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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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펴냄)

정말 무서운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표지글 중에서

다홍이라는 이름의 반려묘를 기르는 방송인 박수홍 씨가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내가 다홍이를 돌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다홍이가 나를 돌보고 있었다" 라고.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에서 구는 정말 미래를 돌본게 맞을까? 미래를 혼자 둘 수 없어 여자친구를 사귀었다는 구에게선 왠지 미래를 향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래 뿐만 아니라 그 누구를 향해서도 진정한 애정은 볼 수 없었다. 미래의 위험을 알면서도 침묵하던 구는 자신의 관심과 애정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믿음을 가지고 과거를 털어놓은 '나'의 얘기를 타인에게서 다시 듣게 만든 참담함, 미래를 화장하고 스물여섯 개의 돌로 만들어 미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던 지안에게까지 나누는 모습 등 구의 행동들은 자상함을 가장한 폭력이었다.

떠난다는 것은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일테다.

돌아올 곳이 없는 떠남은 떠돈다는 말이 더 어울리니 말이다. 그 목적지가 공간적인 장소일 수도, 인생의 목표일 수도 있겠지만 지치고 힘들때 최후의 보루처럼 몸과 마음을 뉘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넘어져도 일어설 힘을 내도록 만든다.

떠나고 싶다는 바램을 가져보면서도 마음만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늘 핑계대었던 돈과 시간의 여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결단과 용기가 부족한 이유가 더 크지 않았을까. 방향이나 목적지가 같은 동행자를 만나면 고난의 경험도 때로는 즐거운 추억이 되듯이 인생의 굴곡에서 공통점을 가진 이를 만나게 되면 고행같은 그 길이 외롭진 않다. 그 동행자는 친구일 수도 있고 반려자일 수도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인연이 될 수도 있다. <사소한 사실들>의 '나'에게 셰어하우스의 두 동거인이 그러하듯이.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고, 떠난 이를 기다리고, 떠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세상의 수많은 나를 응원하고 싶게 만든 두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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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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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선정작] 김장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펴냄)

아주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가 인간이다.

작은 슬픔들이 모여서 나를 만들고 있다.

작은 슬픔이 모인 것이 나다.

나는 작은 슬픔이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김장 본문 중에서

김장철이 되면 김치소에 넣을 무를 채썰던 일과 묵은 김치로 만들어 먹던 만두피 두껍던 투박한 김치만두가 생각난다. 어른이 되어 맞는 김장이라는 연례 행사는 이벤트 같았던 어린시절과 달리 노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들인 노고에 비해 대접 받지 못하는 김치라는 존재처럼 나의 존재도 그러했을까.

<김장>과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두 단편을 읽으며 개인적인 기억들이 조각조각 부서진 파편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집집마다 김장하는 날을 다르게 잡아 서로 도와가며 하던 김장은 이젠 옛일이 되고 음식을 나누는 일도 드문 일이 되었다. 따뜻함은 기억에 있고 현실에는 그 계절의 차가움만 남은 느낌이랄까.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 g는 반려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이유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그 자신은 반려묘를 유기하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그 죄책감을 아이에게 투사하며 폭력적인 언어를 일삼지만 훗날 아이에 대한 죄책감은 또 어디에 투사하게 될까.

첫 줄 "아주 작은 슬픔들의 결정체가 인간이다"라는 문장에서 숨이 턱 막히며 시선을 한참동안 뗄 수 없었다.

다이아몬드의 원소는 탄소, 흑연의 원소도 탄소. 원자의 배열 방법이 달라 결과물도 달라진 탄소는 그 쓰임과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인다.

내게 모인 슬픔과 g의 슬픔과 그리고 또다른 수많은 '너'의 슬픔은 모이고 모여 어떤 결정체가 될까, 어떤 인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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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유재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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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선정작] 도메인

유재영 (지음) | 교유서가 (펴냄)

매듭지어지지 못한 이야기, 이야기꾼의 실종

반복되고 중첩되는 기묘한 사건들의 잔영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도메인 표지글 중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이든, 타의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든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죽음을 거부할 도리는 없다.

때와 장소를 알 수 없을 뿐 죽음은 정해진 운명임에도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것이기에 그 공포와 호기심은 추측과 상상으로 더 큰 두려움을 불러온다.

조그만 불길한 징조에도 '혹시?'하며 죽음의 그림자라도 닿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미신으로만 치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전조를 1:29:300의 비율로 설명한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려본다면...글쎄...무시하던 징조가 저 300의 어디쯤 일 수도?

<도메인>의 앞 수록 단편 <영>에서는 공포영화에서라면 긴장감을 줄 전조가 여러차례 등장한다. 아영장으로 가던 길에 일어난 불가사의한 사고, 사고 길건너편 동물의 사체, 동반자살로 보이는 시체의 발견, 그 주위에 떨어진 다이아몬드 등 일련의 사건들이 어떤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머리 속을 바쁘게 한다.

뒤이어 수록된 <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라 윈체스터 성의 미스터리'를 풀기위해 그곳으로 초청되어 떠난 유투버 영역마저 생사를 알 수 없게 되며 행적이 묘연해진다.

귀신이 나타나 자신의 한을 풀었다든지, 억울한 죽음의 원인이 밝혀져 범인을 잡았다던지 하는 소설스러운 결론은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더 공포스럽지 아니한가!

숱하게 많은 미제 사건들. 목격자가 없어 난항을 겪는 미제 사건들은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사건에 얽혀 귀찮아지는게 싫은 캠핑장 관리인이나 혹시 모를 보복이 두려운 <역>의 화자 '나'처럼, 목격했으나 침묵하는 이들이 이 땅 어디엔가 실제하리라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큰 현실 공포다. 미완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사실은 현실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이보다 더 큰 공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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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 잠시 길을 읽어도 목적지를 잃지 마라! 대가 고전·인문 시리즈 (LINN 인문고전 시리즈) 8
호메로스 지음, 김성진 편역 / 린(LINN)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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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 김성진 (편역) | 린 (펴냄)

잠시 길은 잃어도 목적지는 잃지 마라!

-<오디세이아> 표지글 중에서

<오디세이아>가 이렇게 쉬웠다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다고?

남들은 다 재미있다고 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엄청난 수의 등장인물과 신들의 인해전술같은 숫자에, 거기에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름들로 매번 읽고나면 백지화되버리는 통에 그리스 관련 도서라면 도리질부터 하던터라 <오디세이아> 완독이 그저 꿈만 같다.

구전되어오는 이야기를 집대성해서 대서사시로 남긴 호메로스. 연대 시스템이 생기기도 전에 태어난 사람이라 그의 출생 시기와 출생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리스 문학의 표준이 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라는 사실만은 틀림이 없다.

순서대로 읽자면 늘 짝꿍처럼 붙어다니는 <일리아스>가 먼저 선독됐어야 했겠지만 순서가 바뀌면 어떠리~ 이토록 재미있는데!

헬레네로 인해 시작된 트로이 전쟁. 그 전쟁에 참전키 위해 고향 이타카를 떠난 오디세우스가 귀향하기까지의 20년의 세월을 그려낸 대서사시 <오디세우스>.

현대 사회의 고민과 문제들이 고전과 인문에 답이 있다며 인문고전과 고전문학들이 주목 받게 된지 그리 오랜 세월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 볼수록 명답이다 싶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순간적인 기지와 지혜, 때로는 굽힐 줄도 알아야하는 치욕의 시간을 견대내는 인내, 겸손과 용기, 겉만 보고 타인을 평가하지 말 것 등과 같은 셀 수 없이 많은 여러가지 교훈이 오디세우스의 모험에 모두 담겨있다. '권성징악',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우리네 격언과 속담도 통하니 세상의 진리에는 동서고금의 구분이 없다.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는 페넬로페와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의 태도가 대조적이다.

구혼자들을 물리치는 페넬로페의 방법이 어찌보면 소극적이라 볼 수 있겠지만 건장하고도 막돼먹은 청년들에 둘러싸인 페넬로페가 강하게 대응했다면 도리어 화를 당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요즘 범죄에서도 오히려 큰 소리로 "도와주세요" 라고 외치지 말라고 한다지)

여신들과의 동침, 칼립소에게 포로나 다름없이 섬에 갇혀 가족을 그리워하던 7년의 세월, 죽은 자들과의 만남 등 신화적인 요소도 곳곳에 등장한다. 아내 페넬로페와의 재회에 등장하는 여러 장치와 재치들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충성과 약속 준수를 큰 축으로 끝내 가족상봉의 결말에 이르는 이 모험담을 원전인 대서사시로 처음 접하는게 부담스럽다면 소설처럼 쓰여진 출판사 린의 버전으로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 린의 <오디세이아>를 읽고나니 <일리아스>도 읽어보고 싶다는 의지가 마구 샘솟는다. 책장에 잠들어 있는 <실낙원>도

이참에 린의 버전으로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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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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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선정작] 검은 고양이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펴냄)

사실적 허구와 환상적 현실 사이에 표류하는 진실

-[경기문화재단 선정작] 검은 고양이 표지글 중에서

사실과 허구,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단편 두 편이다. 미스터리물로 방향을 잡았는가 싶더니 결론 뒤에 남겨진 여운이 자꾸만 곱씹게 만든다.

제목을 보자마자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애드가 앨런 포우의 동명소설 <검은 고양이>의 영향도 없지 않다.

우연히 구매하게 된 그림 한 점이 가져오는 연쇄적인 일들. 한 밤 중의 고양이 울음소리, 방 안을 떠도는 낯선 냄새들과 그림 뒤에서 발견한 수수께끼같은 옛 주소는 독자로 하여금 추리를 하게끔 이끌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들과 맞물리며 추리보다 더 큰 숙제를 남긴다.

역사라 믿고있는 오래된 과거의 사실들과 허구일지 모른다는 추측들 사이에서 진짜 진실은 어느 것인지 아직도 갑론을박 중인 소재도 많다. 이런 사실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든 것은 장점과 단점 양면성을 가진다.

cctv의 설치가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사생활 보호와 신변의 안전이라는 양측의 대립이 팽팽했었는데 요즘은 cctv사각지대가 오히려 불안할 정도로 생활 깊이 거부감없이 들어와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관음과 보호 사이에서 지켜보는 이의 의도와 양심에 따라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쥐의 미로>에서 보이는 2113번의 환각과 환청은 이런 줄타기에서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진실,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 앞에서 때로는 현실 자체를 부정하고 상상속 세상이나 내면의 세계로 도피하거나 정신이 순간 정전이 되고마는 사람들을 본다. 세상은 그들을 향해 정신분열증이나 공황장애 등으로 부르지만 완전한 이해는 어렵다. 그들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줄타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추리소설을 기대했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아니 사실과 허구 사이의 블랙홀같은 매력을 맛볼 수 있는 단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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