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만 해도 분명 한 겨울이었는데 오늘은 완전 봄날이네요. 금요일이 되었고, 읽은 책들 리뷰도 써야 하고, 또 잔뜩 쌓여 있는 책들 읽어주기도 해야 하는데 이번 주말은 과연 책을 읽을 틈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책을 가방 가득 챙겨 집에 가겠지요. 우선, 제가 오늘 챙길 책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햄릿』입니다. 김정환 선생의 번역으로 이미 정평이 난 책이지요. 『햄릿』은 오래 전에,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집에 <세계문학전집>이라는 게 있었어요. 어린 저에겐 무척이나 두껍고 또 작은 활자체였기에 장식용으로밖엔 보이지 않았죠. 그래도 그 어린 마음에(어쩌면 중학생이었을까요?) 들은 것은 있어서(^^;) 셰익스피어전집 중에 「햄릿」을 들췄답니다. 헉! 언젠가도 얘기했다시피 제가 희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게 아마도 이 책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지만. 암튼. 딴엔 읽어보겠다고 열심히 읽었는데 몇 장 넘기지 못한 것 같아요. 그 후론 『햄릿』아니라 셰익스피어를 읽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죠. 오늘 버스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앞부분을 읽다보니 어디선가 읽은 느낌이 나는 거예요. 난 영화도 책도 읽은 적이 없는데… 그래서 곰곰 생각해보니 그 어린 시절에 잠깐 훑어본 것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나요?ㅋㅋ(이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한가?켁!) 사실은 오늘 <햄릿> 뮤지컬을 보러 갑니다. 일도 내팽개치고 가는 거라지요.(**만세!^^-아, 보고 왔어요. 흑, 근데 뮤지컬이 아니었어요. 이뤈!-.-) 그래서 어제부터 부랴부랴 『햄릿』을 읽게 되었답니다. 그럼, 오늘도 빠질 수 없는 페이지 놀이 들어갑니다. 오늘은 훔…제 옆에 있는 승주나무님이 128이라는 숫자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서 128쪽을 펼칠게요.(근데 승주나무의 128은 어떤 의미일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ㅋ 이건 따로 점심시간에 파헤쳐봐야겠습니다) 3막의 마지막 부분이 나오네요. “그들이 위임장을 갖고요. 제 앞길을 쓸어 내고 저를 이끌어 가겠지요. 협잡 속으로. 그러라죠 뭐. 재밌거든요. 군장비 제작자를 그의 폭탄과 함께 하늘로 날려 보내는 일은 고생일 거예요.(…)” 햄릿의 말이네요. 아직 읽기 전이라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어릴 때 역사, 국사 이런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나보다. 수학, 영어 같은 것도 잘 하지 못했는데 역사마저도 그렇다면 난 어렸을 때 도대체 뭘 좋아했었지?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도대체!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ㅠㅠ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바로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때문이에요. 지난 수요일 박은봉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러 갔었거든요. 강연회 한다는 얘기는 주위에서 들었는데 어린이 책인지 어른 책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그날에야 어린이 책이라는 걸 알고는 어? 그럼, 내 수준이랑 맞겠구나 하고 갔던 거였어요. 물론 무조건 간 것은 아니고 옆 사람 따라 간 것이지요. 책은 아직 못 읽었지만 가서 강연을 들으니 아주 재미있더라구요. 우리가 역사에 대해 잘못 생각한 오류를 바로 잡아 주었는데(긴 이야기는 따로 후기로 올릴 게요^^) 암튼, 재미있게 강연을 듣고 뒤풀이까지 따라가서 조금 더 역사에 대해 듣고 왔답니다. 박은봉 선생님 참 멋지구나! 하면서.^^ 그럼, 이 책의 128쪽엔 뭐가 나오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헉! 맨 끝장인 셈이네요. 쪽수도 나와 있지 않고;;; 사진과 그림의 출처, 도움을 주신 분들. 하지만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니 마지막 장을 볼게요.^^ 127쪽이네요. “임금 이름의 ‘조’는 맏아들에게만 붙였을까?” 라는 제목이고 “‘조’는 맏아들에게만 붙인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그래서 태종이나 세종은 큰아들이 아니어서 ‘종’을 붙였다고 해. 하지만 맏아들에게만 ‘조’를 붙였다는 건 사실이 아니야. 세조 임금은 둘째아들이었어.” 아, 그렇군요. 역시 저의 역사 수준은 초등이에요;;

 

이 책은 제가 밀고 있는 책이에요. 『유령 비행기』처음 이 책을 받아 봤을 때, 확! 느낌이 왔지요. 와~재미있겠다. 제가 좀 독특한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단편이 들어있으면 조금 부담스러운데 이 책은 그렇지않더라구요. 단편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풀어내는 작가의 실력이 남달라보였어요. 독특한 이야기 형식도 마음에 들고 말이죠. 그래서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는데 독특한 이야기 형식이 마음에 든다고들 하더군요. 우리나라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다 소설인데 일러스트가 들어있답니다. 그래서 팝아트소설가라고 해요.^^ 이 책의 128쪽은 「동물원의 동물」이라는 단편이네요. 실연당한 동물원 사육사가 동물 우리의 문을 모두 열어놓고 아프리카 독벌전시장 안으로 몸을 던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도망간 엄마가 있는 에밀리의 마음도 사육사와 같은 마음을 하고 있죠. 128쪽은 그 이야기의 끝부분이에요. 아빠와 에밀리가 서로 화해하는 장면이 나오네요. “”학교에서 소리 지른 것 미안해요.“ 에밀리가 말한다. 도트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한다. ”그래,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에밀리는 가쁘게 숨을 쉬고 고개를 숙인다. ”엄마가 정말 보고 싶어요.“ 라고 중얼거린다. ”하루종일 엄마 생각이 나요.“ ”나도 네 엄마가 보고 싶단다, 얘야. 나도 네 엄마가 그립단다.“(…)”

 

이번엔 건강 서적 한 권 소개할게요. 이 책도 이번 주말에 후다닥 읽어치울 생각인데 과연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 친구가 지난 한 달 동안 하루에 물 2리터씩을 마셨더니 피부가 몰라보게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진 것 같아서 너무 좋다고 나보고도 꼭 하루에 물 2리터씩 마셔보라고 권유를 했어요. 그럼에도 전 아직 실천을 하고 있지 않지만요; 이 책 『불로장생 탑 시크릿』은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1권과 2권으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적이 있던 일본의 신야 히로미 박사의 <병 안 걸리고 사는 법>3탄이랍니다. 이 책에서 12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비법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물’을 마시는 거랍니다. 기본적으로 물->과일->식사->순으로 먹으면 병에 안 걸린다고 하는데, 물은 아토피도 치료할 수 있다하고 물과 수분, 소금과 염분의 차이를 알면 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암튼 물 마시는 것은 절대로 어려운 것이 아닌데 실천을 못하고 있으니 저도 참, 게을러도 게을러도 억수로 게으른 사람이네요.^^; 이 책의 128쪽에는 이런 말이 나와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니 당연히 자연의 물을 마셔야 한다. 그런데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자연의 물이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연의 물에 가까운 물을 마시기 위해서 정수기를 사용한다. 수돗물은 염소를 투입하여 살균한 물이기 때문에 그대로 마시지 말기 바란다. 정수기를 이용해 첨가한 성분만 없애고 먹으면 된다. 자연의 선물인 미네랄까지 없앨 필요는 없으며 그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을 모독하는 것이다.(…)”

 

‘경성’이란 말을 저는 좋아합니다. 그 시대의 이야기도 흥미 있고 그래서 경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꼭 한번 책을 훑어보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조금 색다른 책인데 바로 사진에 관한 책이랍니다. 부제가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대 문화사’라고 하네요. 『경성,사진에 박히다』그동안 여러 종류의 근대 한국에 관한 책들을 읽긴 했지만 사진에 관한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제가 몰랐을 수도 있지만 말이죠. 소설이나 야사, 혹은 그 시대의 신문이나 사건들을 통해 근대 한국의 일을 많이 알고 있었는데 사진을 통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128쪽엔 “(…)시내 안국동 근화여학교 안에서는 전 조선을 통하여 아직 처음인 여자사진과를 설치하게 되었다는데, 사진이란 원래 기술적으로 보던지 직업적으로 보던지 여자에게 대단히 적당한 것이 될 뿐 아니라(…)” 라는 조선일보의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기사는 조선의 여성에게 유망한 직업으로 사진사를 소개하면서 새로 설치한 ‘사진과‘에 관한 기사입니다. 근대 문화의 창인 사진의 눈을 통해 근대 조선의 풍경들과 사건들, 거기 드리운 식민지적 그늘을 둘러보고 근대의 역동적인 삶의 모습들‘을 이 책으로 확인 한번 해보세요.

 

어린이 책입니다. 만날 <책읽는곰>의 책만 소개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소개하면 딱 좋은 책이라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온고지신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음식 ‘장’에 관한 그림책이에요. 바로 『가을이네 장 담그기』입니다. 이제는 다들 사 먹고 있기 때문에 ‘장’을 담그는 일은 시골에서나 하는 일이지만 우리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양념이지요. ‘장’은 영양 덩어리 콩을 가장 지혜롭게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는데 할머니와 함께 장이나 한번 담가 볼까요?^^ 아참! 그리고 온고지신의 책 마지막에는 항상 들어 있는 유익한 정보도 있지 마세요. 그림책에 나오는 가을이의 할머니가 가르쳐주는 ‘장’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답니다. 어린이 책이라 128쪽이 없지만 한쪽을 소개해드릴게요. “아침부터 온 식구가 부산스러워요. 메주는 솔로 박박 씻어 햇볕에 말려 놓았고요, 함지박 가득 소금물도 만들어 놓았어요. ”항아리에 실금이 간 건 아닌지 알아보려고는 거란다. 나쁜 벌레도 잡아내고.“ 항아리 바닥에 숯불을 피우고 꿀도 한 종지 부어 태웠어요. ”항아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면 안 되거든.“

 

마지막으로 일본을 소개한 책입니다.『헤이안 일본』 일본 귀족 문화는 백제로부터 시작되었다는데 백제 문화의 원형을 일본 헤이안 시대를 통해 읽어보는 거랍니다. 귀신 숭배와 자유로운 연애가 충만했던 일본 헤이안 시대. 사실, 저도 그냥 제목만 들었을 때는 그다지 당기지 않았는데(제가 일본에 관심이 없으니깐) 책을 펼쳐보니 앗!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급호감도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문화 교양서이기에 어려운 인문서처럼 읽기 어렵진 않을 것 같고(제가 어려운 것은 싫어하잖아요.^^:) 일본을 나타내는 혹은 그 시대의 그림이나 헷갈리는 텍스트를 이해시켜줄 사진도 많이 들어 있어 헤이안 시대의 일본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아요. 현대 일본 문화 저변에 깔린 문화의 원형이라고 하는 헤이안 시대, 오늘날의 일본 문화 마니아라면 분명 흥미로워할 것 같습니다. 그럼, 128쪽을 볼까요? 헤이안의 밤 문화에 대해 나오네요.^^ “마지막으로 밤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모두들, ‘수경신(도쿄 신도들이 경신일에 밤새 자지 않고 좌선,수도하는 것)’이란 말을 아는가? 우리 시대에는 경신일마다 반드시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음양사를 불러 주문을 외우게 하거나 문예 활동을 해야만 했다. 흔히 와카 경기, 모노가타리 경기, 관혁악기 시합을 경신일 밤에 거행했다. 이날 밤 청량전이야말고 휘황찬란했고, 음주 가무가 가장 무르익었다. 비단 청량전뿐만이 아니라 사이인도 역시 붐비기가 평상시와는 달랐다. 경심일의 밤이야말로 왕조 문학의 출발점이라고? 음, 당연히 이렇게 말할 수가 있다.(…)‘ 오, 어쩐지 이 글을 읽으니 호기심이 더욱 당기네요. 음양사라든가 모노카타리 등등.^^;

오늘은 적다 보니 좀 많아진 것 같아요. 근데 이것들은 정말!! 주말에 다 읽어줘야 할 책에 속한답니다. 하지만! 과연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린이 책은 후다닥 읽어치우고, 건강에 관한 책도 후다닥 읽어버리고, 나머진 천천히 읽어야겠어요.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전 오늘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러 갑니다. 그러고 보니 『눈뜬 자들의 도시』까지 나와 버렸는데 아직도 전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지 못했네요. 영화를 보고나면 책을 읽게 될까요??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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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11-28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재밌어요. 이런 방식의 책소개. ^_^
햄릿을 읽은지 얼마 안된 저도, 저 말은 생소하네요. (독서법에 문제가있어...그런거야...)

readersu 2008-11-30 02:36   좋아요 0 | URL
아주 재미 붙었어요. 내 맘대로 신간소개^^;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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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미 '제국주의' 역사, 다소 자극적인 글을 보며 책을 펼쳤다. 지난 주에 페이퍼를 작성하면서도 말했거니와 지극히 보수주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아시면 아마도 매우 싫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집에서 자랐기에 오히려 더더욱 이런 책이 궁금할 수도 있었는데 워낙 평범한 부류이다보니 이 나이가 들어도 '제국주의'라는 말이 들어간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을 실토해야겠다. 어쩌면 이 책도 만화가 아니었다면 읽어볼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그 아무리 하워드 진이라 해도 말이다.(내가 하워드 진의 명성을 아무리 들었어도 책 한번도 안 읽고 어찌 그를 안다 하겠는가?) 그랬다면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조금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이 나에게 가르쳐 준 미국사는 사실, 나이가 들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 셈이라고 할 수 있다.(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한쪽의 이야기만 하는 셈이나 일단은 이 책을 읽었으므로 책의 내용을 존중하겠다)

운디드니의 인디언 학살을 시작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미국, 백인, 광포한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약한 나라를 기만하고, 인종차별에 앞장 섰는지 또한 힘없는 노동자들을 대했는지 나름대로 콕 찝어서 얘기해주고 있다. 특히 글로서 보여주지 못하는 장면들을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줌으로써 굉장한 시각적 효과를 얻게 한다. 쿠바에서 보여준 미군대내의 흑과 백의 인종 차별, 필리핀에서 보여준 끔찍한 학살 장면 등 전쟁 중에 미국이 자국을 위해 벌인 수많은 끔찍한 사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냉전시대 이후에도 반군을 지원하여 힘없는 여자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짓을 하고서도 절대로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 미 정부의 모습은 정말이지 잔인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사일을 팔고, 음모를 꾸며 그들에게 해가 된다면 남의 나라마저 뒤집어버리는 그야말로 '제국주의'의 횡포는  끝이 없어 보인다. 또한 그들 중에서도 진실을 말하려는 자들을 오히려 비난하거나 민주 공화 공히 공산주의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잔혹한 독재자들을 후원해왔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실들이다.

그럼에도 하워드 진은 희망의 가능성을 말한다. "어렸을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태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훌륭하게 처신해온 경우가 아주 많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행동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희망은 변화를 위한 에너지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승리인 것입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은 하워드 진의 말처럼 희망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사 내내 억압받고 차별 받으며 살았던 '잡종' 이 '미 제국주의'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까지 이어오던 미국사 혹은 세계사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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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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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의 소설집이다.연예인이 소설집을 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몇 년 전에 이적이 『지문 사냥꾼』을 낸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순수 문학이라기보다는 다른 장르의 소설이었기에 그다지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타블로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비록 등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문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문예창작 수업까지 제대로 받은 학생이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가 낸 이번 소설집은 스무 살 무렵에 쓴 소설들이다. 등단한 다른 작가들에 비하자면 부족한 점이 없진 않지만 만약 그가 가수로 나가지 않고 작가의 길을 갔었다면 필시 이선웅이라는 이름으로 등단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모두 열 편의 단편을 선보이고 있는 『당신의 조각들』은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나약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TV에 잠깐 연재하여 호평을 받았다는 「안단테」의 아버지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지만 이젠 알츠하이머에 걸려 피아노 연주를 하지 못하고 동명의 제목으로 노래를 발표했던「쉿」에 나오는 어머니 역시 한때는 음반을 세 장이나 발표한 가수였지만 지금은 죽은 듯이,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양 살아가고 있다. 그런 존재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조나단과 마이크는 어쩌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다른 또래들보다 혹독한 성장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둘은 그런 과정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얘기하지도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단편집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타블로는 가족과 소통, 성장과 사랑까지 다양한 면들을 이야기 한다. 문체는 건조하고 희망 또한 없어보이지만 그럼에도 위로가 되는 것은 글 속에 묻힌 타블로 만의  따뜻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소설인만큼 십대의 아이들이 많이 찾아 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생각과 심정을 나름대로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여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단편은 「최후의 일격」이다. 망가진 가족사를 그려냈지만 극적인 점에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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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주말입니다. 전 내일 춘천에 갈 거예요.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해주고 올 생각이랍니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는 일주일을 즐겁게 만들죠. 저도 이번 주 내내 내일을 기다리며 즐거웠답니다. 옷은 뭘 입고 가지? 지루할 차 안에서 읽을 책으론 어떤 책이 좋을까? 독서가 위험하다는 책을 가져갈까? 집 나갔다는 엄마를 찾으러 가 볼까? 즐거운 고민을 하다가 만화책을 들고 가기로 했답니다. 바로 이 책이죠.

하워드 진입니다. 미국역사입니다. 그리고 만화입니다.『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민중이나 미국역사에 관심이 없던 저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죠. 하워드 진, 한번 정도는 읽어주어야 할 이 시대가 낳은 역사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워드 진을 읽지 못하던 저에게 이 만화는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어젯밤에 살짝 시작 부분을 읽었습니다. 미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궁금증과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알고 싶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더군요. 그 밤에 다 읽어버릴 것 같아 바로 덮어버리면서 책장에 꽂힌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책으로 눈길이 가더군요. 미국의 역사는 인디언의 멸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오늘은 14일이니(이런 것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잘 하던 행동이었는데 말이죠.^^;) 14쪽을 펼쳐보겠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군요.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든 말이기도 합니다. 좀 길지만 써보겠습니다. “우리는 예전에도 그랬다. 이것은 낡은 사고방식이며 구시대의 행동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네이팜 탄(넒은 지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유지소이탄)과 집속폭탄(폭발시 금속파편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폭탄)으로 폭격을 하며 농촌마을에 테러행위를 저질렀다. 우리는 또한 칠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와 아이티의 독재자와 암살부대를 지원하였다. 이라크에서는 우리 미국이 내린 경제봉쇄의 결과로 5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죽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에 희생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우리에 대한 적개심에 대해 생각해봐야만 한다. 정치인들과 언론이 만들어 낸 전쟁의 당위성이야 어찌되었든 우리는 결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혀야만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겠다고 하니 옆에 있던 친구가 말하더군요. 완전 보수주의자이신 울 아버지가 보시면 한 소리하시겠다고.ㅋ


이번엔 타블로입니다. 『당신의 조각들』, 처음 타블로가 소설집을 낸다고 했을 때, 솔직히 속으로 픽! 했습니다. 뭐야, 가수나 할 것이지. 웬 소설? 연예인들은 조금 유명해지면 전부다 책을 내는구나!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했더랬죠.(사실 글 잘 쓰지만 등단을 못해서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못 내는 숨어 있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읽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하긴 제가 안 읽어도 책은 엄청나게!(불황이라는데도) 팔리고 있어서 신춘문예든 문학상이든 그런 것은 제쳐두고 이젠 가수로든 연기자로든 유명해지고 난 후에 볼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무튼 그런 불만을 안고 어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전 불만이 있어도 내 손에 책이 들어오면 일단 읽어줍니다) 도대체 얼마나 잘 썼을까? 잔뜩 의심을 품은 채 말이죠. 근데 말이죠. 하하;; 전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아무리 스탠포드를 나오고 창작문예에, 영문학 석사를 받은 타블로의 소설집이라고는 해도 사실,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에 습작 삼아 쓴 소설인데 천재가 아닌 이상 뭐가 그리 잘 쓴 소설이겠어요? 하지만 책을 펼치면서 전 ‘멋지다!’했습니다. 왜? 이 책은 연예인이 쓴 소설이기에 너무나 ‘연예인스러운’ 편집들이 기막히게 좋았던 거죠. 만약 우리의 여느 문학 소설집처럼 활자만 빡빡하게 넣어 소설집이라고 내 놓았다면, 그래서 읽었는데 이게 뭐?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 책은 저어 멀리 확! 던져버리고 말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 다 읽었답니다. 그것도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김경욱 작가는「위험한 독서」에서 소설의 주인공과 작가를 동일시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소설마다 나오는 주인공이 꼭 타블로를 연상시켰습니다. 그 시절, 그 나이에 누구나 고민하고 의문을 가져보았을 불안함, 외로움의 조각들이 타블로의 고백처럼 보였으니까요. 또 중간 중간 넣어준 뉴욕의 사진들은 글을 방해한다거나 원고 매수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타블로다운, 타블로라는 ‘캐릭터‘를 위한, 멋진 편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블로는 작가가 아니죠. 하지만 소설집을 냈으니 작가가 된 셈이에요. 그냥 편하게 읽어보세요. 그럼 다 이해가 되어요. 글이, 사진이, 원고 매수가. 암튼 그의 책 14쪽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어요. “복도는 한때 어머니의 자랑이었다, 어머니는 남편과 아들의 천재성을 과시하는 성소 같은 그 복도를, 애정을 담아 ’미시마 명예의 전당‘이라 불렀다. 나는 늘 복도 양 벽면을 가득 메운 액사 속의 사진들과 사애들. 신문기사 스크랩들이 오로지 남의 시선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를 쓴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습니다. 『개가 남긴 한 마디』, 1958년에 터키에서 처음 출간했다는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는 책이랍니다. 제가 아지즈 네신을 기억하는 이유는 터키라는 나라의 작가라는 것과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에서 보여준 그의 놀라운 상상력 때문이랍니다. 그런 상상력이 또 한번 이 책에서 발휘됩니다. 바로 동물로 위장시켜 아지즈 네신이 풍자하는 세상의 이야기는 “허망한 권력욕과 허위의식, 외모 지상주의와 허장성세, 위정자들의 도덕적 불감증” 등을 말해주고 있죠.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세상과 사회, 인간 본성과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며, 지금 우리나라의 어수선한 상황과도 절묘하게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앗! 이 책의 14쪽에는 삽화가;;;; 까마귀가 사람의 머리 위에 똥을 싸는 장면이네요.ㅋㅋ 내용인즉, 세상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그 대표자 격인 파디샤(이슬람권 국가의 군주)를 뽑아야 하는데 그 파디샤를 까마귀가 뽑는다는 군요. 한 사람의 머리 위에 까마귀가 똥을 싸면 그 사람이 파디샤가 되는 거래요. 푸핫! 그래서 파디샤를 뽑는 날이면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자기 머리 위에 똥을 갈겨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모자를 벗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댑니다. “까마귀 형제여, 여기에, 여기에, 제발 여기에…” 어때요? 파디샤가 되고 싶지 않으세요?^^ 전 으윽~


독특한 미술 관련 책이 나왔습니다. 세계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기법을 배울 수 있는 미술 기법서인데요. 어린이들에게 미술 공부의 기초를 가르쳐주는 동시에 화가들마다 가진 개성적인 미술 기법을 직접 익힐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작가들의 글을 필사하는 것처럼 『한 권으로 배우는 세계의 미술가』도 대가들의 작품을 익히고 배울 수 있도록 제시해줍니다. 사물의 모양과 색깔의 특징과 변화를 인식하게 되는 4세부터 다양한 시각 예술을 접하고 직접 활동하는 12세의 어린이까지 단계별로 익힐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며 단순한 그리기가 아니라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한 흥미로운 미술 활동 경험을 통해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의 14쪽에는 ‘로렌초 기베르티라는 1400년 경 이탈리아의 젊은 조각가의 소개와 마분지와 끈, 접착제, 알루미늄 포일로 <플로렌스 양식의 부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이 책 한 권이면 미술의 대가들을 모두 만나고 또 그들의 작품을 한번씩 만들거나 그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겠습니다.


위의 책보다 먼저 나온 책 중에 비슷한 책이 또 있네요. 같은 예술 분야지만 이건 작곡가들에 관한 책이에요.『작곡가들과 떠나는 클래식 음악 여행』, 바흐부터 모차르트, 현대 음악가 피에르 볼레즈까지, 위대한 작곡가들과 함께하는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빠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이제 ‘베바‘도 끝나고 클래식에 관한 좀더 다양한 지식을 알고 싶다면 비록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같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잡지에 연재한 내용을 독일의 음악 전문 출판사인 쇼트 뮤직 출판사에서 출간한 작품이랍니다. 책은 음악가들의 간단한 소개와 용어 설명 그리고 퍼즐과 글자 퀴즈를 담아 아이들이 즐겁게 작곡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14쪽엔 어떤 작곡가가 나올까요? 바로 ’구스타프 밀러‘입니다. ‘다이내믹‘에 관한 설명을 재미있게 해주시네요. “다이내믹이란 건, 그 곡을 얼마나 큰 소리로 아니면 작은 소리로 연주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표시지요. 연주 용어는 작품의 분위기를 더 자세히 말해 주는 말이고요. 연주 용어를 보면 작곡가가 그 음악으로 무엇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기가 조금 쉬워진답니다, 예를 들면 내 교향곡 6번에는 이런 연주 용어들이 있어요. ’무겁게, 끌지 말고 치고 나감‘, ’고풍스럽게‘, ’서두르지 말 것‘, 같은 말들요. 이런 용어들이 연주자의 상상을 복돋워주지요. 어떤 때는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눈앞에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사랑’에 관한 소설을 한 권 소개할까 합니다.^^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친구에게서 올해의 문학베스트에 넣을 생각이라는 사견을 들은 적이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읽어보려고 해요. 그 친구의 선택은 가끔 잘 들어맞거든요.^^ 바로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입니다. 스페인 어로 쓰인 소설에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 “2007 알파과라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서사하라의 오랜 영토 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고 하는데 지난달에 나온 책을 이제야 관심을 가져봅니다. 표지가 너무 덤덤했고 제목도 뭐랄까? 식상하달까? 그래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더구나 우리에게 알려진 작가도 아닌지라…. 가끔 좋은 책들이 이런 이유로 알려지지 않을 때는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암튼 그 친구는 “쉽게 읽을 수 없지만, 읽은 뒤에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런 여운이 가득하다.”라는 글을 남겼네요. 14쪽을 펼치니 “당신들, 정말 어리석군요! 정말 멍청해요! 여기서 나가지 못하면 저 인간들의 만행을 참고 견뎌야 해요. 이런 취급을 받는데도 그냥 넘긴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에요. 이건 노예만도 못한 삶이잖아요. 이건…… 이건 정말…….” 

 

인문이나 경영서도 제가 좋아라하면 좋겠네요. 아니 그보다 제가 접할 수 있는 책이 이 분야의 책들이라 저의 편애가 좀 들어갔습니다.^^ 이번 주말도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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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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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신작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완득이』를 처음으로,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에겐 조금 심심한 작품 되겠다. 하지만 그녀의 또 다른 소설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 책도 아주 만족해하며 읽을 것이다. 이젠 작가 특유의 발랄함과  얄미운듯 건강한 어린이(혹은 청소년)의 등장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가 되었고 그게 즐거운 독자는 그 맛을 이 책에서도 맛볼 것이다.

지어진 지 사십 년이 넘은 재건축 대상의 푸른아파트는 모두 4동으로 지어진 아파트다.  지방 변두리 도시에 있는 이 아파트는 최근 명품 도시 운운하며 야심찬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르자 재건축의 희망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재건축 심의에 통과하지 못하게 되자 주민들이 현수막과 검은 띠까지 아파트에 두르는 바람에 안 그래도 볼썽사나운 아파트가 더더욱 초라해보인다. 하지만 오래된 우정을 자랑하는 네 동의 아파트는 사십 년이라는 기간땜에 주변의 새 아파트들에 의해 어른대접을 받고 있으며 나름 자존심이 강하다.  

투덜이 1동, 정이 많은 2동, 내장 터진 3동, 귀신 나오는, 성깔있는 4동. 그리고 그곳에 나타난 기동이와 주민들의 야단법석한 일들이 재치있는 입담으로 명랑한 문체로 기분 좋게 읽힌다. 

김려령 작가는 보다시피 아파트라는 건물을 의인화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네 동의 아파트가 바라보는 주민들의 삶은 애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하다. 비록 재개발되어야 할 아파트이지만 기동이 할머니처럼 삼십 년 동안 고락을 같이 한 아파트는 할머니에게 정이 든 인간이나 다름없다. 그런 아파트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이야기를 작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유쾌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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