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동굴 작은거인 9
채영주 지음, 유기훈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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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과 일제 수탈기 등 많은 침략 전쟁을 치르면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해외로 무수히 반출되었다. <비밀의 동굴>은 문화 유산을 해외로 반출하려는 사람들과 맞서는 내용을 담은 동화로, 친구간의 우정과 갈등, 반 아이와의 대립, 우리나라 문화재의 소중함, 주인공들이 겪는 모험과 용기 있는 행동 등이 녹아 있는 작품. 모험을 겁내지 않는 장신, 통통한 몸매에 심약한 면모를 지닌 은우, 똑똑하고 당찬 다해 등 개성 있는 주인공들이 극의 재미를 살리고 있다.  

 반 전체가 진주성 박물관 견학을 나온 날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 보자며 선생님 몰래 빠져 나온 장신이와 은우는 성벽 쪽으로 갔다가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다. 그 사람의 흔적을 찾아 다니다 이상한 동굴로 굴러 떨어진 두 아이는 동굴 벽에 글자가 씌어 있는 것과 동굴의 숨은 공간에 아주 오래된 칼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동굴을 빠져 나가려 애쓰다 실패한 아이들은 죽음을 생각하며 서로에게 유언을 남기기도 한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동굴에서 탈출해서 돌아온 장신이와 은우를 보고 다해는 둘이 뭔가 숨기는 것을 알아채고 다그친다. 결국 셋은 다시 비밀의 동굴을 찾아가고, 벽에 적힌 글귀를 적어 온다. 그리고 은우의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벽에 적혀 있던 글귀가 왜군이 두 번째로 진주성을 공격했을 때의 일을 언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임진왜란과 김시민 장군의 활약상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신다. 동굴 속에 있던 그 칼은 임진왜란 당시 소년의 할아버지가 왜군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아이와 함께 동굴 속으로 보냈던 것. 며칠이 지나도 자신을 찾아오는 이가 없자 소년은 자신이 죽더라도 칼이 왜군에게 넘어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피로 동굴에 글귀를 남긴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의 모습을 꼬집기도 하고 있다. 다해가 많이 아픈 일이 생기자 다해 엄마는 '모범생'인 반장의 말에 더 무게를 두고, 장신이를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애'로 차갑게 몰아붙인다. 더구나 장신이가 엄마 없이 자라는 것을 들먹이며 앞으로 함께 어울리지 말라는 말로 아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그리고 다해에게는 문병 온 아이가 더 없었다는 거짓말을 한다. 어른들은 아이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쳐 놓고 정작 어른 자신은 종종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는 그것은 이유가 있어서라고 정당화할 때가 많은데 나중에 그 사실들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더 크게 상처 받는다. 다해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던 엄마의 거짓말로 인해 친구와 오해가 생긴 것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한편 수상한 사람들이 칼과 기타 보물들을 일본에 팔아 넘기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그 일을 모른 척하기로 약속했다가도 갈등하고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는다. 도둑들에게 노출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사백 년 전 칼을 지키다 죽어간 소년이 떠올리며 칼을 구하기 위해 동굴로 향한다.

 일전에(2006/7)에 시민들의 모금운동을 통해 일본에서 김시민 장군의 ‘공신교서*’를 되찾아 온 일이 있었다. <비밀의 동굴>이 진주대첩과 김시민 장군 등이 언급된 작품이라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이 재출간되지 않았는가 싶다. 참으로 기가 막힌 것은 분명히 우리나라의 문화재이건만, 약탈당한 그 문화재들을 되찾기 위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거금을 주고 되찾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무수히 도둑맞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하루 빨리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우리 것을 돌려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8&article_id=0000164351§ion_id=103&menu_id=103
 

- 아이가 일전에 2편이 나왔다고 사달라고 졸라대던 <플루도 비밀 결사대>도 이 책의 주제와 유사하게, 도자기 도굴범이 등장하고 아이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활약하는 동화이다. 특히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유기훈씨가 그림을 그려서 두 책의 분위기가 매우 유사한데 작품의 분위기는 조금 상반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플루토..>가 나중에 나와서인지 내용 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이 현대적인 감각을 풍긴다. 
 아이가 모험 이야기를 좋아해서 <비밀의 동굴>도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등장인물들이 신령님이나 무당, 저주 등을 겁내는 부분 등은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모양이다. 나 또한 그런 부분들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작품이 출간된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하고 보아야 할 듯... 

-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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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를 삼켜 버린 안개산으로 작은거인 8
박재형 지음, 이상권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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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집 소인 검둥이를 찾아 산에 오른 순둥이 부자가 제주도 설화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을 만나고 모험을 겪는 <검둥이를 찾아서>의 후편이 나왔다. 이번에는 검둥이의 새끼인 누렁이가 없어졌다! 그래서 순동이 부자는 다시 안개산 속으로 사라진 누렁이를 찾아 위험한 길로 들어서는데...  제주도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와,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제주도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 속에 녹여 낸 작품으로 박재형씨가 글을 쓰고 이상권씨가 그림을 그렸다.

 어느 날, 순동이가 동생처럼 아끼는 소 누렁이가 안개산 속으로 사라지자 소를 찾기 위해 다시 산으로 들어간 세 사람...  누렁이를 찾으러 나선 순동이 부자는 신기함과 위험을 간직한 안개산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생명을 위협당할 때마다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여 어려움을 이겨나간다. 다양한 설화에서 탄생시킨 독특한 캐릭터들과 주인공들이 만나면서 빚어내는 이야기는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옛 제주 사람들은 안개구름이 낀 한라산을 두고 신선의 세계에 인간이 다가가지 못하도록 신선이 조화를 부린 것’이라 여기고 함부로 올라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안개산'과 '신선의 호수'는 한라산과 백록담을 빌어 만들어 낸 배경이다. 전편인 <검둥이를 찾아서>에서 나왔던 겁쟁이 뱀 띨띨이는 '김녕 뱀굴' 설화에 나오는 구렁이에서 탄생한 것이다. 전 편에서는 이름 그대로 겁쟁이에 순한 뱀으로 나오더니 이번 편에서는 성질을 드러낸 무시무시한 뱀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외눈박이 거인과 섬으로 돌아가버리는 배는 '보목리 조록이당' 설화와 관련이 있으며, 사만이 할아버지는 저승사자를 대접하고 따돌려 사만 살까지 산 '수명 신 사만이' 설화에서 빌어 온 인물이다. 그리고 날개 달린 젊은이는 아기 장수(밀양 박씨) 설화에서 빌어 온 인물로, 이 책에서는 남들 눈치를 보지 않고, 역적으로 몰릴 위험도 없애기 위해 스스로 날개를 자른다는 설정을 취하고 있다.

 <작가의 말>을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고 속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외국의 신화나 전설만 접해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런 설화와 전설이 있음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설화 속 캐릭터들을 작가가 창조한 이야기 속으로 불러들인 이 책은 제주도에 전해오는 우리나라 설화가 주는 재미와 모험 이야기가 주는 긴장감이 잘 결합되어 있다. 독자는 순동이 부자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통해 생명을 귀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책을 쓴 작가분도 1편격인 <검둥이를 찾아서>보다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많이 애쓰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2편의 재미가 조금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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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굴 속의 다니엘 용서와 사랑의 노래 4
진 마졸로 지음, 현은자 옮김 / 마루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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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와 사랑의 노래" 시리즈 중의 한 권인 <사자 굴 속의 다니엘>은 구약 성경 출애굽기 2장에 나오는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성경에는 천사가 사자의 입을 막아서 다니엘을 구했다고만 써 있는데, 이 부분을 바탕으로 유아 등의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고 재미를 곁들인 작품이다. 종교를 다룬 작품이라도 보통 "하느님"이라는 표현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 책은 종교의 특성을 살려 "하나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책 하단에 1.5cm 정도의 공간을 할애하여 줄지어 가는 개미 그림으로 채우고 개미들이 다니엘 이야기와 관련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의 짧은 글을 넣은 구성이 돋보인다. 이 부분은 본문을 읽은 다음에 책장을 넘기기 전에 읽어보는 것이 좋다. 작가 자신이 책을 쓰면서 자꾸 궁금한 것이 생겨서 이를 개미들의 대화로 넣었다고 하는데, 본문을 본 다음에 이 부분을 보고 있자면 마치 연극을 보는 관객이 내용 중에 궁금한 부분을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히브리 사람 다니엘은 매일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을 배웠다. 바빌론에서 자란 다니엘은 유대 민족의 고향인 예루살렘을 그리워하며, 높은 자리에 올라서도 늘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다리우스 왕이 그를 왕국을 다스릴 일꾼들의 우두머리로 뽑자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이 그를 곤경에 빠트리는데...  

 다리우스 왕은 못된 사람들의 아첨과 꾐에 넘어가 자신이 아닌 것에 기도하는 사람을 사자 굴에 던지라는 악법을 만든다. 자고로 현명한 왕은 자신의 주변 인물들의 됨됨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달콤한 말에 넘어가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다니엘을 아끼면서도 다리우스 왕은 자신이 만든 법 때문에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래도 왕은 곧 자신이 범한 우를 깨닫고 다니엘을 찾는다. 사자 굴에 가서 다니엘이 무사한 것을 보고 비록 그 자신이 천사를 보지 못했어도 다니엘의 말을 믿기에 그가 섬기는 하나님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사자 굴속에 던져진 다니엘을 구해 준 것은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천사이다. 아기 사자가 계속 으르렁거리고, 천사와 다니엘의 말을 듣고 음~ 하고 입을 다무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 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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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작은도서관 22
문영숙 외 3인 지음, 박지영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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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TV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큰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게 될 때면 마음이 참 아프다. 왜 세상에는 이리도 아픈 사람들, 장애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그런 프로그램을 볼 때면 세상 모든 사람이 아픔 없이, 고통 없이, 슬픔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가족이, 내 아이들이 건강한 것에 정말 감사하게 된다.  

<일어나>에는 '푸른 문학상'을을 통해 등단한 4명의 작가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시각 장애가 있는 아이와 안내견의 이야기를 담은 <믿음이와 환희>, '기면증'이라는 병에 걸린 아이에게 엄마 뱃속에서의 기억이 꿈으로 나타나는 <꿈속의 방>, 친구에게 미운 마음을 품었던 민우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인 변화를 그린 <일어나>, 치유하기 힘든 병을 앓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저녁별>... 

 몸이 마음 따라간다고, 마음이 아프면 덩달아 몸도 아프다. 반대로 몸이 아프면 심적으로 우울해지거나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면 얼마나 견디기 힘들고, 가슴 시리도록 외롭고, 남은 나날들이 얼마나 암담하게 느껴지겠는가. 이럴 때 애정과 신뢰를 나타내며 다독거려주고, 용기를 불어 넣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커다란 위안이자 포근하게 감싸주는 따스한 온기이며, 이겨낼 힘을 발휘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믿음이와 환희>의 경우 안내견인 '믿음이'가 화자가 되어 시각 장애가 있는 아이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를 지닌 사람은 일반인들이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우리가 상처를 입는 곳은 몸만이 아니다.  그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갈수록 절실해진다. 

 어른들은 종종 언쟁을 벌이면서 생긴 자신들의 고통과 상처 때문에 아이의 의사는 배려하거나 상관하지도 않고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으로 치닫곤 한다. 부모의 불화는 아이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주는데 <꿈속의 방>에서 가인이의 심적인 고통은 아무 곳에서나 갑자기 잠들어 버리는 ‘기면증’이라는 병으로 나타난다.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었던, 엄마 뱃속에 머물던 시기로 회귀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런 병을 유발한 것일 게다. 

 친정어머니가 병원에서 암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신 터라 <저녁별> 이야기도 가슴에 와 닿았다. 오빠가 계속 병상을 지켰는데 나도 아이들 방학동안 만이라도 가서 간병을 하자니 아이들이 병원에 있는 것을 힘들어하였다. 그래서 오히려 환자인 친정어머니가 아이들 걱정을 하시며 당신은 괜찮으시다고, 아이들 데리고 집에 가 있으라고 하시곤 하셨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면 다른 가족들도 나름대로 희생을 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지만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것은 병으로 고통 받는 당사자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어쩌다 넘어져도 얼른 달려가서 일으켜 세워주지 않는다. 아이가 아파하고 힘들어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털고 일어나길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는 과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쓰러운 마음을 누르고 아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말을 외친다. "얼른 털고 일어나~.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지. 자, 넌 할 수 있어!" 이렇게 말이다... 

- 20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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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잃어버린 날 동화 보물창고 8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원유미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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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내가 아는 특별한 아이>를 쓴 안네마리 노르덴의 세 번째 작품. 이 책은 동생을 귀찮아하는 윗형제의 심리,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애타는 심정과 자기 때문에 동생이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여 직접 찾아 나선 아이의 조마조마한 마음 등을 잘 담아내고 있다. (부모 쪽보다는 동생을 잃어버린 오빠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실은 작년에 운동회가 끝난 학교에서 작은 아이를 잃어버리고 당황해서 큰 아이와 여기저기로 찾으러 다녔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 책의 내용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얀은 모래판에 멋진 터널을 만들고 있던 중 도와 주겠다고 다가오는 동생 안나가 오히려 방해만 될 것 같아 짜증이 나 "꺼져!"라고 소리쳐버린다. 안나는 엄마에게 이를 하소연하지만 엄마로서는 둘이 싸우는 것이 속상할 따름이다. 형제가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달리 대게의 형제들은 큰 다툼은 아니지만 사소한 걸로도 늘 티격태격한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늘 중재를 서야 하는 부모로서도 참 속상한 일로, 한 살이라도 나이가 더 많은 위형제가 어느 정도 양보를 하고, 동생을 잘 데리고 놀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윗형제의 입장에서는 마음껏 놀고 싶은데 동생이 끼어들면 자신 또는 또래와의 놀이에 방해가 되거나 동생을 건사하느라 마음껏 놀지 못하게 되는 것이 싫다. 동생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고 책임감-아주 끔직한-이 따르는 매우 힘들고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얀이 안나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갔다가 만난 '토비'라는 소년을 통해 그런 점들을 보여주고 있다. 목마르면 음료수를 사주고,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 하지 말라고 야단도 쳐야 하고, 에스컬레이터에서 위험한 장난을 못하도록 말리는 등등... 

  안나에게 소리친 것을 후회하며 동생이 갈 만한 곳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랴, 토비를 돌보랴 하다보니 얀은 너무 힘이 들어 아무데나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린다. 한편 이 소동의 주인공인 안나는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소파 밑에 들어갔다가 잠이 든다. 그러다 걱정에 휩싸인 가족의 모습과 경찰 아저씨까지 다녀가는 상황이 되자 더럭 겁이 나서 자기가 있음을 밝히지 못하게 된 것이다.

- 날마다 다투는 형제의 갈등과 화해를 소재한 그림책으로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이 있다. <동생 잃어버린 날>에서 엄마는 안나에게 사이좋게 놀라며 나가 있으라고 소리치는데, 이 책에서도 매일 싸우는 남매 때문에 화가 난 엄마가 두 아이를 집밖으로 내쫓는다. 전자는 오빠를 찾아 터널 속으로 들어간 여동생을 통해 형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다면, 후자인 이 작품은 동생을 찾아 헤매는 얀의 걱정스러운 마음과 책임감 등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책에서 아이를 찾지 못해 걱정스러워 하는 부모의 모습을 다룬 부분은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그 마음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큰 아이가 4~5살 무렵, 서울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근처 공원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 겨우 되찾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어째 내가 아이를 자주 잃어버리는 불성실한 부모인 듯도 하지만...^^;;) 

 다행히 이 책에서 '안나'는 집 안에 머물러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집 근처나, 동네 마트, 놀이터, 공원 등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리고 당황하는 경우를 한두 번씩은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리고 보호자가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발생하는데, 그런 일을 당하면 가족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의 암담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 20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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