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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지 않은 내 동생 ㅣ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1
하마다 케이코 지음, 김숙희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귀엽지 않은 내 동생>,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우리 집 큰 아이가 떠오른 그림책이다. 둘째 아이가 생글생글 웃는 모습에, 애교도 많은 편이라 주위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는데 딱 한 명, 저희 언니에게만은 전혀~ 귀엽지 않은, 귀찮기만 한 존재인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고타는 2학년, 그리고 여동생 마호는 1학년으로, 연년생이라서 또래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낼 법도 한데 어디 형제가 그렇던가. 날마다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모든 형제들의 숙명인가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형제들이 아옹다옹, 티격태격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마호는 쉬는 시간만 되면 큰 소리로 "오빠아아~"하고 부르며 오빠의 교실로 달려오고, 친구들을 데려와 오빠의 그림을 자랑한다. 마호의 못 말리는 수다, 그리고 못 말리는 참견... 운동장에서 줄 맞춰 가다가 오빠를 발견했을 때도 "오빠아아아~", 복도에서 급식통을 나르고 있을 때에도 "오빠 오빠!" 고타는 동생 마호를 피해 도망다니느라 바쁘다.
그런 고타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바로 집에서도 같은 방을 쓴다는 것!! 아이들을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장면은 책 속에 등장하는 난장판으로 어질러져 있는 두 아이의 방이다. 책가방, 색종이 조각들, 블록 같은 장난감들이 널브러져 있는 방이 전혀 낯설지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바로 우리 아이들의 방을 보는 듯해서 이 장면에서 내가 고타네 엄마가 된 것처럼 한숨을 다 쉬었지 뭔가. (^^)> 외동인 친구를 부러워하며 자신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고타가 공책에 써내려 가고 있는, 부러운 친구에 관한 글을 보면 고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동생이 아파 누워 있게 되면서 고타는 동생이 주변에 없는 것을 즐거워하지만 그 후 점차 차분히 가라앉는 것이, 마호로 인해 활기차던 초반의 분위기와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독자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요소로, 표지 그림은 이 책과 유사한데 제목은 정반대인 "귀여운 내 동생"이라는 책이 내용에 등장하는 점이다. 마호가 도서실에서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고 자랑하고, 오빠에게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이 책은 뒤 쪽에도 언급되지만, 사실 마호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다.
아파 누워 있는 마호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 고타의 모습에서 평소에는 귀찮게 여기긴 했지만 속으로는 동생을 아끼고 염려하는 오빠의 마음이 살며시 전해져 온다. 이 책에서 "오빠"를 "언니"로, "마호"를 자기 이름으로 바꿔서 읽어달라는 작은 아이의 요청이 들어와 잠자리에서 읽어주니 재미있다며 깔깔거리며 웃는다. 교장선생님을 붙들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마호처럼 둘째 아이도 말이 많아서 "수다쟁이"라는 별명을 지녔는지라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웃으며 이 책을 보았다.
실제로 둘째 아이가 집에 없을 때는 온 집안이 조용해진다. 큰 아이로서는 언니 하는 걸 따라 하기 좋아하고, 놀아달라고 졸졸 따라다니고, 무엇을 하는지 수시로 물어보고 참견하는 동생이 귀찮을 것이다. 그래도 동생이 곁에 없으면 심심하다는 것을 큰 아이도 아는지라 고타를 보며 "조용하다는 건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말의 의미가 전하는 바를 알았을 것이다. 오빠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등교하는 마호는 머리카락이 목 위로 깡총한 것이 "여동생이 있다"라는 문장만 없었다면 사내아이로 봤을 법하게 생겼다. 이 둘의 얼굴을 가만히 뜯어보니 형제 아니랄까 봐 참 닮았다.
책을 보고 있노라니 늘 "오빠"를 외쳐대는 마호가 오빠를 무척 좋아하는 것이 느껴진다. 오빠가 아파 누워 있자 오빠가 좋아하는 책을 들고 와서는 문간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애절하기까지 하다. 앞뒤 책날개에 적힌 오빠와 여동생의 글도 살짝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교장선생님을 붙들고 여전히 오빠 자랑을 하는 못 말리는 동생을 보며 고타의 얼굴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가 살짝 감도는 마지막 장면을 보며 함께 미소 짓게 되는 작품이다.
- 20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