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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7년 1월
평점 :
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알게 된 것은 언제인가? 아마도 그 어려운 세익스피어의 책을 읽기엔 너무나 어렸을 테니 올리비아 핫세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영화에서 였을 거다. 물론 그 영화도 Tv에서 본 것이지만. 어디 그 뿐이였을까? 온갖 종류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 본 기억이 난다. 디카프리오가 나온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대학때 연극반에서 보여준 로미오와 줄리엣, 최근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공연하고 있으니 정말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른다면 지구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난 예전부터 희곡이 별로였다. 내가 어렸을 때 올리비아 핫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나름 감동받아 집에 있는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어볼 요량으로 책을 펼쳤을 때 연극 대본처럼 씌여진 글을 보자마자 에잇!하고 그냥 덮어버린 적이 있었다. 등장인물이 나오고 연극하듯 씌여진 그 책이 그땐 왜 그리 싫었을까?(어쩌면 그냥 읽기싫어서 지어낸 핑계일수도.^^;) 나중에 셰익스피어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희곡이라는 걸 알고는 셰익스피어는 영화로만 봐도 충분해 했다나. 이번에 이 책이 그냥 읽고 싶은 맘이 동하여 희곡을 읽을 걱정을 하며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이야기하자 친구가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줬다 "연극하듯이 읽어봐, 아주 재미있어. 난 조카랑 같이 연극하듯이 대사를 읽으면서 책을 보는데 그 재미가 얼마나 좋은데" 하더라는...그때서야 뭔가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난 로미오와 줄리엣을 펼쳐 놓고선 내가 마치 줄리엣이라도 된 양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물론 감정 백배 충전하고서...
" 아, 로미오, 로미오, 그대는 왜 하필 로미오인가요?~ " 웃음이 났지만 친구의 말처럼 정말 재미있었다.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의 책은 술술 읽혔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셰익스피오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은 것은 기막히게도 이 책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되겠다. 놀라워라~!
우선, 셰익스피어 이야기부터 해보자. 난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는 모두 영화로 본 것이거나 지구인으로서 알고 있는 상식수준이다. 역자인 이윤기 선생이 이야기 하듯이 나 역시도 두껍고 어려운 원작을 읽기보다는 영화가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이다. 특히 세익스피어라고 하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도 뭇사람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이야기 하면 꼭 책이라도 읽은 것마냥 아는 척을 한다. 그래서 역자가 말하듯 ' 셰익스피어는, 읽은 사람도 없고 안 읽은 사람도 없다.'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읽으면서 난 셰익스피어의 문체에 깔깔거리기도 했고,(로미오-미안하네, 머큐쉬오,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어. 그런 상황에서는 슬쩍 실례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머큐쉬오-실례라, 그런 상황에서는 엉덩이로 인사하는 실례를 해도 된다는 말인가?) 닭살이 돋기도 했다.(로미오-아,저토록 밝게 타오르는 여인이 있다니, 횃불이 울고 가겠구나.) 은근쓸쩍 웃겨주는 셰익스피어의 글을 읽는 동안 영화의 장면장면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도 했는데 영화 속의 희극적인 요소들은 역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었다. 그제야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두고 영화 제작자들이 왜 성경 다음으로 눈독들이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나.
그리고 이 책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점은 아무래도 이윤기 선생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있겠다. 사실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읽자고치면 그 흥미가 다소 감소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고 대충 읽게될 수도 있다. 그런 점을 이윤기 선생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미나게 읽는 방법을 제시하여 주는데 그 방법이 정말이지 흥미로워서서 이번에 제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어보고자하는 의욕이 생길 정도였다. 이윤기 선생이 이야기한 '사로잡힘의 씨앗, 비극의 예감'은 그야말로 탁월하여 <퓌라모스와 티스베>의 이야기를 프롤로그에 소개함으로써 그 이갸기와 함께 '도처에 널린 비극의 씨앗'들을 만나기 위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헛으로 읽을 순 없었다.
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다 읽고난 후에 선생이 풀어 놓는 에필로그는 선생의 말처럼 '압축풀기의 행복한 경험'을 간접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준 즐거운 일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자 이런 식의 셰익스피어라면 나는 그 어떤 셰익스피어라도 행복하게 읽을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면 믿어줄까?
쓰고보니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는 하나도 적지 못한 것 같지만, 설마 그 내용을 몰라 답답해할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그럼에도 궁금하다고 툴툴거리는 분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나처럼 제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는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겠다. 틀림없이 셰익스피어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에게, 이윤기 선생의 압축풀기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