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지다 -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강요배 지음, 김종민 증언 정리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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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1948년 일어난 제주 4.3항쟁의 6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어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알라딘엔 아직 이미지가 없어서 올리지 못하지만 이 책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파집니다. 해방이 되었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 우리 동포끼리 그런 엄청난 일을 벌였다는 것이 마음 아프고, 제주라는 작은 섬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게 마음 아프고.

이 책은 강요배 화가의 제주 4.3항쟁의 그림 밑에 34명의 증인들의 증언이 실려있습니다. 그 증언들은 4.3이 뭔지도 모르는 저 같은 미숙한 사람들에게마저 분노를 느끼게 합니다.

제주도에서의 희생은 우리 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네요. 원인이야 남로당의 무장봉기니 뭐니 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계엄령을 선포한 이래 다음 해 3월까지 어린아이부터 70, 80대 노인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주민들이 집단으로 학살되었다고 하니 주민 집단 학살이 몇 차례 있은 일제강점기에도 그렇게 많은 민간인이 죽은 경우가 없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제주를 제대로 알려면 4.3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갈 때마다 그런 일은 아예 모른 채 멋진 풍광에 관광하기에 바빴던 저로선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제주의 한을 본 듯하여 죄책감마저 드네요. 오늘 하루라도 단지 제주도민이라는 이유로 죽어간 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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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 과학의 씨앗 2
박정선 지음, 민정영 그림 / 비룡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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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겨우 글자나 혹은 그림이나 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내 귀여운 조카는 종이 한 장으로 모든 것을 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이고 가지고 놀 인형이 없을 땐 인형을 만들어 대신 가지고 논다. 또 예쁜 그림과 글을 적어 작은 책을 만들기도 하고, 종이 한 장이 곰돌이들의 멋진 옷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종이 한 장의 용도는 의외로 많은 편이다.

종이 한 장』(비룡소 2008년)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종이를 가지고 놀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가르쳐 준다. 종이 한 장으로 물을 마시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예쁜 생일 초대장을 만들며 바람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햇볕이 내리쬘 때는 근사한 모자가 되어 햇빛을 가려주기도 하고 둘둘 말아 큰소리를 낼 수 있는 확성기도 만들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종이 한 장의 활약은 놀라운 경험을 준다. 더구나 종이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종이배를 만들어 물에 떠다니는 장면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또한 연필선이 보이는 맑고 투명한 수채화의 그림은 종이 한 장만으로도 즐거운 놀이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주변에서 친숙한 고양이와 강아지를 등장시켜 이 모든 장면들을 아이가 인형들을 데리고 실제로 놀아본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종이 한 장이 주는 재미있는 놀이 시간, 아이들에겐 즐거운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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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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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흘러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책은 유명작가의 문학작품 만은 아닌 것 같다.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그림 한 장과 글 한 줄도 여느 문학작품보다 더 나를 감동시킬 때가 있다. 이것이 쌍뻬의 글과 그림을 좋아하는 나만의 이유다.

그 중에서 특히『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좋아한 이유는 동질감(?)이다. 마르슬랭은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였는데 평상시엔  아무런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지지다가도  정작 빨개져야 할 때는 혼자서 멀쩡해진다.  그러저런 이유로 마르슬랭은 늘 고민스럽다. "왜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그 반대로 나는, 쓸데없이 얼굴이 자주 빨개지는 편이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조금 뻔뻔해졌는지 그 정도가 약해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앞에서 내 소개를 해야하거나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면 얼굴부터 빨개지고 본다. 그저 붉은 색을 띠는 것도 아니고 홍옥처럼 새빨개진다. 그리하여 질문을 한 사람들이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어릴 땐 나도 마르슬랭처럼 고민스러웠다. "왜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하고 말이다.
그 빨개지는 얼굴 때문에 남들 앞에 나서기를 거부했고 질문이라도 받을라치면 모르는 대답의 경우는 차라리 모르니까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뻔히 아는 대답의 경우는 내가 말을 해야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얼굴이 붉어졌으므로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였었다.

이 책을 처음 발견하고 나는 한참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뚫어져라 책을 본 기억이 난다. 나와 같은 아이가 있나보다. 나도 얼굴 엄청 빨개지는데 와우~반가워라. 마치 마르슬랭이 내 옆에 있기라도 한듯이 좋아했었다. 그러니 마르슬랭이 라토를 만났을 때의 그 기분을 백번 이해하고도 남았다.

쌍뻬는 얼굴 빨개지는 마르슬랭과 재채기 하는 르네를 통해 친구의 소중함을 이야기 해준다. 우리 인생에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는 친구가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문득 내 오랜 친구가 생각났다. "시간이 없어서, 일이 너무 많아서,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쌍뻬의 말처럼 그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으면 마르슬랭과 라토가 재회했을 때 그러고 말았을 것이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 둘은 다시 만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않고도 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왜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하는 문제로 고민 같은 것을 하진 않지만 때로는 그때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어쩐지 순수했었던 것 같고 또 착함 심성을 가졌던 것 같고.^^;
 
그리고
쌍뻬의 그림은 꽤나 멋져서 그의 그림을 처음 본 날 나는 스케치라는 걸 배우겠다고 다짐했었다. 아주 오래 전 일이고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후 정말로 나는 스케치를 배우러 다녔는데…아직까지 스케치를 못하고 있다. 열정만 가득했지 노력을 안 했으므로. 매번 후회하고 있다. 쌍베의 그림을 볼 때마다, 그림 잘 그리는(특히 가벼운 스케치화. 연필로 쓱쓱~그린, 혹은 연필 선이 그대로 묻어나는 수채화 같은) 여행자의 책을 만날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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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지독한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온화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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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뛰어난 전기 작가라 불리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베르사유의 장미』가 출간되었을 때 왠지 모를 끌림에 구입하고선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 또 ‘역사의 행간에 숨어 역사의 장엄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는『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진즉에 읽고 싶었으나 읽지 못하고 있다가 엉뚱하게도 츠바이크의 유일한 소설이라는『연민』부터 읽게 되었다. (그는 이 소설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하니 다르게 생각하면 전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두고 "인간의 마음에 아주 미세하게 숨어 있는 감정과 이기심의 씨앗까지도 낱낱이 밝혀내고 있다."는 책 소개를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은 강력한 욕구를 느꼈지만(그런 책이 한두 권이 아니기에;;) 겉표지에 자신만만하게 써 놓은 ‘읽기 시작하면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광고 문언에 살짝 의심을 품었다. 설마, 이 두껍고 글자 빽빽한 책이 정신없이 읽을 만큼 재미가 있으려고? 했는데 그 광고는 거짓이 아니었다. 긴장감 넘치는 추리 소설이 아님에도 정말! 한 장을 넘기는 순간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인간의 이기심에 나마저도 느끼게 되는 그 모두를(케케스팔바, 에디트는 물론이고, 호프밀러, 지참금을 위해 에디트를 도우러 와 있는 일로나까지도) 향한 연민의 마음이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채로 책을 덮었다.

사랑과 연민의 차이는 뭘까? 한 사람을 사랑하다 보면 그의 어떤 면에서는 연민이라는 감정이 생겨날 수 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사랑이 우선이 되어야겠지만 중심을 못 잡고 우유부단한 호프밀러의 경우는 사랑보다는 연민이 먼저 앞섰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물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콘도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케케스팔바와 에디트에게 완치할 수 있다는 엄청난 거짓말을 본의 아니게 하게 되면서 부터다.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들로부터 받는 신이나 다름없는 대접에 눈이 멀어 진심이 아닌 연민으로 먼저 그들을 대한 것이 그의 최대 실수였던 거다. 더구나 호프밀러는 자신의 우유부단함으로 생긴 이 문제가 장벽에 부딪칠 때마다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에 또 거짓말을 한다. 급기야는 호프밀러 스스로 "나는 이 세상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은 악이나 야만적 행위 때문이 아니라 거의 언제나 우유부단함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고 까지 말을 하기에 이르니 이 소설의 결말은 보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다.

난 이 작가가 존경스럽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 장마다 나타나는 연민에 대한 그의 생각은 빈틈이 없다. 호프밀러가 공원에서의 그 밤에 케케스팔바에게 한 말로 인해 생겨난 이 모든 오해에 대해 의식적인 사기도 악의적인 거짓말도 없었음으로 자기 합리화하여 그들 부녀를 대하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에디트가 자신을 거짓으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쏘아대는 불만들은 읽으면서도 오싹함을 느꼈다. 또 우유부단한 호프밀러가 이랬다저랬다 갈피를 못 잡는 심리를 어찌나 제대로 표현을 해내는지 작가가 그런 감정에 빠졌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약한 사람들은 언제나 누군가의 친절에 쉽게 빠지게 된다. 그 친절이 사랑인지 연민인지 따위는 고민하지 않는다. 처음엔 부정하다가도 결국엔 그것이 진심이라고 믿게 된다. 그리고 그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그저 ‘네가 약하니까!’라는 단순한 생각과 잘못된 관심으로 인해 상대방을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 속으로 밀어 넣고 만다.

기껏해야 동정심밖에 줄 게 없는 한 남자의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인해 결국은 모두가 파멸의 길로 들어선 이 엄청난 인생역정은 그의 마지막 말처럼 “양심이 있는 한 그 어떤 죄도 망각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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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4-0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볍게, 땡스투 합니다. 츠바이크는 제게 있어서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글 잘 쓰는 사람이어요.

readersu 2008-04-10 09: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 책은 정말 너무 멋진!! 책이랍니다. 츠바이크의 책을 다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호란의 다카포
호란 지음, 밥장 그림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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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연히 호란의 방송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내가 알기론 그가 한 밴드의 보컬인데 의외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게 되어 어리둥절했었다. 그러곤 혼자 나름대로 생각했다. 이젠 가수고 뭐고 연예인이면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는구나. 가수가 노래는 안 부르고 뭔 책 프로그램에 다 나와? 사실 선입견으로 가득 찬 나의 작은 질투였다. 그런 그의 책을 읽게 되니 나의 갖다버릴 데도 없는 이 얄팍한 선입견은…….

이 책에는 호란의 책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고 읽고 리뷰랍시고 쓰는 사람이지만 그런 것과는 다른 호란만의 독특한 책 사랑이 엿보인다. 노래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도대체 연예인들은 못하는 게 뭔지. 좋게 보려고만 하여도 자꾸만 피어오르는 이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다카포’란 한국말로 도돌이표란다. 즉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fine있는 곳까지 다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이 그것인 이유는 책을 펼쳐 보면 알게 된다. 오래 전에 써 놓은 글들에 현재의 코멘트를 달았는데 그 의미가 그 글을 쓸 당시의 호란으로 되돌아가서 읽고 현재로 다시 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그가 직접 지은 제목이란다.

모두 33편의 이야기엔 책을 읽은 느낌과 음악이야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가 말하는 책들은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읽는 가벼운 소설류의 책들이다. 그래서일까? 소설 좋아하는 나와 공유한 책이 많아 반가웠다. 또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감동적이면서 호란의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독서로 자유를 맛보고, 음악으로 그 자유를 표현하는 한 마리의 요요한 나비, 호란. 그가 말하는 책이야기에 나는 한가득의 숙제를 떠안았다. 에드워드 고리, 새러 그루언, 존 파울스 그리고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뮤지션, 수잔 베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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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3-2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여자에 대한 묘한 질투가 있더라구요.
그런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면 나름 꽤 똑똑하다는 것일테고,
또 게다가 예쁘기까지...? 이만하면 질투할만 하죠.ㅎㅎ

오랜만이죠?
요즘 꽤 이리 바쁜지...
솔직히 말하면 여유가 없는 거네요.ㅜ.ㅠ


readersu 2008-03-29 23: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오늘 볼 줄 알았더니;;;;
여자는 원래 잘나가는 여자들에게 질투심을 갖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