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4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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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지음) | 이재형 (옮김) | 휴머니스트 (펴냄)

중요한 건 오직 한 가지, 복수하는 것, 그것도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 복수하는 것이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본문 83페이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해야 하는 차별과 부당함.

외국의 경우 불심검문에 정지를 요구받고 세워지는 차량의 대부분은 흑인 운전자이며, 반항이 없었음에도 과잉진압으로 구타당해 숨지는 일이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건들도 낯설지 않다. 인종차별이라고 하면 백인과 흑인, 흑인과 백인의 갈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인종차별의 사례들은 흑인과 백인들만의 이야기일까? 1992년 LA에서 일어났던 폭동의 최대 피해자는 엉뚱하게도 한인교포들이었고, 21세기 대한민국의 수많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차별과 따돌림을 받는다. 장소와 시간의 차이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절대적으로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휴머니스트에서 4개월마다 5권씩 시즌제로 출판되는 시리즈가 벌써 시즌 3가 되었다.

시즌1은 '여성과 공포', 시즌 2는 '이국의 사랑', 새로운 시즌의 출간을 고대하며 기다린 끝에 겨울을 맞이하며 만난 시즌 3의 주제는 '질투와 복수'다. 시즌 3의 5권 중 가장 먼저 읽은 도서는 자극적인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은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였다.

흑인의 피를 가졌지만 백인들만큼이나 흰 피부를 가졌던 소년. 소년은 백인 소녀를 사랑했고 그래서 소녀의 아빠와 오빠에게 죽임을 당했다. 백인 소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던 흑인 소년을 위한 정의는 없었다. 그래서 소년의 형, 리 앤더슨은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소년의 형이 행하는 복수의 방법과 대상에 공감을 하기는 어렵다. 동생을 죽인 이들이 백인이라고 해서 세상의 모든 백인이 복수의 대상은 아니지 않은가. 1990년대에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복수라며 불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살인과 엽기행각을 벌인 지존파의 범죄와 무엇이 다른가.

리의 십대 백인 소녀들과의 문란한 성적 유희도 단지 그녀들을 더럽히고 싶고 정복하고 싶다는 비뚤어진 복수의 일부였으며, 애스퀴스 자매를 죽이고 말겠다는 살의 역시도 그러하다. 진과 루에게 그녀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준들 리의 동생의 죽음에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없는 그녀들로서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닌가.

소설 초반부에 보이는 리의 비이성적 행동들과 악의의 이유를 알지 못했을 때에는 진심이라고는 전혀없는 타인과의 관계에 의아심이 있었지만 동생의 죽음이라는 그의 사연을 알고나니 리의 모든 행동이 복수심이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러나 복수를 위한 복수, 복수심에 먹혀버린 진짜 복수는 어디에서 길을 잃었나.

자극적이고 과격한 표현들과 상황 설정 등이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판매금지와 벌금이라는 양극단적인 반응을 이끌어낸것 같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차별과 복수. 바로 그 차별과 복수가 훨씬 더 자극적이고 과격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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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열린책들 세계문학 28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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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지음) |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막상 자네 설명을 들으면 정말 말도 안 될 만큼 간단해서 나도 쉽게 추리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설명을 듣기 전에는 매번 헷갈리고 당최 오리무중이란 말일세. "

"자네는 보기만 하지 관찰하지는 않잖아. 이 두 가지는 분명히 달라."

-<셜록 홈스의 모험> 13페이지 중에서

어린시절, 글자보다 그림이 많은 그림책에서 글자가 빡빡하게 들어찬 문고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셜록 홈스 시리즈였다.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방학만 되면 집에 있는 세계명작전집 중에 셜록 홈스 시리즈를 골라내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 홈스를 보태어 쌓아두곤 배를 깔고 엎드려 하루종일 몰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셜록 홈스는 셜록 홈스 자체만으로도 매력 넘치는 인물이지만 그를 떠올리는 동시에 유년의 추억도 함께 떠올라 행복해지는 기억의 일부이다. 넘치게 잔혹하고 패륜과 비인간적인 설정과 범죄가 가득한 현대 미스터리 소설보다 교훈적인 내용도 많아 청소년기의 아이들과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기도 좋다.

어릴 때 읽었던 셜록 홈스 시리즈는 경탄 그 자체였다. 사물 하나만을 보고도 많은 것을 유추해 사실에 이르는 홈스를 보면 현실의 미해결 사건을 의뢰하고픈 심정이었다. "누가 범인일까?"가 무엇보다 중요한 추리소설이지만 누가 범인인지보다 어떻게 범인을 찾아내는지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이 무뚝뚝 남자의 날카롭고 예리한 매력이란!

나이가 들어 다시 읽게 된 셜록 홈스의 모험들은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뿐만 아니라 세상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게 된다.

<빨강 머리 연맹>에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당연하지만 모두가 잊기 쉬운 진리를 일깨운다. 단지 머리색이 빨갛다는 이유로 주어지는 행운이라니, 이 의심가득한 행운을 꼭 잡고 싶은 전당포 주인은 범죄에 이용당하는지도 모른채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몇푼의 행운이 아쉬울 뿐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기극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세상의 대부분의 범죄 이유가 돈과 치정이라고 했던가.

<셜록 홈스의 모험>에 수록된 여러 편의 미스터리한 사건의 주요 이유들도 대개는 돈이었다. 딸의 유산이 탐나 결혼시키지 않으려는 계부의 음모는 변장으로 딸의 마음을 사로잡는 남성이 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인면수심의 사건으로 <신랑의 정체>와 <얼룩무늬 띠>에 수록되어 있다. 정말 소설 속 이야기이기만 할까? 돈에 눈 먼 비정한 범죄들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다.

억울하다고 외치는 많은 피해자들과 억울함을 외칠 수 조차 없는 피해자들이 우리의 이웃, 이웃의 이웃으로 살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한편, 과거의 잘못이 현재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고 자녀의 행복마저도 위협하는 일도 있다. '권선징악', '인과응보'라는 교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몇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변치않는 재미와 매력의 <셜록 홈스의 모험>. 이번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열 두편 중 반가운 단편들에 새롭게 알게된 몇편이 더해져 그 재미는 배가 되었다. <셜록 홈스의 모험>을 또 읽게 된다해도 그 매력은 변함없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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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3 : 질투와 복수 - 전5권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미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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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흄세 시즌 1을 시작으로 사랑에 빠져버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즌 3가 출간되었다.

이제나 나오려나 저제나 나오려나 출판사의 계정을 스토킹하며 ㅋㅋㅋ 기다렸다. 역시나 이번 시즌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저 자태들이란~. 흐뭇한 미소를 짓게하는 흄세들의 총집합.


 

흄세 시즌 1의 주제는 <여성과 공포>.

여성 작가들의 공포 소설을 모아 출간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프랑켄슈타인, 회색 여인, 석류의 씨, 사악한 목소리, 초대받지 못한 자"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회색 여인' 완전 강추강추!


 

흄세 시즌 2의 주제는 <이국의 사랑>.

이 중에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어...

왜냐하면 "녹색의 장원, 폴과 비르지니, 베네치아에서의 죽음ㆍ토니오 크뢰거, 도즈워스, 그녀와 그" 진짜로 다 좋았기 때문에 고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토록기다렸던 대망의 시즌 3!

흄세 시즌 3의 주제는 <질투와 복수>다.

너무 기다렸던 흄세 시즌 3이기에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폭풍의 언덕, 미친 장난감, 동 가즈무후,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밸런트레이 귀공자> 중 이미 한 권 완독한건 안비밀~.

두번째 도서를 읽고있는 중인데 이 미친 몰입감은 무엇?

벌써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흄세의 시즌들이다.

계속될 흄세의 시즌, 멈추지 말고 계속되길~~!!


※출판사의 지원도서와 영부인님의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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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가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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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 황가한 (옮김) | 문학동네 (펴냄)

그리고 내가 뭘 해야 할지를 깨달았다. 말하자면 이제 고향에 돌아갈 때가, 집에 가서 내 불안을 가라앉히고 나의 무심함에 대한 용서를 빌 때가 된 것이었다.

-<배반> 본문 365페이지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많은 만남과 이별들 가운데 배반이라고 할 만한 이별은 그 중 얼마나 될까. 배반의 의도는 없었다 하더라도 당하는 입장에서 상처받았다면 그것은 배반일까, 아닐까. 아니면 반대로 상처줄 의도를 가지고 한 떠남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다면 이것은 배반일까, 아닐까.

인도인 남편에게 버림받은 레하나와 레하나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영국남자 마틴 피어스의 이국적인 사랑이야기로 시작된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은 제 3자의 시선에서 전개되고 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은 자신의 상상으로 유추해낸 것이라는 라시드의 고백과 함께 1인칭으로 전환된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에는 여러 형태의 배반이 등장한다.

레하나가 겪은 두번의 배반. 첫 남편인 아자드는 잠시 다녀온다며 자신의 본국인 인도로 돌아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요즘 표현으로 친다면 잠수이별쯤 되려나) 처음 본 순간 힘들게 돌아온 남편이라 여겼던 마틴 피어스와의 몸바사로의 사랑의 도피도 그가 떠나왔던 곳, 영국으로 돌아가며 그녀 역시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아민과 레하나의 손녀 자밀라의 사랑에도 배반이 존재한다. 아민이 떠날까봐 두렵다고 호소하는 자밀라에게 "난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을거야"라고 아민은 진심으로 맹세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별의 원인이 변심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자밀라가 받았을 상심과 상처에 아민은 자신의 행위를 배반이라 여기고 자책한다. 아민과 자밀라의 사랑에 배반을 당했다고 느낀 것은 자밀라만이 아니다. 모든 기대에 부응하는 장남이 동네 추문을 달고 다니는 연상의 이혼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모에게도 배반이었을테다. 그리고 독립적인 인생을 살아온 그의 부모가 자식의 사랑 앞에 보인 기성세대의 고정관념도 아민에게는 배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얘기하고 싶었던 배반은 라시드를 통해 보여진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전혀 조짐도 없던 때에 떠난 라시드의 영국 유학은 독립과 혁명으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잔지바르의 혼란으로부터 라시드를 떼어 놓았다. 라시드는 폭력의 위험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있는 가족을 걱정하면서도 영국에서 정착하는 삶을 택한다. 이전까지는 여행의 가운데 부분, 집에 돌아가기 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삶에서 이방인으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잔지바르로 돌아가지 못하는 라시드의 삶에 작가 자신의 처지를 담아 가족을 배반하고 나라를 배반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른바 엄친아였던 아민이 (당연히 이루리라 여겼던) 모두가 기대하던 삶을 살지 못하고, 바보같다고 놀림당하던 파리다가 이슬람권의 다른 여성들과 달리 사랑도 이루고 시인으로 성공한 걸 보면 어쩌면 삶이 우리를 배반하는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시 해본다. 사랑이야기라고 읽기 시작했다가 좀더 무거운 주제로 끝난 것이 감상적 행복을 준 작은 배반이기도 했다. 이런 배반은 늘 찬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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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시대를 기억하다 - 사회적 아픔 너머 희망의 다크 투어리즘
김명식 지음 / 뜨인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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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관광으로 스쳐가기 쉬운 아픈 역사를 의미있는 시간, 깊이있게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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