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육아와 가사일로 인해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밀의 사상에 대해 감히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깜냥도 아니지만 사상이라는 것 자체가 절대진리가 아닌 개인의 철학과 생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의 사상 대부분은 열린 사고라 아니 할 수 없다. 1800년대에 씌여진 그의 글은 시대를 예언하듯 앞선 곳도 많다. 몇 군데 불편한 시각과 견해(동양인에 대한 비하 등)가 있었지만 그건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교육과 환경의 영향이니 그의 탓을 할 수는 없다. 
한권만으로도 어려웠을 그의 6권의 사상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 전부를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재독 삼독의 다짐을 하며 의미있었던 밀과의 만남을 접는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책세상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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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팡세미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 팡세미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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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원작) | 천선란 (추천) | 팡세 (펴냄)





<비밀의 화원>은 그 유명세 만큼이나 출판사마다 여러 버전으로 출간되어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오고 있다. 얼마전 완역본을 읽게 되었을 때 아이와 함께 읽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메리 엄마의 방탕한 삶이라던지 아야와 하인들의 손에만 맡긴 채 딸을 방치하고 자신만큼 이쁘지 않은 외모를 이유로 애정을 보이지 않는 모성 등이 그랬다.

아이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이었던지라 깜짝 놀라고 아이보다 먼저 읽게 되어 다행이라고 여겼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만난 '팡세 클래식'의 <비밀의 화원>은 중요 부분이 간추려진 축약본으로 보인다.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 위주로 팡세가 담아내었다. 아이가 좀더 자라면 완역을 읽힐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그런면에서 '비밀의 화원'을 만나는 첫번째 버전은 팡세가 좋을 듯하다.



콜레라로 부모를 모두 잃은 소녀 메리는 이쁜 외모도 아니고 상냥하고 친절한 사랑받는 소녀도 아니다. 그런 메리가 고모부의 집에 가서 살게 되면서 마사와 디콘의 따뜻한 마음, 디콘의 엄마로 부터 모성의 따뜻함을 느끼고 배운다. 누군가에게 항상 시중만 받던 소녀는 미셀스와이트의 안쪽 버려진 비밀의 화원을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10년이 지난 시간에도 아파하는 크레이븐 역시 아들을 다정히 돌보지 못한다. 죽음의 공포로 신경질적인 아이로 자라던 콜린은 사촌 메리를 만나며 희망으로 다가선다. 선한 영향력이라고 해야 할까? 생명력이 없이 버려진 뜰은 디콘과 메리, 콜린의 조막손들의 보살핌으로 새순이 돋고 봄이 찾아든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 저택의 백 개가 넘는 방들, 열쇠마저 파묻힌 채 버려진 담 넘어의 뜰. 쉿! 금기를 부르는 비밀에 호기심만큼 강한 유혹이 있을까? 그 호기심은 메리를 콜린에게 이끌었고 화원으로 인도했다. 화원에 대한 호기심은 콜린을 바깥 세상으로 이끌었고 바퀴대신 다리로 걷게 했다. 아버지의 품에 다른 아이들처럼 달려들어 안기는 것이 소원이던 소년은 소원을 이루었다.

가난하지만 착한 심성을 가진 밝은 소년 디콘 덕분에 삐딱하던 성격의 메리는 이제 누군가를 돕고 살필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허약한 몸으로 신경질만 부리던 콜린도 세상 밖으로 한걸음씩 내딛어본다. 아이들에게서 희망이라는 미래를 본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팡세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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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취향 채석장 시리즈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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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취향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아카이브의 사전적 의미는 오랜 세월 동안 보존해 두지 않으면 안 되는, 가치가 있는 자료를 기록하는 것, 기록 보관 파일이나 기록 보관 레코드를 의미한다.

이 책 <아카이브 취향>은 역사가인 저자가 18세기 형사사건  관련자료를 접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글로 보여진다. (자료를 찾는 저자의 모습 대신 도서관에서 원하는 도서를 찾고 있는 내 모습이 더 쉽게 떠오른다) 귀중 자료이자 손상 자료이기에 가벼운 접촉에도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은 무척 신중해 보인다.

과학의 발전은 보존의 방법도 다양화되고 좀더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시력에 안좋은 영향을 주고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를 주진 못한다. 복사라는 편리한 문명을 두고 필사라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사의 과정에서 낡은 자료의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

 

자료열람을 하기까지 복잡한 신청절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설 이용 시간과 자료 열람시간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도서관에 처음 대출하러 갔을 때가 생각났다. 물어보면 퉁명스럽게 알려주어서 못 알아들어도 재차 묻기가 어려웠다.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한쪽 구석에 있던 신청서들과 작은 글씨로 씌여진 안내문, 정숙이 기본 중의 기본인 도서관의 자료 열람실에서 갖가지 소음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한 자리에 가만 앉아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은 저쪽 나라 어디쯤에도 있나보다.



아카이브는 정보와 자료의 저장소일 뿐, 그 자체가 지식이 되지는 못한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 지식 그 자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얘기인것 같다. 자료의 상태에 따라 읽어내려가는 속도는 느릴 수 밖에 없다. 훼손되었거나 훼손의 우려가 있는 자료라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료를 고르는 과정에서 무엇을 빼고 무엇을 넣을지도 문제이다. 수집과정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자료라도 빠뜨려선 안 된다. 기록으로 남겨진 모든 것이 아카이브다.  낙서조차도 훗날에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 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언어화가 되지 못했던 것들이 역사가들에 의해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게 된다. 



18세기 형사사건 관련자료로 그 시대의 생활이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수준 등을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가 우리의 왕조 실록이나 한중록도 아카이브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의 기록이 주로 종이에 기록되어 주요 자료로 남았다면 앞으로의 아카이브는 유형의 실체가 아닌 인터넷에 저장된 기록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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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 140주년 고급 벨벳 양장본 최신 원전 완역판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가영 옮김, 최행규 해설 / 코너스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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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이가영 (옮김) | 코너스톤 (펴냄)







책의 서두에 도스토옙스키는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를 '나의 주인공'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알료샤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진 않는 듯 하다. 1권에서 카라마조프가의 가족사와 인물들의 성장배경 등을 나열하며 서술되었다면 2권은 인물보다는 사건, 특히 아버지 표도르의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표도르의 죽음을 전,후로 대비되는 죽음이 있다. 조시마 장로와 소년 일루샤의 죽음이다.



오로지 자신 밖에 모르는 표도르는 첫번째 결혼은 아내의 지참금이 탐나서 했고 두번째 부인과의 결혼 생활에서도 모범적인 가장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아내들의 가출과 죽음 이후에도 자신에게 양육하고 돌봐야 할 자식이 있다는 사실마저 망각할 정도로 비정한 부정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그루셴카에 집착하는 육체적인 욕망과 물욕, 무신앙과 부도덕한 모습으로 인간의 부정적 본능에만 충실한 모습이다. 돈과 여자로 아버지와 경쟁하는 아들 드미트리는 그런 아버지에게서 인간의 욕망만을 물려받은 듯이 보이지만 어릴적에 받은 호두 1푼트의 감동과 감사함을 잊지 않는 모습은 내면 깊숙한 곳의 순수함을 간직한 희망이 보인다.



이성적이며 비판적인 이반은 냉소적이며 무신론자이다. 반면 알료샤는 도스토옙스키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고있지 않나 한다. 카라마조프가의 사람들 중에 가장 선한 사람으로 그려지며, 조시마 장로와의 관계를 통한 알료사의 신앙심과 이반이 쓴 서사시 '대심문관'을 통해 종교와 신에 대한 이반의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대조한다.



알료샤의 정신적 스승인 조시마 장로의 죽음은 알료샤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죽음이라는 그 자체보다도 의인의 죽음으로 치유의 기적을 바라던 사람들에게 조시마 장로의 '시체 썩는 냄새'가 고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자 스승의 더럽혀진 명예가 가슴 아팠기 때문이었다. 친부 표도르의 죽음은 슬퍼해주는 이 없이 살인자가 아들이라는 것과 재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모두 흥미위주의 가십이 되었다.

소년 일루샤의 죽음은 주변 사람들의 화해와 통합을 불러온다. 개에게 핀을 넣은 빵을 먹였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소년은 콜랴의 도움으로 죄책감을 벗어난다.



조시마 장로가 그토록 알료샤에게 속세로 내려가 살 것을 당부했던 것은 인간의 믿음과 사랑을 사람들 안에서 실천하고 퍼트리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장 24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서문중에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게 고전 읽기는 매번 도전이다. 특히 러시아 문학은 너무 어렵다. 한 번 읽어서는 도스토옙스키가 주려는 메세지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차를 두고 재독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코너스톤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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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팡세미니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팡세미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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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생텍쥐베리 (원작) | 천선란 (추천) | 팡세 (펴냄)





대다수의 성인 독자들은 어린 왕자를 한 번쯤은 다 읽어보거나 그 내용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읽어보았거나 내용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어린 왕자와 여우와의 대화를  대부분 꼽을 것이라 짐작된다.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던 중학교 1학년 때에는 "나를 길들여 줘"라는 여우의 대사가 왠지 소녀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만 같았고 "네가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기뻐하기 시작할거야"란 말은 그 감성에 불을 지폈다고도 할 수 있다.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여우가 했던 이 말은 감상적이라기 보다는 내게 무서움을 주는 대사로 변해있었다. 친절해 보이지만 매번 네 시에 와서 길들여 달라는 얘기는 관계에 대한 중독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팡세클래식]으로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며 여우와 꽃이 어린 왕자에게 주는 의미와 사막에 비행기 불시착한 화자에게 어린 왕자가 주는 의미를, 그리고 어린 왕자가 지구에 오기까지 거쳤던 여러 별들에서 만난 어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짧지만 철학적 생각을 해보게 하는 문장들이 빛났다.



36. "양을 매어 두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를 구속과 집착으로 매어두진 않았을까?​

"55. 장미나무와 가릴 수 있게 되면 곧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려야 해. 때를 놓치면 안 돼. 아주 어릴적에는 바오밥나무와 장미나무가 비슷하니까. 그건 귀찮지만 쉬운 일이야." 어릴적의 나쁜 습관 하나가 모든걸 망쳐버릴 수 있는 시작임을 얘기한다. 

'임금님이 사는 별, 허영쟁이가 사는 별, 술주정뱅이가 사는 별, 장사꾼이 사는 별'에서 어린왕자가 만나는 어른들은 슬프게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지금의 어른들의 모습이 아닐까? 타인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가 세우는 권위, 자기 도취나 타인에게 강요하는 관심과 칭찬, 중독과 현실 회피, 물욕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조차 없는 모습. 혹시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나의 모습은 아닌지...



"169. 이상한 별이로구나. 아주 메마르고, 몹시 뾰족하고, 소금이 버적버적하고, 게다가 사람들은 생각없이 남이 하는 말이나 되뇌고. 내 별엔 꽃이 한 송이밖에 멊지만 언제나 내게 말을 걸어 주었는데..."
그저 남을 따라하고 남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 양 옮겨 떠들면서, 진심을 담은 진정한 대화를 나누어 본적은 언제였는지.

"195. 네 장미가 소중한 건 그 꽃에 들인 시간들 때문이야. 사람들은 이 참된 뜻을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잊어버리면 안 돼. 넌 네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사랑한다고 쉽게 얘기하면서 늘 요구하고 기대하는 사랑이 아닌 소중하게 들인 시간 만큼 참된 책임을 지는 사랑말이다!



그래도 역시, 다시 읽게 된 어린 왕자에서 이번에도 눈길을 끄는 곳은 이 부분이다. 그러나 사춘기 소녀 적 겉멋이 아닌 조금의 깨달음을 보태서.

《190.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엔 내게서 좀 떨어져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으로 널 볼테니 넌 아무 말도 하지마.말이란 잘못 생각하게 하는 바탕이니까. 그리고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앉아도 돼.》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해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떨어져 앉아)를 두고 그 사람이 내게 관심(곁눈)을 가져줄 시간을 주고, 강요도 재촉도 하지 않는다(아무말도 하지마)면 쓸데없이 말로 불러일으키는 오해도 없을것이다. 그렇게되면 날마다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도 된다는 심리적 허용,허락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241. 아저씨는 별을 다른 사람들처럼 보지 않게 될거야. 내가 그 별들 가운데 하나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나면 관계에서 시공간은 의미가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솟아나는 그리움만은 어쩔 수가 없겠지. 

가려는 곳이 너무 멀어서 몸을 가지고 갈 수 없다던 어린 왕자야, 잘 도착했니?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출판사 팡세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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