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로 처음 알게 된 아토다 다카시, 그의 세 번째 책이 나오자마자 읽게 되었다. 전작의 인상이 워낙 강해 오래 남기도 했거니와 이 책을 읽기 며칠 전 호시 신이치의 책을 읽은 탓에 『나폴레옹광』은 운이 없게도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토다 다카시의 작품이나 정말 짧은 글로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 호시 신이치의 작품들이나(호시 신이치는 벌써 33권의 SF반전 쇼트 소설(?)을 썼다.)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가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여주므로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재미에 습관을 들이면 다음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이번엔 어떤 반전이 기다릴까? 상상도 하며 추리도 하다가 허걱! 놀라기도 하게 된다. 즉, 완전 빠져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독 이런 짧으면서 톡 쏘아 주는 듯한 이야기가 일본이라는 나라에만 국한되어 있고 읽히고 있다는 게 특이하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있으나 번역하지 않아 소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번역되어 있는 비슷한 장르의 책들을 비교해보면 역시 일본 소설이 대세인 듯하다. 심지어는 히가시노 게이고마저 미스터리를 잠시 접고 흑소, 괴소, 독소라는 이름으로 단편집을 낸 적도 있다.

읽은 차례로 치자면 『흑소소설』을 제일 처음 읽었다. 작가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사람들이지만 어쩐지 그에겐 미스터리가 역시 제일 좋았어요! 라는 느낌을 받았다.

암튼 『나폴레옹광』을 읽고 있다고 하니 친구들이 그의 명성을 알고 서로 읽고 싶다고 했다. 사실 조금 실망을 하긴 했지만 너무나 읽고 싶어들 하기에 빌려주었는데 반응은 반반이었다. 처음 읽은 친구는 너무 재미있다는 의견이었고 앞서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은 친구는 조금 실망이에요. 라는 평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나도 뒷부분 두 이야기 정도는 읽는 둥 마는 둥 했기에 그 의견에 공감이 갔다. 하지만 세 권의 책을 모두 읽은 친구가 가장 좋았다며 추천한 『시소게임』을 읽기 전까진 아토다 다카시의 책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그 친구는 아토다 다카시를 『시소게임』을 처음으로 만났기에 그 느낌이 강렬했을 테고, 나는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로 아토다 다카시를 만났기에 그럴 수 있으며, 『나폴레옹광』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 친구는 그 책을 처음으로 아토다 다카시를 만났기에 앞서 우리가 느낀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여 어쩐지 이대로 아토다 다카시를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시소게임』을 읽어보기로 했 다. 결과는?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어떤 책은 똑같은 구성임에도 읽을 때마다 흥미를 느끼는가 하면 어떤 책은 매번 같은 문체에 같은 구성으로 지루함을 느끼게도 한다. 그렇다면 아토다 다카시는…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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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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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열심히 책을 읽은 소녀가 아니었던 이유로 당연히 세계명작문학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제목은 알고 있고 세계적인 문호들의 이름정도는 꿰고 있으며 영화나 연극, 만화 같은 다른 분야로 각색하여 발표를 하면 나름 보긴 했으니 어디서라도 아는 척(!)은 하면서 살아왔겠다. 그럼에도 모르는 세계명작은 부지기수이고 이 나이에 그것들을 다시 읽자니 시간 낭비이고 사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연극 공연이 아니었으면 이 책도 그저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책 중에 한 권의 책일 뿐일 찰나에 이 책 『리어왕』을 읽었다.

 

그동안 셰익스피어는 희곡이라는 이유로 내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대화체로만 되어 있는, 주변의 상황이 전혀 상상되지 않아 안 그래도 상상력 부족한 나를 더더욱 궁지로 몰아넣는 글들을 한두 장 읽으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었다. 그런고로, 잘됐다! 누군가 셰익스피어에 대해 물어본다면 '셰익스피어는 읽고 싶었으나 희곡이라서…' 라며 엉뚱한 핑계를 대고 피하면 되겠구나 싶어 여태껏 그렇게 해왔는데, 작년에 번역가의 이름을 보고『로미오와 줄리엣』을 읽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희곡인데, 대화체뿐인데 왜, 재미가 있는 거지?

 

그 후로 셰익스피어를 다 찾아 읽었다. 라고 한다면 당연히 거짓말이고 다만 희곡에 대한 선입견이 살짝 사라져서 읽을 기회가 생기면 다시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걸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그럼, 한번 읽어볼래? 하며 셰익스피어 전집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얼씨구나! 하고 이 책들을 읽었을까? 전혀 아니다. 처음엔 얇은 두께에 관심이 갔었다. 머리 식힐 때 읽으면 얇아서 좋겠구나! 그 뿐이었다. 며칠 지나서는 시인 김정환이 번역을 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보았다. 그래도 뭐, 다른 재미있는 책이 얼마나 많은데… 다시 제자리로! 또 며칠이 지나자 연극 볼 기회가 있는데, 책도 읽고 연극도 보고…. 어, 정말?

 

그리하여 그 욕심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정말 한심한 처사이지만 어쨌든 이 책을 읽겠다고 시도한 자세! 오십 프로는 성공이다. 라고 자아자찬!^^ 하! 근데, 근데 말이다. 심드렁하게 연극이나 보고 대충 읽었다고 할 요량으로 책을 펼쳤는데 흥미가 당기더란 말씀. 그동안 나의 독서 내공이 셰익스피어가 재미있다고 할 만큼 늘었구나! 혼자 대견해했더랬다.

 

각설하고,

 

시인 김정환이 번역해서일까? 별다른 지문 없이도 시처럼 읽힌다. 큰딸 고네릴이 리어를 사랑한다며 읊어대는 사탕발림,

 

시력보다, 움직이는 공간보다, 그리고 자유보다 더 소중하옵니다.

가치를 잴 수 있는 것, 비싸거나 희귀한 것보다 더,

목숨 바로 그것, 게다가 우아하고, 건강하고, 아름답고, 명예로운 목숨 못지않게,

어린아이가 사랑했던 만큼 많이, 혹은 아버지가 발견한 만큼 많이,

언어를 빈약하게 만드는, 그리고 말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사랑,

온갖 비교를 능가할 만큼 폐하를 사랑합니다.

 

또 원작의 대사를 그대로 소화하여 리듬 있는 번역을 보여주기도 한다. 켄트가 오스왈드에게 퍼붓는 조롱 섞인 말,

 

악한. 악당. 고기 부스러기를 먹는 놈. 천하고, 오만하고, 얄팍하고, 거지 같고, 옷 세 벌짜리, 백 파운드짜리, 더러운, 울양말짜리 악한 겁쟁이, 툭하면 송사나 벌이는 악한. 부모 없는, 거울만 쳐다보는, 굽신굽신대는, 꾀까다로운 악당. 거시기 두 쪽밖에 없는 노예. 주인 말이면 뚜쟁이 짓도 할 놈. 그리고 기껏해야 악한. 거지, 겁쟁이, 포주, 그리고 잡종 암캐의 자식이자 상속자를 합친 놈. 실컷 두들겨 패서 깽깽깽 비명을 내지르게 만들 놈, 만일 네가 이런 칭호의 한 음절이라도 부인한다면 말야.

 

이 문장은 나에게 꽤 큰 웃음을 주었다. 어디선가 읽은 듯한 문체하며 오스월드를 빗대어 퍼붓는 조롱들이 어찌나 유쾌하게(!) 여겨지던지…

 

그리고 세계적인 문호라고 할 만한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언어. 폭풍우가 치는 밤, 왕의 안부를 묻는 켄트에게 신사가 전하는 말,

 

성마른 자연의 원소들과 싸우고 계시오.

바람에게 대지를 바다 속으로 처박으라.

아니면 바닷물을 일으켜 본토를 덮쳐,

모든 것을 바꾸거나 쓸어 버리라 명하시고 있소. 백발을 쥐어 뜯고.

뜯긴 머리칼은, 맹목의 분노에 사로잡힌 격렬한 일진광풍이

노여워 움켜쥐고 허공에 흩어버리죠.

이리저리 달겨드는 바람과 비를.

이 밤, 새끼들한테 젖을 다 빨린 곰조차 동굴을 나오지 않을,

사자와 배 홀쭉한 늑대조차 털을 말리는 이 밤에,

모자도 없이 그는 내달리고 있어요.

 

이렇듯 그동안 셰익스피어가 숱하게 번역되어 나왔지만 이 책이 이렇게 끌리는 것은 "원작이 가진 다층의 의미와 언어의 마술적 유희를 가장 근사하게 재현해" 낸 번역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리어왕』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책도 인연이 있구나 하는 점이다. 여태껏 『리어왕』을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다가 이제야 이 책을 접하고선 공감하고 감탄하는 걸 보면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나 알고 보면 변한 게 그다지 없다. 여전히 재산을 움켜쥐고 있는 부모는 대접을 받고 살며 무일푼인 부모는 하루하루 자식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언정 자식에겐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 그게 부모의 마음 아닐까? 그 아무리 리어왕의 교훈을 머릿속에 새겨 넣는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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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춤이다
김선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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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어렴풋이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그녀가 첫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녀가 인용한 주제 사라마구의 말처럼 "소설은 더 이상 하나의 장르가 아닌" 모양이다. 시를 쓰던 그녀가 소설을 쓰니 소설이 시 같다. 문체가 아름답고 길고 긴 하나의 서사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녀와 최승희, 시와 무용, 그렇게 잘 어울렸나보다.  

 

원래부터 근대 한국에 관심만(!) 많은 나로서는 당시를 살던 최승희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냥 미루기만 했던 책을 김선우 작가의 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읽게 되었다. 읽고 나니 잊고 있었다면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승희, 그녀는 누구인가?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 조선의 딸로 태어나 몸으로 조선을 알리고자 했던, 몸 하나로 전 세계에 조선의 춤을 알린 이가 아니었나. 하지만 세상은 늘 그렇다. "너무 일찍" 태어나 불행했던 이들이 많았던 것처럼 최승희, 그녀도 "너무 일찍" 세상에 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겪으며 월북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과거는 모조리 사라져버리고 예술적 성과는 백지가 되어버렸다.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은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고 "나는, 내가, 구할 거라구!" 스스로에게 다짐받듯 말한 그녀는 그러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으로 인해 결국은 숙청이라는 명목으로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녀를 김선우 작가가 되살려냈다.

 

자유에의 갈망, 몸으로 조국을 구하고자 했던 여인, "무용가로서의 자존의 핵심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예술가, 자신의 몸, 자신의 춤 이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던 에고이스트. 전근대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현대로 탈주하는 최승희가 바람처럼 속삭인다. 자유인 춤, 자유인 예술, 자유인 영혼!" 최승희, 『나는 춤이다』는 그녀의 이야기다.   

 

소설의 구성은 민을 따라 예월을 만나러 가면서 기억하는 최승희의 과거다. 최승희가 무용을 하게 된 동기, 예월과 민을 만난 일, 기타로와 류의 등장, 남편 안과의 생활 그리고 조선 최고의 무용가로서 최승희가 겪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여러 시점으로 소개된다. 기타로의 생각, 안이 느낀 감정, 민의 시선 그리고 그녀의 그림자와 같은 이들의 시선으로 최승희를 바라보던 그 눈빛에서 김선우의 상상력과 최승희의 인생이 승화되어 나타난다.

 

최승희와 남편 안막 그리고 스승인 이시이 바쿠를 제외하면 모두 허구의 인물인데다 뒤죽박죽 헷갈리는 듯한 스토리지만 다시 한 번 앞으로 되돌아가 책을 펼쳤을 때 보이는 전체적인 윤곽과 시 같은 문장은 샤이쇼키 최승희의 무용에 대한 강렬한 애정과 그녀를 되살려내고자 했던 김선우 작가의 열정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최초의 한류스타 최승희,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그녀의 무용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다. "나는 춤이다" 그녀는 진정 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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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있는 책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저것들을 얼른 읽어줘야 태어난 보람이라도 느낄 텐데...

이 달엔 추석이 있어 속도가 안 붙을 것 같기도 하고, 날씨가 선선해서 나돌아다녀서 책따윈 안 읽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10월 06일에 저장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11,900원 → 10,710원(10%할인) / 마일리지 590원(5% 적립)
2008년 10월 06일에 저장
구판절판
로라, 시티-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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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지구마을 구출작전- 월드보이 레이와 함께 떠나는 지구촌 한 바퀴 여행
안네트 로먼 지음, 김정태.오사라 옮김 / 살림Friends / 2008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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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전집 세트 -전5권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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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우연히『김정환의 만남, 변화, 아름다움』(문학동네)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저자에 대해선 아는 바 없었고 그동안 읽은 인터뷰 집과는 조금 다른 색다른 문체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체가 "~고,"였다. 마침표를 찍지 않고 그렇다고 "~며"를 집어넣는 것도 아니다. 계속 "~고, ~고, ~고"로 한 문장을 끝낸다. 독특했다.

 

그 김정환이 이번엔 셰익스피어 전집을 번역했다. 처음엔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 헷갈렸다. 인터뷰 집을 읽으면서 프로필에 시인이라는 것까진 읽은 것 같은데 번역가라는 걸 읽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그 전집이 눈에 띄고 얇은 데다 작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서(희곡임에도!) 이참에 나도『리어왕』읽어보겠다고 펼쳤다.(난 희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또 셰익스피어는 중학교 때 집에 있는 두꺼운 전집을 펼쳤다가 그만 어려운 문장들에 덮은 기억이 나서 그 후로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버스 안이라 소리 내며 읽지는 못했고,(희곡은 소리 내며 읽어야 그 맛을 느낀다고 친구가 말해주었기에) 깔끔한 문체와 문장이 눈에 들어왔고, 시인이라 그런지 섬세한 번역이 마음에 들었고, 희곡이지만 지문이 많지 않아 읽는 속도에 지장을 주지 않았고, 읽으면서 내리 무대를 떠올리게 하는 상상력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역자 해설로 넘어갔다. 그 글에서 김정환 특유의 문체를 발견한 것이다. 그제야 아, 이 분이 그 분이구나! 했다나.

 

 

셰익스피어라면 그의 작품은 누구나 한번쯤은 읽은 기억이 있을 작가다. 나처럼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는 연극으로 영화로 보았을 테니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의 맛을 알고 나면 영화나 연극보다는 책을 먼저 읽게 될 것이다. 근데 그때 왜 나는 셰익스피어를 읽지 못했는가? 곰곰 생각해봤다. 번역 탓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외국 문학의 경우 번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가 번역을 했느냐에 따라 그 책의 진가가 달라질 테니 말이다. 

 

 

이제 겨우 『리어왕』을 읽었을 뿐이지만 "시인이자 소설가, 무대 연출-기획자로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원작의 산문성과 운문성, 시행의 순서와 비유의 배열까지 최대한 존중하면서 원작이 가진 다층의 의미와 언어의 마술적 유희를 가장 근사하게 재현해내고자 하였고 잘 쓰인 시 한 편을 읽는 듯한 편안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맛보게 해 줄"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전집>, 그래서 아직도 셰익스피어를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이번엔 셰익스피어를 꼭 만나보라고 감히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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