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7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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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1

살만 루슈디 (지음) |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다시 태어나려면 우선 죽어야 한다네."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생명을 되찾은들 무슨 소용인가요?"

-<악마의시1>본문 13페이지,56페이지 중에서

선한 얼굴로 악을 행하는 자들이 있는 반면 악을 행하며 살아가다가도 어쩌다 선을 행하는 자들도 있다. 종교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느 종교를 막론하더라도 사랑과 평화, 용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죽음, 배척은 얼마나 많았고 얼마나 잔혹했었나. 신을 믿어야하는 종교가 신의 사자라 자처하는 사람들을 믿고 따르게 되면서 변질되는 신앙은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유일신이 바라는 일은 아닐텐데.

 

꿈을 통해 대천사 지브릴로 변한 지브릴 파리슈타와 악마로 변한 살라딘 참차를 통해 대비되는 선과 악이 가장 눈에 두드러지지만 <악마의 시>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선과 악만이 아니다. 남과 여, 제국과 식민지, 강자와 약자, 평등과 차별, 꿈과 현실 등 토론의 주제로도 충분한 주제들이 끝없이 나열된다.

테러리스트에 의해 폭파된 비행기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두 주인공 지브릴 파리슈타와 살라딘 참차의 현실같은 꿈, 꿈같은 현실이 내용의 큰 줄기를 이루며 5부로 구성된 <악마의 시1>은 홀수부에서는 현실이, 짝수부에서는 꿈과 현실이 교차되며 그 모호한 경계에 작품을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

영화에서 각종 신의 역할을 맡아 연기해왔던 지브릴은 비행기 추락후 후광이 생기며 천사로, 이민국 직원들에게 수모를 당하며 배척당하는 살라딘은 외모조차도 악마로 변하게 된다.

 

이민자인 살라딘은 자신의 근본을 거부하고 영국인이 되고싶은 열망에 백인인 아내와 결혼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사랑도 없고 아이도 없다. 아내인 파멜라는 살라딘이 인도인이어서 자신의 인생에 반항하는 심경으로 결혼했을 뿐이다. 이민국 직원들에게 끌려가며 겪는 수모 또한 살라딘이 그토록 벗어나려 했던 자신의 정체성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한채 자신이 염원하던 영국인으로도 융화되지 못함을 상징한다.

지브릴의 꿈에서는 당시 메카 사람들이 마훈드와 신생 종교였던 이슬람을 배척하는 과정이 묘사된다. 대공 아부 심벨이 마훈드에게 라트, 미나트, 우자 세 여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를 요구하며 쿠란에 악마의 시를 포함하라는 요구를 한다. 이슬람의 대중적 포교를 위해 타협을 고민하던 마훈드는 자신이 암송했던 시가 악마가 대천사로 가장하여 속인 악마의 말이었다며 시의 수용을 번복하게 된다.

 

책 속에서 거론되는 마훈드의 인간적인 고뇌, 대중적 포교를 위한 우상숭배에 관한 교리의 타협과 이민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살라딘을 악마로 표현한 것이 겹치면서 살만 루슈디를 오랜 시간 파트와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한 것 같다. 아직 1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살만 루슈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슬람과 마호메드에 대한 비판은 아닌 듯 한데 일부 종교인들의 극단적인 행동과 편협한 사고가 안타깝다.

2권에서 계속될 이야기에서는 어떤 현실이 지브릴과 살라딘을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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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6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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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에밀 졸라 (지음) | 강충권 (옮김) | 민음사 (펴냄)

하지만 이제 광부는 땅속에서 깨어나고 진짜 씨앗처럼 땅에서 싹트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아침 들판 한가운데에서 그 씨앗이 싹터 오르는 걸 보게 될 겁니다.

-<제르미날1> 본문 255페이지 중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탈주범 지강헌이 남긴 비수같은 말, 사형수들의 대부라 불리는 삼중스님이 집필하신 저서 "가난이 죄는 아닐진대 나에겐 죄가 되어 죽습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 많은 것들이 <제르미날1>을 읽는동안 연상되었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난다'고 했지만 '개천에서 난 용은 개천으로 돌아간다'는 현실버전의 변화된 속담에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시대의 발전과 변화에도 생겨나는 빈부는 그 격차가 더 커질뿐이다.

르 보뢰 탄광에서의 몇 대를 거쳐오는 뼈빠지는 고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의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탄광촌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뼈빠지는 고통만이 남을 뿐 처한 현실을 벗어날 실낱같은 희망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잘자는 것만으로도 넘치게 사랑받는 세실과 달리 탄광촌의 어린 소녀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탄광으로 고된 일을 하러가도 굶주림과 매질, 사내들의 욕정의 대상이 될 뿐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기는 커녕 그런 꿈을 가져볼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채 어린 나이에 순결을 잃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대물림되는 처절한 가난 속에 파묻힌다. 탄광촌에는 환한 낮이 없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없다. 지하 갱도 안의 어두운 낮과 현실처럼 캄캄한 갱도 밖의 밤 뿐이다. 그들이 캐는 석탄처럼 그들에게 주어진 세상은 온통 검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그 아이들을 밥벌이 도구로 삼는 대대로 이어지는 비참함, 혼거를 하며 서로의 알몸을 보는 것도 보이게 되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 사생활이 허락되지 않는 환경에서 성에 일찍 눈뜬 그들을 도덕적으로 지탄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니 버텨내는 그들에게 한조각 빵보다 더 귀한 것이 있으랴. 야만적 자본주의에 항거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공제 조합을 설립하지만 에티엔, 수바린, 라스뇌린의 뜻은 모아지지 않는다. 에티엔을 사회주의에 눈 뜨게 만든 플뤼샤르도 광부들을 인터내셔널에 가입시키기 위해 이들의 처지를 이용할 따름이다. 광부들의 파업을 대하는 고용주들의 태도도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속내는 전혀 다르다. 노동자들의 파업마저도 드뇔랭의 광산을 집어삼킬 기회로 여기는 엔보 사장처럼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이해관계는 전혀 다른 것이다. 결혼생활 내내 아내에게 거부당하며 욕정을 채울 수 없는 엔보 사장은 광산촌의 자유로운 육체적 사랑을 부러워하며 빵을 요구하는 그들을 비웃는다. 엔보 자신은 사랑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굶주릴 수 있다고 여기지만 인간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더 큰 아쉬움을 느낄 뿐이다.

혹한의 겨울에 르 보뢰에 도착한 이방인 엔티엔은 이 척박한 땅에 싹을 틔우는 거름이 되어줄까? 이 파업의 끝은 이들에게 어떤 결말을 가져다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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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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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사립대학에 불과했던 시카고 대학을 명문 학교의 반열에 오르게 한 ‘시카고플랜(Chicago Plan)’.
그 고전 가운데 손꼽히는 한 권. 헨리제임스의 명성이 더해져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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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데스의 유산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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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은 삶보다 죽음에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사느냐만큼 어떻게 죽느냐도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추리로 접근하는 철학,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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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데스의 유산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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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은 삶보다 죽음에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사느냐만큼 어떻게 죽느냐도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추리로 접근하는 철학,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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