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작가도 보고 책소개도 보고 가끔 리뷰도 보지만 책표지나 제목도 책을 고르는 한 방법이다. 며칠 전 『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제목도 참 잘 짓는구나! 호기심을 확! 자극하여 끌리게 만드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제목에 끌려서 구입하거나 읽은 책들을 한번 모아봐야겠다.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실천에 옮겨보기로 했다. 지금은 일요일이고 나는 한가하게 놀고 있으며 그다지 바쁜 일도 없을 예정이기에…

헤이리 리브로북카페에서 본 책이었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살펴보다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이건 무슨 내용이기에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두께도 장난아니게 두꺼워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자리로 가지고 와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왠지 끌리지 않느냐? 하니 다들 살펴보며 한마디 한다. 오!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러곤 수첩들 꺼내어 제목을 적는다! 이런 짓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일상다반사로 있는 일이다. 머릿속에 기억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마음에 드는 책이 나타나면 일단 어딘가에 메모를 해 두어야 한다. 그러곤 잊지 않고 구입을 한다. 읽든말든!! 하여 난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추천으로(오로지 제목만) 책을 구입한 또 다른 친구의 감상은 "빨리 읽어, 책 괜찮아!"였다. 

이 책은 언젠가도 한번 소개한 것 같다. 어찌어찌하여 구입을 한 책인데 오자마자 펼치고 읽었다. 이 책이야말로 완전히 제목과 표지에 필!꽂혀 내용이 뭔지 장르가 뭔지도 몰랐다. 한데 고고학자의 자서전이다.  시인 김정환의 번역본인데 문장이 시 같았다. 김정환의 번역본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뭔가 참 묘한 문장이다. 천천히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순식간에 읽고자 넘겼지만 쉽게 넘어가지 않았기에. 결국 책꽂이에 잘 꽂아두고 다른 책들 먼저 읽었다.  그리고 오늘 윤성희 작가에게 온라인 질문을 하는 곳에서 윤성희 작가가 지금 읽고 있는 책 198쪽엔 어떤 글이 적혀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윤성희 작가의 답글이 바로 『그 모든 낯선 시간들』이었다. 그 책 198쪽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단다. "나는 그가 나를 기억할 수 있게끔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래 전 <열린책들>의 책들은  매우 신선했고 디자인은 예뻤다. 그리고 요즘처럼 책을 많이 읽지 않았기에 두껍고 빽빽한 글씨로 무장한 소설들이 아주 마음에 들어 열린책들의 책들은 무조건, 가능하면 구입하는 책 중에 하나였다.  그때 이 책을 구입했다. 『개는 말할 것도 없이』, 굉장한 궁금증을 일으키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묵혀두었다가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심심풀이로 이런 책을 읽어야 해! 하며 들고 갔었는데 헉! 뭔소리인지 읽히지가 않았다. 이럴 수가!  결국 이 책의 운명은 책꽂이에 꽂히는 신세고 아니고 뭔 물건의 받침용(!)으로 쓰이고 말았다. 그러다 구제를 받게 되는데 그건 바로 그 후에 나온 『둠즈데이북』이라는 책 때문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이』의 후속작이라는 『둠즈데이북』을 우연히 읽었다. 꽤 재미있었다. 근데 이 책 이전에 나온 연결 된 작품이 바로 『개는 말할 것도 없이』라는 것이다. 아, 내가 그때 이 책의 가치를 몰랐던 거야! 하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 좌절하던 찰나에 받침대가 되어 찌그러지고 있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곤 『둠즈데이북』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읽어리라 마음먹고도 아직까지 읽지 않고 있다. -.-;;;; 

내 눈에 먼저 들어왔던 책은 아니지만 언젠가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작가들의 추천으로 알게 된 소설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작가들의 추천은 두 번째이고 얼른 구입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책이다. 바로 유디트 헤르만의 『여름 별장, 그 후』이다.  여름 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 궁금증을 갖게하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위의 책들에 비해 얇고 소설집이었기에 이 책은 도착하자마자 읽게 되었는데 어떤 친구는 좋은 줄 모르겠다고 했지만 난 아주 맘에 들었다.^^ 가끔 내가 맘에 들어하는 책들을 보면 정말 공감이 가는 글들일 때와 도무지 이해는 안 되면서도 왠지 알 것 같은 아리송한 글들일 때가 많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지만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난 후에 다시 읽을 책이기도 하다. 앗! 그러고보니 유디트 헤르만의 새 책을 지난 번에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는데 잊고 있었다. 얼른 구입해야겠다. 

 

가끔 <문학동네>의 책을 접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이 책 제목은 도대체 누가 지은 것일까? 또 이 표지는 누가 선정한 걸까? 얼마 전에 나온 박현욱의 『그 여자의 침대』도 그렇다.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왠지 매혹적이다.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들게 만드는 것 같다. 내용 또한 그래서 맘에 든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직 다 읽지 않았기에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겠다. 아무튼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당신이 없었다, 당신이』『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같은 긴 제목의 책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이 책 『한낮의 우울』 역시 추천에 의해 고른 작품이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맘에 들어 하며 고이 모셔둔 책이다.  '한낮의 우울'이라는 제목에서 나는 장국영의 맘보춤이 생각나고 여행 중에 부부싸움을 하고 사막에 버려진 쟈스민의 모습과 calling you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아직 그 책을 읽지 않았으니 그것들의 연관성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정적, 찌는 듯한, 그런 배경들이 '한낮'에 연상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마다 책에 관한 기억이나 제목, 혹은 표지나 내용에 따라 공감하는 부분이 다를 테니 그러므로 깊게 알려하면 머리 아프니 이정도만;; 암튼. 리뷰를 믿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에 관한 리뷰는 믿고 싶다. 얼른 읽어줘야 할 텐데… 

제목 그대로 끌린 이 책『끌림』은 시인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와 책 속으로 쏙 빠져들게 만든다. 이렇게 적고보니 내가 끌린 유일하게 짧은 제목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사서 읽고 너무 좋아서 한동안 책 속에 있는 글들을 여기저기 적었었는데 시인 이병률의 사인을 받을 기회가 생겼더랬다. 그 기회를 놓칠세라 친구들 것까지 모두 모으고 선물할 것까지 사서 사인을 받았는데 와우~! 반응이 아주 좋았다.^^ 『끌림』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인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받은 친구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좋아라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외에도 너무 많다. 아니 제목에 필  꽂힌 책을 소개해보겠다고 시도한 내가 잘못인 것 같다. 적다보니 끝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ㅠㅠ 당장 기억나는 것만 이러하니;;;;

죽~보아하니 나는 짧은 제목보다 긴 제목의 책들에게 더 호감을 갖는 것 같다. 최소한 다섯 자는 넘는. 예전엔 제목이 길면 책이 안 팔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제목이 길든말든 뭔가 자극을 주는 제목을 좋아하는 것 같다.

휴일 낮의 노곤함, 『그날 밤의 거짓말』이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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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8-11-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서 아는 책은 딱 두권이네요..

readersu 2008-11-10 10:38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제 기준으로 모두 좋은 책이랍니다. 제 취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근데 어떤 책일까요? 그 두 권이??
 
가고일 2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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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작은 액자 형식의 이 책은 장장 700년이라는 시간동안 한 남자를 기다린 마리안네의 ‘불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소 환상적이고 정말 ‘이야기스러운’ 소설이지만 7년이라는 기간 동안(어쩌면 마리안네의 기다림만큼이나) 연구하고 쓰기를 반복하며 발표한 소설답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포르노배우, 화상환자, 필경사, 중세 신비주의자, 단테의『신곡』, 바이킹의 전설, 정신분열증 그리고 책 제목으로 등장하는 ‘가고일‘에 관한 건축 양식까지. 이 많은 사실들을 연구하여 조사하고 펴낸 소설이기에 꽤 리얼하며 흥미롭다. 더구나 작가가 화자에게 부여한 문장 속의 위트는 간혹 지루할 뻔한 문장에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포르노 배우로 잘 나가던 ‘나’가 자동차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게 된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정신분열증 환자 마리안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되살아난 삶에 환멸을 느끼던 ‘나’에게 작은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그들이 700년 전에 사랑하던 사이라고 말하는 마리안네의 말에 반신반의하게 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 변함없는 ‘나’에 대한 마리안네의 사랑은 그런 ‘나’를 흔들리게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마리안네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멀쩡했던 모습이 ‘괴물’로 변해버린다면,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는 마리안네의 사랑은 비록 소설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더구나 마리안네가 들려주는 네 쌍의 사랑은 이 소설의 백미처럼 등장한다. ‘아, 사랑이 그런 거구나!’하고 느끼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물론 700년 전 중세의 마리안네와 용병이었던 ‘나’와의 사랑 또한 더할 수 없는 진실된 사랑이지만 말이다.

스릴과 추리 같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또한 진부한 결론이지만 ‘가고일’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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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아이
필립 베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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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0월, 한 아이가 실종되어 익사체로 발견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그레고리, 프랑스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그레고리 사건'이다. 이것은 실제 사건이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2006년에 작가 필립 베송은 이 사건을 토대로 글을 쓴다. 이것은 소설이다.

필립 베송, 이언 매큐언이 최근에 낸 신간 제목과 같은 『이런 사랑』의 작가이다. 도입부가 비슷하다. 죽은 익사체의 발견. 다만 젊은 남자에서 아이로 바뀌었다.  또한 독백처럼 이어지는 감정, 타자가 되어 바라보는 사건의 진상. 과연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가?

필립 베송은 전작에서 보여준 "설득력 있는 이야기와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철저하게 계산된 거리두기,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한 장면들"을 이 작품에서도 선보인다.

과감하게도 피해자인 그레고리의 엄마 입장이 되어 사건을 바라보고 또 다른 삼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파헤치면서 공감을 유도한다.

또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동물인지 이 책을 통해 뼈져리게 느낄 수 있다. 동정과 의심을 반복하고,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조차 하지 않는 인간들. 인간의 깊은 내면의 부조리들을 파헤친 필립 베송의 문장력은 그야말로 찬탄할 만하다.  

그리고 그 모든 비극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 모든 세월에 무너지지 않고 이겨낸 그들 부부의 사랑은 또 다른 진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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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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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법으로 제주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나는 그 경험을 앞세워 제주에 대해 아는 척을 많이 하고 다녔다. "제주엔 바람이 많이 불어, 제주엔 돌이 많고 아가씨도 많대. 아 참! 제주에 가거든 한라산은 꼭 가봐!" 이렇듯 누구나 다 아는 것을 나만 알고 있는 것처럼 떠들고 다녔다. 또한 짧은 일정에 제주도를 다 다녀보려면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자랑처럼 일주일 동안 차로 다닌 이야기를 해대며 일주일 지나니 제주도도 더 이상 볼 게 없더라며 잘난 척하고 다녀더랬지.

하지만 내가 '오름'은 제대로 올라봤던가? 그 유명한 '갈칫국'은 먹어봤던가? 이 책을 읽어 보니 내가 그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제주는 제주가 아니었다. 몰라도 너무 몰랐던 거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모르는 제주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당장이라도 제주로 날아가고 싶었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 여행』은 다양한 재미를 준다. '올레'를 만들면서 경험하고 보았던 제주의 숨은 곳곳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분명 같은 국적의 나라임에도 해석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제주의 언어를 읽는 재미와 이제는 산티아고의 길보다는 제주올레를 먼저 찾게 될 테지만 제주올레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저자의 산티아고 여행기까지 일석삼조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다. (그곳에서 파울로 코엘료와의 만남이라닛!)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제야 제주올레를 알았다는게 무진장 억울했다. 늘 운동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조깅을 못하면 걷기라도 해야 한다고 머릿속으론 생각하고 있으되 실천을 안 하는 진정한 '간세다리'였기에 산을 헉헉대며 오르는 것이 아닌 바다를 벗삼아 혹은 산보다는 훨씬 덜 힘든 오름을 오르며 그것도 '놀멍 쉬멍' 천천히 걷는다는 게 딱 나의 스타일이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벌써 몇 번은 다녀오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나의 뱃살도 좀 빠지지 않았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

책을 다 읽고 덮자마자 친구들에게 제주올레 가자고 외쳤다. 다들 공감!
겅허민,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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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더 사랑해
션.정혜영 지음 / 홍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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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행복함이 책 속에도 가득가득하다. 글은 물론이고 사진에서 보여지는 그들 가족의 행복한 모습에 내 얼굴마저 미소가 지어진다. 아, 이들처럼 살 수 있는 게 결혼이라면 나도 결혼 안 한 것을 정말! 후회하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 점은 비종교인으로서 이 책에 대해 전혀 정보조차 없는 상황에서 꽤 열성적인 그들 부부의 하느님에 대한 찬양에 조금 당황스러웠다는 사실. 그 모든 행복이 하느님 덕분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내리 이해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가족이 참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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