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계절이 왔다. 남들 다 움직일 때 가는 휴가는 안 간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었지만 매인 몸이 되고 보니 주말이나 휴가철이 아니면 움직일 수가 없다. 주말의 나들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다고 여행 한번 가자고 평일에 놀 수도 없고, 소심한 성격에 혼자서는 죽어도(!) 여행을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럴 바엔 집에서 편안히 쉬는 게 일신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 책들을 끼고 누워서 말이다.
여행 책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세상에 나오는 여행 책은 죄다 사서 읽고 싶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여행하고 온 그곳의 이야기가 뭐 그리 재미있겠냐마는 가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그것도 어디냐 싶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언젠가는 나도 가고 말 것이다! 라는 희망을 안고 있지만.
7월이 되고 보니, 올해도 해외는커녕 국내여행이라도 가긴 가려나 하는 생각부터 드니 그냥 편하게 여행 책만 열심히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해서,
최근 나온 여행 책 중에 눈여겨둔 책들을 소개해본다. 이건 순전히 내 품으로 굴러들어온 책들을 위주로 한 것이고 나만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책들이니 그저 이런 책이 있구나! 관심만 가져주시길.^^
『뉴욕』-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세 번째 책이다. 아직 읽지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지만 곧 읽을 예정이다. 첫 번째 책인 『캘리포니아』를 빌려 읽고 아주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두 번째로 나왔던 『토스카나』를 나오자마자 구입하여 읽었었다지. 그 당시 구입을 하여 서평을 쓰면 『캘리포니아』를 준다는 행사가 있어서 열심히 읽고 열심히 서평을 쓰고 반드시!(이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으나) 될 것이라 장담을 하고 기다렸는데(쓰다 보니 언젠가도 이야길 한 것 같다;;;) 발표를 하지 않고 그냥 슬쩍 넘어간 것 같더라는(공지를 안 했을 지도 모르고, 어쩌면 떨어졌을 지도 모르지만) 거의 두어 달을 그 발표를 기다렸는데 말이다.(출판사 담당자가 보면 해명을!ㅋㅋ) 아무튼 그래서 내 수중에 내가 제일 즐거워하며 읽었던 『캘리포니아』가 없어서 아쉽다는 이야기이고, 이번에 나온 『뉴욕』은 내가 또 '뉴욕'에 무진장 관심이 많은 관계로 모든 '뉴욕'과 관련한 여행 책은 거의 다 읽었으니 라고 말하면 좀 오버한 것이지만^^; 김영주가 어떤 관점으로 '뉴욕'을 바라보았는지 그는 그곳의 생활에서 어떤 것들을 보았는지 무쟈게 궁금하여 얼른 읽어보고 싶었으나 아직도 못 읽고 있다는. 그러나 곧 읽을 것이라는. 그리고 김영주의 여행 방법과 문체에 호의를 갖고 있는 나로서는 『뉴욕』또한 내 맘에 들지 않을까? 하는 선입감을 가지고 있다는.
『케냐의 유혹』- 아프리카다. 과연 내가 살면서 아프리카라는 곳에 갈 기회가 있기는 하겠냐마는(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엔 생각만 해도 끔찍-.-;) 『로드』에서도 질문하지 않았던가? 질문: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ㅋㅋ이 문장을 이런 데다 써 먹는 재주라니! 쿨럭!) 갈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지금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사람 사는 일에 장담(!)은 금물.
아프리카 여행 책도 두어 권 읽은 것 같다. 소장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책은 없었지만 이 책은 좀 달라 보인다. 아프리카로 잠시 여행을 간 여행자가 쓴 글이 아니라 아프리카가 좋아 그곳에서 아예 '사파리 여행사'를 차리고 아프리카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난 그런 이야기가 좋다. 며칠 여행 다녀와서 휘리릭~ 써 내는 여행 책보다 최소한 한 달 이상은 한 곳에 '머물거나', 그곳에서 몇 년은 생활한 사람들이 쓴 여행기. 며칠 여행가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그곳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다 들어 있는 생활기를 쓴 여행 책이 좋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건 여행 책이라기보다는 에세이에 속하나??? 암튼. 그래서 조만간 나는 아프리카로 사파리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물론 더위에 시달리지도 않고 편안하게 누워서 말이다.^^
『황홀한 여행』- 정신과 의사이고 오페라 평론가이며 이제는 여행가이기도 한 박종호를 매혹시킨 이탈리아, 15년 동안 20여 차례나 이탈리아를 여행했던 여행자이니 그가 그동안 맛보았을 깊은 감동과 진한 추억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래서 이 책이 나를 부른다. 이탈리아로 가자고. 이탈리아하면 생각나는 것이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다.(물론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원작이 생각나지만 나는 어째 이것만큼은 책보다 영화가 먼저다) 그 영화에서 나왔던 대성당들의 모습 그리고 영화 <리플리>에 나온 맷 데이먼과 주드 로와 기네스 펠트로가 생각난다. 이 생각만으로도 나는 '황홀'할 지경인데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아, 읽기도 전에 과한 찬사다.^^;) 저자가 말한다. "풍경을 소유할 수 없다면 음미하고, 또 음미하라! 언제나 당신을 위로해줄 최고의 장소, 이탈리아" 예술을 아는 사람의 여행이야기, 나는 이탈리아도 갈 것이다.
『유럽의 걷고 싶은 길』- 걷는 여행을 생각하면서 김남희를 떠올리지 않으면 그 사람은 '걷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2004년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이라는 제목도 긴 책을 펴낼 때만해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2006년 3월에 순례길인 산티아고 길을 걸은 두 번째 책을 펴내고 그해 11월에 라오스와 미얀마를 2007년엔 네팔 트래킹을 한 책을 펴낼 만큼 이젠 도보 여행이나 걷기 여행에 있어 '대범하고 겁 없는' 여자로 불리는 김남희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책을 펴냈다. 물론 걸어서 유럽의 길을 걸었다는 것은 여전하지만 책이 달라졌다는 것이다.(난 가지고 있는 책이 1권뿐이어서 정확하게 모르지만;;) 사진보다는 텍스트 위주의 여행기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유럽의 걷고 싶은 길』은 정말이지 책을 펼치는 순간 글보다는 사진이 눈에 먼저 들어와 호강을 시켜준다. 그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유럽'을 가야할 것 같고, 힘들어 죽을지언정 이 길들을 다 찾아 다녀봐야 할 것만 같다. 매번 김남희의 책들은 모두 구입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잊고 아직도 못 구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기필코 모두 구입하여 그녀가 걸었던 세계의 길을 나도 다 섭렵하여 언젠가는 걸어갈 생각이다. 진짜!
그리고 한 가지 더, 『야사스, 그리스』- 이 책은 읽은 책이다. 산토리니 섬을 언젠가는 가고 말 것이라고 늘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세뇌를 하며 최면을 걸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이 내게로 왔으니 이건 정말 계시다. 신의. 그렇다면 당장 그 계시를 따라야???-.-;;
이 책 너무 멋지다. 산토리니를 다녀온 친구는 당나귀 똥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만 이 책으로 보는 산토리니, 미코노스, 크레타 섬의 모습들은 밤이면 밤마다 나를 그곳으로 이끈다. 코발트 색 바다와 눈이 부실 만큼 하얀 집들, 그리고 해질 녘에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 아 정말이지 딱 한 달만이라도 그곳에서 살다가 오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아름다운 갈색으로 예쁜 몸 색깔을 낼 테고, 그리스의 맛있는 요리들로 인해 피부는 탱탱해질 것이며, 멋있는 그리스 남자들과 즐거운 데이트도… 깨몽! >.<
이 책들만 보아도 과연 7월이구나 싶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이 책들만 끼고 앉아 이탈리아로 가서 오페라도 한 편 보고 아프리카로 가서 사파리 여행을 하며 뉴욕에선 뉴요커가 되어 싸돌아다니고 싶고 해질 녘에 미코노스 섬, 벼랑 끝에 앉아 노랗게 물든 섬을 구경하고도 싶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 책으로라도 그 마음을 달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