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그 까닭인지 지난 주부터 내내 육고기만 땡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데, 오늘 뉴스에 보니 배가 부르고 안 부르고는 음식과 상관없이 뇌의 어느 부분에서 조절을 한다고 한다. 즉, 스트레스가 많으면 폭식으로 해결하려는 것과 같은 것으로 뇌에서 배고픈 척 한단다. 하지만 나의 상태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진정, 배가 고픈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요리, 음식 관련 책에 눈길이 간다. 원래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더욱 땡긴다. 만들어먹겠다는 것보다는 사서 먹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여 요리 책보다는 음식 관련 책에 더 관심을 보이지만 말이다. 이런 책이다. 나의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책.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는 부제 땜에 나는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작가와 다양한 사람들이 저자로 죽~ 등장했지만 음식보다는 뭐랄까, 영혼을 채워주는 좋은 말들이 적힌 그런 책인 줄 알았다. 한데 살펴보니 스르릅~ 음식이 등장한다. 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소울푸드'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전통 음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노예 생활의 고단함과 슬픔이 배어 있는 음식을 뜻했지만 지금은 '내 영혼의 음식' 쯤으로 쓰이고 있다. 떠올리면 살아갈 힘을 북돋워주고,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주는 소울푸드." 라는 뜻이란다. 

'내 영혼의 음식',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을 음식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곰곰 생각해봤다. '내 영혼'까지는 아니지만 '살아갈 힘'을 북돋아줄 그런 음식. 찾고자 하니 한두 개가 아니다(-.-;; 움, 이러면 안 되는데, 뭔가 하나가 딱 떠올라야 하는데)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내 추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음식이라면.  

그러다보니 작가들이 올린 음식들에 모두 공감을 하며, 내가 이 음식을 처음 먹어본 것은 언제인가, 뭐 그런 생각을 해봤다. 기억이 나는 것도 있고, 언제 처음 먹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음식들도 많다. 새로운 음식을 먹으면서도 그 '첫'을 기억하지 못하다니. 나의 즈질 기억력이 참 민망했지만. 내게도 추억의 햄버거와 빨계떡, 카레라이스, 쌀국수와 소시지 그리고 커피에 대한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다. 

백영옥 작가가 말한다. "허기란 그저 물리적인 배고픔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사랑에 배고프고, 우정에 배고프고, 시간에 배고프고, 진짜 배가 고픈 것이므로 우리 삶에 대한 가장 거대한 은유'라고. 

요즘 자꾸만 배가 고팠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소울푸드》가 먼저 눈에 띄었는지 《칼과 황홀》이 먼저 눈에 띄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칼과 황홀》은 연재 때부터 알고 있던 터라 그게 먼저일 것이다. 그 책을 읽으려던 찰나에 《소울푸드》가 눈에 띄어 그렇다면 같이 읽어봐야지 했던 것 같다. 

문학동네 카페에서 성석제 선생님의 음식 이야기를 연재한다고 했을 때, 오홋, 내가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 더구나 성석제 선생님의 음식에 관한 글이라면 무조건 본연재 사수해야 해, 다짐하고 몇 편을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왜?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모니터로 급하게 대충 읽어서였을까? 어려웠다.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읽기가 힘들었다(침이 나와서 그랬을까, 글만 읽으면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배가 고프면 신경질이 난다는데 그래서일까?-.-;).그래서 책으로 나왔을 때도 조금 망설였다.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근데 헛! 연재 때는 어렵기만 하던 <명이 나물>(지난해 카페 모임에서 어느 분이 사오신 명이 나물을 정말 맛있게 먹은 적이 있다)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는 거다. '펭귄반점' 이야기엔 깜빡 넘어갔다. 웃겨서. 그리고 우~씨, <미안해요, 아가씨들>을 읽을 때는 고향 읍내 제과점과 오래 전 울 제과점이 오버랩되어 종업원이자 딸이었던 그 아가씨처럼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그 아가씨의 맘을 백배로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성석제 총각의 분노(!)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심했거든!!-.-).   

그렇게 한 편 두 편 글을 읽다 보니 몇 년 전 《소풍》을 읽을 때의 재미가 다시 살아났다. 음식에 대해 유난히 박식하지만 꾸밈이 없고 멋을 부리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우리가 늘 먹는 그런 음식들. 더구나 그가 말하는 고향의 음식들이 내게도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성석제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투리 때문이다. 고향의 사투리이기에 그렇다. 엎어지면 코 닿을 만큼 가까운 우리(!)의 고향은 대구나 부산의 사투리와 다르다. 영주나 안동의 사투리하고도 다르다. 그의 소설이나 산문 속에서 사투리를 들으면 마치 옆집 오빠가 말하는 것처럼 정겹고 재미있는 것. 그래서일까, 책을 덮으면서 제일 땡겼던 음식은 막걸리 '배차적'이었다. 이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런고로, 막걸리 마시는 이벤트에 배차적이 나온다면 무조건 신청해야겠다고 다짐!  

스르릅, 아 침 나온다,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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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을 읽다 보니 이런 글이 나온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그러나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하나로 모아진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  맞아,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그건 사람의 성격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성공의 기준이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수많은 명사들이 말하는 그 기준이, 할수록 즐거운 일, 일 하는 행위가 행복하다, 그 자체라면 진심으로 나는 공감한다. 
 
하지만 성공의 기준이 그들처럼 이름을 알리거나 돈을 많이 버는 일이라면, 그건 아니라고 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사람,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돈벌이는 시원찮은, 그런 사람들 주변에 많으니까.
 
언젠가 대학에 다니는 한 친구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들었다. 대학을 졸업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당연한 것이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겠으나, 우리나라 몇 프로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말하고 보니 그 친구에겐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겠다, 싶었다. 우리 때와 다르게 초등학교 때부터 어느 대학에 들어갈지 준비하던 세대였을 테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누구든지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 때는 늦었다고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그건 아무래도 나이와 상관이 없는 듯하다. 이십대나 삼십대나 나도 매번 그랬으니까..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 근데 살다 보니(움, 나도 꽤 살만큼 산 사람으로서^^) 그건 아니었다. 세상 일에서 늦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보다 조금 부족하긴 하겠지만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단, 나이를 따지고, 연봉을 따지다보면 속상해지는 것은 있다. 또 살다 보니(아주 도 통한^^;) 돈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좋긴 하더라마는(-.-) 돈 많이 가졌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 다 알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일찌감치 찾아서 돈도 벌고 이름도 알리면 제일 바람직하고 성공적인 케이스겠지만. 
 
이 글을 적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책 한 권이 있는데 바로 김중혁 작가의 책이다. 《뭐라도 되겠지》, 이 책에서 김중혁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바뀐다고 나까지 급해질 필요는 없다. 급한 건 세상만으로 충분하다. (…) 시간은 충분하다. 우리의 목표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저 성실하게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행복해지면 된다. 주름을 만들듯 천천히 내 속도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는 일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 아닌가 싶다.   

대학 졸업을 앞둔 이들은, 그런 마음 편한 소리가 어디 있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데,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니… 하지만 난 전적으로 김중혁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성실하고 꾸준할 것. 그러다 보면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다. 모든 일은 조급해서 망친다. 욕심 부리다가 끝장 난다. 그건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나타난다. 남들이 알아주는 직장, 연봉 많고 내세울 수 있는 직업. 그런 것만이 성공이라고 생각하기에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의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물론 어떻게 들으면 자조적이고 '케세라 세라' 혹은 '될 대로 대라'는 뜻처럼,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말로 들리겠지만, 그건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나 그런 것이고, 내게 들리는 저 말은 언젠가는 뭐라도 될 것이니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든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꾸준하게 열심히 하라는 소리도 들린다. 나이? 난 그것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조급할 필요도 없다.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내 아는 분은 마흔이 다 되어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편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산다. 그 이전엔 전혀 다른 일을 하던 분이다. 난 그 분이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속으론 좀 걱정을 했지만 두 손 들어 환영했다. 사람이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올인하는 일은 자주 오는 일이 아닐 뿐더러, 용기 내어 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잘 나가는 직장, 노후가 보장된 그런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혀 다른 일, 당연히 겁나고 걱정된다. 하지만 하다 보면 다 살아가게 되어 있다. 얼만큼의 돈을 가져오느냐의 차이일 뿐이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함에 있어 받는 행복의 양과 비교하자면 그 이전의 것하고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몇 번의 다른 일을 거쳐야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은 그냥 취미로 시작했어도 그 일을 차근차근, 천천히, 조금씩, 하다 보면 언젠가 취미였던 그 일이야말로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삶이 조금 지겨우면 작은 취미,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도 조금씩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뭐라도 될 것이니까. 움움, 이건 경험자로서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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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창비시선 313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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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의 《의자》에 반해 이번엔 가장 최근에 나온《정말》을 샀다.
마침 시집 좋아하는 친구가 놀러왔다.
둘이서 와우북 페스티벌에 가서 시집을 왕창 사오자고 약속을 했었다.

근데 거리 행사는 10월 1일부터.
헛걸음 친 친구에게 새로 산 이정록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라며 건네줬다.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 시들을 중얼중얼 소리내며 읽던 친구.
갑자기 꺄르르~ 넘어가더니 들어보라며 읽어준다.

생각해보니 이 시를 어디에선가 들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때도 듣고 있던 우리는 꺄르르~ 넘어갔던 것 같다.
근데 다시 들어도 이렇게 웃기다니…

우리 둘은 '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이름을 하나씩 말할 때마다 웃어댔다.
눈물이 날 정도로~ 엔돌핀 와르르~~ 쏟아지고
간만의 숙취로 묵직했던 '쏙'이 이정록 시인의 〈작명의 즐거움〉덕분에 멀쩡해지고 말았다.
해서 우리 둘이만 즐거워하기 아까워 그 전문을 옮겨본다. 

'작명의 즐거움'을 제대로 즐겨보려면 혼자 읽지 말고 친구랑 같이 있을 때,
하나씩, 말로, 내뱉으며, 읽어보시길. 즐거움이 두 배!^^ 

 

작명의 즐거움 

콘돔을 대신할
우리말 공모에 애필(愛必)이 뽑혔지만
애필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적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중 한글의 우수성을 맘껏 뽐낸 것들을 모아 놓고 보니
삼가 존경심마저 든다

똘이옷 고추주머니 거시기장화 밤꽃봉투 남성용고무장갑 정관수술사촌 올챙이그물 정충검문소 방망이투명망토 물안새 그거 고래옷 육봉두루마기 성인용풍선 똘똘이하이바 동굴탐사복 꼬치카바 꿀방망이장갑 정자지우개 버섯덮개 거시기골무 여따찍사 버섯랩 올챙이수용소 쭈쭈바껍데기 솟아난열정내가막는다 가운뎃다리작업복 즐싸 고무자꾸 무골장군수영복 액가두리 정자감옥 응응응장화 찍하고나온놈이대갈박고기절해

아, 시쓰는 사람도 작명의 즐거움으로 견디는바
나는 한 없이 거시기가 위축되는 것이었다

봄 가뭄에 졸아붙은 올챙이 눈, 그 작고 깊은 끈적임을
천배쯤 키워놓으면 바로 콘돔이거니, 달리 요약 함축할 길 없어
개뻘 진창에 허벅지까지 빠지던 먹먹함만 떠올려보는 것이었다
애보기글렀네 짱뚱어우비 개불장화를 나란히 써놓고 머리속 뻘구녕만 들락거려보는 것이었다


변사에 소질 많으시다는 이정록 시인, 나도 한번 들어본 적이 있어 그런지
~것이었다, 라는 말에 음성지원이 되는 듯하다. 
"그는 갔어도 그의 노래는 남아 있다,
고(故) 남인수 선생의 애타는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들어본다."
라는 말과 함께 노래까지 덤으로 들림^^   
그나저나 정말아, "정말" 재밌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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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9-2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작명의 '쎈스'가 장난 아니군요!
정말 '쏙'이 멀쩡해지도록 웃을만 하네요! ^^

readersu 2011-09-30 10:20   좋아요 0 | URL
정말, 매력적인 시인이에요.
시가 꽤 다양하다는^^

프레이야 2011-09-2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보여요. 담아갑니다^^

readersu 2011-09-30 10:21   좋아요 0 | URL
얼른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시를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것, 멋져요^^
 

출근 전 텔레비젼에서 가야산 소리길에 관한 내용을 봤다. 눈이 절로 돌아갔다. 안 그래도 요즘 혼자서 돌아다니는데 재미를 붙였는데 소리길에 대한 정보는 그야말로 그 재미에 불을 붙였다. 가을이 가기 전에 꼭 가봐야지. 혼자 다짐을 했다나. 그리고 신간 검색을 하다가 만나게 된 책, 바로 이것이었어!!! 소릴 지르고 말았다. 책이 나올 거라는 소식을 며칠 전에 듣긴 했다. 제목만 듣고도 사실 설레이긴 했는데, 막상 목차를 보고 나니 이 책은 반드시 사서 품에 안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사계절, 전라도》이다. 

미황사를 다녀온 후 여행에 재미가 붙었다. 가급적이면 일주일마다 가까운 곳으로 혼자 떠나보자 했는데 사실 무작정 떠나는 것에는 아직 익숙하질 못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정보를 알아보고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았다. 한데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전라도 곳곳을 보여준다. 이건 뭐 책 한 권만 손에 들면 전라도를 마스터하는 셈?!

광양의 봄, 매화마을은 기본이고 동백꽃 아름다운 선운사(선운사의 꽃무릇도 좋지). 여름, 백련지의 연꽃과 초록 바람부는 소쇄원(소쇄원 그늘에 앉아 물소리 들으며 책을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백양사와 내장사의 단풍, 아름다운 꽃무릇을 볼 수 있는 용천사와 불갑사는 사찰여행 리스트에 꼭 넣어둬야 할 일. 눈 덮힌 전나무 숲길은 또 어떨까. 이번에 개암사를 다녀오며 내소사를 못 간 게 조금 아쉬웠는데 겨울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나저나 이 책 읽고 나서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싶어지면 어쩌지?-.-;;; 

 

그동안 마음이 어수선하여 여행 관련 책을 한동안 읽지 않았는데 내 맘을 사로잡은 예쁜 여행책이 나왔다. 그 책을 보자마자 어수선하던 내 마음이 싹, 정리가 되었다...면 좀 거짓말이지만^^;; 핑크빛 표지와 일러스트가 어찌나 예쁜지. 그리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한 달 살아보기, 그곳이 바로 또 베니스라는 점이 나를 유혹했다.  

베니스, 그 말보다 베네치아라고 하면 좀 더 고풍스러워보이는데 더욱 매력적인 것은 그곳이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 도시 하나가 사라진다는데 매력적이라고 하니 좀 나쁜 생각 같지만 그래서 어쩌면 더 그곳이 가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캐나다 알버타 주 관광청의 홍보직을 맡아 줄곧 타인에게 ‘여행 권하는 일’만 했"단다. 그는 "어느 날 잠시 일을 내려놓고 인생의 다음 장을 고민하기로" 하고 "이번엔 본인이 여행의 주체가 되어 한 달 동안 한 도시에 머물다 오기로 결심"해서 정한 곳이 베니스였단다. 부러워라. 

나도 그러고 싶다. 베니스가 아니라 어느 곳이라도, 한 달 동안 머물면서 그곳을 온몸으로 다 느껴보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다. 조만간 그런 기회가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지만 아직은 해보지 못하고 있으니 부러울 수밖에. 한데 그녀는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한 달을 보냈다고 하니 더더 부럽지 않을 수 없다는.  

또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프랑스의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가 연인인 조르주 상드와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곳이 바로 베니스라고 했다. 그곳에서 둘의 사랑은 지속되지 못하고 말았다지만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아, 어쨌든 한동안 이 예쁜 《베니스 한 달 살기》를 읽으면서 베니스로의 꿈이나 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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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painter 2011-10-1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담아갈게요 ^^ http://blog.naver.com/dramapainter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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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주말에 매창의 시집과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책을 들고 개암사를 갔다. 여행할 때 시를 읽는 재미는 좋다. 길지 않아 좋고 차창 밖을 보며 시구를 음미하고 오랫동안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더구나 이 책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는 시와 함께 그 시를 고른 저자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시에 있어 편식이 심한 내게 이 책은 1/3은 모르는 시를 알려주었고 1/3은 들어본 시였으며 나머지 1/3은 나도 좋아하는 시였다. 내가 모르는 시를 누군가 읽어주는 일은 즐겁다. 그를 통해 그동안 내가 몰랐던 시를 알게 되고 좋아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과연, 세 시간이 걸리는 버스 여행에서 시를 읽으며 빠져버린 시들이 많았다. 이정록 시인이며, 마종기 시인의 시, 진은영과 정호승, 이상국 시인의〈별〉은 내 맘을 파고들었다. 그 시를 읽으며, 김지수의 글을 읽으며 나도 조만간 그곳(!)에 가 보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또 저자인 김지수의 생각을 담은 글은 깊이와 가벼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아쉬운 것은 나쁘지 않은 글들이었는데 살짝 엉성한 편집이 그녀의 글을 조금 헐렁하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긍정적이다. 특히 김지수의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따듯한 가족애였다. 신현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녀는 아버지와 자신을 생각하고 최영미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어미로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낸다. 또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언젠가 인터뷰를 했던 노 시인의 부부애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시를 읽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토로 한다. 하긴 나도 그랬다. 은유로 가득한 시들은 무슨 소릴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랐다. 시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으며 마치 어느 시집 제목처럼 어느 날 시가 내게로 왔다. 이해하기보다는 마음으로 그냥 읽었다. 시인의 생각은 모르겠고 그 시에 들어 있는 내 맘을 읽었다. 그랬더니 시가 읽혔다. 아름다웠다.   

시를 읽는 행위는 김지수의 말처럼 '가장 가난한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가난함이 전해주는 작은 사치가 세상에서 가장  부자로 만드는 마음을 전해준다는 사실, 아직도 시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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