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헌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5
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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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범죄 현장의 증거를 수거하고 분석하여 범인을 체포하는 과학수사 시리즈인 <C.S.I>에 한동안 심취해 있었는데 그 후에 ‘범인의 유형 분석을 통한 용의자 추적 방식'을 선보인 <크리미널 마인드>라는 범죄 수사물을 접하게 되었다. 다른 소설 책을 통해 프로파일러라는 특수직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수사관들이 범인의 인종, 연령대, 인상착의, 학력, 성격, 사회성 등을 유추해 내어 범인의 윤곽을 좁혀가는 것을 보고 감탄을 했다. 이처럼 사건 정황이나 범행 방식, 연쇄 살인의 패턴을 분석하여 범인의 특징을 파악하는 일을 '프로파일링(Profiling)'이라고 하는데 이 책의 저자 존 더글러스'가 그 선구자적인 위치에 선 인물이다. 

 존 더글라스는 영화 <양들의 침묵>의 실제 모델로, 연쇄 살인범을 검거하는 효과적인 수사기법을 개발한 사람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성장과정, 그리고 한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입장이 되어 이끌어 오기까지 겪었던 어려움과 기억에 남거나 자신이 다루었던 여러 사건들에 관해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즉 이 책은 허구의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으로, FBI 수사지원부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저자 자신의 회고록이자 범죄학 보고서 셈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개발한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이 들려주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론보다는 범죄 인성 프로파일링, 범죄 분석, 기소 전략 등을 소개하고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샘의 아들'이라는 유명한 사건을 비롯하여 소속 부서의 진가와 그들이 하는 일이 유용함을 널리 알린 '애트키드 사건' 등 다양한 범죄 사례를 접할 수 있다.

 과학기술 발달과 첨단 장비의 등장, 고도의 훈련을 받은 경찰 인력이 많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살인율은 높아지고 해결율은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뭘까? 범죄의 성격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증오, 탐욕 등의 동기를 가진 면식범(가족, 이웃, 친척, 내연관계 등)에 의해 벌어진 범죄가 많았으나 현대로 접어들면서 낯선 사람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방화나 살인, 부녀자들을 노린 연쇄살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범죄를 거듭할수록 범인들의 살인행각도 점점 노련해지게 되므로 흉악한 범인을 빨리 체포할수록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는 일을 빨리 막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용의자의 범위를 좁히고 수사의 방향을 짚어냄으로써 형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전향적 수사 기법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범인과 사건에 대한 유추 능력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므로 유능한 프로파일러를 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 명이 넘는 요원이 있는 미국 FBI에도 프로파일러는 몇 십 명-우리나라에는 한 분 계시다고 함- 밖에 없다고 한다. 저자도 여러 유형의 범죄를 분석하고, 교도소로 찾아가서 살인범들과 직접 면담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면서 수사기법을 개발했다. 그러나 초창기만 해도 범인을 유추해 내는 프로파일링 작업이란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식으로 보이거나 심령술처럼 비과학적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살인범들에 의해 목숨을 잃는 희생자들을 보면 대부분이 범인에게 대항하기 어려운 어린이, 노인, (창녀를 포함한) 여성 등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우위에 설 수 있는 약한 대상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다. 저자도 부모 입장이다 보니 어린이와 관련된 범죄를 접할 때면 불안감에 휩싸인다고 한다. 나 역시 어린이가 납치되거나 성폭행을 당한 사건 기사를 접할 때면 '혹시나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들어 저자의 표현처럼 아이를 주머니 속에 넣어 다녔으면 싶어질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정신 이상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고 사회에 나와서는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만일 나에게 해를 끼친 범인이 다시 사회에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불안해서 하루도 맘 편하게 살지 못할 것 같다. 솔직히 그런 류의 사람들은 사형에 처하거나 종신형으로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되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저자는 연쇄살인범이나 흉악범들이 학대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내거나 열악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꼭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인 요인이 되어 남아 있다가 성인이 되면서 분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운다며 세상의 범죄는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부디 이 지구상에서 범죄가 자취를 감추고, 우리 아이들을 마음 편하게 놀러 내보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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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래 작은도서관 23
김민령 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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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 작가의 작품 4편이 실린 동화모음집.  네 편 모두 아이들의 겪는 '상처'를 작품 속에서 짚어내고 있다. 첫 번째 작품인 <두루미 마을>은 갑작스럽게 부모와 떨어져서 살게 된 아이의 이야기다.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경찰서로 잡혀가면서 현기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단칸방에 살아도 가족이 모여 같이 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엄마는 다른 선택을 한다. 현기를 낯선 할머니에게 맡기고 간 것이다. 부모로서는 참 어려운 결단이고 아이에게는 가혹한 결정이 아닐까 싶다. 밤골에서 살게 된 현기는 두루미 가족에게 유독 눈길이 간다.

 현기가 심술이 나서 두루미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면은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표출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혼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지' 잘 아는 현기는 다친 채 가족과 떨어져 있는 새끼 두루미를 보자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파 본 사람, 가슴에 상처를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픔도 상처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현기는 두루미 가족이 다시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그리운 가족과 다시 함께 살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꼬물래>는 친구에게 민망한 장면을 들키면서 '꼬물래'란 별명으로 불리게 된 주호의 이야기다. 주호는 엄마가 안 계신다. 주위 어른이나 아빠가 챙겨주신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표가 나게 되는데 업친대 덮친 격으로 친구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일을 보이는 바람에 그런 지저분한 별명이 붙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직설적이고 거리낌이 없다. 내가 한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체 단순히 장난으로, 재미로 누군가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주호를 놀리기 위해 별명으로 부르는 '꼬물래'는 오랫동안 씻지 않아 지저분한 외모에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동네를 돌아다니는 거지를 가리키는 호칭이다. 주호는 자기에게 그런 못마땅한 별명이 생긴 것이 꼭 꼬물래 탓인 것만 같아 속상하고 못마땅하다. 그러나 꼬물래네 집에 갔다가 한가지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정신은 온전치 않지만 다른 생명을 보살필 줄 아는 마음을 지닌 꼬물래. 더불어 주호는 자신을 지켜주고 헤아려줄 줄 아는 아빠의 존재를 커다랗게 느낀다.  

 <견우랑 나랑>에서 '나'의 가족은 현재 세 명이다. 아빠는 집을 나가버리고, 언니는 아직 동생들을 보살필 능력이 되지 않고, 오빠는 동네 아이들의 돈을 빼앗는다. 툭하면 술 취한 아버지에게 맞는 견우가 오빠의 그런 행동을 나쁘다고 말하지만 쌀통이 비고, 실내화가 작아지고 헤어져도 그냥 신어야 하는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나'는 그게 뭐가 나쁘냐고 반문한다. 부모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부모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 진정한 배고픔에 잘 모를 것이다.

 끼니 때가 되면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일지만 때론 허전한 마음이 허기를 느끼게 하는지 정이 고프면 배도 고픈가 보다. 저자는 '나'의 심리적인 상태를 배고픔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는 견우가 엄마를 따라 떠나던 날, 자신을 걱정해 주는 친구의 마음에 굶주린 배가, 허기진 마음이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마지막 단편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은 한 동네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과 새엄마의 현실적인 이미지를 담은 작품이다. 행여나 한 장면에라도 나올까 싶어 화장이나 치장을 하는 등 수선을 떠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현장감 있게 잘 그리고 있다. 촬영 중 아역 주인공의 친구가 한 사람이 필요해져서 나서게 된 수정이와 미나의 출연 행방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된다. 

 미나의 엄마는 새엄마이다. 상황에 따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도 새엄마라는 색안경을 덮어씌우면 흉이 되어버린다. 동네 사람들은 새엄마 티를 낸다고 수군거리지만 수정이는 씩씩하다. 쉬운 시간과 과정은 아니었겠지만 수정이는 이미 가슴으로 새엄마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일등 새엄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친엄마처럼 할 자신은 없지만 새엄마 중에서는 가장 좋은 새엄마가 되겠다고 한 수정이의 새엄마의 말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현대로 접어 들면서 삶의 질이나 물질적인 면에서는 예전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사회의 그늘도 더 깊어졌다. 풍요로움 뒤에 가려진 상처를 지닌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속에 담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독거려 주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런 작품들이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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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대장 헨리 5 - 헨리와 기절초풍 방귀탄 호기심 대장 헨리 5
프란체스카 사이먼 지음, 홍연미 옮김, 토니 로스 그림 / 그린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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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 18개국에 출간되어 많은 어린이들을 팬으로 만들어 버린 말썽대장 헨리. . 어른들의 눈에는 악동도 이런 악동이 있나 싶을 정도로 온갖 말썽을 일으키는 헨리를 보니 나 역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헨리가 끊임없이 선보이는 기발한 장난과 말썽에 흠뻑 매료되어 이야기 속으로 신나게 빠져든다. 동생 피터는 잔소리가 필요 없는 모범생인데 비해 헨리는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피터가 부모들이 바라는 모범적인 아이의 전형이라면 헨리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극대화시켜 놓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헨리와 기절초풍 방귀탄>은 "말썽대장 헨리 이야기" 다섯 번째 작품이자 시리즈 마지막 책이다. -시리즈의 권 수가 많으면 은근히 부담이 생기는데 적당한 권 수로 마무리된 듯- 이번에도 총 4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특히 마지막 편인 "친구 집에서 보낸 하룻밤"은 헨리에게 은근히 반감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이 고소한 깨소금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헨리, 책을 읽다"! 아니, 헨리가 왠 일로 책을 다 읽는가 싶은 생각부터 드는데, 오호~ 상품이라는 당근의 유혹이 있었던 것이다. 학교 독서왕 대회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에게 새로 생긴 놀이동산 가족 이용권을 준다는 것!  이 얼마나 매력적인 유혹인가. 동생의 도서목록과 독서록을 베껴 쓴 것으로는 우승은 어림도 없는지가 헨리는 매우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과연 헨리가 독서왕이 되어 이 상품을 획득할 수 있을까?

 가끔 친구를 골탕 먹이려다 오히려 헨리 자신이 당하기도 하는데 두 번째 이야기 "악취 폭탄 소동"에서도 투덜이 수잔과 변덕쟁이 마거릿과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진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다투고 싸웠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울려 놀거나 슬그머니 화해를 하고 다시 뭉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웃음이 난다. 하지만 한 번 다툼이 일면 자존심이나 아집 때문에 좀처럼 화해하지 못하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어른들의 모습보다 백배는 더 멋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말썽대장 헨리의 모둠 수업"편은 고대 그리스에 대한 모둠수업을 하게 된 헨리네 반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모둠활동 질색, 나눠 쓰기 질색,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기 질색인 헨리에게 협동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늘 아이들만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너무 불공평하게 여겨지는 헨리가 환호성을 지르게 사건이 발생한다.

 이 작품은 친구 집에 자러 갔던 헨리가 울음을 터뜨리는 마지막 이야기를 끝으로 말썽대장 헨리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아이들로서는 헨리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더 볼 수 없는 것이 무척 아쉬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헨리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의 잔소리와 꾸중으로 위축되었던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활짝 펴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기를 바란다. (책 속의 이야기지만 헨리 같은 아이의 부모는 사는 것이 상당히 고달플 거란 생각부터 든다.) 

-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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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 청소년과 어른,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 엮음,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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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고전인 "햄릿"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그림책. 독일에서 인정 받는 풍자화가이자 카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책 분야에서도 많은 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가 특이한 형식과 해석으로 햄릿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어릿광대와 곰 인형을 화자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야기로 풀어서 들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원작처럼 희곡의 형식을 살린 점이 돋보인다. 사각의 테두리 속에 든 그림은 공연 무대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앞뒤 속지가 무대를 가린 붉은 커튼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점도 이런 형식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

 각 장면의 윗부분에 상황 설명을 위한 짤막한 지문이 한 줄 정도 실려 있으며, 두 화자의 대화와 등장 인물들의 대사는 그림 속에-배경과 다른 색으로 줄 처리- 배치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어릿광대와 곰 인형은 독일 아이들에게 매우 친숙한 존재로, 이 둘을 작품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햄릿>이라는 고전과 아이들의 거리를 좁혀주고 있다.  
 
 카툰 느낌을 주는 간결한 그림으로 등장인물을 묘사하기도 하고 콜라주 기법을 도입한 장면도 있는 이 그림책은 간결한 형식과 최소한의 등장인물들만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화자로 극을 이끌어 가는 어릿광대와 곰은 햄릿의 친구이자, 연극단원, 관찰자, 사랑의 전령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극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하고 햄릿의 고뇌와 슬픔, 절망을 대신 말해주기도 하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스치듯 전해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열망,
자식(오필리어)을 염려하여 가로막는 재상의 단호함,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로 인해 절망감에 휩싸인 햄릿,
자신의 죽음에 대해 밝히는 아버지의 유령,
선왕의 죽음을 재현한 연극과 예기치 않은 살인,
고뇌와 절망에 휩싸인 한 젊은이와 그를 사랑한 한 여인의 어긋난 운명과 사랑...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의 마지막 작품인 <햄릿>은 초등학생에서 성인을 아우르는 독자층으로 하고 있는데, 그림책 형식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만한 것들이 아니다. 죽음, 배신, 절망, 사랑, 광기, 복수... "햄릿"이라는 작품에 담긴 주제들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 선뜻 접해주기가 꺼려지는 주제들이다. 그래서 '과연 아이들에게 보여 줄만한가?' 하는 망설임이 생기고 아이들은 이런 주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점을 궁금해 할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염려도 하게 된다.

 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기 전에 나름대로 고민을 안고 몇 번을 보고 또 보았다. 늘 그렇듯 이 책 역시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한 줄의 문장이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햄릿을 두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떠나가는 오필리어의 모습을 볼 때면 한 쪽 가슴이 아릿하게 아파오기도 한다. 발목에 묶인 쇠사슬은 풀렸으나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인 여전히 묶여 있는 햄릿과 현실의 괴리 앞에서 더 이상 견디어 내지 못하고 이성이 무너져 내린 오필리어.. 그 둘의 비극적인 결말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있게 된다. 베히터는 오필리어에게 죽음 대신 잃은 것을 찾아 떠나게 한다. 그 뒤를 따르는 어릿광대와 곰이 진정으로 그녀를 도울 수 있기를!! 커다란 판형의, 묵직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책은 볼 때마다 다양한 느낌의 조각들을 분출시키는 작품이다.

-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맥베스/미래M&B>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한 비극 작품 <햄릿>. 이 책을 본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두 아이 다 연인들의 비극보다는 새 왕이 선왕을 죽인 점이 더 인상 깊게 남은 모양이다. 큰 아이(초등4)는 새 왕이 왕비와 짜고 선왕을 죽인 것인지, 보이지 않는 쇠사슬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 했다. 작은 아이(초등2) 역시 새 왕이 왕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서 선왕을 죽인 것이냐고 물어오며, 왕비가 선왕에게 '두 번째 남편을 맞는 건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해놓고 새 왕이랑 결혼한 것이 나쁜 것 같다고 하였다.  

- 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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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생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5
볼프디트리히 슈누레 지음, 김라합 옮김, 알요샤 블라우 그림 / 마루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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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와 생쥐>는 생쥐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이를 용서하고 배려해 준 코끼리의 이야기로  용서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 주는 그림책이다. 코끼리 할아버지의 커다란 회색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표정이 풍부하게 드러나는 점이 특징. 

 조용한 동네에서 값비싼 고급 도자기를 파는 마음씨가 좋은 코끼리의 가게. 코끼리가 주인인 가게의 물건답게 주인을 닮은 주전자나 장식품, 청소기 등이 눈에 띄는데, 자세히 보면 주전자의 주둥이 끝부분이 일반적인 모양이 아니라 코끼리 코 모양처럼 약간 벌어져 있다. 어느 날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창 밖을 내다 본 코끼리는 가게 앞 길가에 생쥐 한 마리가 오토바이를 세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가게에 들어 온 생쥐가 집에서 쓸 만한 그릇을 찾자 코끼리는 보통 집에서 쓰는 그릇은 없다고 하는데, 생쥐가 "비싸고 귀한 도자기"라는 말이 신경에 거슬렸나 보다. 조심스럽게 다루라는 주인의 말에 오히려 진열장을 발로 차 버린 것이다! 

 도자기들이 와장창~ 깨지는 광경을 보고 코끼리는 정신을 잃고 만다. 쓰러진 코끼리를 모른 척하고 도망가던 생쥐는 그만 깨진 유리조각을 밟고 발을 다쳐서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둘은 헌 병실에서 깨어나는데 아하~, 생쥐의 다친 발에 한 깁스 붕대를 좀 보라! -유리에 발을 다친 것뿐인데 깁스를 한 건 조금 과장이긴 하다...^^;-  깁스 붕대를 한 생쥐 발이 코끼리 발만 하게 아주 커다란 것이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경찰이 찾아와 도자기를 부순 것이 생쥐냐는 질문에 마음씨 착한 코끼리는 "설마 저 조그만 생쥐가 그런 말썽을 부렸을라고요."하고 변호를 해준다. 마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마음씨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은 신부님을 보는 것 같다 보통 이런 일을 겪으면 화가 치밀 때로 치밀어 올라 상대를 당장이라도 감옥에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싶다. 그러나 코끼리는 그 자신이 가게를 위해 평생을 일하면서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에 생쥐가 어려움에 처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는 것. 생쥐는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기에 이른다.

 생쥐를 용서하는 코끼리 할아버지에게서 삶의 연륜이 느껴지게 되는데, 나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상대를 배려하고 용서하는 코끼리의 모습을 보면서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상대를 질책하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다. 

- 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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