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구두 2006-03-10
오늘 안부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그대는 늘 바쁘다고 하고, 곁에서 봐도 늘 바쁘게 살아서
이젠 그대가 바쁘지 않다고 말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그러더군요.
조금 있으면 퇴근할 건데 실은 할 일이 아직도 산더미같이 남아 있는데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실은 장도 좀 봐야하고, 배도 너무 고프고 해서)
오늘은 일찍 들어가려고요.
그러다 잠깐 하고는 아영엄마의 서재에 들어와서 사진 카테고리를 가만가만 들여다 봅니다. 옛날 아이들끼리 서로 호기스럽게 떠들어댈 때 하는 말이 내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했어도 너만한 자식이 있어라고 주책맞게 이야기하곤 했는데, 이젠 정말 그렇게 말해도 어색할 게 없는 나이가 되었네요.
아영이, 혜영이 사진...
아영 엄마 학생 때 사진, 그리고 바깥 양반 사진 보면서 문득...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잠깐 길거리에서 스치듯 인사한 인연으로도 아영엄마님의 얼굴이 약간 기억이 날듯날듯 하면서도 막상 사진 속의 아영엄마님을 보고서야 기억이 좀 납니다. 어차피 제가 아영엄마 서재에 자주 온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실제로도 그리 자주는 못 오는데 오늘은 그래도 차분하게 아영이랑, 혜영이 사진들을 제법 주의깊게 살폈습니다.
아이들 자라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참 신비합니다.
직접 내 배 아파 난 것은 아니지만 그 신비함은 아마도 생명의 신비이고, 자연의 신비겠지요. 아이들이 이 봄에 봄비 맞고 자라는 새싹들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그리고 구김살없이 잘 자랐으면 좋겠고, 아영엄마님의 글들을 보노라니 참 좋은 엄마일 거란 걸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냥 오래도록 지켜보니 마음이 절로 흡족해져서 제법 긴 안부를 남기게 되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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