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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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의 후속이 곧! 나올 것이라는 정보에 의하여 일 년을 묵혀두었던 『모방범』을 읽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후속인 『낙원』이 나왔다. 친구와 같이 비슷하게 읽기 시작하였지만 그 친구보다 늦게 읽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읽은 친구가 있으면 대부분의 경우 나는 그 책에 대해선 말도 못 꺼내게 한다. 특히 추리소설의 경우는 얄짤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낙원』을 읽으면서 계속 이런저런 상상이 되면서 나만의 『낙원』을 만들고 있었던 거다. 뒷부분이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다. 읽다말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다. '나쁜 놈이 그 놈이지?' - 아니야. '아, 알았어. 언니가 죽은 게 아니지?' - 어휴~ 상상은 하지말고 읽기나 하셔! '그 트럭? 혹시 그 트럭 아냐?' - 니가 소설을 써라. 미야베 미유키를 그런 식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누구가 이야기 하지 않았냐? '에잇!-.-;;;'

이리하여 할 수 없이 나는 『낙원』을 빠른 시일 내에 읽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틀 만에 책을 털어내고선 한마디 했다. ㅋ 내가 그동안 너무 격한 스릴러들만 본 거야.

미야베 미유키를 나는 정말 잘못 본 모양이다. 내가 왜 다른 소설가들과 같은 부류로 봤을까? 반성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좋은 이유는 다른 추리소설과 다르게 마음에 새길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책갈피해두어 나중에도 읽어봐야 할 문장들이 나오고 읽고 나면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역시 미야베 미유키라는 말이 나오나보다.

이제 『낙원』도 읽어버렸고 언제까지 그의 소설을 기다려야 하는 찰나, 내 책꽂이를 보니 아직도! 읽지 않은 『이유』가 있더라는. 그 행복함이라니!

아무튼, 미야베 미유키를 다른 소설가들과 비유하지 말라는 친구의 말이 새삼 와 닿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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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의 만화는 최근의 것부터 거꾸로 읽게 되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역시 『대한민국 원주민』이었지만 나머지 두 권의 책도 나쁘지 않았다. 『습지 생태 보고서』나 『공룡 둘리를 위한 오마주』에 보이는 우울한 인생들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은 최규석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라는 오버된 생각을 했다. 내가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마는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으면서, 그 전에 그의 북콘서트에서 그의 생각을 들었기 때문에 안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습지 생태 보고서』를 읽고 있으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이 그닥 새롭지 않지만 그 속에 보이는 그들만의 위로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소한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참 따뜻하게 했다. 이제 그는 이 만화 속의 궁상스러운 최군이 아닌 당당한 인기있는 만화가로서의 최군이 되었지만 그런 삶을 추억할 수 있는 나날들이 있었기에 '최규석'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내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공룡 둘리에 대한 오마주』는 차마 읽을 엄두를 못냈다. 이유를 대자면 둘리가 누군가? 요즘으로 치면 <도라에몽>과 같은 독특한 캐릭터가 아닌가? 그런 귀여운 둘리의 모습이 너무나 경악스러웠고 작가들의 초창기 작품들은 최근의 작품에 비하면 그 강도가 아주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 비루한 삶을 살고 있을 둘리를 어찌 볼 수 있단 말인가? -.-; 그런데 『습지 생태 보고서』를 읽고 나니 읽어도 되갰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은 최규석의 작품을 다 읽어보고 싶어서이겠지만;;) 아, 정말 섬뜩했지만 이 단편집은 흥미로웠다.(하긴 뭔들 마음에 안 들겠냐.ㅎ)

그의 다른 작품이 언제쯤 나올지 모르겠지만 『습지 생태 보고서』의 표지에 "우리나라 만화의 희망을 본 기분좋은 발견!"이라는 카피가 있는데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난 우리나라 만화의 희망들을 너무 많이 발견하고 있어 즐거워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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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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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만화 리뷰를 쓸 때마다 말하는 저는 요즘 그런 말이 무색하리만큼 만화에 푹 빠져있습니다. 학교다닐 때야 만화를 많이 봤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만화는 간혹, 정말 심심할 때만 그것도 빌려서(만화책을 산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질 못했다는;;) 읽었었는데 우연히 일본 만화가 아닌 한국 만화를 볼 기회가 생겨(애니북스 덕분이랍니다.ㅎ) 보다 보니까 이젠 만화책을 사고 싶어질 정도가 되었네요. 그래서 추천이 많거나 좋다고들 하는 만화는 가능하면 읽어보려하고 있답니다.

이 만화 역시 극찬하시는 분들이 많아 무척 보고 싶어하던 책이었지요. 요즘은 만화책 표지도 꽤 세련되어져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이 책이 만화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무심히 보다가 독자들이 쓴 리뷰를 읽고선 완전 흥미를 가졌답니다. 

전 웹으로는 만화도 글도 잘 안 읽는 편이에요. 그것들이 책으로 나왔을 때만 흥미를 많이 가지는 편이랍니다. 해서 이 만화가에 대한 정보도, 만화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몇 장 펼쳐 읽으면서 느낀 것은 만화 그리기 좋아하는 내 조카에게 꼭! 보여줘야하겠다는 거였어요. 왜냐하면 이 책은 다른 만화와는 다르게 굉장히 교육적(?)이고 주제가 확실하여 그 개성이 뚜렷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형식의 만화를 그리다보면 만화를 그리는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읽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니 조카에게 너도 만화가 그리고 싶으면 이렇게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만화를 그려보면 어떻겠니? 하고 말하고 싶더라구요. ㅋ 물론 엄마 같은 고모의 마음이(어떻게든 교육과 연결시키려는…^^;) 조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쓰다보니 책이야기는 그다지 하지 않았는데 길지도 않은 카툰 형식의 만화에서 느껴지는 포스란! 만화가이니 만화를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것 외에 주제와 내용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답니다.(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물론 다 아는 사실이겠지요?ㅎ) 그래서 이런 만화책은 많이많이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치고 박고 싸우는 게임 같은 폭력적인 만화가 아닌 만화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읽은 보람을 느끼게 하는 그런 만화 말이지요. 

덕분에 박물관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엄청나게 생겼고, 우리 도자기의 매력에 푹 빠졌으며 만화가 호연 님에게도 호감도 백프로 급상승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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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캐서린 케첨 지음, 정준형 옮김 / 도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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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는 ‘근친상간’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주제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사실은 ‘기억‘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극적인 주제를 사용하다보니 나 역시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었다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이 책은 ‘고발을 한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고발을 당한 피의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다. 대부분의 글과 사례가 그들, ‘고발당한’ 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다. 그러니 읽는 독자인 나 역시 피의자의 입장에서 읽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너무나 터무니없는 치료사들의 행태에 화가 날 지경이지만 혹시라도 진짜 그런 기억을 가진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피해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구심을 가진 이 책의 저자 혹은 리뷰를 쓰는 나로 인해 더 많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철저히 저자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치료사들이 건네준 『치유할 용기』를 먼저 읽었다면 어쩌면 그들을 먼저 이해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을 떠나서 나의 좁은 견해로는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그 아무리 충격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20여 년이나 지나도록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살면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섬광처럼 번쩍! 하고 그 기억이 떠오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과학적 근거를 떠나서 정신적으로도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억 회복운동은 반 성폭력 운동도 페미니즘 운동도 아니다.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거나 자기 성찰이 없는 운동은 오히려 그들이 보호하려는 대상에게 해가 될 뿐이라는 사실이야말로 기억 회복운동이 남긴 또 하나의 교훈일 것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처음 이 책의 제목과 보도 자료의 글을 보고 호기심이 당겼다. 기억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다는 말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가짜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아무리 좋고 나빴던 기억이라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진실‘이 아닌가? 하지만 ’거짓 기억‘이 있다고 한다. 그 기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도 한다. 어리둥절해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곤 너무나 놀라워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20세기 말 미국에서 ‘성추행 기억 회복’의 붐이 일어났다. 삶의 여러 문제에 부딪혀 힘들어 하는 여성들이 심리 치료사를 찾아가 상담한 결과, 많은 여성들이 어린 시절 끔찍한 성추행을 부모, 형제, 혹은 주변 인물들에게 당하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 여성들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 기억들을 자신도 모르게 ‘억압’당하며 살았다고 하는데 그 ‘억압’이 살아오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 주범이 라는 거다. 이런 사실은 유명인들이 상담을 받은 후 치료사들에 의해 잊었던 기억을 ‘되찾음’으로써 책이나 방송에 공개하면서 일어나게 되었다. 이 기억 회복의 ‘붐’은 ‘거짓 기억’으로 자기 가족을 매도하고 급기야는 부모를 고발하고 가정을 산산조각 나게 한 여성들이 진짜로 성추행을 당하고 그 상처를 안고 살아온 많은 여성들 중에 다수 포함되어 그들에게마저도 혹시 ‘거짓 기억’의 주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들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18세가 되기 전 성추행을 당했으며 1988년 이후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성추행 기억 회복’ 덕분에 ‘잊었던’ 혹은 ‘억압된’ 기억을 되찾았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내 친구들 중에 한 명은 성추행을 당한 어린 시절이 있고, 만약 ‘기억 회복’ 프로그램을 실시해본다면 그들 역시 기억을 회복할지도 모른다는 놀랄만한 충격적인 통계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딸들은 정신적으로 치유하기 힘든 삶의 문제를 의논하러 상담 치료사를 찾는다. 그리고 그들을 찾은 딸들에게 치료사들은 따뜻한 말과 용기를 북돋는 말을 해준다. 또한 딸들에게 혹시 어릴 때 상처받은 일이 있느냐고 묻고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면 그들은 이제 딸들이 기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지속적인 암시, 최면 요법, ‘기억 회복’을 위한 모임, 신문기사들 등을 제시한다. 그런 상황에서 딸들은 서서히 기억을 되찾게 되는데 꿈이라 생각한 것이 현실이 되고, 상상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다. 그 순간 딸들은 ‘플래시백’을 느끼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딸들이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실이 바로 ‘근친상간’이기 때문이다. 아, 내 삶의 문제들이 바로 부모들에게 있었구나! 그들이 나를 이 지경으로 내몰았구나.

이제 부모는 겨우 두 살인 딸을 성추행하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딸을 추행한 상습범이 되어 고발당하고 때론 딸의 친구마저 강간, 살해한 파렴치범으로 변하게 된다.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오로지 딸이 잊었던 기억을 회복하여 내뱉는 말로 인해서 말이다. 그렇게 풍비박산이 난 가정은 이제 예전의 가정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 사랑스러웠던 딸은 아버지를 강간범으로 대하고 아버지는 더 이상 딸을 딸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도대체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그저 고발당한 아버지는 딸들에게 혹은 아내와 딸에게 내몰려 “내가 잘못했다”라고 말하는 순간 평생을 근친상간의 죄를 안고 살아가야할 판이며 아버지를 그렇게 내몰고 고발한 딸은 어느 순간 아니라는 생각에 그 말을 번복하는 것과 동시에 평생을 정신병원에 들락거리며 살아야 한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물론 세상엔 아직도 아무 죄책감 없이 어린 딸을 성추행하고 괴롭히는 아버지들이 있다. 또한 그런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가엾은 딸들도 있다. 그러한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런 ‘기억의 재구성’, ‘거짓 기억’, ‘억압된 기억의 발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일어나는 것일 게다.

비록 이 책은 성추행이라는 사례를 들며 ‘기억’이라는 것에 접근하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사람의 뇌란 교묘하다는 거다. 기억이란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며 그 기억을 저장할 능력마저 가졌다는 점이다. 해서 앞서 내가 과학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내 머릿속의 기억들에 대해선 한발 뒤로 물러서야 할 판이다. 우리의 ‘기억’이란 충분히 재구성하고 조작할 수 있으며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소 자극적인 주제로 ‘조작된 기억’에 대해 풀어 놓은 책이지만 결국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억’이다. 그걸 기억하기엔 ‘근친상간’이라는 주제가 너무나 무거웠고 충격적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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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책이란 여행지의 소개와 그곳에서의 체류기를 적은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곳의 정보는커녕 친절한 안내조차도 없는 책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목으로, 분류로 분명 여행관련 책이라 해서 사 읽었는데 그렇지 않을 때의 배신감이란!!! 사실, 이런 일을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 여행 책이 어디 한두 푼 하는 책이냐 말이다. 그러니 책을 구입할 때는 그 누구의 감도, 리뷰도 믿으면 안 된다. 이것은 여행 책뿐만 아니라 그 어떤 책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바빠 오프라인에서 혹은 미리보기로조차도 그 책을 훑어볼 시간이 없다면 모를까, 만 원이 넘는 책들을 그저 남의 리뷰만 읽고 산다는 것은 완전 초보 독서가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긴 나의 감을 믿고 샀다가 큰 코 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하다. 어쨌거나,

 

어제에 이어 오늘은 여행지의 친절한 소개 같은 것은 아예 나오지 않지만 무한한 감동즐거움을 주었던 여행 책을 골라봤다. 이 책들 중엔 내가 한번도 검증하지 않은 작가의 책도 있다. 그 책은 앞서 내가 말한 '초보 독서가'의 행동을 따라한 경우에 속하는데 아직도 그 책을 읽지 않았기에 뭐라고 논하기는 그렇지만 그 책에 대해서만은 리뷰어들의, 그 책을 추천한 내 친구들의 선택을 믿는다.^^




끌림 - 이병률 시인의 사진과 여행 에세이다. 한동안 눈에 열심히 띈 책이었지만 실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구입할 생각을 안 했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였을까? 사인 때문이었을까? 아님 그가 시인이라는 이유에서일까? 어느 날 문득 이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선 마침내 내 품으로 이 책이 들어와 펼쳤을 때 아, 나는 그만 그에게 푹 빠지고 말았다. 사진도 그렇고 그의 시 같은 글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게 없다. 그의 예쁜(!) 글씨체로 써 준 사인조차도^^; 『끌림』은 마음이 꿀꿀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펴보면 그야말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그 책 속엔 내 기분을 풀어주는 감성적인 글들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언제쯤이나 또 다른 그의 시집이나 여행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발칙한 유럽산책 - 빌 브라이슨이다. 내가 친구들의 추천과 리뷰만 보고 구입한 책 되겠다. 『나를 부르는 숲』을 읽은 친구들의 찬사가 대단했다. 그래서 구입을 했다. 아직도 못 읽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이 나왔다. 읽은 친구가 또 찬사를 보낸다. 그때 깨달았다. 빌 브라이슨은 무조건 사야하는 가? 그래도 그렇지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가격이 만만찮았다. 결국 생일 선물로 받아 챙겼지만 내친 김에 지난 4월에 나온 이 책과 『재밌는 세상』까지 죄다 구입을 하고선 그 책들을 읽을 생각은 않고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발칙한 유럽산책』은 20여 년이나 전에 그가 여행한 유럽에서의 추억을 적은 책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20년이나 흘렀으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그 책을 읽으며 웃는 독자가 있다고 하니 어찌 이 책을 구입하지 않을 수가!(이러니 꼭 내가 이 책의 장사꾼 같다.-.-) 있겠느냐 말이다. 아무튼,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빌 브라이슨의 전 작품을 완독할 생각이다.




여행할 권리 - 김연수의 썰렁한(!) 유머는 이미 『사랑이라니 선영아』에서 알아본 바 있다. 그래서 처음 펼쳤을 때 아주 즐거워하며 읽었다. 이런 문체는 그의 소설에서는 웬만해서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그는 대중적이지 않은 그만의 독특한 문학관을 가진 작가였다. 해서 뒷부분에서 그가 말하는 문학관은 여행하고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글들인 것 같지만 꽤 김연수다운 여행(?)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른다. 이 책을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의 지적인 문학관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좋아하게 되리라 생각하는 바다.(내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인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우 어려워했다는)


이스탄불 - 아, 내가 오르한 파묵의 글은 어쩐지 이해가 힘들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해도 표지와 글씨체와 작가만 보고 책을 고르는 성향이 다분한 독자인데 어찌 오르한 파묵의 이 책 『이스탄불』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 책은 오르한 파묵이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서 가진 추억을 적은 나름대로 '아스탄불'이라는 도시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책인데 말이다. 사실, 처음에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만 해도 시큰둥했다.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겠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친구 책을 빌려보자 했는데 오프에서 이 책을 보고 펼치는 순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그 외의 모든 조건들이 나의 성향에 딱 들어맞아 안사고는 못 배길 정도였다. 그래서 요즘도 이 책을 쳐다보며 흐뭇해하고 있다는. 물론 언제 읽을 지는 나도 모르겠다.--;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은 모두 읽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당연히 알랭 드 보통의 이 책도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 되었다. 더구나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여행엔 앞서 말한 모든 작가들의(뽑아놓고 보니 모두 작가들이다) 경우와 같이 여행지의 이야기보다는 여행을 하며 그 스스로 느낀 감정들을 정리해 놓은 에세이이다. 해서 책 속에 책이 나오고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그것들을 철학적으로 풀어 놓아 그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미가 아주 맘에 든다. 이 역시 여느 작가들의 여행 책처럼 어려울 수도 있을 테고 이런 것은 여행 책이라기보다는 하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은 워낙 제각각이니 뭐. 근데 알랭 드 보통의 새 책은 언제 나오나?




이렇게 적고 보니 '좋아하는 작가를 말하시오!' 하면 꼭 넣어야 할 작가들만 고른 것 같다. 물론 지금 당장 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은 훌륭한 작가들의 여행 에세이도 많을 테지만 그건 다음 기회에 생각나면 다시 적기로 하고, 어제 올린 책들이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책들이라면 이 책들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주는 여행 책들이 아닌가 싶다.

 

요즘 여행 책에 살짝 관심을 두고 있다. 해서 이런저런 주제를 만들어 내가 알고 있는 여행 책들을 올려 볼 생각이다. 이 역시 나의 취향이 다분한;;;;

혹시 알고 있는 다른 작가들의 여행 에세이가 있다면 알려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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