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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김훈태 지음 / 북노마드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옛 교토에 관한 책을 읽던 중에 이 책을 봤다. 꽤 멋진 표지가 눈에 들어오고, 편지 봉투 위에 적힌 세로 글자가 독특했다. 책을 펼치니 여행간 친구에게 반가운 편지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교토, 일본 여행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었던 곳이다. 더구나 저자는 내가 원하는 여행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머무는 여행, 오로지 교토만을 29박 30일동안 철저히 혼자서 지낸다. 그런 저자의 모습을 보며, 같이 가지 못한 섭섭함이 가득한 친구처럼 혼자 떠난 친구에게 괜한 질투를 하듯 부러운 마음으로 읽었다.
누구나 인생에 있어 한번쯤은 충전을 하고픈 그 시기라고 생각하는 서른즈음에 저자는 충전을 위해 떠난다. 그곳이 동남아도 아니고 유럽도 아닌 하필이면 가까운 일본하고도 교토였다. 그는 신사가 많고, 절이 많은 고즈넉한 그곳에서 하릴없는 사람처럼 시간을 보낸다. 아침을 해결해주던 '미셸스'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고, 자전거를 빌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책에 나온 맛집을 찾아 다니기도 하며 교토의 맛을 제대로 즐긴다.
비가 내려 본당은 구경조차 하지 못하지만 그날 돌아가야 할 관광객이 아니기에 '기요미즈데라'가 아쉽지 않았고, '가모가와' 근처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구름의 모양과 색깔을 보며 감탄을 하기도 하고, 찾는 이 없는 일본의 독도처럼 외로운 '우토로 마을'을 찾아가 하루 생활비를 과감하게 건네기도 한다.
그가 보고 느끼는 교토는 바로 그런 거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는 교토가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온 교토의 주민처럼 철저히 지내보기. 그럼에도 돌아올 날 펼친 여행가이드북엔 간 곳보다는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많다. 하지만 그는 아쉬워하지 않는다. 다시 돌아올 곳이니까 말이다.
언젠가는, 가봐야 할 곳이 점점 늘어나지만 언젠가는 나도 그처럼 하릴없이 미셸스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보고 책도 읽다가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문득 떠오르는 친구에게 편지도 쓸 날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 후 나 역시 빌 브라이슨의 말처럼 어쨌든 집으로 향하는 그 여행에 만족하며 돌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