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따라 유치원에 온 귀여운 공룡이 교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말썽을 부리는 이야기.. 이 책은 보면 볼 수록 재미 있는 책이다. 이제 세살된 둘째도 좋아하고 옆 집 아이도 우리 집에 놀러 오면 꼭 책을 꺼내서 보는 걸 보면 우리 아이들만 좋아하는 책은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 공룡이라는 단어를 때때로 아이의 이름으로 바꾸어 읽으면 아이들이 말썽꾸러기라고 한탄하는 이 엄마의 대변해 주기도 하는 것 같다. 각 페이지의 그림들을 보면 공룡의 장난에 약간은 얼이 빠진듯한 아이들의 표정이나 놀라는 표정들이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터치로 잘 나타나 있다. 공룡이 곳곳에 부린 말썽의 흔적은 한거풀 덮여있지만 책을 보는 아이들에 의해 들추어 지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인 것 같다. 이 부분들이 있기에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리라. 덕분에 미리 찢어지지 않도록 들추는 부분을 일일이 시트지로 붙여 두는 수고를 하였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런 책들은 오래가질 못한다) 각 페이지의 문장은 대부분 간결하고 반복되는 문장이지만 이런 것들이 오히려 유아들에게 다가가기 쉽고 운율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유치원에 온 공룡, 하루종일 말썽만 부리는 공룡, 없어지거나 찢어진 물건들.. 비록 선생님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 선생님이 꽤나 골치가 아팠을 듯하다. 내가 우리 집 말썽꾸러기 둘째때문에 날마다 뒤쫒아 다니며 말썽의 흔적들을 치우기 바쁜 것을 보면 말이다.. 아이들은 곳곳에 숨겨진 작은 생쥐와 오리,거미를 찾아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것도 이 책을 몇 번이고 살펴보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빠트리지 말 것. 얌전히 있기로 하고 다음날 다시 유치원에 올 공룡이 또 무슨 말썽을 부릴까? 이런 상상을 해 보는 재미를 아이에게 안겨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창의력을 발달시키는 것은 엄마의 몫이 아닐까 싶다.
.'어, 글자가 없네.. 엄마 이 책은 어떻게 읽어야되요?' 이것이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보고난 후의 첫 반응이자 질문이다. 이 책에는 제목과 앞, 뒤의 설명 빼고는 몬문에는 전혀 글씨가 없다. 다만 책 장마다 집이 그려져 있고 창문인 듯한 작은 구멍들이 송송 뚫려 있을 뿐이다. 어른들은 보았을 떄는 전혀 재미없을 것 같은 책... 그것도 수학을 위한 책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수시로 이 책을 보는 것은 첫째,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이사'라는 개념을 통해 아이가 하나씩 옆집으로 건너가는 것을 집의 전면을 그린 페이를 넘기면서 확인 하는 것이다. 둘째는 각 그림에 세밀하게 표현된, 그러나 아이가 이사가버림에 따라 변화되는 각 페이지의 집안 풍경들이다. 그리고 글씨가 없으면서도 책을 볼 수 있다는 것 등이 이 책을 아이가 가까이 하게 된 이유들일 것이다. 이제 6살된 우리 아이는 아직 10을 이루는 숫자의 짝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연산을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10을 만드는 수, 1과 9, 2와 8 등그 짝을 확실하게, 그러나 학습지 형태처럼 계산하는 형태로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도 알려 줄 수 있어서 이 책을 고른 것을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제 아이는 '여덟명이 이사가면 몇 명이 남을까?'라는 질문에 (비록 잠시 생각해 보긴 하지만..) 두 명이 남았다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기뻐할 일이겠죠?
이 책은 'we're going on a bear hunt'라는 유명한 영어동화책의 번역한 한글동화책이죠. 저 역시 아이의 영어동화책으로 먼저 we're going on a bear hunt를 샀어요. 비록 영어로 나오긴했지만 노래 테이프를 통해 들려오는 진군나팔소나 흥겨운 노래 소리에 아이는 이 책을 금방 좋아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제가 번역해서 읽어 줄 때는 직역을 해서 읽어주다보니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아 재미가 없더군요. 특히 후렴구를 '위로도 갈 수 없네.. 아래로도 갈 수 없네..라는 식으로 늘 같은 말로 번역해 읽어주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의 한글 동화책, '곰사냥을 떠나자'를 윗 집에서 빌려서 보니 같은 영어 문장이라도 우리 말로 표현할 때는 그 상황에 맞게 각각의 다른 말로 표현하여 놓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도 이 책을 보자 혼자서 몇 번이고 읽어보더군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읽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영어동화책보다는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이 책이 훨씬 마음에 들었을 거예요. 이 책을 갖다 주고 나자 계속 그 책을 사달라고 조르길래 영어와 우리말 책을 같이 보면 좋다는 이야기도 듣고 해서 구입해 버렸어요. 집에 있는 책은 작은 보드북인데 비해 '곰사냥을 떠나자', 이 책은 아주 큰 책이에요. 책꽂이에 꼽아 두면 혼자 툭~ 튀어 나와 있지요. 그래서 아이 눈에 더 잘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쨋든 책이 크니까 그림도 훨씬 시원시원해 보이고 아이가 펼쳐 놓고 보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 아이가 두 책을 다 보면서 저절로 영어문장도 이해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은 제 욕심일가까요? ^^*
카이사르에 대한 경이로움은 제가 꽤나 두꺼운 로마인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전쟁과 군사 정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카이사르가 영토를 확장해 나가고 원로원을 누르고 로마를 장악해 가는 과정이 큰 재미를 자아내어 눈을 땔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카이사르, 또는 시저... 확실히 그는 군중을 다스릴 줄 아는 카리스마를 지닌 천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의 군대나 세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이들이야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그 천재가 너무 늦게 날개를 펼친 것도, 요절해 버린 것도 로마에게는 크나큰 손실이었을 듯 싶습니다. 그러나 5권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역시 그 유명한 3월 15일에 카이사르가 '부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을 남기며 살해된 시점에서 그의 유언장과 함께 전면에 부상하게 된 옥타비아누스였습니다. 겨우 18세라는 나이, 우리나라 나이로 치자면 이제 겨우 대학생이 되었을 그 나이에 아직 로마인들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희미한 존재였던 그가 어떻게 안토니우스를 밀어내고 제일인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읽으면서 감탄을 금치못했습니다. 카이사르에 비해 일찍 권력을 쥐게 된 그였지만 그의 양아버지처럼 천재성을 가지지 못한 것을 일찍 깨닿고 자신의 방식대로 원로원을 장악하고 황제가 되어 가는 것을 보면 그도 영재쯤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안토니우스의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저자의 서술도 흥미로웠습니다. 평범한 한 남자가 아닌 한 국가를 다스리는 남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잊어버리고 클레오파트라에게 달려간 안토니우스.. 어쩌면 그에게는 국가보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 더 중요했겠지요. 그렇기에 결국 그는 로마를 얻지 못했고, 야심을 가진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를 통해 로마를 얻으려고 했지만 로마보다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긴 안토니우스만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죽음만을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그 시대에 대한 결혼관입니다. 여자들이 서너차례의 결혼을 하여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거나 , 아버지에 의해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도 다반사였다고 하니... 옥타비아누스가 그 남편과 담판을 지으면서까지 유부녀와 결혼한 것도 우리들의 가치관으로 볼 때 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 남편이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자식들까지 여자와 함께 받아들이다니....(서양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죠) 책을 읽으면서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이름이었습니다. 같은 씨족내에서는 같은 이름을 많이 물려 받다보니 율리우스 씨족내에서 흔히 사용된 여자 이름인'율리아'는 몇 차례나 등장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진지하게 읽지 않으면 마구 헷갈려 어떤 율리아인지 혼돈이 되기도 했어요. 아무튼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어가는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칭호를 받고 로마를 통치해 나가는 6권이 자뭇 궁금해집니다.
제가 퍼시 아저씨라는 캐릭터를 처음 안 것은 TV를 통해서였습니다. 인적없는 공원에서 살면서도 고독한 면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동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아저씨를 보니 참으로 부럽고 푸근해 보이더군요. 여타 만화주인공처럼 늘씬하거나 미남형인, 인형같은 모습이 아니라 진짜 옆집아저씨같은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도 퍼시 아저씨를 몇 번 본터라 이 책을 보여 주자 빨리 읽어 달라고 졸라댔습니다. 동화책을 읽어 줄 때면 늘 그렇듯 동물들이 추워서 하는 말들을 조금은 과장되게 달달달 떠는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자 무척이나 우스운지 깔깔거립니다. 그리고 두더지가 나타나자 동물들이 산산히 흩어져서 숨어있는 부분에서는 꼭 동물들이 어디 어디에 숨었는지 하나씩 물어보라며 보채고, 동물 이름을 말하면 '찾았다~'를 연발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고 합니다. 아이는 이 아저씨의 책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지 다른 퍼시 아저씨 책을 사 달고도 합니다. 생긴 것만큼(^^;) 정말 마음씨도 넉넉한 퍼시 아저씨.. 자신의 작은 침대를 동물들을 다 차지 했건만 화 내는 법도 없이 모두들 받아 주는 아저씨가 어른인 저도 참 좋아요. 두더지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긴 했지만 결국 모두들 퍼시아저씨의 집 안 곳곳에 자리 잡고 편안히 잠들 게 되는 눈오는 밤... 다 들 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