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 - 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에두아르도 푼셋 지음, 유혜경 옮김 / 새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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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부제로 적힌 글을 보며 그거야 뭐 인간으로서 살아왔으니 인간이겠지, 라는 조금 무식한 소릴 해대며 이 책을 펼쳤다. 제목에서부터 인문학적 지식을 팍팍 풍기며 쉬운 것 좋아하는 날 압박하는  '인간', '뇌', '과학', '보고서'와 같은 단어는 과연 내가 이 책을 이해, 아니 이해는커녕 읽어낼 수나 있을까, 의심스럽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책을 잡은지 요며칠 읽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며 이해할 것만 이해하고 책을 덮었는데 그럼, 이제 너의 의견을 말해 봐! 하면 어버버버버~ 거리며 횡설수설할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주목해야 할 책임에는 틀림없으므로 어버버버거리더라도 열심히 한번 써본다.
 
이 책은 과학, 진화, 뇌, 인간, 심지어는 우주와 박테리아, 생식 등등 무한히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길 한다. 별의 기원이랄까, 우리의 기원이랄 수 있는 과학적 업적을 바탕으로 빅뱅에서 시작한 우주의 탄생부터 지구의 탄생, 인간의 탄생 그리고 인간의 뇌와 관련한 인간 본질까지 광범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 중 나를 가장 많이 자극한 부분은 '뇌'였다. 뇌의 인식과 뇌의 결정, 뇌의 감성과 뇌의 화학적 반응, 뇌의 경험과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저자인 에두아르도 푼셋은 인간의 뇌는 복잡한 소우주라고 했다. 뇌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활약하는 부분은 의외로 많아서 우리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르게 지구에서 번성하고 문명을 이룬 것은 뇌의 진화가 탁월했기 때문이란다. 인간의 뇌가 다른 생명체보다 크다고는 해도 코끼리에 비하면 쨉도 안 되고, 다른 덩치 큰 동물들의 뇌에 비하면 훨씬 작은 존재임에도 몸무게보다 커다란 뇌를 지니며 표면의 회백질을 받달시키고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지구 번성에 기여를 했다는 거다. 그 뇌가 우리를 생존하게 하는데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뇌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접해본 분들은 넌 아직도 그걸 몰랐냐? 되물으시겠지만 네, 몰랐던지라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하고 싶었다나.

우리는 뇌의 결정을 인식하지 못한단다. 뇌의 인식은 과거형이므로 우리가 뇌의 결정을 인식한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소우주인 뇌가 그 소우주를 온전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 소우주의 작용에 대해 책에서 보여준 '결혼을 할까 말까' 부분과 '감성 마케팅' 부분은 뇌의 작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한 부분은 재미있었다. 

"무의식적인 기호들이 서로 경쟁을 하며 쉴 새 없이 오가는 동안 경쟁에서 이긴 사안만이 의식의 문턱을 넘어 우리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순간 뇌는 결정을 한다. 이 사안을 그냥 넘길까, 표현을 할까, 아니면 취소할까." 로모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받는 교육이나 훈련과 관계가 있다. 그 이유는 일상적인 행동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의식적인 모든 행위를 거부하기 위해서 뇌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이가 들면 뇌의 기능은 퇴화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지는 것이 있으니 적응력과 유연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가 희어지는 걸 보면서도 '음, 그다지 흉해보이지 않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뇌는 이런 종류의 변화에 적응해 나간다. 

이 책에서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주말에 본 영화 탓이었을까? 14장에 나온 마녀이야기였다. 언어의 기원에서 시작한 이야기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여성의 중요성을 간과한 인류 과학자의 무지와 오류가 바로 마녀였다고 한다. 마녀와 관련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것은 내가 여자이고 아까 말했듯이 마녀 영화를 본 탓인 것 같다. 암튼 이상한 약을 만들고 악마와 거래를 하는 마녀의 모습은 선사시대에 남자들이 사냥이나 바깥 일을 기울일 때 여자들은 동굴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았기 때문이란다. 그 비법은 여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와 중세까지 오면서 치명적인 병에 대한 민간 지식을 쌓았던 여자들이 그 지식으로 병을 치유하자 마녀로 몰았던 것. 이런 이야길 들으면 같은 여자로서 쫌 슬프다.-.-;;

또한 15와 16장에서 보여준 기억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들은 몸과 뇌가 담고 있는 세상, 뇌의 경험은 무의식적으로 흔적을 남기며 이는 유전자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는데 앞의 과학적인 이야기들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흥미로웠다.  

어쨌든 과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일까? 무쟈게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결코 그렇지는 않다. 매번 인문학적인 책을 접할 때마다 지식이 팍팍 쌓이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책은 잘 안 읽으려 하는지 내 '뇌'는 뭔가를 좀 알고 있지 않을까? 과거의 기억과 경험과 화학적 반응까지 알아내면 알 수 있을려나? 왜 그러는지^^;; 

암튼, 진화와 인간, 그리고 뇌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 인간과 뇌가 말하는 '우리'에 대해 한번 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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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 고궁, 박물관, 왕릉까지 한 권으로 완전정복
구완회 지음 / 낭만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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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눈이 펄펄 내리는 날엔 고궁이 떠올라요.
언젠가 겨울, 창덕궁에 간 날 눈이 펄펄 내렸는데 그 눈을 맞으며
고궁 관람을 하던 기억이 오래오래 남더라구요.
또 비가 내리는 날엔 고궁에 가고 싶어져요.
처마 밑에 앉아 비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시름 다 잊어버린다는^^
고궁은 마치 고향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 없이 있으면서
찾아오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준답니다.

한데, 그곳에 가면서도 정작 그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어떻게 지어진 것인지 알고 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텔레비젼에서 본 게 다 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넵, 제가 그렇습니다.-.-;),
역사 시간에 스치듯 배운 걸 조금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어쩌면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가고 학교 숙제로 어쩔 수 없이
고궁에 관한 공부를 다시 하는 부모님도 계실 테죠.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고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소개해봅니다^^ 


 

사실, 이 책의 표지만 봤을 때는
여느 어린이 책과 다름 없는 고궁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부제로 고궁, 박물관, 왕릉까지 한 권으로 완전정복 이라는 거창한 말을 해놨어도
아이들 책치곤 좀 두껍네, 했다나요.
근데 어익후, 책을 펼쳐보니 이건 아이들이 보는 책이 아니네요.
아니, 아이들도 볼 수는 있겠지만 이 책의 취지는 그게 아니라
부모들이 보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면 좋을 그런 책이에요. 

저자가 프롤로그에 적은 글을 보니
언젠가 간 고궁에서 숙제하러 온 아이와 고궁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대답은 못해주고 그저 숙제나 하라며 큰소리 치는 엄마를 보고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쓰기로 마음 먹었대요.

방학만 되면 아이들은 고궁으로 박물관으로 방학 숙제 하러 다니기 바쁘죠.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오로지 숙제를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숙제나 시킬 뿐
고궁의 궁금증을 풀어줄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이죠.

아,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많다구요? 헤헤
그렇담 제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들의 숙제 같은 것을 잘 몰라서 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휴, 발끈하시기는요 ㅋㅋ 

아무튼 저도 역사에 관심이 많고 나름 학교 다닐 때 역사 공부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책의 첫 장에 나오는 경복궁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가고 보니
헉, 왜 이리 모르는 사실들이 많은지,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고궁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알고 보니 고궁은 산책용이었나 싶은 생각이-.-;;;;
상식으로 알아도 충분히 알만한 것조차도 제가 기억해내지 못하고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쓰나미처럼 부끄러움을 몰고 오더군요.
앞으론 어디 나가서 고궁 좋아한단 소린 하지 말아야겠어요.
이 책을 다 읽고 마스터하기 전에는.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제목엔 '아빠'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아빠들이 봐야할 책? 하시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어른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고 아이든 조카든 고궁으로 놀러 갔을 때
이곳은 말야~ 하고 그곳에 대해 술술 말해줄 수 있다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제가 제 조카를 데리고 그렇게 설명을 해주며 다닌다면
분명 제 조카는 저에게 '천재 고모'라는 별명을 붙여줄 것이기 때문에ㅋㅋ 



먼저 책을 넘기면 목차가 나와요(당연한 것을-.-;;)
보시다시피 옛 궁궐 걷기와 박물관 탐험이 나오고
3장에선 조선 왕릉 걷기, 마지막엔 재미있는 역사 상식을 가르쳐준답니다.  



순서는 보시다시피 경복궁을 시작으로
전 잘 모르는(아니 아직 가보지 못한) 경희궁과 종묘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답니다. 



하나의 고궁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그림으로 그린, 한 눈에 볼 수 있는 고궁의 안내도 나오고
둘러보는 코스를 알려주어요. 각 곳의 명칭은 물론이고요. 



그리고 그곳의 모든 것을 설명해두었으며 '아빠의 해설'이라는 칸을 마련해두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하면 좋을지, 뭘 얘기해주면 좋을지 미리 알려주고 있어요.
와우, 읽어보니 이 정도면 문화해설사 따로 필요가 없겠어요. 



책에는 그곳의 역사를 이야기하면 사진을 많이 넣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고궁 하나를 소개할 때마다 팁을 하나씩 만들어
역사의 궁금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냈어요.


하루에도 몇 권씩 쏟아지는 아이들의 역사 공부 관련 책들,
저도 늘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
다들 너무 아이들 위주로 보다 보니 가볍다는 생각을 했고
또 인문서로 나온 것들은 너무 어려워서(역사는 어렵다고요. 저는)
시작부터 흥미를 잃게 만들기 태반인데
이상하게 이 책은 눈에 쏙쏙 들어오네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혹은 나의 얄팍한 상식을 위해서도
(고궁으로 데이트할 때 상대방에게 잘난 척하기에 딱 돟은 ㅋㅋ)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 만하네요.
이번 방학에 고궁에 갈 예정이라시면
부모님들, 꼭 한번 읽어보고 가시길 권합니다.
아이들이 그곳에 대해 술술 얘기해주는 엄마, 아빠를 다시 보게 될 테니까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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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여기 주목할 만한 세계문학전집이 새로 나왔습니다.
'바벨의 도서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기획 해제를 한 시리즈로
그를 행복하게 했던 29명의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중 단편들을 모은 책입니다.
일단, 들고 다니며 읽기에 딱 좋은 얇은 두께이며 
(책을 최소 두 권 이상씩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저로서는;;) 
보르헤스가 선정한 작품들이라고 하니 믿음이 갑니다. 

 

이미 읽은 작품들도 있고
고전을 읽지 않는 저로서는 처음 보는(정말?!=.=;;) 작가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검은 고양이」의 에드거 앨런 포를 시작으로
(한데 이 작품집에는 「검은 고양이」가 실리진 않았습니다.)
「마술 가게」의 허버트 조지 웰스,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한 러시아 작가들의 단편집,
그리고 「소금 기둥」의 레오폴드 루고네스, 너새니얼 호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찰스 하워드 힌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윌리엄 백퍼드,
꼭 읽고 싶었던 잭 런던의 작품집까지. 이렇게 적고 보니
알고 있는 작가들보다는 모르는 작가들이 더 많은 이 책은 그래서 더욱 흥미를 당깁니다. 

지금은 모두 10권이 나온 상태이고 올해 12월까지 29권의 작품집을 낼 생각이라고 하니
자못 기대가 되는 시리즈입니다. 


 

그럼, 책을 한번 살펴볼게요.

1권인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집입니다.
책을 펼치면 보르헤스의 일러스트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옵니다.
이 시리즈엔 보르헤스와 작품집의 작가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그 일러스트를 그린 화가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름난 일러스트라고 합니다. 

 

또한
각 작품집마다 보르헤스가 직접 쓴 작가와 작품의 해제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출판사 서평에 이런 글이 실려 있더군요. 

"보르헤스 특유의 어법이 유감없이 구사되는 그의 해제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문학에 대한 독특한 감상법과 그의 창작의 배경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이거야말로 일석이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다양한 세계문학전집이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고전이 좋은 이유는 읽고 또 읽어도 좋다는 거죠.
대부분의 고전 전집들이 장편을 위주로 한 것이라면
'바벨의 도서관'처럼 단편을 다룬 전집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라는 보르헤스가 선집한 작품들이라면 말이죠. 

이제 이 책들은 매일 제 무거운 가방에 들어가 있을 예정입니다.
들고 다니기 딱 좋은 두께인지라 폼나게 들고 다니며 읽어볼까 합니다.
읽을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부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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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1-1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질러주셨군요. 대단해요!ㅎ

readersu 2011-01-17 18:15   좋아요 0 | URL
대단까지야..요^^;;;;

cyrus 2011-01-14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관심 있어하는 전집과 관련된 글이라서 보게 되었어요.
저도 최근에 잭 런던의 단편소설집을 읽었는데 이 시리즈가 괜찮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읽은게 구판이라서 몰랐는데 이번에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나온 판에는 일러스트도 약간 곁들어있네요.
판형도 마음에 들었는데 전집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부럽네요.
지금 바벨의 도서관 리뷰 이벤트도 있던데 참여해보시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

readersu 2011-01-17 18:18   좋아요 0 | URL
리뷰 이벤트!!^^ 넵! 잘 알겠습니다. 한번 참여해보겠습니다^^
29권을 다 준다니..ㅋㅋ물론 1등을 먹어야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늘 독서 일기를 썼었다. 책을 읽으면 가능한 모든 책에 대한 리뷰를 남기려고 했고 매달 읽은 책의 리스트를 올리기도 했었다. 한데 몇 년 전부터 그런 게 시들해졌고,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리뷰를 남기는 일이 장난아니게 힘들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져서 요즘은 책을 읽어도 거의 리뷰를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점점 심해지고 있는 건망증 환자로서 심각한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 읽은 책임에도 가물거리고 머릿속에 남은, 정말 감동받은 책이 아니면 내가 뭘 읽었는지도 모르는 지경이 되었던 것. 그래서 작년 말에 다짐을 했더랬다. 2011년엔 열심히 책을 읽고 다시 리뷰를 쓰는 독자로 돌아가야겠다고. 하지만 내 다짐은 작심삼일만에 끝이 나고 책 읽기가 무섭게 리뷰 쓸 생각은 안하고 다른 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요즘 내 맘에 들어온 책들이다. 읽어줘야 할 책이 몇 권(몇 궈어언?) 있지만, 인간은 늘 소유한 것보다는 소유하지 못한 것에 미련이 남는 법. 내게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책들, 바로 이런 책들이다

 

'아주 섬세하고 예리하게 늙음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이 책 『이탈리아 구두』는 북유럽이라는, 요즘 내가 한참 심취해 있는 지역의 소설이라는 것부터 나를 이끌었다. 스산한 풍경의 나루터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과 제목이 주는 공통점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스웨덴 어느 섬에서 홀로 산다는 '괴팍한' 주인공을 떠올리면 뭔가 굉장한 사연이 있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이 책을 쓴 작가 헤닝 만켈은 처음 들어본 작가다.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이 책은 추리 소설이 아닌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라고 한다. 등장 인물의 심리 상태나 죽음, 외로움을 무척이나 잘 표현해냈다고 한다. 그래서 읽고 싶은 두 번째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인간의 심리는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니까. 

그리고 책소개를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급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건 추리 소설을 쓴 작가이니 아무래도 이야기 속에 비밀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역시, 그런 것 같기 때문이다. 옛 애인이 주인공이 사는 곳에 나타나고 40년 만에 밝혀지는 비밀. 과연, 그게 무엇일지!  

 

언젠가 친구가 이 사람의 이야길 하며 내게 그의 작은 사진집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눈이 내리는 풍경이었고 나는 그런가보다 했다. 친구에게 이 사진 작가가 요절을 했다는 이야길 들었어도 역시 그랬구나, 하고 말았는데, 그의 사진이 묶여 나왔다. 친구가 블로그에 소개한 글을 보니 언젠가 티비에 나와서 "인생에 나중은 없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직접 티비를 통해 들어보진 못했지만 그 말이 내게도 아프게 와 닿았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일본의 홋카이도가 배경이다. 영화 <러브 레터>에 나왔던 그곳이다. 그 당시에 이미 간암 투병 중이었던 사진작가는 치료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곳으로 떠난 그에게 홋카이도에서의 14일은 '외로움과 쓸쓸함' 자체였을 것이다. 돌아와 책을 내기 위해 진통제를 먹으며 작업을 하던 그는 결국 책의 출간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는데 "죽기 전에 다녀와서 다행"이라며 홋카이도로 떠나는 걸 만류하지 못한 이들에게 말했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그 사진 작가 이석주가 담은 아름다운 눈의 풍경에 시인인 강성은이 감성적인 글을 풀어냈다. 겨울, 그리고 눈의 풍경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쓸쓸함이 배여나오지만 세상에서 마지막 여행이었을 그의 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과 관련한 책은 언제 어디서나 읽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매번 보는 그림인데도 다른 시선으로 보일 때가 많고, 각자의 느낌에 따라 그림을 바라보는 해석은 색다르다. 독특하다. 나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자가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 또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니 그림은 지루함을 느낄 사이가 없는 듯. 이 책 역시 그렇다. 그림을 전문으로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라 그림이 좋아 그림을 블로그에 올리다가 그림에 폭 빠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 경지가 대단하다. 누구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선 전문가가 되기 마련. 

그림 너머로 여자를 말하다』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일상을 엿보는 1장에서 보여준 주제별로 묶은 그림들이다. 다양한 주제다. 비가 내리는 풍경, 커피와 차, 그림 속의 또다른 그림, 엄마와 딸, 소녀, 학교 등등 많은 화가들의 다양한 그림을 같은 주제로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저자가 그림을 보면서 느낀 그녀만의 사색들,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그림을 볼 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저자처럼, 나도 당신도 좀더 자신을 알게 된다. 아, 또하나! 그림 관련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정말 세상엔 많은,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그렇지만 너무나 훌륭한 그림들이 많다는 사실. 그런 그림들을 하나씩 알게 되는 재미도 좋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와 있는 이 책을 우연히 봤다. 책소개에 나온 "유행가 가사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껴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큼 대중음악이 불가항력적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순간, 그 찰나의 전율과 환희를 완벽하게 짚어내고 있다."라는 꽤나 대중스러운 책소개를 보면서 오홋,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나 역시 음악의 가사에 심취해서 이 책의 소개처럼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지라 위의 소개만으로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빌리 할러데이에서 데이빗 보위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대중 음악이 배경이 된다고 하니, 더욱 당기더라는.

한 가지 더, 아이폰을 가지면서 혼자 있을 때면 음악을 듣지 않는 때가 없는 나는 "휴대용 음악기기를 통해 자신만의 사적 공간을 확보하였으나 오히려 전 세대보다 더 외로워지고 소외되어가는 현대인"에 당연 속한다고 생각하니 작가의 "속 깊은 이해와 위로"를 받아보고 싶었다나. 좀 두꺼워보이지만 흥미로울 것 같다.  

"잘나가는 광고 감독 줄리언 도나휴는 심각한 '중년의 위기'에 빠진 남자다.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매일 아이팟으로 듣는 음악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브루클린의 클럽에서 케이트 오드와이어라는 아일랜드 출신 밴드 보컬의 노래를 듣게 된다. 줄리언은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와 자신의 삶을 통째로 읊조리는 듯한 음악에 빠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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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11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나비라는 사람인데요, 예전에 님이 올리신 이것과 비슷한 페이퍼를 보고 님을 즐찾에 추가한 사람이에요~~. 그때 올리신 페이퍼에는 [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라는 책이 있었지요...
암튼 그런데 오늘 또 제가 관심있게 보고 있는 [이탈리아 구두]에 대한 글을 쓰셨네요!!!!!!!!!!!!!!!!!!!!!!!!!!!!!!그래서 오늘은 댓글을 달아요!!!저는 해닝 만켈을 아주 좋아하고, 그가 쓴 시리즈를 즐기며, 그 시리즈를 드라마로 만든(제가 예전에 페이퍼로 올리기도 했지요,,,) 드라마를 즐겨 봅니다. 님 정말 반갑다구요!!

readersu 2011-01-11 10:28   좋아요 0 | URL
헉! 제가 처음 보는 이 작가, 헤닝 만켈이 진짜 유명한 사람이군요..정말 세상엔 제가 모르고 있는 작가들이 넘넘 많아욤-.-;;;
아무튼!! 저도 나비 님 반갑습니다^0^ 즐찾도 감사드리고요.
리뷰보다 페이퍼에 재미 붙어 뻑~ 하면 어떤 책들을 엮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어린이 책을 한 권 소개할래요.
소통과 성장을 담은 자연과 삶의 이야기예요.  
만화인데 어른인 제가 읽어도 무한 감동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에요.
여기 초록빛의 애벌레가 한 마리 있어요.
이 녀석은 건방지면서 소심한 게 꼭 제 조카를 보는 듯해요^^

하지만 하는 짓이 어찌나 귀여운지 사랑스러울 때도 많이 있답니다.
애벌레의 이름은 '말캉이', 어쩐지 그 느낌이 마구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꼬마애벌레 말캉이>는 궁금하고 심심한 것은 못 참는 개구쟁이랍니다.
'홀로 알에서 깨어난 말캉이는 엄마를 찾아,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태어난 뽕나무를 떠나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어요.
근데 아기 애벌레이다 보니 만나는 숲속 친구들은 다 무섭게 생겼는지
막 '괴물'이라 부르기도 해요. 



모두 두 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1권에는 탄생과 모험의 시작을 담았고
2권에는 모험의 결말과 탄생의 비밀이 놀라운 반전으로 숨어 있다고 해요.
오홋! 궁금궁금?? 저는 알지욧^^
 

말캉이는 궁금한 것을 못 참기 때문에 숲 속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왜? 왜? 왜?
말캉이의 못 참는 질문들이 숲 속 동물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캉이의 순수한 마음을 알기에 모두 친구가 되어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려준답니다.
그래서 말캉이는 깨닫게 되지요.
'숲의 동식물들은 누가 강하고 약한 게 아니라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는 걸,
더럽고 깨끗한 게 따로 있지 않다는 걸,
엄마의 깊은 사랑으로 자신이 존재한다는 걸'
말이죠.

  

책의 중간중간에는 말캉이가 만난 곤충들의 자세한 소개가 나와요.
청개구리, 달팽이, 제비꽃, 거위벌레 등등 말캉이의 호기심은 물론이고
우리의 궁금증도 같이 풀어준답니다.
 

생태놀이 코디네이터로 아이들에게 숲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안내하는 황경택 작가는
숲 전문가래요.
오랫동안 숲을 사랑하고 연구해온 생태지식과 철학들이
아이들의 눈높이로 자연스럽게 만화 속에 녹아나고 있답니다. 

 

방학도 되었으니 아이들에게 이 지적이고 재미난 '만화' 한번 읽혀보세요.
엄마가 만화를 읽으라고 하네? 눈 동그랗게 뜨며 좋아라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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