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도 아닌 데 주말이라도 된 듯 늦잠을 자고 있을 때, 눈이 내렸단다. 3월의 첫 날에. 늦잠을 잔 주제에 졸린 눈을 비비며 트윗을 훑어보니 은희경 쌤의 멘션이 눈에 들어왔다. "first of march. 쏟아지거나 쌓일 힘은 없고, 지난 겨울의 기억 속으로 잠시 다녀가기만 하라는 3월의 눈. 소리 없이 아프지 않게" 어찌나 공감이 되는 말이던지... 

지난 주 일요일, 고인이 된 이석주의 사진 전시회(라고 생각하고 갔으나 전시회라기보다는...딱히 표현 할 말이 없네. 암튼)를 다녀오며 눈, 겨울, 여행, 이런 것과 관련한 책을 몇 권 찾아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더랬다(아래와 같은 것들. 물론 이석주의 책도 포함이다. 어제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여러 권의 책을 올릴 생각이었으나). 그런 맘을 먹은 차에 은희경 쌤의 멘션은 참, 좋았다. 또 3월의 첫 날에 내린 눈은 내 포스팅의 문장 하나를 추가할 수 있게 되어 고마운 소재(3월 첫날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난 필시 '지난 겨울 지긋지긋한 눈~'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을 것)였던 것. 사실, 지난 겨울에(그래, 오늘 좀 춥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봄이다) 그렇게 눈이 내렸어도 눈이 내린다고 하면 그래도 조금은 설레인다. 새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 그냥 푸근해진다(물론 녹은 눈을 보면 푸근했던 마음이 이내 사라지고 말지만, 눈의 장점만 생각해보자).  

이석주의 사진집 『넌 혼자 올 수 있니』를 볼 때도 그랬다. 시를 읽을 땐 조금 어려웠던 강성은의 짧은 글들도 난해하지만 나쁘지 않았고, 온통 새하얀 이석주의 사진들도 너무 좋았다. 당장이라도 눈이 쌓인 그곳으로 가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먹는다고 모두 실행에 옮길 수는 없는 일.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게 어딘가 싶은 맘이 들었다.  

이석주의 사진집에는 홋카이도의 겨울이 담겨 있다.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그 겨울의 풍경을 담기 위해 혼자 떠났단다. 그래서일까, 사진에 담긴 풍경들이 쓸쓸하다. 진짜, 겨울 같은 풍경이다. 눈, 눈, 눈. 오로지 눈들로 가득하다. 진짜 같은 겨울의 풍경이니 추울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렇지 않다. 이석주의 사진들은 따뜻함이 전해온다. 눈 속에 폭 파묻히고 싶은 마음,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 위를 걸으면 세상에 그 어떤 눈들보다도 다정하게 말을 걸 것만 같았다.   

그는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는 걸 알고 갔을까, 그랬다면 그 여행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던 걸까. 외로웠을까, 무섭진 않았을까. 사진집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는 행복했을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어느 누구의 만류에도 주저하지 않고 떠난 일, 사진으로 남아 그 마음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석주의 사진집을 보니 또 다른 겨울이 생각났다. 겨울이라면 눈 말고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곳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도 모르면서 눈이 많다 라는 이유 하나로 그곳이 가고 싶었다.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이 나라들을 통틀어 스칸디나비아 반도라고 하던가? 아이슬란드와 핀란드의 겨울 풍경은 생선 김동영 작가의 『나만 위로할 것』을 통해 조금이라도 보았지만 다른 세 곳의 풍경은 잘 몰랐다. 표지에서 보여주는 황량한 자작나무의 풍경이 스웬덴 감독의 영화 <렛미인>에 나오는 한 장면을 닮아서 그 영화가 떠오르고 영화 속 황량한 겨울 풍경들이 같이 떠올랐을 것이다. 아무튼,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을 담은 윤창호의 『윈터홀릭』은 북유럽에 막연한 동경을 가진 저자의 마음처럼, 겨울을 좋아하는 겨울 여행자답게 스칸디나비아 반도라 불리는 다섯 나라의 겨울 풍경들이 아름답게 담겨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표지의 사진처럼 그 나라들의 풍경이 겨울스럽지 않다는 점. 내가 생각했던 겨울은 뭘까, 바라보기만 해도 코가 빨개지거나 눈이 시큰거려지는 쓸쓸함이랄까, 아님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사람 한 명 없는 황량함이랄까, 어쩌면 그런 것을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한데 그런 느낌보다 와,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하는 북유럽의 풍경들은 겨울의 나라, 동토의 땅이지만 쓸쓸함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따뜻함이 훨씬 더 많이 보이는… 그렇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고, 저자인 윤창호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북유럽의 겨울을 외롭게 걷고, 걸으며 몸과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런 사진과 글이라면 겨울을 온몸으로 느꼈을 테지. 언젠가는 나도 그가 느낀 그 겨울을 꼭 한번(아, 여행 책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등장하는 말=.=) 가보고 말 테다.  

추운 것이 딱 질색인 나는 겨울이 싫다. 목이 사라질 정도로 어깨를 움츠리게 만드는 추위는 이토록 나태해질 수 있나 싶게 한없이 게으름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추웠던 '지난 겨울'(어제보다 오늘이 더 춥다고 했으나 내 느낌엔 저 햇살이 오늘의 추위를 우습게 보는 듯하다. 그렇다! 이제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 누가 뭐라해도 보오옴은 오고야 만다. 그러므로 이젠 지난 겨울!)을 생각하면 동면이라도 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한데 이제 겨울의 끝에 서서 보니 그 알싸한 차가운 공기와 쓸쓸한 거리의 황량함이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니 올해의 겨울과는 좀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련가? 어쨌든 눈이 내린 3월이었으나 이젠 봄! 떠나는 겨울에게 잘 가라는 안부의 인사를 보내는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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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게 되었을까?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주전자(그땐 모카포트를 처음 봤으니 그런가보다 했던 것)에 내려 마시는, 거의 사약과 같았던 커피는 기억이 난다. 미국에 살던 아버지 친구 분이 한국에 들어오며 커피와 모카포트를 선물했던 것. 그 당시만 해도 원두 커피는 다방이라는 곳에서만 팔았던 것 같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커피의 맛도 제대로 모르던 때였으니 그 찐한 사약과도 같은 커피를 내려서 마셔보라고 주었을 때 프림과 설탕을 있는 대로 넣어 아주 달짝지근하게 해서 마셨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맛 없는 커피를 마실 때 친구들과 했던 말이 '행주 빨은 맛'-.-;; 딱 그 맛이었던 것-물론 그 맛을 알 도리가 없지만;;). 솔직히 왜 이런 걸 마시지? 했었다는.  

그 후에 대학 들어가 마셨던 커피는 아메리카노라고 불렀던 아주 연한 커피였고 거의 보리차 같았던 그 커피가 진짜 커피라고 생각했었다(그것도 설탕 없이 마실 때는 밍밍하니 아무 맛도 없었는데). 그리고 요즘 들어 커피라고 하면 다들 아는 세계적인 브랜드 커피를 마셨던 것은 싱가폴 여행에서였다. 그즈음 이대 앞에 스타벅스가 들어 왔었고, 한국에서는 마셔보지 못하고 이름만 들었던 그 커피를 싱가폴 시내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야외 매장이 있는 스타벅스에서 마셨는데, 처음보는 커피 종류(?)와 뭔지도 모르는 단어들에 당황하여 얼떨결에 시켰던 게 아마도 '오늘의 커피'였을 것이다. 물론 두 모금도 못 마시고 남겼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입맛이 언제부터인가 점점 진한 원두에 맛들여지게 되고 이젠 에스프레소도 거뜬히 마실 수 있게 되자, 커피 사치를 부리게 되었다. 커피의 원산지를 찾게 되고 종류에 따라 맛을 느끼고 싶었고 커피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커피를 애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랬다. 모카포트는 기본이고,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을 제외하곤 집에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온갖 용도의 커피 용품들을 사서 사용을 해보기도 했다. 기껏해야 하루 두 잔 마시는 게 다인 주제에, 커피애호가도 아닌데도 그랬던 것. 그리고 지금은 핸드드립 커피에 매료되어 있는 상태인데…   

핸드드립 커피에 빠지다

핸드드립 커피에 빠지게 된 것은 순전히 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드립 커피를 마시기 전엔 드립 커피 역시 프레스에 만들어 마시는 커피처럼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지금 생각하니 아마도 프레스 커피를 잘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생각 같아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젤 입맛에 맞는 것 같았지만 가격이 장난 아니었고, 커피메이커는 부담스러웠으며, 모카 포트는 귀찮았고 프렌치프레스 종류는 맛이 별로였다. 그러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커피 루악'을 외치며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장면을 보고 앗, 저거야! 하고 외쳤던 것(사실은 더 이상 부릴 커피 사치가 없었던 것. 뭐 요즘은 네스카페의 캡슐 커피가 당기긴 하더라마는, 혼자인 주제에, 커피를 애정하지도 않으면서 그딴 사치는...)

편안하다는 이유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지만 원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마실 수 있는 커피였기에 처음으로 신선한 원두와 그렇지 않은 원두의 차이를 알게 되기도 했다. 누군가 가르쳐줘서라기보다는 드립으로 내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던 것. 또 우연히 들어간 블로그에서 핸드드립에도 기술이 있어 따르는 방법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라는 걸 알고선 설마? 라고 의심했는데 그냥 생각 없이 내리는 커피와 나름 방법에 따라 내리는 커피의 맛을 확인하고서야, 그럴 수 있구나 알게 되었던 것. 

예전엔 대충 한 달이 지나도 커피 메이커에서 내리는 커피를 마시면 그 맛이 그 맛이었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원두의 맛은 신맛과 쓴맛. 두 종류였고, 나는 신맛을 싫어하기에 시지만 않으면 좋았던 것 같다. 한데 핸드드립을 사용한 후부터 신맛과 쓴맛을 떠나 원두의 신선함과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눈으로 보면서 물을 부으니 자연적으로 신선한 원두를 알게 되었던 것. 책에 보면 보통 로스팅한지 3~7일 사이가 제일 맛있는 원두라고 하고 보름이 지나면 버려야 한다고 한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다 보니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다. 그걸 알고 나니 보름만 지나면 왠지 커피를 버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는(=.=;; 애호가도 아니면서;)  

또 요즘은 원두를 집에서 볶는게 유행인듯 내가 아는 사람들도 직접 원두를 볶아 내려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커피의 신선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어떠한지를 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예전처럼 그냥 커피면 커피라는 생각보다는 조금만 알면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한 몫 했으리라.  

이젠 커피도 일상이 되어 골목골목마다 자칭 바리스타들이 자리잡아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는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골라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커피 애호가들은 일부러 맛있는 커피를 마시겠다고 멀리 찾아가기고 하고, 핸드드립의 명인들을 찾아가 한 수 배우기도 한다. 가끔 커피를 마실 수 없는 곳에 가면 에스프레소든 핸드드립이든 원두의 향이 맡고 싶어 환장(!)할 때도 있는데 그만큼 커피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기호품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주말 동안 핸드드립에 관한 책을 읽으며 커피 생각이 많이 났었다. 한데 우연히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곳이 핸드드립 커피를 파는 곳이었고 색다른 핸드드립의 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보통 내가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것보다 훨씬, 진한 맛. 에스프레소보다는 스트롱에 가까운 맛이었다고나 할까. 핸드드립을 그 정도로 진하게 마시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맛이 좋았다. 그 바람에 속이 차 있지 않음에도 리필까지 해서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 잠을 설쳤다는(사실 커피와 잠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임에도 그랬다-.-;;)  

이리저리 누어도 잠이 오지 않아 책꽂이를 쳐다보다 눈에 들어온 책은 홍차에 관한 책. 커피에 관한 책을 읽고 나니 홍차에 관한 책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난 홍차도 좋아하고 있었던 것. 아, 홍차 이야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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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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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15: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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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eadersu > 책으로 아이들에게 말 걸기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고정원 선생님 강연

  

책으로 아이들에게 말 걸기 -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고정원 선생님 강연 
 

지난 2월 18일 마포 카톨릭청년회관에서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의 저자이신  고정원 선생님의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우리교육, 그리고 리더스가이드가 주최가 되어 열린 강연회인데 전날인 2월 17일에는 『부끄럽지 않은 밥상』의 서정홍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죠. 18일 고정원 선생님의 강연회에는 현직 선생님들이 많이 오셨더랍니다. 같은 '교실' 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처지이지만 '교실 안'과 '교실 밖'은 많이 다르겠죠? 선생님들 모두 고정원 선생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는 모습을 뒤에서 많이 지켜봤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책으로 아이들에게 말 걸기>였어요. 고정원 선생님이 늘 주장하시는 게 책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거죠. 만약 책을 싫어한다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인 책을 가지고 놀 줄을 모르는 아이일 뿐이지 책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구요. 곰곰 생각해보시면 고개가 끄덕여지실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럼, 사진을 보면서 그날의 강연을 간단하게 올려볼게요^^ 나름 열심히 트윗에 올린다고 올리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봤을지 모르겠어요. 좋은 책과 좋은 강연은 매번 욕심을 부리게 되어 여기저기 소개하게 되거든요. 아직도 이 책을, 강연을 못 들으신 분들이 있다는 게 미안해서 강연 내용 열심히 적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기억할지 모르겠어요^^;;;  

 

 처음 책을 내보자는 청탁을 받았을 때 선생님은 망설였다고 해요. 선생님이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교실 안'의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야기가 아니라 '교실 밖'에서 노는, 이른바 왕따이거나 문제학생이라 불리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아이들을 사례로 책을 낸다는 것은 그 아이들을 또 한번 아프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이야길 꼭 써달라는 아이도 있었고, 괜찮다며 선생님이 꼭 글을 쓰셔야 한다고 오히려 위로하고 힘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정원 선생님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해요. 대견한 아이들이죠?^^  

 

  

근데 그 아이들도 처음엔 사진 속에 나오는 말처럼 말을 걸면 저런 말을 했다네요. 죽~ 훑어보니 저도 어릴 때, 저런 말들을 한 기억이-.-;;; 그럼, 저도 문제아??(그랬다면 정말 잘 컸다!ㅎㅎ) 읽어보니 참 공감이 가는 말들이에요. 문제아와 모범생을 떠나서 제 주변의 반항하는 십대들에게서 잘 듣는 말들인 듯도 하고요. 보통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보자고, 책과 친해져보자고 말을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렇게 대답을 한대요.  

"못해요" - 움, 누구라도 처음엔 그럴 거예요. 해 본 적이 없으니 못한다고 하겠죠?
"안해요" - 당연, 안 하려고 하겠죠. 공부도 하기 싫은데 ㅎㅎㅎ
"몰라요" - 아는 게 없으니 당연히 모르는 게 정답!
"짜증나요" "왜 저만 해요" 등등 읽다 보니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만약 어른인 나에게도 누군가 접근을 해서 생전 처음보는 일을 하자고 하면 저런 말부터 나올...것...어어, 비유가 어째 쫌;; 

 

 

하지만 처음엔 거부반응을 보이던 아이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한답니다. 고정원 선생님을 만나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선생님이 참 맑습니다. 제가 '교실 밖' 아이라도 분명 친해지고 말 선생님이셔요. 한데 선생님은 걱정이 있었대요. 선생님 나름의 교육 방법으로 아이들과 책을 연결은 하지만 체계화된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하시는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는 거죠. 선생님의 교육 방법을 다른 선생님이 보시면 그렇게 말씀하신대요. "아이들에게 그렇게 대하지 마세요"-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었던 것 같아요-.-;; 이건 '교실 안 선생님'들이 바라봤을 때는 아이들을 더 버릇없게 만든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던 거죠. 하지만 고정원 선생님은 '교실 밖 선생님'인데 고지식한 선생님들처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는 거겠죠. 하지만 그게 걱정이셨대요. 나름의 교육방침이지만 다른 선생님에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공부를 하셨다네요. 자신의 교육방침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그렇게 공부를 해보니 선생님의 교육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대요.   

 

 

고정원 선생님은 방학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원봉사를 간답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이죠. 처음엔 아이들이 그런 곳에 간들, 자기들이 뭘 가르칠 수 있겠냐며 싫어한대요. 하지만 유치원생이나 초등생들과 어울리며 책도 읽어주고 만들기도 같이 하다 보면 다들 너무너무 열심히 가르치고, 어울리고 한다네요. 얘네들이 정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맞아?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요. 그리고 그곳에 가면 다들 얌전하고 말 잘듣는 영락없는 '착한' 학생들로 보이므로 자신들이 자원봉사하여 그곳에 있는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걸 보면, 문제아라고 소외받던 아이들 역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뿌듯해한답니다. 더구나 그곳 선생님께서 정말 착한 학생들이라고 칭찬을 하면 입이 귀에 걸린다고 하네요. 하긴 학교에선 만날 구박(!)만 받다가 칭찬을 받으니 그 아이들은 얼마나 좋았겠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런 이야길 들어보면 정말 세상에 문제아는 없는 거 같아요. 어른들이 방법을 잘 몰라서 아이들을 문제아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답니다. 왜냐, 똑같은 문제아인데, 왜 고정원 선생님에게 와서는 저토록 착한 아이들이 되는냐 말이죠.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도록 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아이들이 흥미를 끌만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답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책을 들고 와서 읽어보라는 둥 한다면 어떤 아이들도 네, 하고 순순하게 대답을 하진 않을 거라는 거죠. 그래서 선생님은 처음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모어나 만화 같은 것으로 일단 흥미를 끌은 다음 선생님이 읽었던 좋은 책들에 관한 이야길 들려준대요.(역시 처음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의 책들을!)  아주 재미있게...그러면 아이들이 반응을 보인답니다. 궁금하니까, 선생님 그 책 좀 가져다 주세요! 한다네요.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어느 새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다는! 맞아요. 무슨 일이든지 흥미가 있어야 진지해질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방학 때면 고정원 선생님은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간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놀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집에 있으면 게임이나 하고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 아이들 돈이나 뺏고(-.-). 저 위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 중에 "심심해요"가 어쩌면 포함되는 곳이 도시일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온갖 재미있는 놀이를 다 하며 놀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당췌, 집 밖으로 안 나가니(나간다 한들, 놀만한 공간도 없을 테고) 그러니 딴 생각만 하게 되고...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나가면 정말 잘 논답니다. 문자를 안 보내도, 게임을 하지 않아도, 돈이 없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 후에 그런대요. 정말 재미있다고! 벌써 집에 가냐고. 자연은 인간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는데 우리 인간은 자연에게 많은 것을 빼앗네욤. 생각해보니;;  

 

 

고정원 선생님은 어른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는데, 부모님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더러 나중에 자라 저도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하는데 "어이구, 선생님이 뭐가 좋아서"라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거죠. 어른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올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져야 아이들도 어떤 직업이든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서 존중하게 된다는 거죠. 소외되고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부모를 만나면 모든 부모님들이 직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대요. 돈을 못 버니까 나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게 나쁘다는 거죠. 즐겁게 자기 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거야말로 산교육이라는 사실. 건강한 부모 밑에서 건강한 아이가 자랄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지난 번에도 깨달았지만...아니, 늘 깨닫는 거지만 아이들이 잘못 되는 것은 그 아이들 책임이 아니라 1차적으론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사실!! 또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복지실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책은 <엄마 마중>이었대요. 그 책은 없어질 때마다 산 게 스무 권도 넘었을 거라고 하네요. 아이들은 읽은 책을 재밌게 이야기 해주면 80% 이상이 그 책에 대해 궁금해한다고 해요. <난 말이야> <첫사랑> 그리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같은 책들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우리 어른들, 아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아, 비행청소년, 왕따 같은 단어들은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에 책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는 사실!!! 우리 꼭 기억하자구요!^^ 




 

이어 밑에 사진은 열심히 사인하고 계시는 선생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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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ㅈ

내 책상 앞으로 찾아온 이 책
솔직히 표지나 제목을 봐서는 응, 뭐... 그래, 그런 책이군
(응? 어떤 책?) 하며  얌전히 쌓여 있을 책인데
아침에 괜히 눈에 들어와 표지를 들추고 봐버린
저자 소개에 그만 필(!) 통해버렸다.
와, 이젠 하다하다 저자소개에 통하기도 하는구나! -.-;;;
(그러거나 말거나, 책을 읽는다는 게 중요한 거얌) 

폴 콜린스 Paul Collins 잊힌 것들에 대한 따뜻한 기록자 

'잊힌 것들에 대한 따뜻한 기록자', 어쩜 이런 수식어가 붙는 저자라니! 이런 걸 보고도 이 사람이 안 궁금하다면 그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뭐, 제 취향입니다요^^;
 
암튼, 폴 콜린스는 '지독한 책벌레, 골동품 수집가이며 작가이자 교수란다. 그는 남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케케묵고 고루한 옛것이 아닌, 생생하고 재미나며 친근한 지금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데 관심이 많댄다. 

그가  펴낸 책들은 아래와 같다.

   

밴버드의 어리석음』 - 아무 이득도 바라지 않고 자기 이상에 몸을 바친 사람들, 능력보다 꿈이 앞선 사람들, 실패했지만 기억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식스펜스 하우스』에서는 버려진 고서들이 모이는 웨일스의 책 마을 헤이온와이로 모인 헌책들을(와,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네모난 못』에서는 자폐증(그의 아들이 자폐아이기도 하단다)이라는 말이 존재하기 전부터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했던 자폐인들의 발자취를, 『윌리엄의 책』에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첫 사절판의 뒤를 쫓는 이야길 다루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엔 "친구의 집을 전전하며 술에 절어 비참한 말년을 보내다 죽은 토머스 페인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토머스 페인, 그는 누구인가?
_ 움, 폴 콜린스에 필 받아 이젠 토머스 페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알아보기까지...역시 책은 지식을 알려주는 좋은 장난감이야-.-;;

 페인(1737~1809)은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 시기 미국의 사상가, 언론인, 저술가, 정치혁명가로서 미국 독립에 사상적 기초를 제공했고, 조지 워싱턴 등 미국 초기 정치지도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헥헥;; 그는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가난 때문에 일찍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으며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정치와 사회 제도의 모순을 깨달았다(1770년대에!!!!).
 
그는 저서인 『상식』을 통해 미국의 자주적이고 완전한 독립을 주장, 당시 지도자들조차 내전쯤으로 여기던 독립전쟁의 성격을 독립혁명으로 전환시켰다. 그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이는 지극히 '상식'이라고 주장했단다. 정부란, 인민을 위해, 인민에 의해 존재해야 하며, 인민의 당연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권력이 반드시 제한돼야 한다고 믿었단다. 그리하여 이 책 『상식』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당연하다!!!) 6개월 뒤 <독립선언문>이 나오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 뒤 페인은 프랑스로 건너가는데 그곳에서 『인권』이라는 책을 펴내 유럽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원인을 분석하고 계급의 대물림, 국가 권력, 부의 재분배, 인권, 평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단다. 헥헥;;; - 페인에 관한 자세한 소개는 각자 알아보시길,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1770년대에 이런 사람이 살았다뉘!!! 근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그 시대를 살고 있으니!!!
 

아무튼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은 그 토머스 페인에 관한 이야기를 폴 콜린스가 따뜻하게 기록을 했다는 거다. 제목이나 표지는 썩, 그다지 맘에 들지 않지만(-.-), 폴 콜린스가 풀어내는 페인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후세의 누군가가 이전 시대에 살았던 한 인물의 일대기를 뒤쫓아가며 그 인물을 이야기하는 형식의 소설들은 꽤나 많다. 픽션같기도 하지만 실제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논픽션. 이런 이야기들은 그래서 매우 흥미롭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물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인들, 그래야만 궁금해지기 때문인가?  그런 까닭에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토머스 페인을 잘 모른다는 사실(아니, 나만 몰랐던가?=.=;;), 하지만 이 책으로 말미암아 우린 토머스 페인이라는 인물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될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을 통해 상식이 상식으로 지켜지지 않는 이 시대에 상식을 지키기 위하는 방법을 하나쯤은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폴 콜린스의 독특한 문체는 "페인의 유골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하나씩 추적해가며 18세기 다양한 이상주의자들의 사연들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역사의 이면에 숨겨져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당시의 책, 신문기사, 잡지들을 이용해 되살렸다." 

"토머스 페인의 유골을 끈질기게 쫓으며 폴 콜린스는 독특하고 훌륭한 여러 이상가들의 삶을 펼쳐 놓을 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서 시도된 2세기 동안의 정치개혁의 역사를 재미나고 독특하고 깊이 있게 들려준다." _ 레이첼 코헨, 『우연한 만남』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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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테이블 - 프랑스 시골에서 만난 음식과 사람 이야기
제인 웹스터 지음, 차유진 옮김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모임에서 만난 친구 중 한 명이 올 여름 프랑스 근교로 몇 달 동안 여행을 간단다. 그곳에서 학교 다녔고, 프랑스에서 생활을 해 본 친구들은 죄다 프랑스를 그리워하는 터라 그 친구 역시 그저 다니러 가는가 보다 했는데, 서너 달 스튜디오를 빌려 프랑스에서 살아보기 같은 것을 해볼 작정이란다. '그곳에서 살아보기', 내가 허구한 날 꿈꾸는 여행이 그런 것인데 아직까지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데다 언제쯤에나 그 꿈을 이루어볼까, 한숨만 쉬던 차에 친구의 그런 소식을 들으니 부럽기도 하고 따라가고 싶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하다가 결국 책을 들었다. 언제나 늘 그렇듯이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난 여행 책을 읽었으니까. 한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찮게도 프랑스에 관한 책이었다. 그것도 그곳을 잊지 못해 아예 살기 위해 떠난 한 가족 이야기.

<프렌치 테이블>의 저자 제인 웹스터는 호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오랜 세월 동안 프랑스 문화와 요리에 관심을 가졌었단다.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다니던 학교마저 그만두고 카페를 열 정도로 프랑스를 사랑하던 그녀, 결국엔 파리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보스구에의 성을 하나 사서 가족을 이끌고 호주를 떠나온다. 그녀의 꿈은 그 성에서 "프렌치 테이블 투어"를 시작하는 것. 와우!!

제인은 보스구에의 오래된 성을 사서 손수 쓸고 닦으며 성을 가꾸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 호주 멜버른의 도시생활에 익숙했던 제인과 가족들, 처음엔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염려도 했겠지만 호주의 집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나게(!) 큰 집에서, 마을의 공원 안에 성이 있는 덕분에 가진 넓은 정원(!)과 큰 나무들을 보며 사는 일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을 것이다. 하긴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면 회색빛의 건물들이 보이는 게 아니라 들판이 보이고 꽃이 피어 있는 사과나무와 길게 뻗은 울타리가 보이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꿈이 아닐까,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겠다.

<프렌치 테이블>은 제인 가족이 프랑스에 거주하며 보낸 일 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일 년은 제인이 기획한 "프렌치 테이블 투어"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다. 투어의 시작을 위해 노르망디 시골마을 보스구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생활한 이야기들이 가득이다. 아름다운 노르망디의 풍경 외에도 프랑스 요리에 심취한 제인답게 제인이 선보이는 계절별 요리들은 입맛을 돋우고도 남는다. 그런 까닭에 여행만큼이나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책을 보며 어떻게 나도 한번 만들어봐? 실천하지도 못할 상상만 해댔다.

안 그래도 주변에 프랑스를 못 잊는 사람들이 많아, 도대체 그곳이 얼마나 좋았기에 다들 이 난리인가, 했는데 <프렌치 테이블>을 보니 보스구에의 성엔 한번 가보고 싶기도 하다. 파리에서 겨우 5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는. 프랑스가 좋아 프랑스에 살러 간 사람들이 모두 제인처럼 성공하고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를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책을 처음 읽으면서 <프렌치 테이블>과 비슷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책 역시 북노마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고, 내 기억으론 역시 호주에 사는 한 가족이 프랑스로 살러 온 이야기였던 것 같았다. 혹시 이 책은 그 책의 개정판인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것 외엔 일치되는 것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책을 찾아봤다. <마이 프렌치 라이프>, 이 책의 가족들은 프로방스로 떠났다. 제인이 파리 근교의 성을 사서 들어간 반면 호주 시드니에서 잘 살고 있던 비키 아처는 프로방스 생 레미의 농장을 사서 들어갔다. 비키 역시 생 레미의 오래된 농장을(17세기에 지은) 사서 수리하고 청소하여 들어갔다고 한다. 2천 그루가 넘는 농장의 사과나무와 배나무, 올리브나무까지 돌봐야 하는 처지였지만 비키는 운명이고 축복이었다고 하니, 제인도 비키도 어쩌면 전생에 프랑스 인이었는지도 몰라.

아무튼, 프랑스로 떠나는 친구의 부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택한 책으로 말미암아 머무는 여행, 그곳에서 살아보기에 대한 욕망만 잔뜩 더 쌓이고 말았다는 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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