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비행기 - 팝아트 소설가 죠 메노 단편집
죠 메노 지음, 김현섭 옮김 / 늘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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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라기보다는「미니어처 코끼리는 인기 있다」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와 단상 

홀아비 우산판매원 라치몬트씨는 종종 외로움을 탑니다. 그러자 동료들이 요즘 한참 인기가 있는 미니어처 코끼리를 하나 사서 키우라고 합니다. 그건 라치몬트씨의 특성이 미니어처 코끼리를 좋아할 것 같고 얼굴이 길고 주름이 많은 생김새와 느릿느릿한 행동이 비슷하다는 거죠. 그래서 라치몬트씨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보이는 것 중 가장 작고, 가장 약하고 다른 코끼리들보다 더 작은 소형 코끼리를 사게 됩니다. 라치몬트씨는 말하죠. "우린 절친한 친구가 될 겁니다."

그렇게 그들은 절친한 친구가 되었고 라치몬트씨의 산책길엔 항상 서툰 걸음의 코끼리가 있었죠.

그런 어느날 인도를 따라 걷던 코끼리는 멈춰 서더니 걷지 않으려고 합니다.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선 심각한 생각에 잠겨 있는 노인의 조각상처럼 서 있었습니다. 라치몬트씨가 재촉을 해도 꼼짝을 안하는 거였죠. 그러더니 코끼리는 몸을 돌려 하수구의 격자 철장을 내려다봅니다. 그곳엔 유기된 시체가 있었답니다.

그때부터 산책을 하던 중에 주목받지 못한 죽음의 고요한 그림자 근처에 이를 때마다 미니어처 코끼리는 종종 걸음을 멈추고 슬프게 고개를 숙입니다. 그러면 라치몬트씨는 주변을 살펴볼 것이고 인도경계석 앞에 배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비둘기의 시체, 현관 입구 구석에 숨겨져 있는 노랗게 색이 바란 바퀴벌레 끈끈이, 교통사고 현장을 표시하는 플라스틱 조화 다발, 끔찍한 집게에 눌린 황갈색 옆구리가 짓이겨져 있는 열두 마리의 쥐 등을 발견하게 되죠. 연민과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는 코끼리는 눈을 감고 고개만 숙일뿐.

이 미니어처 코끼리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아주 예민하여 잘 죽는 동물입니다. 그럼에도 잘 견뎌왔으나 마침내 옆집에서 잃어버린 고양이의 사체를 찾아주고선 슬픔에 잠겨 일주일째 밥을 굶었답니다. 걱정이 된 라치몬트씨는 수의사에게 코끼리를 보여주었는데 수의사 말이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며 우울해지지 않도록 해주라고 권합니다. 수의사는 작고 빨간 고무공을 주며 코끼리가 가지고 놀게 하라고 하죠. 마침내 코끼리는 기운을 차립니다. 그후로 라치몬트씨는 묘지, 병원, 희귀동물 스테이크를 파는 고급 레스토랑은 피해서 산책을 다니죠.

어느 날 그 도시에서 소녀 하나가 갑자기 실종이 되었습니다. 라치몬트씨는 신문을 읽으면서 그곳에 실린 소녀의 사진을 슬프게 쳐다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오, 맙소사. 이 얼마나 끔찍한 세상인가."  그날 오후에 산책을 하던 중 코끼리는 본능적으로 실종된 소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 아파트 근처로 라치몬트씨를 인도합니다. 회색 벽돌로 지어진 그 건물에는 모든 창에 차양이 내려져 있어 마치 울고 있는 얼굴 같은 외관입니다.

코끼리는 그의 예민한 감각을 이번에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이제 겨우 슬픔에서 이겨냈는데 혹시 또한번 슬픔에 빠져 우울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죠 메노의 단편은 이처럼 독특하고 기발합니다. 짧은 단편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특유함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에서 죠 메노가 보여주는 것은 좌절과 상실감입니다. 그 상실감으로 이야기가 끝날 것 같지만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죠. 이게 죠 메노 단편의 장점인 것 같아요. 스무 편이나 되는 단편이라, 한꺼번에 읽고 감상하기란 무리입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편씩 천천히 읽다보면 단편마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입니다.

"놀라운 감정이입, 사족 없는 단정한 구성, 대중문화 코드의 적절한 사용, 숙련된 유머와 위트" 죠 메노의 작품세계를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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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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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내가 우리나라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읽는 것들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김경욱 작가의 경우는 의외에 속한다. 그만큼 읽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어쩐지 읽지 못한, 아니 읽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난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한다. 물론 잘생기기도 해야지.^^ 암튼, 그의 작품들을 보면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커트 코베인, 장국영, 베티(내가 생각하는 그 베티라면), 바그다드 카페 그리고 모리슨 호텔까지. 나의 취향에 딱 맞는 제목들의 작품들을 그동안 계속 보아오면서도 무시(!)하다가 독서가 위험하다는 말에 혹! 하여 드디어 읽게 된 김경욱. 음악, 영화, 작가이므로 책에 관한 박식함까지 또래여서일까? 김연수 작가, 김중혁 작가와 비슷하게 공유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해서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표제작인 「위험한 독서」에서와 같이 치료사라는 직업이 정말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으나 밑줄긋기나 감동받은 글을 저장하거나 서평을 적어두지 않으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나의 성격 탓에 상대가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주어도 상대가 누구인지 말하기는커녕 예를 들면서까지 성격에 맞는 책과 주인공을 댈 자신이 없기에 그 마음을 접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독특한 단편에 마음이 쏠리고도 남을 것 같다. 또한 그 치료사에게 가서 내가 감동받았던 책들을 말해주고 나도 모르는 나를 알고 싶어지니 말이다.  그리고 「공중관람차를 타는 여자」가 보여준 우연성은 매우 흥미로웠으며, 무덤덤한 듯하면서 해야 할 말은 모두 툭툭 잘도 내던지는 아내를 천년여왕으로 만드는 남자의 이야기나 스파르타식 학원의 추억을 담은 「황홀한 사춘기」까지 모든 단편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작가의 말에 덧붙인 나를 돌아보게 하는 위험한 독서,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책으로 보인다는 중증환자, 상대의 독서를 위해서라면 스스로 책이 되는 위험을 감수하겠으니 자신을 읽어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경욱, 이 책을 통해 나는 그를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감이 있지만 썩 괜찮은 한국 작가를 알게된 기쁨은 역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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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 지음, 심은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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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꽂이에 무심히 꽂혀 있는, 전혀 정보가 없는 책을 발견하여 펼쳤는데 내 마음에 쏘옥 들어와 감동을 느끼게 하는 책을 읽는 재미란 솔솔하다. 물론 내 책꽂이가 아니라 주인 없는 집에 들러 쓰윽~ 훑어보다가 그런 책을 발견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블록질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전문가적인 사진은 아니지만 소품 정도의 사진은 제법 예쁘게 찍을 줄 아는 솜씨가 있기에(순전히 내 생각이다) 어떤 이미지를 찍고 그 이미지와 함께 얽힌 이야기를 길지 않게 풀어내면 재미있겠다. 근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나의 생각을 도둑질이나 한 것처럼 나의 의도와 일치한다. 이럴 수가! 내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미리한 사람이 있었다니. 표절? 켁! -.-

물론 작가는 나차럼 블로그에 올릴려고 쓴  글이나 이미지가 아니다. 그는 알려진 사진 작가이며 설치 미술가, 개념 미술가에 '사진-소설'의 형식으로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를를 들려주는 작가이다. 소피 칼, 저자 사진으로 보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배우처럼 매혹적이며 아름답다. 아무 생각없이 책을 펼쳤을 때 느껴지는 것은 글을 먼저 써 놓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찍었나보다. 했는데(난 그럴 생각이었으므로) 아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진실일 수도 허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그럼 소설인가?

"소피 칼은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사진으로 증명해 보여주며, 지극히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꾸며낸 것인지 알 수 없다.(…)"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야 아하! 했다.

사진 한 장 한 장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 사진들 속에서 소피 칼은 진실을, 혹은 거짓을 능청스레 이야기하고 독자는 사소한 일상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실제인듯한 소피 칼의 이야기에 혹! 하고 넘어가 그녀와 함께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게임에 동참하게 된다. 독특하고 흥미로우며 도발적인 여성 작가 소피 칼, 그녀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만든 책. 그녀와 폴 오스터가 같이 쓴 또다른 이야기 『뉴욕이야기』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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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적들]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작은 기적들 1 -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이야기
이타 핼버스탬, 주디스 레벤탈 지음, 김명렬 옮김 / 바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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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작은(?) 월간지가 기억난다. 순수한 우리나라 식의 작은 월간지가 나오기 전이었다. 요즘 나오는 <좋은 생각>이나 비매품으로 나오는 <생활 속의 이야기> 비슷한 책이었던 걸로 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도 요즘은 읽어보질 않아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그때는 독자들의 이야기 중에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소설처럼, 놀라운 일들이 하나씩 소개되었는데 난 그게 재미있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미국의 뉴욕이나 보스턴, 혹은 지명조차 모르는 시골에 사는 독자들의 수기 형식 글을 실었는데 미지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호기심을 당기었던 것 같다.

비슷하다. 작년에 읽었던 폴 오스터가 엮은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와도 거의 흡사하다. 제목처럼 헤어진 가족들의 만남이 작은 기적처럼 이루어지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우연 같은 운명적인 이야기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입양된 줄 모르고 살던 남자가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와 알고 보니 어렸을 때 헤어진 친형제였으며, 이혼으로 헤어진 엄마를 찾기 위해 알아본 전화번호를 숫자 하나 잘못 적는 바람에 엄마를 만나게 된 정말 기적같은 이야기, 어느날 집에 든 도둑 덕분에(?) 오래전에 헤어졌던 딸과 재회한 엄마, 항상 지나다니던 길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잡아 영웅이 된 한 남자가 1년 뒤 똑같은 그 길에서 1년 전에 떨어지던 그 아이가 다시 떨어지는 것을 잡았다는 놀라운 일 등등 하나같이 '세상에 이런 일이'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책에 나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세상이 정말 넓으면서도 좁다는 것을 알게 된다. 놀라운 일, 운명 같은 이야기, 인연의 연속, 인간의 삶이 이토록 경이로운 일들로 가득핬다는 것을 아는 순간 세상 살아가는 맛이 나기도 한다. 그러니 요즘처럼 한숨만 나오고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하겠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싶을 때,  세상에 이런 인연, 우연들이 있구나! 그렇다면 나도?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책,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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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서평을 써주세요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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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펼치니 문득 오래전 읽었던 수필이 떠오른다. 꽤 낯선 듯하면서 익숙한 문체가 새로운 느낌마저 준다. 지금보다 조금은 젊었을 때, 수필만 읽은 적이 있었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좋은 글귀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한동안 읽지 않았나보다. 그 낯설음에 새로운 느낌이 드는 만큼 왠지 어색한 기분마저 든다.

김훈 선생의 수필은 처음 읽었다. 그래서 선생의 문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문체가 아닌 것 같아 라고 생각할 찰나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었다. 한국 현대사와 똑같은 삶을 살아낸 글도 읽었다. 첫 월급을 탄 딸아이의 선물에 '아, 살아 있는 것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혼자 기뻐하기도 했다는 글도 읽었다. 또한 박경리 선생에 관한 글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그러곤 아, 이런 문체가 선생의 것이었구나! 감탄을 했다.

선생의 글에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다. 선생은 이 묵은 글들을 모아 다시 출발 선상으로 돌아가겠다,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한다. 『바다의 기별』,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단다.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또 그렇게 순하게 세월이 끝나길 선생은 바란다. 한국의 현대사만큼 살아온 선생은 이제 어떤 출발을 하게 될 것인가? 낯선 수필 만큼 익숙하지 않은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새로 출발하는 선생을 맞으려면 이제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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