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타반
헨리 반 다이크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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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타반

헨리 반 다이크 (지음) | 차영지 (옮김) | 내로라 (펴냄)

걸림돌이라고만 생각했던 순간까지도 목적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꼭 필요한 순간이었던 것을 어렴풋 깨닫게 된 것이다.

-<아르타반> 본문 119페이지

목적의 본질과 수단 중 더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한치 앞을 보느라 바빠 보다 멀리를 내다보지 못하고 처음의 목적을 잊은채 엉뚱한 곳에서 헤매인다.

한 집안의 가장은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터로 향한다. 가족의 부양이라는 것이 결코 먹고 자고 입는 의식주에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이 주는 따뜻함과 가족들간의 연대, 화목, 사랑이라는 본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이 되어질 뿐이다. 그러나 더 많이 벌기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줄이고 나아가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진다면 수단 앞에 본질은 퇴색하고 만다.

꿈을 위해 공부하는 청소년들도 꿈을 위해 수단이 되어야 하는 학업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본질은 사라지고 수단만이 남는 현실은 어른이 되어서도 길을 잃고 헤매는 미아를 만든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동방박사 일행과 동행하고 싶었던 아르타반이 길을 떠난 후 만나게 된 사람들의 어려움을 모른척 지나쳤더라면 그의 여행이 33년이나 걸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정을 함께하자고 권유했던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들은 바빠서, 여행을 하기엔 나이가 많아서, 종교의 본질과 달라서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아르타반과 함께하기를 거절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떠났던 아르타반의 길은 예수의 죽음에 이르기까지도 그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르타반은 헛된 노력과 의미없는 고행의 길을 걸었던 것일까.

사파이어, 루비, 진주를 품고 떠났던 길. 예수가 아닌 병들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인 보석들이

처음 마음 먹었던 여행의 본질에서 멀어졌다 말할 수 있을까. 선택의 순간에서 아르타반이 내린 결정이 종교인이 보여야할 종교와 신앙의 진짜 본질임을 생각한다면 보석들의 가치는 본연의 가치보다 더 귀하게 쓰였음이 틀림없다.

신앙적 기대와 실천적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아르타반의 선택은 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었다. 예수의 처형일에 마지막 남은 보물 마저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쓴 아르타반에게 과연 신은 서운함이나 분노를 보였을까.

본질보다 수단과 방법,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에 더 치중하다보면 본질에 닿기는 커녕 애초에 닿으려하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잊을 수 있다. 아르타반이 찾아 헤맨 것은 나사렛 가족의 아이가 아니라 별로 상징되는 구원자였듯이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고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의 관점에서 교훈을 주는 아르타반의 이야기는 종교를 벗어난 삶의 모든 부분에서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각자의 삶 속에서 추구하는 갈망은 다르지만 선한 삶, 행복이라는 본질은 같지 않을까?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행하는 방법 자체에 스스로를 옳아매는 어리석은 집착을 하고있지는 않은지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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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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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셰리던 르 파누 (지음) |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펴냄)

자신의 믿음이나 신조를 남에게 강요하거나 책임을 지울때 그 책임을 희생으로 감당해야 하는 이들의 고통은 생각보다 흔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강요와 은근한 가스라이팅은 자식의 입장에서는 짊어지기 힘든 무게의 기대와 중압감 때로는 죄책감에 휘청거리기도 한다.

동생 사일러스에게 씌워진 혐의가 무고라 믿으며 가문의 복권을 위해 유언을 남긴 아버지 오스틴으로 인해 모드가 치뤄야 했던 희생처럼 말이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복종하며 살아온 모드는 아버지의 명령과도 같은 유언을 거부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유언집행자인 닥터 브라이얼리와 커즌 놀리스의 우려가 단지 노파심에서 우러나온 걱정 뿐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평판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사일러스에 대한 세간의 평판에 오스틴이 자신의 아집을 버리고 조금만 더 귀를 기울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한다며 은둔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엉클 사일러스. 그의 운둔이 자의적이었다면 그 참회의 진정성에 실낱같은 믿음을 가져보기라도 하련만 그 고립 또한 의도와는 다른 교류의 단절이었기에 그를 향한 타인들의 등돌림이 더욱 크게 느껴질 뿐이었다. 엉클 사일러스의 젊은 날의 초상화를 보고 수려한 외모에 쉽게 마음을 열고 의도된 친절에 순진하게 속는 모드를 마냥 비판하기는 어렵다. 현실의 우리도 깔끔하고 잘생긴 이성에게 더 잘 끌리며 그런 범죄자들의 손쉬운 표적이 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사람이 환경을 지배하기도 한다.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모드는 타인을 향해 내민 손과 선의가 바로 자신에게 되돌아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공격적이기만 하던 메그가 모드를 은인으로 여기며 변화하고 야생마같던 밀리도 모드를 만나 변화했다. 모드는 그들에게 새로운 인적환경이 되어 준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드도 솔직함을 무기로 내세우며 모드를 몰아붙이는 사일러스에게는 저항하지 못했다. 솔직함이 미덕이라고만 알 뿐 또다른 형태의 폭력이었음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솔직함으로 위장한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사실도.

엉클 사일러스의 말과 행동은 자신의 목적으로만 직진할 뿐, 고민이나 죄책감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일러스의 음모와 뻔뻔하기까지한 범죄가 더 소름끼치게 다가온 데에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의 범죄와 친인척, 가족, 이웃으로 부터 당한 끔찍한 범죄가 지상파의 뉴스를 오르내리는 일이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엉클 사일러스>를 보곤 806페이지에 이르는 두께에 덜컥 겁부터 먹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아마 8060페이지라도 읽었을걸? 재미는 두께의 중압감을 이겼고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모드에게 닥친 급박함과 절박함이 절정에 치닫았다. 소설 속 허구와 현실의 사실들이 교차되며 <엉클 사일러스>의 재미를 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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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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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 차영지 (옮김) | 내로라 (펴냄)

인면수심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두고 흔히들 "개만도 못하다"고 한다. 사람들의 충직한 친구로 일상을 함께하는 개들의 입장에선 가만히 있다가 욕을 먹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인간을 알게 될수록, 내 개가 좋아진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은 곱씹어 볼수록 인간성의 결여, 인간에 대한 실망이 비춰져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위기의 순간에 주인공인 개(에일린 마보닌)는 이성을 발휘해 불길 속에서 자신의 도피보단 아기를 구했고, 주인 남자(그레이 박사)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채 본능적으로 개에게 위협을 가했다. 둘이 생각했던 위기는 달랐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은 더욱 더 달랐다. 과연 누가 더 인간적이었을까?

많은 신약과 생필품들이 쥐, 토끼, 개 등의 동물실험을 거쳐 발명되고 발전되어 왔다. 보지 않았지만 알고 있던 사실이었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자의적인 희생이 아닌 타의적인 학살에 가까운 동물실험을 같은 인간에게 행해진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가볍게 여기고 있었던가 보다. 도덕과 윤리의 기준과 가치는 불변하는 절대가치가 아니다. 시대와 문화의 차이에 따라 공공의 이익이 최선이 되는 것을 도덕적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동물실험으로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가져온 과학자의 업적이 당대에는 칭송받다가 후대에는 생명의 존엄성을 이유로 그 업적이 퇴색하는 일도 시대가 원하는 윤리의 기준이 변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거창한 단어를 수집하고 오남용하는 엄마를 보며 조지오웰의 <동물 농장>이 연상되었다면 지나친 확대일까? 뜻도 모르면서 유식해 보이고자 과시하기 위해 쓰는 단어는 진정한 가치도 모르면서 허세를 부리기 위해 수집하는 인간의 욕망과도 닮았다. 그런 엄마를 따르는 다른 개들과 허세로 자신을 부풀린 사람의 주위에 모이는 또 다른 사람들. 자신들이 열광하는 것의 참가치를 알고는 있을까? 때로는 껍데기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씨앗을 심은 뒤 싹이 돋아난 것을 보았던 마보닌은 새끼의 무덤 앞에서 잘생긴 개로 다시 피어날 기대에 기뻐했다.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예감되었던 결말이지만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피할 도리가 없다.

개의 시점으로 진행되어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다 더 객관적으로 보였다. 대의를 위한다며 소수와 약자의 원치않는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폭력을 지식인과 권력자의 고뇌로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다수를 위한다면 소수의 희생은 감내해야만 하는걸까? 그런 권리는 누가 주었나?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지 모를 소수의 희생이 대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윤리가 타당하다 외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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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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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 차영지 (옮김) | 내로라 (펴냄)

가까이 살든 멀리 살든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다들 똑같으니까. 다들 겉에선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엔 똑같은 삶을 살아가니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당신과 내가 어떻게, 그 삶을 이해할 수 있었겠어요? 우리가 어떻게 지금, 이 순간에, 그 삶을 짐작할 수 있었겠어요.

-<마음의 연대> 본문 127페이지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대다수의 연인들은 기쁠때나 슬플때나 변함없는 믿음과 존경, 사랑을 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부부가 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티격태격하며 벌어진 마음의 거리는 식어버린 사랑으로 인해 메워지지 못하고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서로를 향해 날선 언어로 공격하며 상처를 내고, 자녀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혼이라는 선택을 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부부도 있다. 그리고 차마 해서는 안될 극단적인 강력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뉴스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아내를 살해한 남편, 남편을 살해한 아내.

세계를 들썩였던 O.J.심슨 사건과 계곡살인의 이은해가 주저없이 떠올랐다. 심슨은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대중의 심판에선 그러하질 못했고 이은해는 법과 대중 모두에게 용서받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 기자로 활동하던 수잔 글래스펠이 조명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남편의 죽음에 강한 의심을 받고 있는 아내 '미니 포스터'다. 정황은 아내를 남편의 살해자로 의심하게 만들지만 증거는 없다. 오래전부터 미니 포스터를 알아왔던 헤일 부인과 보안관의 아내 피터스 부인은 자신들이 발견한 정황증거들을 감춘다. 그녀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녀들이 미니 포스터를 위해 감추기로 한 것들은 증거라고 하기엔 빈약하지만 이미 아내를 범인이라고 단정지은 헨더슨 검사에겐 증거 이상이 될 터였다.

법은 범죄가 일어나게 된 과정보다 결과를 심판한다.

짧지 않은 세월을 이웃으로 살면서도 미니의 불행을 모른척 해왔다는 헤일 부인의 자책감과 미니의 적막함을 이해하는 피터스 부인의 암묵적인 연대는 미니가 저질렀을지 모를 범죄의 결과보다 과정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목이 비틀려 죽은 새의 주검이 단순히 '새'가 아니라 미나가 부여잡은 삶에 대한 마지막 한줄기 애착과 희망이었다면 오히려 남편보다 먼저 죽은 것은 미나일 것이다.

127p."나라면 과일잼 병이 모두 깨지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어요! 그냥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그렇게 말해줘요. 자, 이걸 가지고 가요. 증거로 보여줘요. 그러면, 그러면! 깨져버렸는지 아닌지 영영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잖아요." 정성들여 만든 잼의 병이 깨지며 쓸 수 없게 되버리고 오직 한병만 남은 것은 그래도 아직 미나에게 삶의 기회를 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헤일 부인이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잼이 아니라 미나를 이해한다는 그 말이 아니었을까?

미나가 돌아온다면 이제는 외롭지 않을 수 있겠다. 그녀를 이해하는 여성들의 마음 속 연대가 더이상 무관심으로 고개돌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

이해한다는 것, 이해받고 있다는 것. 어쩌면 그 사실이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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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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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누군가 어젯밤 여길 떠난 것 같아요, 아가씨."

올때도 새벽에 남몰래 숨어들 듯 방문한 미지의 인물은 떠날 때도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새벽에 떠났다.
방문 자체가 철저히 비밀에 쌓인 방문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삼촌 사일러스도 모르는 방문자? 아니면 사일러스가 밝히고 싶지 않은 방문자?
밀리에게 라무르라고 불리는 늙은 하녀 와이엇은 이 모든 비밀을 알고있는 듯한데...
아직 결정적으로 드러난 위험은 없지만 하루하루 불안한 삼촌의 보호 아닌 보호 속에 모드는 무사할 수 있을까? 사촌 밀리와의 우정마저 없었다면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을까?
모드가 걱정되어 찾아온 닥터 브라이얼리의 무뚝뚝한 진심에 그나마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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