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성석제 작가의 책을 읽다가 간만에 듣는 구수한 사투리(비하된 말이라지만 문맥상 그냥 쓰기로 함)에 호기심이 동하여 사투리 가득한 소설을 찾아봤다. 나름대로 한국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었는지 기억나는 책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찾아낸 두 작가.  

한창훈 작가는, 작가가 된 동기 중에 하나가 그가 살았던 변방의 언어와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 라고 했다. 그 바람처럼 그는 모든 작품에 고향의 언어와 모습을 담았다. 이시백 작가의 작품들도 그렇다. 그의 소설엔 충청도 언어가 구수하다. 사투리라고 하면 전라도나 경상도만 생각하다가 충청도 사투리 물씬 나는 작품을 읽으니 그 맛이 장난 아니다. 또 두 작가가 보여주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찌나 정겨운지. 그게 사투리가 아닌 '표준말'이라는 글로 쓰였다면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년 전에 두 작가의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여기가 좋다』와 『누가 말을 죽였을까』, 두 작가에겐 죄송하지만 등단한지 꽤 오래된 작가들임에도 작품을 읽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읽어온 한국 작가들의 책하곤 좀 달랐다고나 할까. 마치 드라마를 보듯, 술술 읽었다. 사투리가 들어가다 보니 대화체가 많았지만 읽는 재미가 있었다. 

두 작가는 공통점이 많다. 사투리가 들어가는 고향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과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곳의 일상이 그려지고 그 일상에서 묻어나오는 웃음이 있었다. 또 굳이 하나 더 넣자면, 두 작가를 모르는 독자들이 많다는 사실^^; 한데 두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 한창훈과 이시백이라는 이름이 오래오래 남는다는 것도 공통점이랄까.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변방, 시골에 관한 작품을 쓰려는 생각 역시 닮았다. 

충청도, 

이시백 작가는 산문집 『시골은 즐겁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습니다. 보릿고개에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식모, 공원, 버스안내양으로 도시의 혹독한 냉대 속에서도 그 안에 머물러 뿌리내리기를 자청하였습니다. 이제 그들도 어느덧 특별한 도시의 시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시골은 비어졌습니다. 노인과 개들만 지키고 있다는 시골에 요즈음 돌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선은 마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도시의 노래방, 카페, 모텔을 가지고 들어온다면, 그것은 시골을 비우는 게 아니라 아예 뿌리째 지워 버리는 일입니다. 우리의 잃어버린 고향과 이웃을 지키기면서도 시골을 건강하게 되찾는 일, 그것은 무엇보다 김치냉장고보다 옹달샘에서, 스카이라운지보다 노을진 들판에서, 놀이동산보다 개울의 반디에서 즐거움을 돌려받는 일입니다. 서투르지만, 저는 이 책에서 도시가 부추긴 소비주의로도 채워내지 못한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날로 어려워져가는 시골에서 찾아보려 했습니다."  

그가 들려준 오암리 이야기 한 토막 

한 손에 손전등을 들고, 그는 면사무소 앞으로 나갔다. 서류 조각을 들고 있던 대장이 - 전파사 최 사장 - 그를 보고 반색을 한다.
"벌써 야달 시를 훌쩍 넘겼는디, 워째 소식이 감감이래."
"긍게 말이래유. 너나없이 군기가 빠져서 그류."
"군기야 빠질 때두 되았지만, 넘들 허네."
"민방우 군기는 군기가 아닌게비여. 그저 눈앞에 총탄이 핑핑 날아야 쟁신이 버쩍 날 틴디."
"그나저나 오늘은 높은 디서 나와 본디는디, 클났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골목 모퉁이를 맴돌던 최 대장 눈에 시커먼 물체들이 흐늘거리며 움직이는 게 보였다.
"저 따우루 노니께, 노상 능청도 소릴 듣는 겨. 아, 어여들 오지. 즈 앞에서 꾸물거리면 좀 난감."
"기러게 말유. 전시 같으면 총알밥이든 콩밥이든 퍼 먹일 판이유."
이윽고 바랭이 줄기로 이를 쑤시며 자전거포 우 사장이 앞서고, 그 뒤를 이어 빵꾸 이씨, 유성반점 김 사장, 맨 꼬래비에서 무어라 이죽거리며 맥줏집 보리수 양 사장이 흐느적흐느적 나타났다.
"오매, 다리짝을 구부리지 않음 지대루 발두 못 뻗을 골목길을 삼천리루 걸어로네. 워째, 사람들이 죄 그렇댜."
"워째 또 보자마자 타박이래. 왼종일 생업에 종사허느라 골 빠진 사람 불러내서는…‥"
"생업두 국가가 있구 나서유."
팔뚝의 완장을 추켜올리며 동팔이 보자 못해 한마디 걸고 나섰다.
"국가구 나발이구, 머리 허연 놈들 불러내 뭐해 쓰간? 오줌빨 짝짝 나가는 동팔이 같은 이들이 어련히 잘 지켜주려구."
손톱을 기다랗게 기른 새끼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벼 파고 있던 보리수 양 사장이 가느스름 눈을 치뜨고, 동팡의 말에 토를 달고 나왔다. 한마디 쏘아 주려다, 동팔은 달포 전에 보리수 미스 박을 몰래 불러내 오방여인숙에서 공짜 연애를 한 게 은근히 켕겨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높은 디서 온다니께 오늘은 좀 협조적으루다가 잘들 헙시다아."
"높은 디라니, 어디 육삼 삘딩에서 사까닥질이라두 친댜? 협조적으루구 말구 있는가, 까맣게 불 끄고 국민증산운동에 매진허믄 되지."
"이래저래 오임리 애들 많이 늘것구만. 동리 이름값 톡톡히 허야 쓰것슈."
"싱거분 소리 그만혀구, 어여들 윗목아리루 올라들 가여."
"웃목보다 아랫가리가 문제여유. 주점 골목이 취약지역인 거 모르시구 허시는 말씸유?"
동팔이 아랫가리 양 사장 눈치를 살피며, 안 해도 좋을 토를 달았다. 대번에 낯빛이 바뀐 양 사장이 눈을 하얗게 호벼 뜬다.
"거, 말본씨 한번 얄밉네. 취약지역은 또 뭐시여? 다아 먹구살자구 허는 생업인디. 어디 대낮에 장사허는 술집 보았는가? 거기야 특별조치를 해 줘야 허는 거 아녀?"
"그란디 게는 낮이나 밤이나 벌건 홍등 켜 놓구, 정육 장사럴 허는지 대체 뭘 허는 거여? 어듸 한번 귀경이라두 해 보았으면 좋겄네."
"사실루 말허자면 긔야 무슨 불이 필요하댜? 뻘에 나온 거이가 어디 불이 있어 즈 구멍을 그리 잘 찾아 들어간디?"
결국 최 대장이 늙다리들을 데리고 윗목아리로 나서고, 소가 새끼를 내는 바람에 늦었다며 헐떡이며 달려온 재춘이를 앞세우고 동팔은 주점들이 즐비하니 늘어선 아랫가리로 내려섰다.
여느 때와 달리 쿵작거리던 음악 소리가 잠잠하긴 했지만,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허여멀건 허벅지를 내보이는 아가씨들은 여전했다. 동팔은 완장을 찬 어깨에 잔뜩 힘을 넣고는, 술집 골목 복판으로 호기롭게 들어섰다.
"불 끄! 여기는 대한민국 아니여? 때가 어느 깬디, 불들 키구 지랄여."
껄끄럽던 보리수 양 사장도 없으니 용궁에서 풀려난 토처사나 다름 없이 동팔은, 문틈으로 발쪽하니 고개 하나가 들락거리는 안성집 문짝을 번쩍거리는 군홧발로 걷어찼다.
"아이구구, 오살헐 인간이 사람 잡네. 민방운지 문어 대굴빡인지, 두 번만 했다간 사람 머리 다 쬐거겄네."
"머리 까이는 게 문제여? 전시 같으믄 벌써 지삿상에 지방 올라갔어."
겨우 사람 하나 지나갈 만한 골목에, 마주 보고 선 술집 문짝들을 번갈아 발길질로 내지르니, 저만치 숨어서 내다보던 이들은 행여 허름한 제 집 문짝 떨어질까 황급히 불을 끄기 바빴다. 

_이시백 『890만번 주사위 던지기』, 「오암리 등화관제 훈련」 

 

 전라도, 

조금 다르지만 한창훈 작가 역시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에서 말했다. "가난과 외곽을 그리는 소설은 의미를 잃는 시대에서 나는 소설가로 살고 있다. 변방의 삶을 그들의 언어로 쓴 소설이 나오면 으레 고색스러운 방 하나에 한꺼번에 모아놓고 체크인 해 버리는 게 요즘 풍토다. 토속적이다. 질펀하다. 한 마디 내뱉어주면 된다고 여긴다. 평론가들의 모국어 기피, 근친혐오, 그 배경 속에 살고 있다. 도시에서 살기 때문에 욕망과 만나고, 그렇기 때문에 우울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웬만한 책임은 피할 수 있는 소설이 대부분이다. 대중 속의 고독도 사람의 일이라 작가가 그곳으로 손을 뻗지 않으면 안 되지만, 너무 많이들 어두운 카페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 개인의 우울이 사회의 비참보다 더 크고 강렬해져 버린 것. 이른바 문학적이다. 그러나 문학을 키우는 것은 비문학적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가 들려준 삼도노인회 이야기 한 토막 

여행사에서 정해 준 저녁 식당은 자리돔 구이집이었습니다. 자리돔 구이야 삼도에서도 시시때때 안 먹고 지나가면 서운한 것이죠. 화덕에 굵은 소금 뿌린 자리돔이 놓였는데 너무 잘 아는 게 탈인 경우가 왕왕 있잖습니까. 노인회 부회장이 말했습니다.
근디 어째 이상하다. 이것 비늘 안 벗긴 것 같네.”
그러자, 그때까지 건성으로 보다말다 하고 있는 이들도 각자 젓가락 들고 건드려 보았죠.
“오메, 진짜네.”
“이것도 그러네이. 이것도 그러고.”
부회장은 종업원을 불렀죠.
“이봐, 아가씨. 이 재리(자리돔을 삼도에서 부르는 말)가 좀 이상하구만. 비늘이 그대로 있어.”
바쁜 와중에 불려나온 종업원은 그래서 어쨌냐는 얼굴을 했습니다.
“예, 비늘 안 벗겼어요.”
“아 글쎄, 비늘이 안 벗겨졌다고.”
“맞아요. 안 벗겼어요.”
“나 말이 그 말이여. 왜 안 벗겼냐고.”
“원래 안 벗겨요.”
“허참. 그래서 어떻게 묵어?”
“익으면요, 이렇게 껍질을 한꺼번에 벗겨내고 드시면 돼요.”
“껍질은 또 왜 벗겨?”
"껍질을 벗겨야 드시죠.”
잠시 화장실 다녀온 역만은 그제야 저도 젓가락으로 자리돔을 건드려 보고 나서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혼란스러웠죠. 아마 제주도에서는 자리돔 구이를 비늘 채 구운 다음 껍질 벗겨 먹거나 또는 이 식당만의 특징인 모양인데 그게 좀 그렇습니다. 전통 음식점 코스라는 말만 듣고 식단을 다 검토하지 않은 게 문제이긴 하지만, 자리돔 구울 때 껍질 벗기는지 안 벗기는지, 그런 것까지 어떻게 확인하겠습니까.
“제주도까지 와서 재리 구어 밥 묵는 것두 거시기 한디 비늘도 안 벗긴 것을 워치게 묵으라고.”
역만이 나섰습니다.
“아마 제주도에서는 비늘 채 구운 다음 벗겨내고 먹는 모양입니다. 말씀 디렸죠? 삼리 밖에만 나와도 우리 집과는 다른 풍습이 있다고.”
“아, 니미. 풍습도 풍습 나름이지. 고기를 비늘도 안 벗기고 묵는 게 무슨 풍습이여? 상쾡이나 하는 짓이지.”
상쾡이는 돌고래 일종입니다. 종업원은 이제 그만, 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내내 그렇게 했어요. 그러니 조금 있다가 껍질을 통째로 벗겨서 드세요. 이젠 됐죠?”
“되기는.”
부회장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습니다.
“생선맛 통 모르는구만. 껍데기가 얼마나 맛있는디. 이렇게 간을 하믄 간도 잘 안 배고 껍데기도 못 먹잖어.”
“껍데기를 왜 먹어요? 살 드시면 됐지.”
“이 처자가 외국에서 살다 왔나.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 고긴 말이여, 간 밴 껍데기가 진미여.”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살이 맛있죠. 껍데기가 뭐가 맛있어요?”
종업원도 지지 않습니다. 부회장은 말을 이었습니다.
“어이, 아가씨. 만약에 아가씨하고 나하고 연애를 한다고 해.”
“제가 왜 영감님하고 연애를 해요?”
“내 말 들어봐. 그런다고 치자, 이 말이여.”
“치기는 뭘 쳐요. 나 참 기가 차서.”
그는 내처 이어나갔습니다.
“그래, 그러면 아가씨가 젊은 총각하고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말이여, 서로 상대방의 간뎅이나 창자나 속 뼈따구가 이뻐서 사랑하겄어? 다 껍데기가 좋아서 사랑하는 거여.”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영감님.”
“지금 말이 하는 말이여. 서로가 좋아서 쓰다듬고 입술로 빨고 하는 것도 다 껍데기지 살이 아니다, 이 말이여.”
“영감님, 지금 저한테 성희롱하는 거예요. 신고합니다.”
역만은 순간 그 무엇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성희롱. 얼마나 무서운 단어입니까. 부회장과 함께 경찰서에 앉아 있는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지나갔죠. 그는 몸을 날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
“뭔 소리여? 신고라니. 신고라니.”
“연애니, 입술로 빠니, 다 성희롱이에요.”
“아니여. 난 다만 껍데기 무시하지 마란 말을 알아듣기 쉽게 한 것이여. 젊은 것이 사람 무시하고 있어.”
부회장은 부아를 버럭 냈습니다. 말인즉슨 맞는데 비유가 오해 받기 딱 좋았죠. 부회장은 부회장대로, 종업원 아가씨는 아가씨대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죠. 당장이라도 전화 걸듯이 노려보는 종업원에게 역만은 이것만이 살 길이다 싶어 사과하고 또 사과했습니다.

_한창훈 『나는 여기가 좋다』, 「삼도노인회 제주여행기」 

한창훈 작가는 웃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삶을 이겨내는 기능으로써의 웃음을 좋아한다. 아프거나 가족이 다쳤거나 사업이 어렵거나 시험에 떨어졌거나, 끊임없이 만나야 하는 시련 속에서도 평상적인 삶을 이어 주는 게 웃음이었다. 힘들수록 되레 웃는 이들을 많이 보아왔다. 살려고 웃는 것이다."_『한창훈의 향연』 

'힘들수록 되레 웃는 이들', 바로 지극히 평범한 서민들이다. 팍팍한 삶 속에서도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구수한 사투리를 사용하며 그들이 쏟아내는 시골의 일상은 그래서 마치 간접 경험이라도 하듯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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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10-2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창훈 씨는 갯가 이야기를 잘 쓰던데 자리돔 껍질 사건은 정말 재밌군요.제가 제주도 요리법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납니다.

readersu 2011-10-28 09:54   좋아요 0 | URL
「삼도노인회 제주여행기」는 정말이지, 첨부터 끝까지 시골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진정한(^^)모습이었어요^^
지역마다 조리법이 다 다른 모양입니다. 이름도 다르듯이..작은 나라인데도 참 다양해요. 사투리 찾아내는 재미도 좋다는..

감은빛 2011-10-28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890만번~'을 지하철에서 읽다가 웃음 참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요.
소리죽여 웃는데도 자꾸만 킥 킥 웃음소리가 새어나가서,
주변 사람들이 자꾸만 쳐다보고....

readersu 2011-10-28 13:19   좋아요 0 | URL
이시백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감은빛 님 덕분이에요.
유명(!)하지 않아서 모르고 있는 작가들이 세상엔 너무나 많아요!!
암튼, 충청도 말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는^^

잘잘라 2011-10-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식간에 주르륵 읽고갑니다. 재미있게요^^ 감사합니다!

readersu 2011-10-28 16:19   좋아요 0 | URL
기회가 되면 두 작가의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폭, 빠지게 될 것입니다^^
댓글저장
 
나도 권리가 있어! 뚝딱뚝딱 인권 짓기 1
인권교육센터 ‘들’ 지음,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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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의 창간호부터 연재되었던
《뚝딱뚝딱 인권 짓기》2005년도 판의 개정판이다.

우리나라 인권 운동의 출발점인 '인권 운동 사랑방'에서
이곳 활동가들이 인권 교육에 주력하기 위해 새로 꾸린 모임
'인권교육센터 "들"'로 저자 이름도 바꾸었다. 

그간 사회 분위기나 정서의 변화에 고려하여 표현 하나하나 섬세하게 새로 다듬었단다. 

 

우선, 고래가 "뭘" 그랬어? 라고 하는 분들을 위해! 

<고래가그랬어>는 인문학의 본디 정신을 아이가 지식으로 습득하는 게 아니라 느끼고 깨닫게 하는 잡지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른의 생각을 심어주려 하지 않고 아이들이 아직 빼앗기지 않은 소중한 인간적 자질들을 재미와 즐거움 속에서 드러내도록 돕습니다.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지, 동무와 어울려 놀고 이웃과 소통하며 연대하는 일은 왜 중요한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세상 하나뿐인 어린이 교양지입니다.
http://www.goraeya.co.kr  

만화로 되어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만화 좋아하는 나는 열심히 봤다. 어린이도 아니면서(-.-)
보면서 생각했다. 울 조카 두 놈에게 꼭!!! 보내줘야겠다고. 

  

차이와 차별, 표현의 자유, 사생활 보호, 놀이와 노동, 교육,
건강과 안전, 폭력과 학대, 평등, 장애인 인권, 여성 인권, 소수자 인권,
복지, 환경, 평화, 참여, 민주주의 

우리 아이들 이 책 한 권이면
'나와 우리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기본을' 충분히 다질 수 있겠다. 

2011년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들여다봅니다. 체벌을 금지하고 복장을 자율화하고 자율 학습을 진짜 ‘자율화’하자는 학생 인권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선 여전히 찬반 논쟁이 분분하고 심지어 모든 것을 예전으로 돌려놓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국가 행사를 홍보하는 포스터에 풍자성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2004년에 일어난 장애인 학교 성폭력 사건은 미온적인 처벌에 그쳤다가, 7년이 지난 지금에야 한 편의 영화 때문에 재조사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지상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강정마을이나 명동처럼 힘없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주거권과 재산권을 침해당한 채 밖으로 내몰리는 일도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다문화 사회로 가자는 구호는 무성하지만 유색 인종에 대한 편견과 혐오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만 아닙니다. 우리 삶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더 많은 인권 침해 사례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도 보장된 기본권,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고났다는 권리를 누구나 보장받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권리가 있음을 나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지켜 주는 일로 이어진단다.  

책임감 있는 아이들, 성숙한 사회원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꼭 읽어보면 좋을 책.
간만에 강추하는 어린이 책!

정부에서 SNS 감시를 강화하겠단다. '일부 음란성 있는 앱과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이 SNS를 통해 확산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별도의 심의기구가 필요한 상황' 이어서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1초에도 엄청나게 올라오는 글들을 어떤 식으로 감시하겠다는 건지...
이르면 12월부터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란다. 꼬..꼼....수가 ...보..여-.- 

 

이 책에서 이런 글을 봤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짓밟고 해를 끼치는 것만 아니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다양한 몸짓을 보면서, 우리는 다양한 생각을 배울 수 있어요.
무지개가 아름다운 건 서로 다른 색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이듯,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려면 서로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생각들이 평화롭게 어우러져야 해요. 

공감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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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10-2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어줘야 할 책이네요!

2011-10-27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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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위반 - 나쁜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묻는다
박용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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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만리재에서'의 박용현 기자 칼럼집입니다.
2008년 봄부터 2011년 봄까지 <한겨레21> 편집장을 맡았던 저자가 쓴 124편을 모은 책.
민주주의, 정치, 경제, 언론, 법, 인권, 성찰, 어린이 등 다양한 주제로 묶여 있습니다. 

요즘 뜻하지 않게 정치에 관심이 많아져서인지 이 책을 보는 순간 저절로 손이 가더라는요.
대충 뭔 내용인지 훑어본다는 게 그만 폭 빠져 읽었습니다.

책 소개에 이런 말을 적어두었더군요.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정의를 갈망하는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인권이나 정의와 같은
추상의 가치와 딱딱한 법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까지는 못 되지만
'잘못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도
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것들에 분노하고 아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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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24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책 읽고 싶어요.^^

2011-10-25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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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택시 비룡소 아기 그림책 20
민정영 글.그림 / 비룡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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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택시를 타면 좋은 일이 생긴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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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누가 햄버거를 패스트푸드라고, 허드레 음식이라고, 야근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이라고 모함했던가.  
우리는 왜 몰랐던가.
시대를 관통하며 햄버거는 수없이 진화해왔으며, 누군가 열다섯 살에 만난 햄버거는 기적과 컬쳐쇼크였으며, 여섯 살이거나, 열여섯 살인 우리는 햄버거 앞에서 조금씩 서툴고, 무지한 존재였던 것을! _53쪽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이화정 

본문과는 상관없는 나의 햄버그(!)에 대한 명상 

내가 처음 맛본 햄버그(꼭 이렇게 발음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저 글자를 적을 때면 항상 '거'였는지 '그'였는지 헷갈렸으니까). 암튼, 내가 처음 맛본 햄버그는 엄마가 돼지고기와 양파와 빵가루를 넣고 후추를 뿌려 만든 것이다. 고기 맛보다는 양파 맛이 훨씬 많이 나는 패티였지만 엄마표 패티는 종종 아버지의 술안주가 되기도 했다.  

이 햄버그가 제일 먹고 싶을 때는 이때다.  

여름 해질 무렵, 저녁 먹을 시간이 곧 오지만 배는 살짝 고프고 낮 동안의 더위가 살짝 가실려는 찰나.  

먼저 빵을 노릇노릇하게 굽는다(토스트 기 같은 것은 없었으므로 후라이팬에 구웠다) 노릇하게 구우면 빵이 파삭파삭하다. 그 파삭거리는 빵에 햄버그 패티를 역시 노릇하게 구워 넣는다. 그리고 야채로 양배추를 채썬다. 난 요즘도 양배추 하나는 가늘고 멋지게 채썰 수 있다. 양배추를 굵게 썰어 내 놓는 음식점에 가면 화가 난다. 이걸 하나 제대로 못 썰어??(-.-) 암튼 양배추를 잔뜩 넣어준다. 그리고 동그랗게 오이 썰은 것도 몇 개. 그 위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린다(그 당시 별다른 소스가 없었다. 이게 최선이었다). 그러고선 얼음을 간다. 얼음과 우유 조금 그 외엔 팥만 넣는다. 그리고 냠냠.(아, 먹고 시포라~) 한 끼 식사로 거뜬하다. 그 포만감과 행복함.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저녁까지 해치웠지만(그땐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나이였으니까) 

내가 늘 먹던 팥빙수와 햄버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맛이다. 우리 엄마만 만들 수 있었기 때문. 울 엄마가 만든 팥죽은 인근에서 모르면 간첩(진짜!)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맛있었다. 서울로 와서는 팥빙수나 팥죽을 잘 안 사먹는다. 왜? 맛이 없다. 팥알맹이가 다 뭉개져, 없는 그런 팥죽 밖에 없기 때문. 그나마 먹는 팥빙수는 밀탑 팥빙수 정도?! 

혹시라도 엄마 안 계실 때 그것들이 그리울까봐 배워두기도 했는데 지금은 또 다 까먹었다. 햄버그의 패티는 요즘 만드는 함박스테이크의 속과 비슷하니 얼추 만들 수 있지만 팥죽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정성은 말도 못한다. 그 정성 몇 번 쏟고 난 뒤, 나는 굶어죽어도 장사꾼은 안 하리라 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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