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 에듀 픽션 시리즈 1
다케우치 가오루.후지이 가오리 지음, 도현정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을 잘 모른다. 당연히 과학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 이름 뿐이다. 그렇게 아는 이름들이 이 책에 나온다. 그들의 유명한 성과들에 대해선 겉핥기에 불과하다. 다만 이 책으로 인해 조금 더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읽고 나니 문득! 과학 서적에 대해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책의 분야를 뭘로 정해야할지 모르겠다.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긴 하지만 과학에 관한 것은 정말 조금! 아주 조금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과학과 관련하여 나오는 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것들에 비하면 이 책을 과학으로 분류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렇다면 소설? 맞다 이 책은 소설이다. 바로 연애 소설. 다소 환상적이면서 흥미로운! 

과학 소설으로서의 내용은 이런 거다. 갑자기 나타난 슈뢰딩거의 고양이, 고양이의 눈빛이 변할 때마다 도오루와 샨린은 과거로 떠나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과학자들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을 돈다고 말해 죄인 취급을 받았던 갈릴레오, 자신의 숨겨진 딸 때문에 고뇌하는 아인슈타인, 그리고 스캔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퀴리 부인 등등 실제인지 소설인지 모호하지만 과거에 과학자들이 가진 물건들을 하나씩 가져오면서 현재에 존재했던 물건들이 사라지거나 혹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설정한 것은 정말 흥미롭다. 이런 형식은 시간 여행에서나 가능한 일들이므로 여느 환상 소설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연애 소설로서의 이 책은 어떤가? 한마디로 무거운 주제다. 폭력 남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폭력을 피해 물에 빠진 샨린을 도우루가 구하면서 도오루와 샨린은 만나는데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 샨린의 마음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어 도오루의 진실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시간 여행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다소 무거워 보이지만 그렇진 않다. 문체가 꽤 경쾌하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글을 썼다. 

더구나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아, 이게 뭐야? 샨린이… 하면서 읽으면서도 반전을 일으키리라 생각하지 못하다가 읽고나서야 아! 하고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다 읽고 보니 당연하게도 뻔한 스토리였지만 환상 소설이라기보다는 연애 소설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상상을 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좀 바보 같긴 하다. 과거 여행이 나오고 어느 날 책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오는 소설인데 상상력을 닫아두다니! -.-;; 

암튼 독특한 소설이었다. 유치한 듯하면서도 술술 잘 읽히고 재미 마저 있으며 생각까지 던져주는, 작가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멜리 노통브는 좋아하는 작가다. <오후 네시>와 <두려움과 떨림>을 읽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후 그녀의 전작을 사 모으며 열광(!)했었다. 그녀 덕분에 책이란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또 내가 프랑스 문학(그녀는 벨기에 사람이지만), 그 중에서 남자들보다 여자 작가들의 작품에 거의 넋을 놓는 이유 역시 아멜리 노통브로 인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나를 책으로 인도한 작가가 되겠다. 그런 그녀의 신간이 나왔다. 당연히 눈독을 들였다. 더구나 이번 이야기는 일본에서 있은 그녀의 첫사랑 이야기란다. <두려움과 떨림>에서 읽었던 그런 흥미와 짜릿함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 덕에 책에 재미를 붙이긴 했지만 나도 이젠 다른 작가들의 책을 꽤 많이 읽은 것 같다. 시시하다. 아멜리 노통브. 

서양인들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은 놀랄 만큼 정확하기도 하지만 어떤 시선은 조금 우습기도 하다. 꽤 잘 아는 척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면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가 같은 동양권이라 하더라도 문화적 차이가 있으니 내가 서양인이 동양을 어쩌고 하는 것은 좀 웃기지만 같은 동양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린리가 하는 행동이 조금 웃긴다. 아무리 이국적인 것에 끌리기로서니 뭐, 일본 남자들은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그저 누구나 한번쯤 있어봄직한 첫사랑에 불과하다. 다만 나라와 피부색이 다른 남녀의 만남으로 인해 문화와 언어에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설정 뿐이다. 나름 노통브 특유의 쿨하고 건조한듯 파고드는 문체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이긴 했지만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모호할 뿐이다. <두려움과 떨림>을 펴내기 전에 나왔다면 좀 달랐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살짝 실망스런 노통브, 그럼에도 다음 작품이 나오면 당연하다는 듯이 사 읽겠지만(난 그녀의 팬이므로) 다음엔 폭 빠질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다. 올해는 구간을 좀 읽고 집에 쌓여서 읽히지 못하고 있는 책들을 읽어보자 마음 먹었는데 역시 그건 잘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매주마다 쏟아지는 신간들을 보면 그 유혹적인 자태(!)에 넋이 나가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에 담으며 쌓아놓는다. 그러곤 어느 날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지르고 만다.  

EBS세계테마기행 시리즈 칠레 편이 나왔다. 『안데스의 땅, 남극의 바람 칠레』2주간의 여행 기록이 담긴 그 프로를 할 때마다 눈여겨보았는데 책으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행책을 많이 좋아하고 읽는 편이지만 아직 '칠레'에 관한 여행책을 읽어보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아는 칠레는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이다. 소설과 영화 속의 풍경이 남아 있을 뿐이다. EBS에서 하는 칠레 편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더욱 반갑다. 세계테마기행이 보여주는 풍경들은 항상 아름답다. 계절도 시간도 우리와 반대라고 하는 그곳 칠레의 가장 북쪽 사막의 도시 '아리까'에서 남극과 가장 가까운 땅이라는 '뿐따 아레나스'까지 그 경이로운 여정을 이 책으로 따라갈 수 있을 거다. "(…)사막, 들, 숲, 강, 호수, 바다, 바람.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그레이 호수의 빙하까지. 지금껏 지나온 칠레의 자연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4,300킬로미터를 여행하는 동안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모든 것을 본 기분이다. 어느덧 여행의 막바지, 감회롭다." 무심코 책을 펼치니 이런 문장이 나왔다. 얼른 읽어주고 싶은 마음 태산이로다!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읽고 있는 책이다. 글이 매우독특하여 과학책인지 문학인지 구분이 안 간다. 하지만 재미있다. 저자는 일본 최고의 과학 저술가이며 추리 소설가이고 번역가라고 한다. 과학과 문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글을 쓰고 있단다. 과학이라는 것을 이런 형식으로도 쓸 수 있다면 그래서 나처럼 과학이나 수학에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면 과학도 너무 좋아라 할 것 같다.^^ 다른 곳에 올린 글을 옮겨본다.  어느 날 양자학의 대표적인 사고실험인 ‘슈뢰딩거 고양이’를 설명하는 책에서 고양이가 한 마리 튀어나온다. 고양이는 주인공인 도오루와 샨린을 과학사의 7대 수수께끼라고 하는 과거의 과학자들을 찾아가는 시간 여행을 한다. 이런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도오루와 샨린의 국경을 넘은 사랑, 모험과 흥미진진한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학을 얘기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과학, 더구나 애절한 그들의 사랑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는 방법 등등 처음 만난 작가지만 전 이 작가에게 흠뻑 빠져버렸다. 과학이 어렵다구? 이 책을 권한다.^^ 본문의 한 문장 “나를 속이려 드는 겐가?” “아니요, 아닙니다. 설마요. 단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한 당신의 주장을 가톨릭교회에서 인정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도오루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하려 했으나, 갈릴레오는 의혹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저 바보들이 그렇게 간단히 인정할 리가.” “그러니까 350년이나 걸렸습니다.” “이보게.” “네.” “나는 무엇이든 머리로 부정하려 하지는 않네. 그건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말일세.” 도오루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갈릴레오를 만난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도오루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거를 가지고 오라고 말한다. 과연 도오루는 그 증거를 어떻게 가져올까? 흥미진진  

만화가 고우영 선생의 新고전열전 시리즈다. 그중 『아라노와 오가녀』를 읽을 생각이다. 고우영 선생의 만화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시리즈는 스쳐지나듯 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때는 어렸으므로 관심도 두지 않았던 만화였다. 그걸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니 내가 괜히 감개무량하다.^^; '고우영은 그런 민초들의 상처 난 마음을 특유의 해학과 비틀기로 보듬고 있어 그의 작품이 시기를 타지 않는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고우영의 작품은 21세기에 들어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시대를 앞서나간 것은 물론 전 시대를 포괄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시대의 독자라도 그의 작품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라고 책소개가 되어 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쌍둥이 남매 아라노와 오가녀가 펼치는 모험담에 푹 빠져봐야겠다. 

사랑의 역사』를 사두고 읽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읽어볼까? 생각 중인데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쓴 그녀의 남편인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책보다 먼저 그녀의 책이 나왔다. 읽지도 않았으면서 무조건 지르고 보는 나. 『사랑의 역사』를 읽고 이 책『남자, 방으로 들어가다』를 읽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하고 쓰고 보니 다행하게도 이 책이 그녀의 첫 소설이란다. 이젠 알려진 작가의 첫 작품을 읽는 재미는 색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사랑의 역사』를 읽어야겠다. “환상 때문이지. 사랑에 빠지면, 그것에 취해 잠시 동안은 당신이 실제로 또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존재가 된 것처럼 느끼죠. … 다시는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하고 이내 당신은 오로지 그렇게 가까이 갈 수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전보다 더 외로워하며 잔인하게 실망하는 것으로 끝나고 맙니다. 그 환상, 그러니까 그 모든 세월 동안 당신이 지녀 왔던 희망이 산산이 흩어졌으니까요.” 매우공감이 가는 문장이다.    

 

곽아람의 『그림이 그녀에게』를 읽고 뒷표지 날개에 적힌 책들을 보다가 필(!)이 꽂혔다. 『그림과 눈물』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지기도 하여 고민을 했는데 신경숙 작가가 이 책을 추천하는 글을 읽었다. 아, 이 참을 수 없는 구매 충동감이라니! 난 아직 한번도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물론 그림을 많이 보지 못했고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이 살아나지 않겠지? 아니야 그래도 어떤 그림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잖아. 맞아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은 그랬던 것 같아. 그래도… 눈물까지야…)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말해준다하니 이 책을 읽고나면 나도 그림에게 감정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한 문장 " 마르딘은 이렇게 결론 내렸다. "예술은 가슴의 문제이지 머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만, 그 속에 완전히 개입했을 때만 그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아무것도 진정으로 알지 못하면서, 또는 말하지 않으면서 수만은 페이지를 계속 메워갈 수도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나 모차르트나 베크만 같은 진정한 예술가들은 압니다." 마르딘에게 예술은 마치 변속장치에 던져진 렌치처럼, 시간의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감동적인 고요함과 조화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예술은 관객의 삶과 그림의 '삶' 사이의 날카로운 대조를 일깨우는 것이다.(…)" 젠장, 더 궁금해져버렸다.  


탐욕의 시대』는 무관심하고 있다가 다들 좋다고 평을 하는 바람에 급 관심을 가진 책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었을 때 '무관심'에 대한 죄책감(!)이 많았다. 그렇다면 아프리카나 세계 곳곳에 있는 빈곤층의 원인은 무엇일까? 장 지글러는 그걸 파헤친 모양이다. "누가 이 세계의 빈곤화를 주도하고 있는지, 부의 재편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기아와 부채가 가난한 자들의 발목을 어떻게 옭아매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경제가 어려우면 부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번단다. 또 그들은 가난한 자들은 꿈도 꾸지 못할 부자이라는 것을 더 티를 내고 다니는 것 같다. 딴 소리가 되겠지만 공평하다는 것은 가난한 자가 천 원과 부자인 자의 천만 원이 동일하다는 얘길 들었다. 그러므로 기부에 있어서도 부자인 자들이 1억씩 기부하는 것과 가난한 사람이 만원을 기부한다면 똑같다는 뜻이 되겠다. 이 책에서 장 지글러는 다국적 민간 기업들의 횡포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강력한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얼른 읽어 누구나 행복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만히 거닐다 - 교토, 오사카...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기록
전소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처럼 한가로움이 느껴지는 여행기다. 그 여유로움이 사진과 글에 가득하다. 일상적인 사진들 그리고 작은 깨달음. 

   
 

할랑하게 걷는 동안 목적지보다 걷고 있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었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자신의 유유자적 인생을 변호했던 나스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의 산책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두 뺨에 약간의 홍조만 나타나게할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한가로이 거닐기는 철학자의 길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산책이었다.

 
   

골목길, 빨래줄에 널린 빨래의 풍경,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저씨,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육교의 긴 계단을 내려오는 한 사람, 거리의 화분들, 방의 침대, 구겨진 옷,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이런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의 모습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전수연의 눈으로 보니 또 다르게 아름답다. 

교토, 고풍스런 풍경에 우리가 경주를 찾아가듯 일상과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그녀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현지인의 집을 얻어 '교토인'이 되어 보낸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을 누비고 할일이 없어 빈둥거리기도 하며 일상에 젖어든다. 이렇다할 여행의 정보도 나와 있지 않지만 교토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삶의 지루함을 뒤로 하고 떠나왔다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어느 곳에서든 내 마음대로 때론 게으름을 피우며 지낼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행객의 '비웃음'이 느껴지더라도 그곳에 가면 반드시 읽어줘야 할 것 같은 작가의 책을 들고 찾아갈 수 있는 여유, 그런 여유가 부럽다.  

떠.나.고.싶.다. 날짜도 요일도 시간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그곳'에만 빠질 수 있는 '그곳'  

   
 

 천천히 해. 살짝 스치고 넘어가는 게 전부가 아니란다. 네 손가락이 한 단어에 속삭일 때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냐. 천천히 해 쿠엔틴. 그리고 네가 보고 있는 것을 조금만 더 오래 붙잡고 있어봐. 난 이미 널 보고있잖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이 그녀에게 - 서른, 일하는 여자의 그림공감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핑크색 표지에 끌려 구입을 할까 망설이다가 도저히 실물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서점에 나갔다. 이리저리 들춰보고 결정을 하게 된 동기는 그녀의 글에 있었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보다 자신의 이야길 많이 풀어 놓았는데 그녀의 문체에 확 끌렸다.  표지엔 에곤 실레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부제는 서른, 일하는 여자의 그림공감. 그림공감, 말 그대로 이 책은 그림에 대한 한 사람의 공감이 들어 있는 책이다. 그림에 관한 글보다는 사적인 글이 더 많다. 제목처럼 그림이 그녀에게로 와 그녀의 삶을 털어놓게 만들었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깊이가 있는 그림 해석엔 늘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공감이 가는 그림 한 장을 보며 자신의 이야길 끄집어내는 그녀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진솔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보면 어느 새 그녀와 다를 바 없는 나의 모습이 투영된다. 지방에서 올라와 작은 방에 세들어 살던 기억과 일하느라 정신없이 보내는 일상. 서른인 그녀와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나로서는 더 이상의 공감대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정신없이 읽었다. 여자들은 그런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은 이미 본 것도 있고 처음 보는 것도 있다. 내가 그림을 보고 느꼈던 것과 그녀가 느끼는 것과 다르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대체로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방식은 누구나 비슷한 것 같다. 

그 그림들 중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다. 바로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라는 이름도 긴 화가의 「고독한 나무가 있는 풍경」이다. 드넓은 평야에 우뚝 솟아 있는 한 그루의 나무 뒤로 보이는 웅장한 산들과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몰려드는 구름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영화 속 장면처럼 그림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느껴졌다. 또 이 그림과 같이 나오는 글에 그녀의 아버지가 읊어주었다는 백석의 시와 혼자 살아본 사람은 알 것이라며 읊어대는 그녀의 넋두리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있었다. 

그림을 해석해주는 책들은 늘 이렇게 그림에 무지한 나를 그림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물론 이 책처럼 그림보다는 사설이 더 많아 그림을 감상하고픈 사람에겐 썩 좋은 책이 되진 않겠지만 소설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림보단 잿밥에 관심이 더 갔으니 다행인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