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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전람회 ㅣ 쪽빛그림책 5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하늘 아래 살아요.
때론 울고, 때론 웃고, 때론 생각하고, 가끔 감기에 걸릴 때도 있지요.
하늘에도 바람은 불고, 구름은 매일 하늘의 지도를 바꿔 놓아요.
구름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고 기분에 따라 액자 없는 그림 전시회를 열어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에 틈새는 없나 찾아보곤 해요.
- 이세 히데코
책의 띠지에 적혀 있는 작가의 글이다. (띠지가 없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리뷰에 적어 둠.) 저 글 중에 "액자 없는 그림 전시회"라는 표현이 참 근사하다. 지금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하루가 지나도록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어렸을 때나 젊은 시절에는 옥상이나 계단 한 쪽 구석에 혼자 앉아 하늘에 떠 있거나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속으로 구름 모양에서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의 이름을 읊조려 보곤 했었다. 별스러운 취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반복되는 벽지 무늬나, 타일 무늬 혹은 깨져서 타일에 파인 자국을 멍하니 보며 그 속에서 특정한 형상을 짚어 내곤 한다. 그런 것을 즐겨서인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볼 때도 그 모양과 닮은 특정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구름의 다양한 형태와 색감을 화폭에 담은 이 그림책은 '이세 히데코'라는 작가 이름만으로 관심이 간 작품이다. 앞서 보았던 <를리외르 아저씨>와 <형 빈센트>, 이 두 작품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었던 터라 다른 작품 또한 기대치가 높았던 탓일까, 별다른 스토리 라인이 없는 이번 그림책은 생각보다는 조금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하늘을 바라보듯 장면 하나 하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빛과 구름이 빚어내는 오묘한 색감과 절묘한 표현에 입 안에서 감탄사 알맹이가 톡톡~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그림이 만들어 내는 하늘의 모습이 양 쪽 책장에 걸쳐 펼쳐진다. 각 장면마다 그림 하단에 흰 여백을 길게 두고, 그림을 적절하게 표현한 제목과 짧은 글을 담고 있다. 글만 읽자면 책장이 금방 금방 넘어가버리겠지만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눈에 그 하늘이 들어온다. 계단 모양의 구름을 보며 어떻게 저런 모양을 만들어 내나 신기해하고,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하늘에 때로는 흰 양들이 떼를 지어 지나가는 모습은 종종 본 적이 있는 듯 친숙해 보인다.
<빛의 플랑크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그림은 파란 바탕에 눈 결정, 깃털, 해파리, 잠자리 날개 같이 아주 얇으면서도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들이 투명한 느낌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니 생뚱맞게도 눈을 -특히 맑은 하늘을 보며- 깜박일 때면 눈 속에 부유물이나 벌레 같은 것이 움직이거나 흘러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던 일이 생각난다. (나중에 알아보니 '비문증'이라는 병의 증상이더라는... -.-) 떠다니는 것들 중에 해파리가 있어서인지 하늘보다 바다의 느낌도 드는 그림이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그림을 꼽으라면, <구름 커튼>과 <보리밭>이다. 구름들 사이에 햇살이 커튼처럼 내려오는 광경은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어서 더 근사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액자 없는 그림'이라는 표현처럼 자연이 하늘을 캔버스 삼아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앞에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하늘의 모습을 모두 모아 놓았다. 그림책에는 대게 쪽 수를 표기하지 않는데 이 책에는 오른쪽 책장에 쪽수를 기재해 놓았기에 별스럽네, 하고 넘어갔는데 마지막 장에 가서야 쪽수를 표기할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 일종의 정보 페이지로, 앞에서 보여주었던 구름의 모습에 일반적인 명칭과 과학적인 명칭(예: 꽃구름/고적운>을 표기해 놓았다.
예전에는 아이들과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저건 강아지~, 저기 고래도 있네, 거북이랑 나비 있고, 공, 하트....' 하며, 누가 더 많이 모양을 찾아내나 내기를 펼치곤 했었는데 요즘은 구름을 보면 '또 구름 꼈네. 비가 올까, 우산 안 가져갔는데...'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 그러나 이제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변화무쌍하고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을 어쩌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 하늘을 좀 더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하늘과 구름의 모습에 이름을 붙여보는 놀이도 재미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