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구입하고 선물 받고 슬쩍한 책과 빌려 읽는 책들이에요. 무한 관심이 있던 책들이라 오늘 한자리에 모아봤어요. 어린이 책에서부터 소설, 산문, 여행, 시집. 이렇게 모을려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일주일 사이에 요렇게 생겨버렸네요. 바로 이 책들이에요. 궁금*10000이었던 책들!!!
저는 고모입니다. 여자형제가 없어서 이모라는 소릴 해 줄 조카가 없어요. 있다면 친구들의 아이들?! 근데 다들 고모를 싫어해요. 그건 아마도 시누이라 불리는 아내들이 '시'자만 들어가도 지긋지긋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난 아직 미혼이라 그 감정이 어떤건지 잘 몰라요. 저는 정말 좋은 고모이니까요! 캬캬. 암튼, 온통 고모보다 이모가 많은 세상에서, 좋은 고모는 하나도 없는 이 불합리한(!) 세상에서 고모가 좋아요! 하고 나오는 책을 만났으니, 더구나 '잔소리쟁이'지만 고모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검색을 해보니 세상에 딱 두 권 검색이 되더군요. 뭐, 이모도 그다지 많지는 않더라마는ㅋ)이니 어찌 안 읽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오랫만에 어린이 책을 읽었답니다.
『잔소리쟁이 고모가 좋아』에 나오는 조카 녀석들은 이래라 저래라 '옳은' 말만 하는 고모를 잔소리쟁이라고 놀립니다. 고모인 내가 보기엔 정말 멋진 고모인데 말이죠. 어떻게 멋지냐구요? 조카랑 놀아주기 위해 오지요, 조카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도 사다 주지요, 맛있는 요리도 해주지요, 고모들은 다 이렇다니깐요. 그래도 욘석들, 고모가 싫다고 투덜투덜. 근데 고모랑 며칠 지내고 나서는 "이제는 고모가 좋아요!" 하고 외치고 말죠. 왜 그랬을까요? 궁금하지 않아요? ㅋㅋ 자자, 그러니까 세상의 시누이님들, 고모들이 얼마나 멋진지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설명 쫌! 해주라구요.=.=
며칠 전에 허수경 시인의 낭독회에 다녀왔어요. 오늘도 정독 도서관에서 낭독회를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은 낭독회였어요. 시인들의 시 낭송은 세상 그 어떤 노래보다 아름답더라구요. 그리고 시를 왜 낭송해야 하는지 알게 된 자리이기도 했고요. 왜냐면 그날 그 자리에 많은 시인들이 왔고 그 시인들이 낭송하는 시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많은 시인들도 처음 봤지만 각각의 목소리로 듣는 낭송도 참 좋더라구요. 그 중에 한 분이셨던 김경미 시인.
그날의 주인공은 허수경 시인이라서 김경미 시인의 시집을 들고 가진 못했어요. 들고 가서 사인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시집이니 산문집이니 전작을 죄다 들고 와 사인을 받는 친구를(그 친구는 김경미 시인에게 홀릭한 친구) 보며 괜히 억울해 했다나 어쨌다나. 난 겨우 한 권밖에 안 가지고 있었으면서. 근데 그걸 왜 안 가져 간거지? 언제 또 만날 수 있을려고? 어쩌고저쩌고. 사실, 소설가는 그래도 새 책 내고 한번씩 만나는 자리가 있는데 시인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넘넘 아쉬웠답니다.
암튼, 그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같이 집으로 와서 친구가 받은 시집을 구경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최근의 시집도 너무 좋았는데, 그 친구가 가진, 십 년도 더 된 시집에 자꾸 눈길이 가는 거예요. 들어보니 작년에 2판 2쇄로 나왔다는데 품절되어서 어렵게 구했다며 출판사에 연락해야 받을지도 모른다더군요. 그래서 에잇, 나중에 중고서점을 뒤져볼테다. 하고 포기를 했다가 혹시 알라딘 중고서적에 있을지도 몰라 하고 검색을 하니 어랏, 그 시집이 있는 거예요. 품절은 무슨(하면서도 혹시 사라질까봐 잽싸게 구입 ㅋ), 바로 이 시집입니다. 김경미 시인의 오래된 시집 『쉿, 나의 세컨드는』오늘 도착한 이 시집은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읽을 생각이랍니다. 밑줄 좍좍 그으며!!
그리고 그 날(그러니까 이건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허수경 시인의 낭독회에서 본 작가, 시인들의 책을 지금 포스팅 할 생각이니) 행사가 되기 전, 커피숍에서 김연수 작가와 김중혁 작가를 만났더랬어요. 같이 있던 친구가 그러더군요. "와, 나는 언제나 카페 같은 데서 작가를 만나보나 했는데 이렇게 만나기도 하는군요!" 사실 그곳에는 행사 하기 전에 허수경 시인과 그날 낭송을 위해 온 시인들이 가득 있었음에도, 우리의 친구님께서는 온리 작가 킴들에게만 관심이 있는 까닭에. 아무튼 그들이 쓴 여행에 관한 산문집 이야길 하고 싶어서예요. 바로 이 책 『낯선 땅에 홀리다』 이 책은 동생 집에 갔더니 테이블에 얌전히 있더군요. 조카에게 고모가 가져갔다고 해라 하고선 슬쩍 가방에 넣어가지고 온 책이랍니다 ㅋㅋ
표지 사진이 넘 맘에 들었는데 김연수 작가가 찍은 사진이라고 해요. 책 속의 글들은 어느 잡지에 실린 글들인 듯 좀 가볍긴 한데 가벼우면 가벼운대로 작가들이 느낀 그곳에서의 감정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이 책엔 그날 봤던 김중혁 작가와 김연수 작가 그리고 낭송을 위해 왔던(와, 이분의 낭송은 정말! 멋졌어요.ㅎ) 함성호 시인의 글도 들어 있어요. 그 외에 나희덕, 박성원, 성석제 등등 작가와 시인들이 이베리아 반도에서부터 유럽, 네팔 캄보디아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영혼을 홀린 이야기들이 들어 있답니다.
또 그 날(그러니까 이건 우연이라니까요^^)은 주인공이었던 허수경 시인의 소설책이 처음으로 빛을 보던 날이었어요. 얼마 전에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읽으며 그녀를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던 이유가 된 글 "우울했던 소녀"를 읽으며 참 맘에 와 닿았었는데 그 달디단 단팥빵을 좋아하는 뚱뚱한 소녀가 나오는 이야기 『아트란티스야, 잘 가』가 턱하니 진열되어 판매를 하고 있더군요. 근데 그 책을 같이 간 친구가 선물이라며 사 주더라구요. 이런 횡재가!
낭독회날의 허수경 시인을 보면 절대로 단팥빵 먹던 뚱뚱한 소녀가 상상되지 않지만 자신의 어릴 적 캐릭터가 나오고 또 그녀가 살았던 남해의 도시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아틀란티스야, 잘 가』라는 책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더라구요. 이전에 읽은 산문집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쩐지 고향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어릴 때 기억들, 미미=경실, 그 나이 때의 나, 얼른 읽어보고 싶은 책이랍니다.
우리가 아틀란티스에 가 닿게 된다면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것이며, 그러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아프게 아프게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그곳이다. 이제는 아틀란티스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매일매일 거울 저 너머로 다른 세계를 갈망했던 나에게, 그 세계에서 따뜻했으면, 오래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아틀란티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내가 갈망하였고, 갈망하자마자 부서져버렸던 세계가 통째로 들어 있어 놀랍고도 반가웠으며 또 한편 섬뜩했다. 『아틀란티스야, 잘 가』는 그때의 시절들을 어슬렁거리며 아파했던 나에게, 당신에게 ‘반창고’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밤을 밝히며 지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품고 있으려니 슬며시 냄새가 풍긴다. 참 진하다. 이 강렬한 허기의 냄새! 이 강렬한 허수경, 당신의 냄새!(이병률 시인의 추천사)
그리고 드디어 구입하게 된 하루키의『먼 북소리』, 오래 전에 동생의 책을 빌려 읽은 것 같기도 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얼마 전에 트윗에서 하루키의 책을 들었다는 분의 글을 읽으며 어떤 책인지 궁금해했더니 이 책을 말해주더라구요. 한데 우연찮게도 알라딘에서 어제 50%씩이나 할인을 해서 팔고 있지 뭐예요. 안 그래도 이 책은 다들 좋다고들 해서 언젠가는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건 구입을 하라는 계시구나 싶어 얼른 사버렸답니다.
하루키의 문체야 워낙 좋아하니 재미있을 테고, 좋아하는 여행에 관한 책이니 더더 좋을 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문제는 언제쯤 읽게 될지, 그걸 모른다는 거죠. 아마도 책을 수집(!) 하는 모든 독자들이 그럴 것이라는^^ 한데 이 책은 판형도 그렇고 폰트체도 그렇고 당장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걸요. 표지는 뭐 썩 그다지 끌리지 않지만^^
이 책은 '어디선가 들려온 먼 북소리에 이끌려 3년 동안 유럽을 여행한'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그의 진지한 내면세계가 이국적인 일상과 함께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고 하니 기대되는 군요. 아, 그러고 보니 하루키의 여행서 중에 그리스와 터키에 관한 글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런 책도 있었나?? 검색해보니 있네요. 그 책은 사실 좀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아마 이 책은 읽을 생각도 안 했었나보다. 어쨌든, 『먼 북소리』는 다들 좋다고 하니 재밌게 읽어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