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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없애야 해 ㅣ 달팽이 과학동화 1
심조원 글, 최미숙 그림 / 보리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의 동화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동독과 서독이 합치던 날, 깨트렸던 '베를린의 장벽'이 생각났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종족이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왕래를 끊고 살아야 했었지만 지금 그 벽은 허물어졌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에도 그런 울타리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바로 38선! 우리 민족을 반으로 갈라놓고 있는 그 높고 날카로운 가시철망때문에 가족을 눈 앞에 두고도 가지 못해 피눈물을 흘리는 이산가족들을 생각해 보라. 이 울타리는 꼭 무너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이 되고, 우리민족이 누구나 서로 왕래할 수 있는 그 날이 오리라 믿는다.
울타리, 벽은 왜 생겼을까? 보충설명을 보면 집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 이미 울타리라는 존재가 생겼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축이나 짐승을 다른 들짐승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였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자신의 집과 가족,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기위하여 좀 더 높은 담이 필요하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생겨난 울타리는 점점 강화되고 늘어나 이제는 누구나 아주 높은 울타리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세계룰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가 옆집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바로 건너편의 가까운 장소에 갈 때에도 여기저기 세워진 담을 따라 빙 돌아가야 하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언젠가는 평화가 찾아와 모든 담과 울타리를 허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 나라에도 담이 없는 집들이 가끔 눈에 띄기 시작하게 되었는데, 외국영화 같은 것을 보면 담이 없이 정원을 가진 집들이 죽 늘어서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런 풍경을 볼 때마다 나도 저런 동네에서 살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간략한 내용을 소개하자면 모두들 형제처럼 사이좋게 살아가던 동물 마을에 승냥이가 이사와서 자기가 땅을 샀다며 여기저기에 말뚝을 박는다. 그리고는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철망을 치게 되면서 모든 마을 동물들이 어느 곳에 가려 할 때마다 힘들게 돌아가지 않으면 않되었다.
가까운 곳도 길을 막아버린 울타리를 빙 돌아가다보니 더위에 지쳐 일사병에 거리는 아기마저 생긴다. 그러다 불이 나면서 동물들은 산을 구하기 위해 과감하게 가시철망을 뜯어 내고 울타리를 없애 버린다.
울타리에 둘러 싸여, 바깥세상과 이웃으로부터 차단된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는-불안하고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이웃끼리 터 놓고 사는 것이 훨씬 인간다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