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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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한국 소설을 안 읽다가 요즘 조금씩 읽고 있는데 예전과 다르게 꽤 많이 다른 느낌을 받아요. 그동안 제가 읽은 소설들이 너무나 무거웠거나 일부러 그런 소설을 찾아 읽은 탓이었을까요? 매번 놀라워 한답니다. 주제가 너무나 다양해지고, 기발하고 유쾌하면서도 나름 꽤 진지해서 가볍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야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이 책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역시 한번 훑어본다고 들었다가 놓지를 못했어요. 오늘 이걸 읽을 생각이 아니었다고요. 일도 해야하고 다른 책을 읽어줘야 하는데 그만 다 읽어버리고 말았어요. 본드걸 미미. 미워요. 뭐 그렇지만 그만큼 흡인력을 가진 것에 제가 빠진 꼴이니 미미탓은 안 할래요. 그래도 일은...- -;

 처음에 전 본드걸 미미라는 캐릭터가 그냥 재미삼아 붙인 이름인 줄 알았지 뭐예요. 그래서 007의 정체가 언제 밝혀지나, 곧 밝혀지겠지 하고 한 장 두 장 넘기다보니 아, 글쎄...

 뉴질랜드에서 007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본드걸이 된 미미양. '미미, 우린 지금부터 사랑을 시작하는 거야'라고 느끼하게 던진 한마디에 007을 사랑하게 되지 뭐예요. 아니 미미는 자존심도 없나요? 007도 007 나름이지 말예요. 이 한국판 살인면허 007이 어떤 인간이냐 하면요. 본드걸 미미에겐 콩깍지가 씌였으니 당연 멋지겠지만 제가 보기엔 웃기지도 않아요. 영화에 나오는 숀 코네리나 피어스 브로스넌처럼 잘 생겼는지는 직접 보질 못했으니 모르지만 외모는 둘째치고 다정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어요.하는 짓이라곤 하루종일 소파에 누워 웃기지도 않는 코메디나 보고 홈쇼핑 채널의 늘씬한 러시아 여자나 쳐다보는 남자랍니다. 주제에 007이라고 "난 본드, 제임스 본드, 스파이야. 당신은 날 몰라" 따위나 "보드카 마티니,젓지 말고 흔들어서"라며 흉내는 또 어찌나 잘내는지 그런 맞갖잖은 007에게 홀딱 빠진 미미를 보니 같은 여자로서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더 웃긴 건요. 미미가 그렇게 정성으로 위해줬으면 나름 사랑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진짜 주제에 007이라고 사건 하나 해결하고 와선 미미는 모른 척하고 다른 본드걸과 놀아나다니요. 정말, 어휴. 뭐 본드걸은 원래 일회용이라고요? 한번 사랑받고 퇴출당하는 운명이라고요? 그냥 확~!

 뭐, 아무튼 미미양이 열 받는 것은 당연하지요. 만약 미미양이 복수하겠다고 마음 안 먹었다면 저라도 책속으로 들어가 복수를 할 생각이었어요. 그 왜 있잖아요. <제인에어 납치사건> 그기에 나오는 '시간경비대 소속팀'이라도 불러서 들어갈 생각이었다니깐요.정말. 그러나 다행하게도 미미양이 정신을 차려 복수를 결심했으니 아주 잘 복수하도록 지켜볼 밖에 없었어요. 어떤 방법으로 복수할 지 궁금하시죠? 이래봬도 미미양이 어렸을 때 잡무술을 하신 아버지에게 배운 무술이 만만찮았답니다. 그리고 Tv퀴즈쇼에서 우승한 몸이라지요? 그러니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 뭐 별 것 있겠어요? 007이 소속된 본부를 찾아내고(사실, 그 본부를 찾느라 미미양이 고생한 걸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007이 아버지만큼이나 좋아한다는 M을 만나 반 협박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덜컥 미미양이 뽑힌 게 아니겠어요. 스파이에 말예요. 오우~! 이런 놀라워라. 정말 깜짝 놀랐어요. 취직이라곤 아버지에게 배운 잡무술을 기반으로 '21세기무협연구소' 다니다가 그만두고 퀴즈쇼 나가 받은 상금으로 뉴질랜드가서 007을 만나 취직할 생각은커녕 오로지 007하고 놀 생각만 하며 언니네 갈빗집에서 기껏 카운터나 보던 미미양이었는데 '스파이'라는 정규직을 얻었으니 그야말로 집안의 경사가 아니고 뭐랍니까.

 이제 미미양은 본드걸 미미에서 살인면허 013의 스파이가 되었답니다. 네? 007에 대한 복수요?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버럭) 스파이가 얼마나 바쁜 직업인지 모르세요?

 어쨌든 요즘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은 정말 멋져요. 저는 읽으면서 007이 어디 심부름업체 직원이거나 별볼일 없는 인간이길 바랐는데 정말 스파이여서 놀라긴했지만 미미양의 스파이 활동은 진짜 007시리즈 만큼은 아니어도 꽤 흥미롭답니다. 하나의 책으로 두 가지의 읽을 거리. 어때요? 당기죠? 참! 나름 반전도 있답니다.^^ 스파이는 누구인가?

 아, 미미양처럼 존댓말을 하려니 참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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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2007-02-28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 때마다 이야기 속의 미미양이 생각나요. 어쩜 그리도 미미양의 말투를 잘 흉내내시는지;; ㅎㅎㅎ

readersu 2007-02-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하하..그리봐주시니 몸둘바를..ㅋㅋ
리뷰를 쓰다보면 암튼 별 짓을 다합니다.^^;;; 자기만족이지요.^^;;
 
하느님의 이력서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양영란 옮김, 오영욱 그림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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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만들고 땅도 만들고 모든 것을 다 만든 하느님은 심심하다.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의지도 없으며 우울하기만 하다. 그래서 취업을 하기로 했다. 뭐든지 일을 하면 살맛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이력을 봐서는 취직이 안 될 리가 없다. 그만한 능력을 가진 인간은 단연코 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하느님의 착각이었다. 가끔 너무나 훌륭하면 취직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뭐 말로는 전과를 들먹였지만 말이다.) 인간들이란 그렇다. 비록 하느님이 인간을 만들었을지라도 하느님이 전혀 생각지 못한 재주를 부리는 종족이 바로 인간이란 종족인 것이다. 나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시기심이라니...


아무튼 하느님은 아무것도 모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 ‘굉장한 이력서’를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 ‘굉장한 사람’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면접을 보게 되었고 하느님은 새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그 기업체로 가서 인사부장을 만나 면접을 본다. 그러나 인사부장이란 자의 면접 태도가 마치 죄인에게 심문하는 듯 하는 태도다. 하느님으로선 기분이 나쁘지만 어쩌랴 지겨운 백수 생활은 안녕하고 싶은데.


그럼, 이쯤에서 ‘굉장한 하느님의 면접’을 한번 볼까? 인사부장은 그동안 하느님이 만든 것들에 대해 꼬치꼬치 물으며 답변을 요구한다. 그 답변 과정에서 인간들이 몰랐던 내용들이 나온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실망했다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인간들을 위해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있는 밤하늘을 만드느라 여러 날 밤을 새웠건만 인간들이란 밤하늘의 별을 보기보다는 텔레비전이나 바라볼 뿐이라서 실망한다. 그리고 하느님은 인간들을 위해 걸어 다닐 때 좋으라고 개암냄새 피어나는 오솔길을 만들어 주었건만 자동차를 만들어 100킬로로 달리느라 그 냄새를 맡지도 못한다. 그 뿐이랴 평소에 여기저기 어지르는 습관이 있는 하느님이 지구를 창조하고 열심히 청소를 한 후 걸레를 빨았는데 걸레 빤 물을 버릴 때가 없어서 땅속에 구멍을 파서 넣었더니 인간이란 것들이 그것을 파내어 지구를 오염시키고, 바다를 더럽히고, 갈매기를 소리치게 했다며 흥분을 한다.


하지만 인사부장은 인간 역시 하느님 때문에 힘든 일들이 많다고 주장한다. 하느님이 지구를 창조하는 데는 단 하루가 걸렸단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로 태양을 사용하여 조명을 대신했는데 와우~그 저작료 값이 어마어마하다. 그럼 먹고 살만한 데 웬 취직? 따분하다는 게 이유다. 따분해서 다른 사람이 먹고 살만한 자리를 가로채려하다니...또 죽음이란 걸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다양한 바람‘을 만들어 허리케인으로 인간의 희생을 불러일으키고, 물주는 걸 깜빡하고 가뭄을 만들어 인간에게 피해를 주었으니 인간도 하느님에게 실망하긴 마찬가지라고.


결국 하느님은 고의로 일으킨 지진으로 인해 사망한 자들, 화산 폭발로, 흑사병과 콜레라로, 범죄성 홍수로, 허리케인, 태풍, 토네이도를 발생시킨 범인으로 지목되고 이로 인해 사망자 발생, 또 정신이 지극히 온전한 가운데 벼락을 내려 사망자를 발생한 점 등등. 그리고 ‘최악과 최상’이 가능한 하느님이므로 하느님의 ‘최악’의 상황에 우려하여 기업에서 입사를 반대했다. 가엾은 하느님. 그러나!!!!


마침내 지루한 삶을 끝낼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가 그 거절의 편지를 읽는 순간 떠올라 인간들의 일에 관여할 새로운 일거리로 얼굴이 환해졌다는 사실을 인간들은 알지 못했다. 과연 그게 무엇일까? ^^


하느님에 관한 이 발칙하고 기발한 이야기는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또 너무나 인간적인 하느님의 심정이 백번 이해된다. 간결하고 위트 있는 작가의 글에 일순간 폭 빠져서 우리 인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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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간신열전
최용범.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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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을 감별하지 못하면 기업도 나라도 망한다.


간신이란 무엇인가? 사전에 나온 '간신'의 정의는 이렇다. 육사신(구신(具臣), 유신(諛臣), 간신(奸臣), 참신(讒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 즉, 나라에 해로운 신하들 중의 하나로서 ‘간사한 신하’를 일컫는다. 하지만 ‘충신’과 ‘간신’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보는 시점에 따라 혹은 같은 당파에 따라 간신이기도 하고 충신이기도 한다. 이 책 ‘간신열전’은 그런 모든 것을 예로 들며 세심하게 간신을 가려냈다. 그 중에는 정말 인간보다 못한 간신이 있었고, 역사의 패자로서 간신으로 남은 인물도 있었다. 나라와 조직이 망할 때면 간신이 득세를 한다고 한다. 비록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간신을 구별해냈지만 현대의 사회에서도 간신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의 눈으로 한 사람의 참됨을 보는 눈이란 참 어려운 것이지만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간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거다. 그 간사함은 아무리 종이 한 장 차이로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고 당파에 따라 구별이 된다하더라도 객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분명 간신임에 틀림없을 거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또 다른 역사 공부가 되며 현대에서도 어떠한 기준으로 사람을 봐야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준다.


책은 모두 네 개의 작은 부분으로 나뉜다. 그 첫 번째는 ‘왕의 남자, 측근이 나라를 망친다.’이다. 고구려의 밀사로 백제에 들어가 뛰어난 바둑 솜씨로 개로왕의 신임을 얻어 백성들을 곤궁에 빠뜨리고 백제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 ‘도림‘, 고려 인종 때의 권신인 김부식의 아들로 왕의 측근에서 보필하는 내시직에 있으며 권력을 남용하며 무신의 난을 불러온 내시 ’김돈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홍국영‘은 지나친 충신과 세도 정치 체제로 간신이 되었다. 이들 모두 왕의 측근에 있으면서 보필을 핑계 삼아 권력을 행사하고 나라를 곤혹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또 그 두 번째로 간신의 대열에 오른 인물로 ’한명회‘와 이보다 썩은 인간이 없을 정도라는 소릴 듣는 ’윤원형‘이 있다. 한명회는 나름 훈구대신의 몸으로 변방을 누비며 안보와 영토 보전에 공헌을 했음에도 권한을 위임하고 권력을 나눌 줄 모르는 권력중독자였던 점이 그를 간신으로 몰게 했다. 그런 반면 윤원형은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과 수렴청정 하는 문정왕후를 믿고 그가 저지른 일들은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더구나 얼마나 도가 지나쳤으면 ’개만도 못하다‘ ’벌레나 다름없다‘라는 말이 나왔으며, 비가 안 내리면 ’그게 다 윤원형 때문이다‘라는 말까지 했다하니 윤원형의 간신 행위야말로 그 어떤 간신에 비할 바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간신들 중에도 역사 속에서 패자로 기록 되어 불명예스럽게 간신의 반열에 오른 인물도 있다. 나름대로 개혁 정치를 폈으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간신이란 칭호를 얻은 ‘신돈’ 이순신과 합세하여 7차의 해전에서 공을 세웠으나 무신을 무시하던 당시 사회의 모순으로 비겁한 자, 겁쟁이로 몰린 ‘원균‘ 이 책에 의하면 지난 유신정권에 의해 이순신을 성웅으로 추대하면서 원균이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한다. 내용을 훑어보니 원균의 간신이란 혐의의 가장 큰 주장이 ’이순신 모함‘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도 이순신을 모함한 것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이순신이 원균을 모함한 사실이 나오니 나로서는 무진장 헷갈리는 부분이어서 나중에라도 여기저기 원균과 이순신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부분으로 대세와 부귀영화에 목숨 바친 간신들이 나온다. 고려 공녀로 원나라에 가서 황후가 된 기왕후의 일족으로 원에 귀화하여 고려에 대해 온갖 관섭을 다한 ‘홍복원 3대’ 1905년 을사조약의 주범으로 간신 중의 간신에 손꼽히는 ‘이완용’이 있다.


간신은 실패한 리더쉽이다. 나는 이 점에 공감을 한다. 그 아무리 나름대로 개혁을 하고 정치적 거래에 능숙하였다고 근본적인 명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후세에 이렇게 간신 취급을 당하는 것은 그가 결국은 성공하지 못한 리더라는 것이다. 간신에서 충신이 되는 길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어느 만큼의 호응을 얻어 백성도 살고 나라도 사느냐에 따라 간신과 충신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물론 여태껏 보아온 역사서에는 한 번도 안 빠지고 간신이 존재했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간에 당파에 따라 혹은 시류에 따라 존재했던 거다. 그럼으로 누군가를 간신으로 혹은 충신으로 매도한다는 것은 저자의 말처럼 아주 위험한 일이지만 우리가 역사뿐 아니라 이 시대나 미래의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 조금만 더 넒은 통찰력으로 살펴본다면 간신이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건 거의 꿈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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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왕자
안드레아스 슈타인회펠 지음, 조국현 옮김 / 토마토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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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여행길의 중간에 나는 어두운 숲 속에서 홀로 서 있었네.

올바른 길을 잃었기 때문이라네.

- p183 단테, 신곡의 인페르노

 처음 이 책을 펼치고 읽었을 때는 그저 그런 어린이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인 줄 알았다. 대충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랑 군데군데 펼쳤을 때 보이는 이야기들이 딱 그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설렁설렁 읽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몰입을 하며 읽다가 그때서야 이 책의 내용이 그저 그런 판타지 소설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막스의 마음을 이해하고 막스의 생각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읽다보니 상처받아 어쩔 줄 몰라하는 막스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용 소설이지만 두께와 내용면에선 반드시 어른들이 읽어줘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흥미는 있으되 그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어른과 아이가 같이 읽고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전에 막스만큼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었다.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의 크리스토퍼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 나오는 오스카가 그들이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아픔이 있지만 나름대로 그 아픔을 스스로 극복해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크리스토퍼나 오스카가 또 막스가 그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만큼 스스로 그 아픔을 이겨내는 그 아이들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기계왕자>는 판타지 소설이다. 현실과 상상속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지하철을 좋아하는 막스는 우연히 만난 외팔이 남자에게서 황금빛 승차권을 얻는다. 그 승차권은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어디든 내릴 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계왕자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가다가 막스는 버랜이라는 처음 듣는 역을 지나치게 되고 그 역을 찾기 위해 다시 찾아간 지하철 역에서 자신과 같은 승차권을 가진 타니타라는 소녀를 만난다. 타니타의 도움으로 그들이 내린 역은 버랜이 아니라 '네버랜드'였다. 하지만 황금빛 승차권을 가진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대피소가 있다. 타니타는 자신만의 대피소로 사라지고 그곳에서 막스는 '눈물의 호수'에 도착하고 슬픔에 빠진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막스에게 그곳에서 자기와 같이 눈물을 흘리며 살기를 원하지만 막스는 도망치며 눈을 감는다. 막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엘피매점'이란 곳에 있었으며 그곳의 주인인 엘피는 막스가 황금빛 승차권을 가진 아이임을 알고 막스에게 <기계왕자>의 시험을 이겨내면 막스가 가진 두려움과 슬픔을 이겨낼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준다. 이제 막스는 자신도 모르게 배낭안에 들어 있는 주먹만 한 크기의 얼음 덩어리, 눈물이 담긴 은색 호리병, 그리고 청회색의 비둘기 깃털을 가지고 슬픔에 빠진 자신의 삶을 구하기 위해 다시 거꾸로 달리는 지하철을 타고 대피소로 떠난다.

 이 책의 화자는 ''다. ''가 이야기 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막스가 마침내 모험에서 자신의 두려움과 슬픔을 떨쳐내고 자신의 심장을 되찾아 오자 타니타가 막스의 모험이야기를 동화작가에게 이야기 해주어 책으로 내라고 권유한다. 그렇게 찾아간 작가가 바로 ''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끝에 가서야 그 작가의 정체가 나타나는데 그제야 아하!하고 앞부분의 퍼즐처럼 나오는 작가에 대한 작은 힌트들에 고개가 끄덕거려지고 웃음이 난다. 그는 어쩌다가...쯔쯧~! ^^

 <기계왕자>는 어린이용 책답지 않게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모험으로 몰입하는 순간 절대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또 <기계왕자>의 으스스한 목소리는 눈앞에 그 장면이 나타나듯 두렵게 만들며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는 친구 얀과의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하다.

 현실과 환상이 오묘하게 뒤섞이며 긴장감을 더해주며 작가가 판타지라는 흥미로운 장르를 이용하여 부모때문에 슬프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도 속수무책인 아이에게 마음속의 두려움을 스스로 없애지 못하면 고통 속에 빠져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자신의 성격과는 다른 성격의 아이를 마음속에 두고 그 아이에게 의존하며 평생을 살게 될지도 모르며, 매일 악몽 속에 빠지거나 슬픔 속에 빠져 하염 없이 눈물만 흘리는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저절로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란 걸 보여준다. 그러니 스스로 용기를 내어 두려움과 슬픔을 이겨내라고 자극한다. 결국 막스는 용기를 내고 기계왕자의 시험에 뛰어들었으며 자신의 삶을 바꾸게 된다.

 기계왕자는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심장 없이 살고 있어. 네가 네 심장을 되찾아 오지 못하면 너도 그들처럼 살게 될 거야"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심장을 되찾지 못하여 두려움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부모에게 받은 아픔, 친구에게 받은 상처 그 모든 것들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막스는 이야기 한다. 용기를 내라고, 마음속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그 순간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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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2007-03-0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매혹하는 글쓰기의 전형... 일단 추천만...

readersu 2007-03-04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훔..이 책은 강추랍니다. 비록 어린이 책이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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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소설가 하면 난 <위화>가 젤 먼저 떠오른다. <위화>이전에도 이후에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 중국작가는 오로지 <위화>였다. 일본소설이 요즘 우리나라에 봇물 터지듯 들어오더니 이젠 중국 소설인걸까? 이름도 낯설고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들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 손에 잡기란 힘들다. 누군가의 검증된 리뷰가 없으면 말이다.

 며칠 전 친구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봤다. 그 친구가 <그들만의 정서>라고 쓴 기억이 나는데..그래서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나중에 함 챙겨봐야지 했는데..도서관에 갔더니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오호~ 그날 든 무거운 가방과 집에 있는 산더미 같은 책때문에 도서관에서 당분간 책을 안 빌릴리라 장담을 했건만..난 슬쩍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그러고선 이왕 한 권 빌린 것 빌려보자 하며 결국 난 세 권 다 빌렸다..딴엔 얇은 책으로만..^^;

 각설하고..

난 이 책 아주 흥미로웠다. 첫 이야기인 <처첩성군>은 공리주연의 <홍등>으로 영화화 했던 이야기란다. 그러고보니 그 붉은 등이 생각나고 공리 특유의 눈빛과 예얼을 혼내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아닌가? 영화엔 안나왔나? 긴가민가?^^;) <처첩성군>을 읽을 때까진 몰랐는데, 다음 이야기인 <이혼지침서>를 읽을 때 두 이야기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자기들이 저질러 놓은 여자들에 의해 고통받는 남자 천줘첸과 양보. 그들이 사는 시대는 다르지만 급기야는 소리친다. <나는 이제 당신들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오p101><당신 정말 미쳤군. 당신들 모두 미쳤어. 나는 아직 안 미쳤는데, 당신들이 먼저 미쳤어p206>라고..이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른 쟝르의 소설이지만 자신의 욕심으로 저질러 놓은 일에 결국은 자신이 질려버리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 표제작인 <이혼지침서>를 보면 여자들은 상종할 인간이 아니다. 아내도, 정부도.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더 급급하다. 자신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쩝쩝거리며 밥 먹는 것조차 보기 싫다는 남편에게 매달리는 아내, 날짜까지 정해주면서 그 날가지 이혼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만남은 없을거라 협박하는 정부. 결국 남편은 두 여자 모두에게 질려버린다. 나라도 질린다.

 하지만 여기에서 난.. 이 남편이 쿨하게 처음부터 여자가 있으니 너랑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면 남편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가 <없다>라고 하면서 아내가 협오스럽다느니, 코골며 자는 모습은 꼴사납다,겨드랑이 냄새도 싫고, 이쑤시는 동작도 싫다. 새집 같은 파마 머리도 싫고, 어쩌고 저쩌고 늘어 놓는 이야기가 한 페이지에 가까운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째서 어느 날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서 그냥 잠꼬대처럼 할 이야기이란 말인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싫어지는 이유에는 부득이한 일이 아니고선 딴 사람이 생겼기에 꼴도 보기 싫어지는 것이다.(내 생각은 그러함 거의 80%. 괜한 흥분... - -;;) 아무튼...<처첩성군>보다 <이혼지침서>가 좀 더 재미있었는데 그 비슷한 드라마를 본 것 같기도 하고 현실에서도 가능하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등불 세 개>는 <처첩성군>과 같은 류(역사의 해체와 재구성을 꾀한 신역사주의 소설)의 이야기지만 <등불 세 개>는 한 편의 동화 같다.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기름을 얻어야만 하는 소녀의 운명과 바보인 비엔진이 나눈 짧은 우정은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웃겼고, 익살스러웠지만 슬픈 결말에 가슴이 찡해졌다.

 이번에도 중국 소설이 주는 문화적 차이는 여실히 증명되었지만 우리와 다르기에 갖는 문화적 궁금증은 <위화>에 이어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또 중국사람들은 말만 꺼내면 '시비'인가? 싶고..다들 왜 그렇게 소리소리 지르는지 대화체 속의 글을 읽으면서 내 귀가 다 시끄러웠다.(헉~진짜? - -;;)

 

쑤퉁의 최근작품인 '쌀'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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