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과학 수사 파일 1 : 영어 캠프의 비극 - 과학 심리 추리 동화 명탐정 과학 수사 파일 1
황문숙 지음, 김이랑 그림, 정윤경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장르 소설 중에서도 추리물을 무척 좋아하는 터라 책장에 추리소설이 제법 꽂혀 있다. 더불어 TV에서 방영하는 일반 수사 & 과학 수사, 탐정물 등의 미드의 매력에도 꽂혀서 여력이 되면 챙겨보곤 한다. 그 덕분에 아이들도 일찌감치 추리소설과 과학 수사물 관련 미.드의 묘미에 푹 빠져 있기에 이 책 제목을 보더니 관심 집중. 나 또한 "과학 심리 추리 동화"라는 타이틀을 보며 아이들 대상의 동화상에서 '심리'를 어떤 식으로 다룰지 궁금했다.



 강력계 형사 아버지의 수사에 관심을 가지면서 추리력이 발달한 한마음(남, 11세)과 뛰어난 지적 능력과 과학적인 분석력을 지닌 이지성(여, 11세). 개성이 뚜렷한 두 주인공은 다른 면도 많지만 환상의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은 부족한 이지성은 "BONES"라는 미.드의 여주인공인 브레넌 박스를 연상시키는데, 이런 부족한 면을 -잘 생긴 외모와 더불어- 사람들의 심리에 능통한 한마음이 채워주고 있다. 등장인물 소개하는 면을 보면서 작가가 장인물의 특징이나 성격이 잘 드러나도록 이름을 설정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이유로 외딴 시골 산 위에 자리한 영어캠프에 오게 된 아이들. 그 중에 왕따로 늘 괴롭힘을 당해 온 나약한은 영어캠프에서 땅콩 알레르기 때문에 위험한 고비를 겪기도 한다. 한마음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도 캠프에 와서 무서워하는 나약한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친구가 되어주기로 마음먹고 이후로 늘 함께 다닌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건이 터지는데.... 캠프 아이들 중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은 추리 동화인 만큼 피해자가 나오는 건 당연하였지만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에 사람이 -병이나 사고로 죽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등장인물의 죽음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놀라웠다. 비닐하우스에서 피해자가 발견되는 장면을 읽으면서 피해자가 의식 불명 상태여서 작품 후분에 깨어나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해피 엔딩?) 정도의 수위로 이어지지 않을까 추측했는데 제대로 빗나갔다.


 


 이 후 한마음과 이지성은 사건 현장을 기록하고, 신발 치수로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 간다. 용의선상에 오른 아이들에 대해 조사를 하거나 지문 채취 등 두 사람이 따로 또 같이 과학적인 수사를 진행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본문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전문 용어에 대한 설명을 글상자에 담아 이해를 돕고 있다.

 


 초등 대상의 추리 동화라 어느 정도의 추리력을 갖추었거나 발휘한다면 중후반 들어서면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짐작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본문 뒤에는 지식페이지가 실려 있다. [이지성이 알려 주는 과학 원리]에서는 연소에 대해 알아보고, [한마음이 알려 주는 심리 원리]에는 왕따와 동조 심리, 학습된 무기력 등의 심리적인 요인에 대해 알려준다. [명탐정의 실험 파일]과 [명탐정의 상식 사전]도 본문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실험 내용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멋진 콤비를 이루어 활약한 두 아이가 다음에는 어떤 이유로 다시 만나게 될지 궁금증이 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제가 생겼어요! 그림책은 내 친구 25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겨울, 우리 집 막내를 즐겁게 해 준 문제작! ^^ 막내는 미리 웃을 준비라도 하듯 헤실 거리며 이 책을 내민다. 실은 아이가 처음 그리 하였을 때 이 책의 어떤 장면이 재미나서 그리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만큼 그림들이 매우 단순하다. (작가에게 핀잔을 들을 소리겠지만 종이 낭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면에 여백을 많이 두고 있다. ^^;;) 하지만 단순함에서 다양한 것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천이야말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아니겠는가. 
 

 예전에 모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사가 동그라미 두 개를 제시하고 그림을 그려보게 한 실험 결과물을 보여주었더랬다. 그러면서 동그라미의 위치나 크기를 달리하는 등 여러 가지 표현법을 생각해내거나 다양한 사물을 연상하여 그려낼 줄 아는 아이들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라고 평했다. 이 책을 처음 보면서 나는 미처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기발한 그림들을 제시한 결과물에 감탄하며 강사의 강의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작가는 길쭉한 세모 형태의 다리미 자국에서 다양한 사물을 이끌어 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왼쪽 책장에는 본문 글이, 오른쪽 책장에는 배경 그림 없이 대상에 초점을 둔 간결한 그림이 자리하고 있다. 할머니가 수를 놓아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새하얀 식탁보. 그런데 다림질을 하다가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식탁보에 누렇게 눌은 다리미 자국을 내버렸다! 아, 절망이다. 화자의 절망적인 심정을 작가는 다리미 자국에 몇 개의 선을 그려 넣어 커다란 포탄으로 변신시켜 대변하고 있다. 


  


 
 이후 다리미 자국은 간결한 덧그림만으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의자가 되기도 하는 등 무한 변신을 한다. 이 작품을 아이가 아주 재미난 책으로 인식하게 된 대에는 막내의 큰 언니의 공(?)이 크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책을 보다가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남자로 묘사한 장면을 가리키며 막내에게 아빠라고 한 모양이다. 그런 식으로 몇몇 장면을 가족과 연관시키며 함께 본 이후로 막내에게는 마우스나 의자 같은 사물 외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 눈도 들어 있는 책이 되었다. 

 - 다른 그림책을 볼 때도 흔히 그러하듯 자신이 특히 더 좋아하는 장면을 얼른 보고 싶은 마음이 큰지, 막내는 엄마가 책장을 차례차례 넘기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하듯이 앞서서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는 자기가 찾던 장면이 나오면 소리를 치기도 하고 조잘거리며 웃음을 터트리곤 한다. 

 

 
 주인공의 엄마는 참 너그럽고 현명하다. 내 성격 같았으면 짜증부터 냈을 텐데... 세상 끝으로 도망가고 싶을 만큼 큰 걱정에 휩싸여 고민을 한 주인공의 염려와 달리 엄마는 소중히 여기는 테이블보에 또 하나의 다리미 자국을 보탠다. 그리고 고 고운 색실들로 새로운 추억을 아로새긴 -세 사람의 추억이 모두 담긴-식탁보는 가족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식탁보가 되었다. 

 모 블로그에 도서 정보를 페이퍼로 올릴 때 책 제목을 그대로 제목으로 썼더니 블로그 이웃이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 들어와 봤다는 댓글을 남기셔서 "엣, 이거 제목이 문제인걸~"하고 웃었던 일이 있다. 도형이나 무늬 같은 것을 제공하고 이를 포함하여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는 것으로 창의력을 키워주는 책을 가끔 접한다. 이 책은 생각의 힘을 발휘하여 다양한 그림 그리기와 더불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참신한 그림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1-05-2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태은이는 안 읽어본 그림책이네요 태은이도 좋아할지 궁금하군요. 기발하면서 재미나요.
연우가 좋아한다니 저도 무조건 좋아집니다
 
[지구를 위한 한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구를 위한 한 시간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30
박주연 지음, 조미자 그림 / 한솔수북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부터 '밤은 캄캄하다'라는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야간 활동 인구가 급증하면서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을 비롯하여 대형 마트, 음식점, 스포츠센터 등 심야 영업을 하는 업소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휘황찬란한 색색의 네온사인을 비롯한 온갖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도심 지역에 가보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눈부시게 환하다.

 
 이 그림책은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된 "Earth Hour (지구촌 불끄기)" 행사의 취지를 알리며 동참을 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7년 3월 31일 7시 30분, 호주 시드니. 노랗거나 푸르스름한 빛으로 밝게 빛나던 도시가 한 시간 동안 깜깜한 어둠 속에 잠겼다. 책장 한 면에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포함한 도시의 전경을 담았는데, 책장을 넘기면 같은 장소지만 빛과 어둠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대규모 정전 사태나 큰 사고라도 발생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을 처음으로 실행한 날이다. 일년에 하루, 한 시간 동안 불을 끄는 이 행사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처음에는 시드니의 220만 가정과 기업들이 동참하였다. 이후 이 행사를 지지하는 참가국과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국제적인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 관련 사이트( http://www.earthhourkorea.org/)에 들어가 글을 읽어보니 "Earth Hour"는 세계적인 자연보호단체인 WWF(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에 의해 조직되었으며, "2010년 행사에는 전 세계 128개국 40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식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이 해에 우리나라도 116개 도시 및 정부기관, 수십 개의 회사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화석 연료와 전기의 발견은 인류의 삶에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지만 그로 인한 빛과 열기, 가스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밤이 되면 잠을 자는 것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듯이 지구도 잠시나마 달구어진 몸을 식히고 쉴 시간이 필요한데, 불행하게도 지구는 그런 사이클을 벗어나 끊임없이 가열되고 있다. 밤이 되어도 열이 내리지 않아 힘들어하는 아이마냥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헐떡이고 있는 지구에 찾아온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같은- 재앙은 바로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다.



 더 늦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때가 닥치기 전에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시작한 지구촌 불끄기 행사. 이제는 백여 개가 넘는 나라에서 수억 명이 함께하며, 시드니의 하버브릿지를 비롯하여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 우리나라의 남산 타워도-도 잠시나마 불을 끄고 어둠 속에 자리하는 것으로 지구의 미래가 밝아지는 길에 동참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그 한 시간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을 위한 한 시간. 우리가 잠시, 그리고 작은 불편을 겪는 동안이나마 지구가 달아오른 몸을 식이며 몰아쉬던 숨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집 전등 두세 개 끄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우리 집'이 점차 많아진다면,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자기 집 전등을 함께 끈다면 하찮은 것이 아닌 것이 될 수 있다. 전등 스위치만 누르면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와 주변이 환해지는 편리함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우리들에게 그 한 시간이 짧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둡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 정전이 될 때가 있는데 그 시간이 길어질 때면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촛불이나 손전등을 켜놓고 아이와 재미있는 그림자놀이도 하고, 작은 불빛에 의지해서 책을 읽거나 밥을 먹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별빛도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작은 스위치를 내리는 아주 간단한 행위이지만 지구가 아파하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 줄 것이라 여겨진다.
 


   본문 뒤에 실린 정보 페이지에는 지구촌 불끄기 운동의 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가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몇 가지 꼽아 놓았는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줄이기 및 분리수거, 계절에 맞는 옷 입기 등 우리 생활 속에서 비교적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지구촌 불끄기 행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고, 올해에도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뉴스 매체를 통해 접하긴 했으나 정확한 날자와 시간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쳐 보냈는데-‘2011년 3월 26일 오후 8시 30분에 시행- 이 책을 보면서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잊어버리지 않고 동참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에라도 일정을 등록해 놓을까 싶다. 비단 이 행사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엄마의 잔소리가 없더라도 불필요하게 켜놓은 집안 여러 곳의 불끄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행해나갔으면 좋겠다. 자신이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할 지구를 위해서, 아니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을 찾은 할아버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봄을 찾은 할아버지
한태희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겨울은 추워도 어지간히 추워야지, 이래서야 어디 봄이 오겠는가 싶을 만큼 혹독하고도 길었다. 그 와중에 사십 평생에 그렇게 눈이 많이 온 건 처음 봤다 싶을 정도로 눈도 유난히 많이 내려 아이들은 다른 해보다 더 자주 눈 놀이를 즐겼다. 아이들이라 그렇다 쳐도 어른들에게 폭설은, 집 앞의 눈 치워야지, 출퇴근 때 빙판길을 걷거나 운행하느라 신경은 곤두서고 시간은 더 걸리는 등 고충의 연속이었다. 기다리다 보면 절로 올 봄이지만 어디쯤 와 있는지 알기라도 하면 버선발로 달려가서 후딱 잡아끌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지난겨울이다.

 처음 이 그림책을 볼 때는 '한태희'라는 작가를 생소하게 여겼는데 작가 소개 글을 찾아보니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도깨비 아부지>라는 동화책의 삽화를 그린이다. 더구나 지난달에 <도솔산 선운사>,<아름다운 모양>을 구입해서 다음에 막내랑 같이 볼 요량으로 책꽂이에 꽂아둔 상태. 작가가 누구인지 미처 눈여겨보지 않고 화풍이며 내용이 마음에 들어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들이었던지라 뒤늦게 작가의 작품 목록을 보고서야 같은 이의 작품임을 알고는 내 머리에 꿀밤을 한 대 주었더랬다. 그러면서 이 작가의 작품과 인연의 끈이 이어지려고 새삼 그 두 권이 끌렸던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원색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느낌을 주는 빨강을 흩뿌려 놓은 듯한 꽃나무가 그려진 표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그림책은 할머니를 위해 봄을 찾아 나선 할아버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외딴집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집 안에서 무료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차에 할머니가 빨리 봄이 와서 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하고, 이에 할아버지는 봄을 찾아오기 위해 길을 떠난다. 기다리면 올 것이라며 할아버지를 만류하던 할머니는 주먹밥 몇 덩이를 넣어 주며 가까운 곳만 찾아보고 돌아오라고 한다. 
 
- 방안 풍경을 두루 살피다 보면 벽에 걸린, 붉은 꽃과 나비가 그려진 족자가 고즈넉한 방안 분위기에 활력소 역할을 하며 시선을 끈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뭇가지를 잘라 화병에 꽂는 장면을 보면, 나뭇가지에 새순 혹은 꽃망울이 자리 잡은 듯하여 작품 말미에 어떤 변화가 있는 형태로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끝자락에 노부부가 집 앞 매화나무 아래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그린 장면에는 방문이 닫혀 있어 안을 살필 수 없는 형국이어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할머니가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그린 것인지, 작가의 의도가 궁금.


  
 이곳저곳을 헤매던 할아버지는 짐승들이 더 잘 알지 모른다는 생각에 먼저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을 찾아간다. 곰이란 동물은 긴 겨울동안 동면을 하다가 봄이 오는 것을 어찌 알고, 시기에 맞춰 잠에서 깨어나지 않던가. 그것이 할아버지가 짐승들 중에 곰을 먼저 떠올린 이유일 게다. 그런데 비몽사몽간에도 주먹밥 하나를 꿀꺽 삼킨 곰은 봄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날짐승을 추천한다.

   할아버지에게 주먹밥을 건네받아 맛있게 먹은 꿩은 자기도 모른다며, 강물에 사는 이무기에게 물어보라고 말하지만 오래 산 이무기 역시 봄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한다. 이처럼 전래 동화에 흔히 등장하는 형식도 취하고, 옛날 이야기에 등장하는 동물인 이무기를 내세워 옛이야기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자락에서 이무기의 대사 처리를 좀 더 나이에 걸맞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명색이 천 년을 산 이무기인데 아이 같은 말투-몰라요/말이에요- 대신 "모른다오/말이오" 같이 연륜이 묻어나는 말투를 썼으면 어땠을까.

 


  지쳐 쓰러진 할아버지 위에서 내리는 눈발을 꽃송이처럼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어서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울 만큼 달콤한 꽃향기를 풍기는 아이의 등장과 함께 작품의 분위기에 한결 따스한 기운이 퍼져나간다. (꽃향기가 아이에게서 풍겨 나온다고 하여 놓고 다음 장면에 꽃향기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고 표현한 점이 거슬리긴 하지만...) 할아버지가 다다른 곳에 모습을 드러낸 매화꽃 한 줄기. 매화는 아직 눈발이 날리는 겨울에 모습을 드러내며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꽃이다.



 홍매화가 이리도 붉던가! 온 가지마다 붉은 꽃을 활짝 피운 매화나무가 양쪽 책장을 꽉 차게 매운 이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곱다는 느낌보다는 새빨간 꽃들이 발산하는 강렬한 생명력은 앞서의 아쉬운 부분들을 상쇄시킬 만큼 아름답고 뇌쇄적이다. 붉은 꽃들이 만발한 나무 아래에서 꽃의 정취에 한껏 취한 듯 흥겹게 팔을 휘저으며 춤을 추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매화나무는 없지만 자그마한 빨간 꽃들을 쉼 없이 피워 올리는 기린초(꽃기린) 화분이 있어 매일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크다. 꽃을 보면 가라앉았던 기분도 살아나는 것이, 삶에 큰 활력이 되어준다.


  
  


 채색 수묵화의 화풍에 더하여 (아이들이 붓글씨 쓸 때 사용하는 화선지 같은) 종이의 가로 결을 살려 놓아 옛이야기의 정취를 한껏 살려 놓았다. 내지 그림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책의 볼거리 중의 하나. 앞내지의 그림을 보면 흰 눈이 온 세상을 덮어 정적이 내려앉은 고요함 그자체이다. 반면 뒤내지에는 더할 나위 없이 화사한 봄이 찾아 와 있다. 본문의 매화나무가 강렬한 붉은 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뒤내지의 분홍과 노랑이 산천을 물들인 파스텔 톤의 풍경은 부드럽고 은은하다. 아, 본문에 등장했던 꿩 부부와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얼음이 녹으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거라던 이무기는 못 찾겠다. 혹 이미 승천해서 자취를 감춘 건가? 꼬리 끝자락이라도 살짝 보여줄 것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4월에 주목할만한 도서를 골라 페이퍼를 작성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달이 지났다니..   연이은 가족 행사에 가정의 달인 5월 초를 분주히 보내다 보니 한 달을 세 배는 빠르게 산 느낌이 든다. - 담당자에게 문자를 받고는 한 달에 페이퍼를 두 번 작성하나? 돌발 미션인가? 잘못 온 문자인가 등등의 생각을 하며 서재에 들어와 확인을 해보니 신간평가단의 정기 미션이고 이미 많은 평가단분들이 글을 올리셨더라는...  

그 사이에 나온 신간을 살필 겨를도 없이 지냈던터라 기한 마지막날에 부랴부랴 네 분야의 도서를 살피며 주목할만한, 혹은 내가 보고 싶은 도서을 골랐다. 개인적으로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편인지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에 눈길이 먼저 가게 된다.

 

 영국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과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앤서니 브라운이 직접 친절한 큐레이터가 되어, 그림책 한 권 한 권을 그리게 된 계기와 과정, 작품 의도 등 자신의 그림책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여러 스케치를 비롯하여 초기 더미북의 모습과 초창기 캐릭터가 그림과 사진 자료가 가득하다.

4월 출간 도서 중 단연 눈길을 끈 도서!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작품을 사모으기도 하는데, 이번 작품은 더구나, 자신의 삶과 더불어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지 않는가! 분량은 자그마치  240쪽. 선뜻 지르기 쉽지 않은 가격대지만 "아이디어를 얻은 후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의 전 작업 과정"도 알 수 있는 이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그 부담을 넘어설 수 있게 할지도 모르겠다. 이왕이면 리뷰 도서로 받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사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

 

 문지아이들 시리즈. 칼데콧 상 수상 작가 데이비드 맥컬레이가 선보이는 유쾌한 그림책.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이어진 듯 분리된 그림과 생략된 듯 묘사가 충분한 텍스트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해 다음 장면을 눈앞에 그려 보게도 하는 이 그림책은 인과관계에 의해 연결되는 복잡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을 재치와 엉뚱함으로 풀어내 읽는 내내 웃음을 선사한다.

-  아이들보다는 어른이 더 탐을 내는 경향이 있는 <도시>, <피라미드>등의 데이비드 맥컬레이 건축 이야기>의 작가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다소 엉뚱 발랄해 보이는 그림책. 이번 작품은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건축 시리즈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터라 궁금증이 인다. 왜 그 암탉은 길을 건너야만 했을까! 그 바람에 소들이 다리 위로 뛰고,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다리가 무너져 내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일들의 절묘한 인과관계를 살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일 듯 하다.  

 

 1940년대 북동마을에 살았던 연이는 도시화가 되기 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거주했던 마을의 모습과 생활 방식을 보여 준다. 1970년대 서울 청계천 주변 동네에 살았던 근희는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는 서울의 모습과 생활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2010년대 서울의 아파트 동네에 살고 있는 은이의 이야기에서는 도시 생활과 아파트 동네의 일상이 드러난다.

"3대에 걸친 가족사를 통해 거주지 이동과 가족 형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사회 변화"를 보여주는 지리교양서라고 한다. <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 등의 작품을 발표한 김향금씨가 글을 쓰고 김재홍씨가 그림을 그린 책.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농촌과 도시의 옛 풍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맛보기로 올라온 정감있는 화풍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김재홍씨의 그림을 보니 비포장도로를 한참이나 걸어 찾아갔던 큰 집과 그 곳에 가면 맡을 수 있었던 구수한 여물 냄새가 참 좋았던 어린 시절이 절로 생각난다. 

 

 우리 교육계 최초로 초등 교과서를 해부한다.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과서를 연구하고 가르쳐 온 초등교육과정연구 모임은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까지 바보로 만들고 있는 교과서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수차례의 개정을 거듭해 왔지만 체계 없이 짜깁기한 엉터리 교과서가 아이들과 교사를 ‘지옥(?)’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공부하는 교과서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 걸까? 초등 교과서의 집필진을 비롯하여 교육 과정 등의 문제점과 대안과 개선을 위한 제안까지 담은 책이라는 점이 -아직 한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야 할 학부모이기에- 눈길을 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11-05-0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서니 브라운 책 슬그머니 보관함에 들어갑니다.흑.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도 궁금했는데 역시나 올라오네요.
개인적으로 맥클레이의 첫 그림책은 기대만 못했습니다.이번 책은 어쩌려는지...

아영엄마 2011-05-09 03:07   좋아요 0 | URL
작가라도 모든 장르의 작품을 다 잘 소화낼 수는 없겠지요.
데이비드 맥컬레이가 건축 분야에서는 탁월한 작품은 선보였긴 하나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도 잘 만들어냈으리란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거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