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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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예고편을 보면서 궁금하던 차에 만났던 소설이다. 책을 잡자마자 놓을 수 없는 것이 스릴러 추리 소설인 셈인데 이 책 역시 그랬다. 도대체 이 남자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저히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뒤로 갈수록 뭔가 해결점이 보여야 하는데 이 책은 갈수록 태산이었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스포일러는 절대로 안 된다고 광고를 한다. 책을 덮고 나니 그렇다. 스포일러가 알려지면 이 책은...

식물학자인 주인공은 교통사고가 난 뒤 의식불명인 채 몇 주를 보내고 마침내 정신이 돌아와 집으로 돌아가지만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와 같이 살면서 주인공을 미친 놈 취급을 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것. 도플갱어도 아니고 어찌하여 나와 똑같은 기억과 추억을 공유한 인간이 있단 말인가, 음모라고 생각하고 아내의 배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데...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코마였다. 코마 상태에 있다가 깨어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책을 다 읽고 나니 아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더 이상 얘기하면 재미가 없으므로 검색어로 "언노운의 결말"따윈 치지 말고 부디 읽어보길 바란다. 영화보단 역시 책이 훨씬 흥미롭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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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2-2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만 봤어요.^^
원작소설이 훨씬 재미있을 거 같아요.
대개 그렇듯이요.
코마에서 깨어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기억의 가변성, 존재증명의 방법..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책으론 더 상세하고 밀도있을 것 같아요.

readersu 2011-02-22 21:5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영화보단 소설이 좋겠죠? 그래도 시각적으론..영화가!!
코마가 좀 더 개입(?)을 했더라면..아쉬운 생각이 들었어요^^
 
심야식당 6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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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6>이 나온 걸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야 알았다. 그동안 비슷한 모양을 한 다른 책들이 많았던지라 아마도 그러려니, 잊고 있었나보다. 지난 달에나 책이 새로 나온 걸 알고 어찌나 기뻤는지. 내친 김에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다는 드라마 판 [심야식당]까지 같이 봐버렸다. 드라마를 먼저 본 친구들이 만화만큼 재미있다고 해주었기 때문. 만화로 보는 것과 드라마에서 직접 요리를 보여주는 것과 또 다른 맛이 날 것 같았기에. 역시 드라마로 보니 훨씬 시각적이긴 했다. 또 어쩜, 만화 속 마스터와 그리도 비슷한 배우를 골랐는지. 포스 강한 마스터의 이미지가 매우 맘에 들었다. 더구나 꽤나 일본스러운 드라마는 그래서 더 좋았다고나 할까.
 
다른 만화도 많은데 유독 <심야식당>을 좋아라 하는 나만의 이유는 뭘까, 혼자 곰곰 생각해봤다.  다른 요리 관련 만화들처럼 요리 레시피(뭐, 요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를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들이 단단하게 뭉쳐져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딱 만화처럼 이야기도 요리도 나오는데 왜 끌리는 걸까(이건 오로지 내 느낌이 그렇다는;;)? 한참을 생각하지 않아도 그 이유는 <심야식당>의 요리들이, 아니 음식이라고나 할까, 그것들이 추억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요리라고 하기엔 남세스러운 음식들이다. 버터 라이스니 후리가케, 비엔나 소시지나 만두, 심지어는 통조림을 사용하는 것들을 '요리'라고 할 수는 없을 테니. 한데 그 요리들이 눈을 끈다.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고 즐거움을 준다. 그 요리들로 인해 추억하는 많은 이야기들은 누구나 한번쯤 오래 전에 먹었던 어떤 음식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심야식당>은 그걸 알려주는 것 같다. 그 아무리 비싸고 좋은 요리라고 해도 추억을 가진 음식만큼 좋은 요리는 없다는 것을. 

만화를 보면서 우리가 일본과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일본의 잔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비슷한 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 그들이 먹는 음식들 중에 어째 지금도 내가 먹는 것이 있고, 나도 어릴 때 먹었던 음식들이 있는 건지.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문화적 지배(?)라는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뭐 암튼, 그건 그렇고 <심야식당>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입맛 당기는 요리들은 당장 만들어먹을 수 있었다는 것. 계란말이라든가 포테이토 샐러드, 문어 모양의 비엔나 소시지. 심지어는 라면까지! 너무나 간단하여 냉장고 열어 대충 뚝딱이면 만들 수 있는 요리들^^ 그래서 드라마와 만화를 한 편씩 보자마자 재료들이 있는지 냉장고를 열어보고 만들어 먹어본 것은 당연. 특히 드라마에선 대충(정말 대충) 마지막 엔딩 크레딧 올라가기 전에 나름 레시피와 요리법을 가르쳐주는데 별 것 없지만 꼭 해보고 싶은 욕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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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엄마들은 생긴 모습은 다를지언정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리고 자식이라는 존재들은 오늘도 또 날카롭고 긴 못을 엄마들의 가슴에 박아 넣고 있을 것이다. 못 박히고 박는 관계, 어쩌면 이것이 피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지도 모른디. 어리석게도 우리들은 그 못이라는 존재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임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평생 엄마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더라도, 그녀 곁에 있는 나라는 존재가 그 상처에 바르는 빨간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다짐해본다. 내일은 좀더 효과가 좋은 빨간약이 되어 보자고.-『100인의 책마을』_엄마의 가슴에는 빨간약이 필요하다(김민경) 중에서

엄마를 생각하면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일 겁니다. 같이 있으면 친구처럼 티격대고 떨어져 있으면 너무나 그립고 다시 만나면 또 다시 티격대고. 그래도 우리는 엄마에게 빨간약이 될 수 있는 존재들. 김민경 님처럼 가능하면 '효과 좋은 빨간약'이 되면 좋겠어요. 곧 설날입니다.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한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 엄마 생각이 나서 책을 찾다가 『100인의 책마을』에 들어 있는 글을 읽었고 그 글 뒷쪽에 실린 책수다에 <문학 속에서 만난 가족> 이란 주제로 책을 소개한 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아무튼, 이번 설날엔 별 것도 아닌 일로 엄마에게 '대들지' 말고(^^), 형제들하고도 엉뚱한 이야기로 다투는 일 없이 화목한 연휴가 되시기를, 다들!^^   

 

'나'를 시작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삶을 총망라했다.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이 증언이나 문헌상의 정보 등을 토대로 한 묘사라서, 보는 사람은 규모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개인을 넘어 가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현대사를 알려 준다._정군 

이 책은 나도 읽었다. 『마당 깊은 집』을 워낙 좋아한 터라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삼대의 가족사'라는 문구와 김원일이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읽게 된 작품이라고나 할까. 그때 읽고 쓴 리뷰의 한 토막은 이렇다. 강재필에게 가족은 부끄러운 존재들이다. 독립운동을 한 할아버지 역시 알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관동군 731부대에서 하수인 노릇을 하였고, 그 속죄로 좌익의 길로 들어섰다가 당국에 요주의 인물로 찍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중국어 통역관 노릇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소일하면서 생을 마감한다. 그에 비하면 더 보잘것없는 아버지 강천동은 몸집만 클 뿐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화자인 강재필과 많이 닮아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강간하여 아내로 들여앉히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강재필과 고향으로 온 어머니는 사고로 사람을 죽인 강천동이 감옥살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정신병 초기 증상을 보이며 방구석에서 꼼짝 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고 공포심에 사로 잡혀  마흔 살도 못 되어 요양소에서 거식증으로 죽고 만다.  이 책은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꼴인 삼대의 생과 함께 묘사된 우리 현대사 백 년의 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상적이지 못한 아이가 집안에 있음으로 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이 시작되는지 이 책은 잔인하게 기록해 간다.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들어 가며 고통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지만, 주인공 벤으로 인해 소소한 일상의 평화가 얼마나 처절하게 깨지는지를 세세하게 드러냈다._태극취호 

부모란 무엇일까, 나름 아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사람들이 부모이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의 리뷰에 나는 이렇게 썼다. 섬뜩하고 무섭고 왜? 라는 의문부호만 생각이 난다. 아이란 가정환경과 사랑에 의하여 성격이 형성된다고 생각했는데 유전자가 그걸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바꾸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유전자가 있으면 태어나서도 엄마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바꾸어지지 않는 것인가???? (오래된 리뷰를 보니 그 참;;;) 평범한 부부, 아이가 좀더 많은 행복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를 낳았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물론 소설이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법. 특히나 요즘처럼 이상 소견이 많은 환경에서 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둥지 속의 동상이몽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우리가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점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가족은 가장 많은 공간을 함께 하고,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많지만, 늘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_비이 

줌파 라히리의 소설은 정말이지 별 거 없다. 그냥 소소하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매력이다. 읽기 시작하면 미칠 듯이 빠져든다. 표제작인 「그저 좋은 사람」에서 보여주는 이민자 가족의 삶은 우리가 여태껏 보아온 우리 이민자들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고, 손자는 좋으면서 딸과의 관계를 버거워하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내고 다른 여자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지만 결국엔 이해를 하고 마는 딸의 이야기를 다룬 「길들지 않은 땅」이나 평생 가족을 위해 살며 자기만의 비밀을 하나 간직하고 사는 우리네 엄마와 다를 바 없는 인도 엄마의 모습을 다룬 「지옥-천국」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들이다. 또 한때 좋아했던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았지만 그걸 기회로 부부만의 즐거운 여행을 꿈꾼 부부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결혼 생활의 회의였던 「숙박시설의 선택」, 그리고 독특한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아무도 모르는 일」과 연작으로 풀어낸 「헤마와 코쉭」의 인생은 어린 시절에 잠시 함께 보냈던 남녀가 오랜 시간이 지나 해후를 하지만 결국엔 삶을 같이 하지 못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삶과 죽음, 결혼, 연애와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자연스럽게 접근을 하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가 자신이 이민 세대라서 그랬을까,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접근을 가족과 같은 주변인들을 통해 들려주는데 정말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 외,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12살 진희라는 소녀를 통해 어른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성장소설로서 여러 사람들의 감정을 드나들며 표현하는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나름대로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새의 선물』_텅빈하늘  

세상에는 갚아도 절대 다 갚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부모님의 사랑이다. 처음부터 보상을 바라지 않고 베푼 사랑에는 우리가 살맛 나게 하는 진실이 담겨 있다. 그 사랑은 언제나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된다. 내가 한 그루의 나무라는 것을. 또한 내 나무 옆에는 늙은 나무 두 그루가 서 있음을.『허삼관 매혈기』_티티새 

배 속에 아기가 생긴 후 나는 눈물이 많아졌다. 문득 엄마가 된다는 것이 '눈물'과 관련이 있을까 싶었다. 아낌 없이 다 주고 난 후에도 자식을 위해 흘릴 눈물이 남아 있었던 것일까? 자신을 외면하는 자식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정작 자신의 부모님께는 해 드릴 수 있는 게 자꾸만 줄어든다.『눈으로 하는 작별』_빛나는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행동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에 적극 동감한다. 마지막 반전을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놀랍다. 또 마지막까지 정신 못 차리느 녀석와 엄마. 자신의 아이라면 왕처럼 받드는 요즘 엄마들을 생각하면 비웃을 일이 아니다.『붉은 손가락』_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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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구입하고 선물 받고 슬쩍한 책과 빌려 읽는 책들이에요. 무한 관심이 있던 책들이라 오늘 한자리에 모아봤어요. 어린이 책에서부터 소설, 산문, 여행, 시집. 이렇게 모을려고 의도한 것은 아닌데 일주일 사이에 요렇게 생겨버렸네요. 바로 이 책들이에요. 궁금*10000이었던 책들!!! 


저는 고모입니다. 여자형제가 없어서 이모라는 소릴 해 줄 조카가 없어요. 있다면 친구들의 아이들?! 근데 다들 고모를 싫어해요. 그건 아마도 시누이라 불리는 아내들이 '시'자만 들어가도 지긋지긋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난 아직 미혼이라 그 감정이 어떤건지 잘 몰라요. 저는 정말 좋은 고모이니까요! 캬캬. 암튼, 온통 고모보다 이모가 많은 세상에서, 좋은 고모는 하나도 없는 이 불합리한(!) 세상에서 고모가 좋아요! 하고 나오는 책을 만났으니, 더구나 '잔소리쟁이'지만 고모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검색을 해보니 세상에 딱 두 권 검색이 되더군요. 뭐, 이모도 그다지 많지는 않더라마는ㅋ)이니 어찌 안 읽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오랫만에 어린이 책을 읽었답니다.

잔소리쟁이 고모가 좋아』에 나오는 조카 녀석들은 이래라 저래라 '옳은' 말만 하는 고모를 잔소리쟁이라고 놀립니다. 고모인 내가 보기엔 정말 멋진 고모인데 말이죠. 어떻게 멋지냐구요? 조카랑 놀아주기 위해 오지요, 조카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도 사다 주지요, 맛있는 요리도 해주지요, 고모들은 다 이렇다니깐요. 그래도 욘석들, 고모가 싫다고 투덜투덜. 근데 고모랑 며칠 지내고 나서는 "이제는 고모가 좋아요!" 하고 외치고 말죠. 왜 그랬을까요? 궁금하지 않아요? ㅋㅋ 자자, 그러니까 세상의 시누이님들, 고모들이 얼마나 멋진지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설명 쫌! 해주라구요.=.= 

 

며칠 전에 허수경 시인의 낭독회에 다녀왔어요. 오늘도 정독 도서관에서 낭독회를 한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은 낭독회였어요. 시인들의 시 낭송은 세상 그 어떤 노래보다 아름답더라구요. 그리고 시를 왜 낭송해야 하는지 알게 된 자리이기도 했고요. 왜냐면 그날 그 자리에 많은 시인들이 왔고 그 시인들이 낭송하는 시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많은 시인들도 처음 봤지만 각각의 목소리로 듣는 낭송도 참 좋더라구요. 그 중에 한 분이셨던 김경미 시인.  

그날의 주인공은 허수경 시인이라서 김경미 시인의 시집을 들고 가진 못했어요. 들고 가서 사인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시집이니 산문집이니 전작을 죄다 들고 와 사인을 받는 친구를(그 친구는 김경미 시인에게 홀릭한 친구) 보며 괜히 억울해 했다나 어쨌다나. 난 겨우 한 권밖에 안 가지고 있었으면서. 근데 그걸 왜 안 가져 간거지? 언제 또 만날 수 있을려고? 어쩌고저쩌고. 사실, 소설가는 그래도 새 책 내고 한번씩 만나는 자리가 있는데 시인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넘넘 아쉬웠답니다.  

암튼, 그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같이 집으로 와서 친구가 받은 시집을 구경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최근의 시집도 너무 좋았는데, 그 친구가 가진, 십 년도 더 된 시집에 자꾸 눈길이 가는 거예요. 들어보니 작년에 2판 2쇄로 나왔다는데 품절되어서 어렵게 구했다며 출판사에 연락해야 받을지도 모른다더군요. 그래서 에잇, 나중에 중고서점을 뒤져볼테다. 하고 포기를 했다가 혹시 알라딘 중고서적에 있을지도 몰라 하고 검색을 하니 어랏, 그 시집이 있는 거예요. 품절은 무슨(하면서도 혹시 사라질까봐 잽싸게 구입 ㅋ), 바로 이 시집입니다. 김경미 시인의 오래된 시집 『쉿, 나의 세컨드는』오늘 도착한 이 시집은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읽을 생각이랍니다. 밑줄 좍좍 그으며!! 

 

그리고 그 날(그러니까 이건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허수경 시인의 낭독회에서 본 작가, 시인들의 책을 지금 포스팅 할 생각이니) 행사가 되기 전, 커피숍에서 김연수 작가와 김중혁 작가를 만났더랬어요. 같이 있던 친구가 그러더군요. "와, 나는 언제나 카페 같은 데서 작가를 만나보나 했는데 이렇게 만나기도 하는군요!" 사실 그곳에는 행사 하기 전에 허수경 시인과 그날 낭송을 위해 온 시인들이 가득 있었음에도, 우리의 친구님께서는 온리 작가 킴들에게만 관심이 있는 까닭에. 아무튼 그들이 쓴 여행에 관한 산문집 이야길 하고 싶어서예요. 바로 이 책 『낯선 땅에 홀리다』 이 책은 동생 집에 갔더니 테이블에 얌전히 있더군요. 조카에게 고모가 가져갔다고 해라 하고선 슬쩍 가방에 넣어가지고 온 책이랍니다 ㅋㅋ  

표지 사진이 넘 맘에 들었는데 김연수 작가가 찍은 사진이라고 해요. 책 속의 글들은 어느 잡지에 실린 글들인 듯 좀 가볍긴 한데 가벼우면 가벼운대로 작가들이 느낀 그곳에서의 감정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이 책엔 그날 봤던 김중혁 작가와 김연수 작가 그리고 낭송을 위해 왔던(와, 이분의 낭송은 정말! 멋졌어요.ㅎ) 함성호 시인의 글도 들어 있어요. 그 외에 나희덕, 박성원, 성석제 등등 작가와 시인들이 이베리아 반도에서부터 유럽, 네팔 캄보디아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영혼을 홀린 이야기들이 들어 있답니다. 

 

또 그 날(그러니까 이건 우연이라니까요^^)은 주인공이었던 허수경 시인의 소설책이 처음으로 빛을 보던 날이었어요. 얼마 전에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읽으며 그녀를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던 이유가 된 글 "우울했던 소녀"를 읽으며 참 맘에 와 닿았었는데 그 달디단 단팥빵을 좋아하는 뚱뚱한 소녀가 나오는 이야기 『아트란티스야, 잘 가』가 턱하니 진열되어 판매를 하고 있더군요. 근데 그 책을 같이 간 친구가 선물이라며 사 주더라구요. 이런 횡재가! 

낭독회날의 허수경 시인을 보면 절대로 단팥빵 먹던 뚱뚱한 소녀가 상상되지 않지만 자신의 어릴 적 캐릭터가 나오고 또 그녀가 살았던 남해의 도시 이야기가 들어 있으니『아틀란티스야, 잘 가』라는 책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더라구요. 이전에 읽은 산문집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쩐지 고향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어릴 때 기억들, 미미=경실, 그 나이 때의 나, 얼른 읽어보고 싶은 책이랍니다.   

우리가 아틀란티스에 가 닿게 된다면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될 것이며, 그러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아프게 아프게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그곳이다. 이제는 아틀란티스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매일매일 거울 저 너머로 다른 세계를 갈망했던 나에게, 그 세계에서 따뜻했으면, 오래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우리에게 이 소설은 아틀란티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는 내가 갈망하였고, 갈망하자마자 부서져버렸던 세계가 통째로 들어 있어 놀랍고도 반가웠으며 또 한편 섬뜩했다. 『아틀란티스야, 잘 가』는 그때의 시절들을 어슬렁거리며 아파했던 나에게, 당신에게 ‘반창고’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밤을 밝히며 지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품고 있으려니 슬며시 냄새가 풍긴다. 참 진하다. 이 강렬한 허기의 냄새! 이 강렬한 허수경, 당신의 냄새!(이병률 시인의 추천사)

그리고 드디어 구입하게 된 하루키의『먼 북소리』, 오래 전에 동생의 책을 빌려 읽은 것 같기도 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얼마 전에 트윗에서 하루키의 책을 들었다는 분의 글을 읽으며 어떤 책인지 궁금해했더니 이 책을 말해주더라구요. 한데 우연찮게도 알라딘에서 어제 50%씩이나 할인을 해서 팔고 있지 뭐예요. 안 그래도 이 책은 다들 좋다고들 해서 언젠가는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건 구입을 하라는 계시구나 싶어 얼른 사버렸답니다.  

하루키의 문체야 워낙 좋아하니 재미있을 테고, 좋아하는 여행에 관한 책이니 더더 좋을 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문제는 언제쯤 읽게 될지, 그걸 모른다는 거죠. 아마도 책을 수집(!) 하는 모든 독자들이 그럴 것이라는^^ 한데 이 책은 판형도 그렇고 폰트체도 그렇고 당장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걸요. 표지는 뭐 썩 그다지 끌리지 않지만^^   

이 책은 '어디선가 들려온 먼 북소리에 이끌려 3년 동안 유럽을 여행한'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그의 진지한 내면세계가 이국적인 일상과 함께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고 하니 기대되는 군요. 아, 그러고 보니 하루키의 여행서 중에 그리스와 터키에 관한 글을 읽었던 것 같은데, 그런 책도 있었나?? 검색해보니 있네요. 그 책은 사실 좀 별로였거든요. 그래서 아마 이 책은 읽을 생각도 안 했었나보다. 어쨌든, 『먼 북소리』는 다들 좋다고 하니 재밌게 읽어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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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의 중국식당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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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듣고 있었다. 문학소녀도, 시를 '억수로' 좋아하는 소녀도 아니었기에, 늦게 아주 늦게 이름을 들었다. 그것도 시를 통해서라기보다는 지인을 통해서 듣고, 유명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시인들이 더 많은 동석 자리에서 들었고, 신경숙 쌤과 만난 자리에서도 들었다. 그럴 때도 그냥 그랬다. 아, 독일에 있나 보다. 아, 시인인가 보다. 아, 나처럼 눈이 작은 사람인가 보다. 근데 도대체 누구인가, 그녀 허수경. 

지난 여름 시에 살짝 홀릭을 하고 말았다. 줄기차게 소설만 읽어대던 내가 시를 읽었다. 뭘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내 맘을 흔들기에 받아들였다.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아 내 맘을 흔들어대는 시집들을 사고, 그 시집을 들고 다니며 읽고 또 읽고 그러면서도 허수경 시인의 시집을 만나지는 못했다. 시집을 추천해주는 친구가 '눈매만은 미친 듯 타오르는 유월 숲 속 같'다는 그 사내 이야길 올려줘도, 킥킥거리며 당신을 불러대는 시를 들려줘도 시큰둥하던 차에 이 책, 『길모퉁이 중국식당』을 만났다. 난 시인의 산문집을 좋아한다. 어쩌면 시인들의 무한한 감정의 표현을 부러워하는 지도 모르겠다. 난 그렇게 못하니까, 사람은 자기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니까.    

그녀가 고고학을 공부하러 독일로 갔다는 것은 책을 펼치고서야 알았다. 시인과 고고학이라닛, 어쩜 이리도 안 어울리는 조합일까 싶었는데 글을 읽는 내내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고학은 내가 생각하듯, 아니 우리가 영화에서나 보았듯이 멋진 일은 아니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시골 마을로 가서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마주하며 하루종일 땡볕에 앉아 흙을 파고 고대의 유물을 발굴하며 발굴장에서 쪼그리고 앉아 밥을 먹기도 하는 노동, 그래, 바로 노동이었다. 그런 노동이 있어야만 시인은 몸속 가득 시를 뿜어낼 것이다.  그녀는 그걸 배우고 싶었던 걸까? 허수경 시인이 배우는 공부는 '근동 고고학'이며 그것은 '소멸해버린 과거의 이야기'라서 시작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엔 독일에서 보낸 시간들과 현재의 삶 사이사이 짧지만 애틋한 과거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었다.  

대학 때 자주 갔던 막걸리 집의 꽃잎에 대해, 키가 작은 그녀의 운동화를 보고 공개방송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호통치던 방송국 수위 아저씨들과의 에피소드에 대해, 굶는 아이를 위해 밥을 비벼먹자며 커다란 양동이에 도시락 다섯 개를 넣어 쓱쓱 비벼주던 처녀 선생님에 대해, 그녀가 자라고 태어났던 곳의 비단집 거리에 대해, 슬픈 연붉은 빛을 띠고 있는 영영 잊히지 않는 산딸기술의 추억에 대해, 날 웃게 만들었던 '목장우유'의 단상에 대해, 그녀가 자란 진주, 그곳 강변에서 매년 열리는 유등놀이에 대해, 동백꽃만 보면 떠오르던 서해의 섬에 대해, 아버지의 임종을 혼자 보았던 하나 밖에 없는 동생에 대해, 남해의 한 섬에서 태어나 뭍으로 시집오는 영광을 누렸던 외할머니의 아픔에 대해, 그리고 홍대 근처 길모퉁이 중국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에 대해. 

누군들 홀홀단신 외국으로 나가 있으면 고향이 그립지 않을 것이며 과거의 기억들은 또 얼마나 그녀의 마음을 울렸겠는가.  '말의 공포'가 무서워서, 상스러운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떠난 나라. '먼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아이처럼 서툰 말로 겨우 빵을 사고 뉴스나 책을 남의 언어로 남의 일처럼 읽는 동안'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줄었겠지만 봄이 오면 어김 없이 풍겨오는 강 냄새, 바다 냄새만은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하니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소멸해버린 과거의 이야기'들을 다시 꺼집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은 그런 책이다. 현재를 살아가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과거의 이야기. 허수경 시인에게도 어쩌면 내게도 남아 있을 지나간(혹은 소멸해버린) 과거의 이야기들이어서 읽는 내내 그녀의 이야기가 내 것인양 공감하고 밑줄 그으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허수경 시인에게 빙의하듯 이야기 속에 빠져든 후, 그제야(그렇게 책을 덮은 후에야) 나는 그녀의 시집을 읽을 수 있었고, 친구가 들려주던 시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말을 하는 근원을" 그녀 "스스로가 알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날, 그리고 그 새로운 언어가" 그녀를 "이끌고 살 수 있는 날" 그녀의 "코끝으로 스치던 냄새들을 새로운 말로 적을 수 있"게 되어 마침내 "돌아가는 비행기표"(다시 독일로 갈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끊게 되어 한국을 찾은 허수경 시인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언어로 가득찬 그녀의 새로운 시집을 들고. 처음 만났지만 이십 년지기처럼 반갑고, 설레었다. 여기저기에서 그녀의 이름을 들었던 탓도 있겠지만 괜히 좋았다.  

이제, 그녀 문학의 시작이 되었던, "우울했던 소녀" 허수경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소설을 읽을 차례다. 내 과거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만큼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녀는 어떻게 성인이 되었을까, 이제 진짜, 그녀의 '소멸해버린 과거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봐야겠다.   

사춘기 시절, 나는 뚱뚱하고 우울한 소녀였다. 뚱뚱하다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이 싫어서 자주 구석진 곳에 숨어 있었다. 숨어 있다고 한들 뚱뚱한 나를 다 숨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숨길 수가 없어서 어디에 갔다가 누가 뚱보라고 놀리면 나는 집으로 돌아와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면 그렇게 싫었다. 세상이 나를 부르는 소리는 내 뚱뚱한 실존을 드러내라고 채근질을 하는 소리 같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놀림을 받아 마음이 쓰라릴 때면 나는 또 구석에 앉아서 단팥이 들어간 빵을 집어먹었다. 더 뚱뚱해질까봐 겁이 나는데도 먹었다. 빈속에 단맛이 들어가면 슬프고 외로웠다. 나는 그때마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그 천장을 올려다보던 마음이 내가 문학으로 가는 모퉁이였다. 나는 혼자였고 외롭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놀림을 당하는 실존을 가졌다.

그것이 내 문학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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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2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정말. 시와 고고학이라닛!
그러고보니 리더수님 대학 때 전공이 뭔지 궁금하네요.^^

readersu 2011-01-26 17:48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 넘 많은 것을 알려고 하면 다쳐요 ㅋㅋㅋ
넘 엉뚱한 것이라 말하기 쑥쓰럽습니다. 문학하곤 전혀 상관없는 이과 쪽이었습니다^^

stella.K 2011-01-26 18:43   좋아요 0 | URL
ㅎㅎ 내참, 제가 리더수님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다고?
하나도 모르는뎅. 너무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