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과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요.
소설이나 에세이는 공히 작가의 관심거리나 생각들이 투영되어 글로 나타나겠지만  
소설은 소설이니까, 그냥 소설로 생각하게 되죠.
한데 에세이는 소설과 다르게 글로 나타난 모든 것들이
작가와 결부되어 진심처럼 느껴져서 뭐랄까,

그 작가에 대한 친밀도(나와 비슷한 취향이라면 더더욱.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겠지만;)
씽크로율이 최소 80%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작가예요. 이 책의 작가, 김연수 말이죠.
(움, 이 포스팅은 저의 사심이 좀 들어간 포스팅 되겠습니다.
전 뭐 이미 김연수 작가의 글과 씽크로율 100%를 이미 달성한;;)
 

 

에세이는 <청춘의 문장들>하고 비매품으로 나왔던 <읽고 듣고 달린다>를 제외하곤 다시는!!
안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그러기엔 그동안 작가가 여기저기 써놓은 잡문들이 많아서 당연히 나올 것이라 싶긴 했어도) 에세이였기에
나올 거라는 소식 듣고서는 무쟈게 기다린 책이었습니다. 

어제 도착한 이 책의 실물을 보고 처음 느낀 것은

와우! 책 예뿌다!!

사실 문장배달이나 시로 여는 아침의 글들을, 그동안 좋아할 만한 글은 스크랩도 하며 읽었었는데
작가의 글이 너무 짧은 듯하여 좀 아쉽지 않을까 생각을 했더랬죠.
근데 역시 그건 기우였어요.
길지 않은 글에 담긴 촌철살인의 문장들!!! 밑줄 긋느라 무쟈게 바빴다는... 

 

시의 앞부분에 나온 이런 문장 좋아요.

"(…) 그렇게 발을 헛디디거나 비탈을 만나 비틀거릴 때만 누군가의 손을 잡았더니,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의 손만 잡으면 마음이 흔들흔들, 발길이 비틀비틀." 

마음이 흔들흔들, 발길이 비틀비틀 이라닛!
또 이런 문장도 맘에 들더군요. 

"안개 속이었다면 한 번쯤 길을 잃고 방황했어도 좋았을 것을.
그러라고 있는 게 안개인 줄도 모르고." 

"사랑은 3D업종이에요. 만약 사랑하는 게 죽을 만큼 힘들다면,
그건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 노인으로 죽지, 연인으로 죽진 않으니까." 

맘에 드는 문장이 한두 문장이 아니라 모두 적을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읽는 내내 작가의 문장에 마음이 온통 빼앗겼답니다^^ 

 

이 책 『우리가 보낸 순간』은 그런 것 같아요.
시를 좋아하는 독자에겐로 다가가고,  
소설의 문장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그 소설에서 손꼽았던 문장에 공감하며 다가갈 테고
김연수 작가의 문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김연수 작가의 문체에 홀릭하며 다가갈 수 있는...
정말 멋진 책! 한번 읽어보세요. 마음이, 따뜻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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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2-2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올리신 페이퍼도 맘을 따뜻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책에 대한 애정이 물컹 느껴지는,, 그런 공간이어서 좋습니다.

이쿠, 인사를 늦게 드렸네요. 안녕하세요~ ^^
매번 들려 그냥 소리 없이 돌아갔는데 오늘은 좀 흔적 남겨 봅니다. ㅎ




readersu 2010-12-24 10:48   좋아요 0 | URL
바람결 님! 메리 크리스마스^^
제 페이퍼를 따뜻하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책은 내 애인! ㅋㅋ 뭐 이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 클스마스 이브입니다;;
흔적 남겨주셔서 캄사!!^^

blanca 2010-12-2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의 문장들>을 읽고 박장대소하다 울기도 하고. 김연수의 산문에 완전히 감읍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 책도 기대를 했다가 출간일이 훨씬 훗날이라 생각하고 주문도 안하고 있었는데 readersu님 페이퍼를 읽고 나니 마음이 절로 동합니다. 소설 부분 감상은 어떠신지도 궁금하네요^^

readersu 2010-12-24 10:49   좋아요 0 | URL
넵! 얼른 읽고 알려드릴게요.
blanca 님도 메리 해피 크리스마스!!^^
<청춘의 문장들>은 정말이지, 좋아욤^^
 

 

주말에 『빅픽처』를 읽었다. 친구의 강추로 읽게 되었는데 흥미로웠다. 처음엔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이러는 거야! 싶은 생각에 그냥 덮어버리려다가 밀린 버스 안에서 할 일이 없어 계속 읽게 되었고 그만 빠져버리게 되었다. 한번 잡으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주말이 되자 옳다구나! 잘 됐다며 밤새 읽었고 결국은 마지막 장을 덮었다. 스토리를 이야기 하자면 너무나 완벽하여 역시, 소설이구나 싶다. 작가가 깔아 놓은 복선들은 뒤에 가서 척척 맞아 떨어져 어느 것 하나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과연, 이런 삶이 있기나 하단 말인가 싶기도 하고 비록 내 삶이 원하는 삶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긴다.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읽고자 한 사람들에게 실례가 되니 긴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 역시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른 상태에서 읽었고 그래서 마지막이 어찌 될 지 궁금했으니 궁금하면 읽어보라는 말만 하고 싶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어떤 책이(여기서부터 어쩌면 스포일러! 싫으신 분은 여기에서 그만 읽으시길!) 전광석화처럼 머릿속에서 번쩍! 하며 떠올랐고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몇 번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정도인데 그것도 끼워맞추자고 하니 그런 것일테고 아무튼 그런 책이 있어서 같이 올리려고 하니 약간의 스포일러는 어쩔 수 없음을 밝힌다(ㅋ괜히 친절한 척;;).

빅픽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변호사이지만 자신의 삶이 못마땅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돈도 잘 벌고 예쁜 아내에 자식까지 둘이 있지만 그들 간에 애정엔 문제가 있다. 아내가 외도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다보니 진짜로 외도를 하고 있었고, 그 외도가 못마땅해 자꾸 신경을 쓰다보니(뭐 당연한 일이지만) 거의 의처증 증세를 보이고, 그럴수록 아내는 더더 남편이 싫어지고, 그런 와중에 남편은 '내 인생이 왜 이런가,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사진이나 찍으며 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괜히 옛날 애인이 종군기자로 티비에 나오는 장면은 넣어 독자를 헷갈리게 만들고) 그런 후회를 하게 되다가 마침내 아내가, 의심했던 그 '놈'과 키스하는 장면을 포착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되는데(작가가 어찌나 완벽하게 스토리를 짜 놓았는지, 정말이지, 이야기가 척척 맞아떨어진다.)... 

기가 막히게도 그 '놈'은 잘 나가지도 않는 사진가였고, 가족이라곤 없으며 아버지의 연금으로 빈둥거리며 먹고사는 남자였다. 이 남자 한 명 사라진다고 해서 누구하나 궁금해할 사람도 없을 것(자신의 아내를 제외하고는)이었다. 그렇지만 '내' 아내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다고 죽일 수는 없는 일인데, 그만 홧김에(모든 일은 어이없게도 그렇게 시작하는 법) 죽여버리고 만다. 어랏, 이거 어쩌지??? 

하지만 그가 누군가! 변호사다. 똑똑한, 잘 나가는. 그는 자신을 죽이고 그 '놈'이 되기로 한다. 아내와 아이랑 헤어지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자신이 꿈꿔왔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사진가. 실력 없는 사진가가 아니라 진짜 실력있는 사진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리하여 변호사인 자신을 죽이고(!) 다시 살게 되는 삶!!!(아, 모든 것에 어찌나 척척 들어맞는지..내 삶도 이렇게 내 생각대로 척척 들어맞으면 좋겠다 -.-) 어떨까? 좋을까, 아닐까? 

이쯤에서 머릿속에 떠올랐던 다른 책을 이야기 해보자. 그 책은 『다시 한 번 리플레이』다. 제목처럼 다시 돌아간다는 이야기. 뭘? 내가 왜 이 책을 떠올렸겠는가. 바로 인생이다.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 상황은 나도 잘 모른다. 그냥 죽은 줄 알았는데 눈을 뜨니 스무 살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마흔세 살까지 살았던 삶을 다 잊은 것도 아니다. 그 삶은 그 삶대로 다 기억을 하고 다시 스무 살이 된 것이다. 어째, 이런 일이? 맞다. 판타지니까, 소설이니까 가능하다. 아무튼 『빅픽처』도 거의 판타지스럽지만 이건 진짜 판타지인 셈이다. 자,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 남자는 똑같은 삶을 살았을까? 그렇다면 정말 멍청이지.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전생을 기억한다면 절대로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그 남자 역시 그랬다. 살면서 후회했던 일들은 모두 즐기며 산다. 살다보니 전생따윈 다 잊어버렸고 이제 제대로 인생을 즐기려는데 다시 덜컥, 죽어버리고 만다. 이번엔 진짜 죽었을까? 오우, 노우~! 그렇다면 판타지도 소설도 아니다. 세상에, 눈을 뜨니 또 다시 스무 살, 오 마이 갓! 을 외치지만 다시 살아났으니 이젠 좀 계획적으로 산다. 미래의 일을 알기에 돈도 많이 번다. 그렇다고 좋은 일만 생겼을까? 그건 아니다. 이젠 전생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 번이나 죽었던 그 나이가 되니 불안해졌다. 죽지 않으려고 온갖 방법을 써보지만 이 남자, 마흔세 살이 되더니 다시 죽어버린다. 그리고 눈을 뜨니 다시 스무 살! 꺄악! 뭐 이런 인생이!!! .

어쨌든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그냥 현재를 즐기며 살자. 인생 별 것 없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가 살아도, 나를 죽이고 딴 놈이 되어 살아도 다 똑같다는 결론이다. 첫 인생만큼 소중한 것은 없고, 처음처럼 좋은 것은 없었다.(그래서 다들 첫사랑이 좋다는 둥, 처음 맞선 본 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중, 조강지처가 제일이라는 둥 뭐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닐까?^^)  

빅픽처』에서 '나'의 옆집에 사는 빌은 말한다.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 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그러니까,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열심히 즐기며 살라는 뜻이다. 아니라고 해봐야, 결국 인생은 한번 밖에 없는 거니까. 이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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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크리스마스도 있고 송년회도 많다. 당연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할 일도 많아진다. 선물이라는 것은 할 때마다 고민스럽기 마련인데 다행이라면 내 주변엔 거의 모든 친구들이 책을 좋아하기에 무조건 책 선물이다. 비싸지 않고 가치 있고 품위까지 있다. 그들의 취향을 아니까 받으면 또 좋아라 해준다. 그런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책이다. 아, 당신에게도 주고 싶다. 책을 좋아만 한다면!  
 

전작주의를 원하는 당신에게

하두 눈 빠지게 기다린 책이라 해를 넘기지 않고 이 연말에, 선물하기 좋은 이때, 개정판을 내준 출판사에 감사할 정도다. 김연수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모두 알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이 책을 기다려왔는지. 절판된 지는 오래되었지, 중고 서적에선 배송비 포함해서 거의 6만원 돈에 팔고 있지. 책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아쉬운 책이었다. 담달에는 나올 것이다, 라는 말 때문에 주변 친구들과 담달책으로 명했던 『7번 국도 Revisited』, 2010년 대미를 아마도 이 책으로 마감할 것 같다. 김연수 작가의 책은 한 권을 읽게 되면 나머지 책을 다 찾아 읽게 만든다. 이해가 되는 듯하면서 뭔 소리인지 모를. 다른 책 같았으면 에라이, 하고 던져버리고 말 텐데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오기을 갖게 만든다고나 할까. 그런 까닭에 김연수 작가에겐 호불호가 분명한 독자들이 많고 한번 그의 작품에 올인하게 되면 마니아가 되고 마는 것 같다.  

7번 국도 Revisited』는 1997년에 나온 초판본하고 조금 달라졌다고 한다. 개정판이라고 하면 표지나 따로 입히고 가격만 올려서 다시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7번 국도 Revisited』는 그게 아니란다. 작가가 거의 새로 쓰다시피 손을 봤는데, 이게 또 독자 입장에서는 거의 알아채지 못하게 업그레이드 되었다고나 할까. 하긴 십 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긴 시간인데 그동안 작가의 문장력은 얼마나 좋아졌을 것이며, 자신의 글이지만 초기에 쓴 작품이니 얼마나 손대고 싶었을까,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우선 초판본을 다시 읽어야겠다. 그리고 개정판이 나오면 개정판을 읽어보리라!(아, 우선 친구들이 오기 전에 집에 있는 『7번 국도』는 비밀 장소에 보관해놔야지.ㅋㅋ) 



사랑하는 당신에게 

그림 책을 좋아하지만, 이수동의 『토닥토닥 그림편지』는 나오기 전부터 눈길이 갔다. 내가 딱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에다 짧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고 하니, 그것도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행복이 담긴 따뜻한 글들. 주문을 하고 받아 펼쳤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이건 뭐 송년과 신년을 위한 책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는 그녀에게, 그녀는 그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서로 위로되고 행복해할 것 같다. 

"꽃 같은 그녀를 안고 있으면 내 마음이 붕~ 뜬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 꽃배 타고 구름 위를 두둥실 뜨는 이 기분…. 어하둥둥, 내 사랑이다." 

"눈밭이지만 추울 리 없다. 따뜻한 소파에 그녀의무릎을 베고 누워 꿈처럼 달콤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야기가 꽃이 되고 꽃은 달이 되어 다시 그들을 환하게 비추고 있으니 이미 겨울이 아니다." 

단, 솔로인 자들, 염장 제대로 받을 지도 모른다. 그림과 글이 너무 아름다워서 짝사랑 상대라도 있으면 선물해주고 싶을 정도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당신에게  
 
이 책을 다시 읽은 후부터는 누구든 내게 가볍지 않고 마음에 남을, 읽을 만한 에세이 한 권 소개시켜주세요. 하고 물으면. 그 분이 여자라면, 지금 조금 우울하거나 마음이 가라앉아 쓸쓸해하고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 여행기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고 궁시렁거린다.(여행기는 정말 취향인 듯. 왜 여행기가 싫은 거지?) 그럼 나는 다시 말한다. 이건 여행기가 아니에요. 물론 여행을 하면서 쓴 글들이지만 여행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행간에 들어 있는 내 마음을 건들이는 문장들을 읽어보아요. 조금 위로가 되고 울컥하며 마음이 편안해질 거예요.  

"아무리 큰 바람이라도 허공에 있으니 볼 수가 없다. 나뭇잎이 흔들리거나 풀이 한쪽으로 누워야 바람이 보인다.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집이 허공에 들리면 그제야 바람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니 꽃잎이 흩어지고 난 후에야 남은 꽃대를 매만질 뿐이다. 영원히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람이 떠난 후 그의 손을 찾느라 밤길의 허공을 뒤적일 뿐이다. 그땐, 마음이란 건 본래 볼 수 없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랬다. 정영 시인의 『지구 반대편 당신』은 그런 책이었다. 한 장 넘길 때마다 밑줄이었고 사람을 이야기하고 도시를 설명하는 그 중간 중간 불시에 튀어 나오는 문장들에 가슴이 시큰거렸다. 한 쌍의 의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세상의 그늘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데, 나와 똑같은 울음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올 때, 나처럼 지독한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지구 반대편에 '내' 당신이 꼭 존재할 것 같았다. 그 후부터 난 외로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너만 그런 게 아니니까, 힘을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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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 - 그림으로 읽는 소설, 소설로 보는 그림
수잔 브릴랜드 지음, 정은지 옮김 / 아트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림 보는 것은 좋아라 하는 편이어서 그림과 관련한 책은 가리지 않고 읽어보는 편이다. 그런 탓에 깊이는 없고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는데다, 화가들의 인생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교육방송에서 하는 인상파들이 나오는 영국드라마를 보고 난 후에 화가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미술에 대해 잘 몰랐으니(공부 안한 티가 난다) 인상파 화가들이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중심으로, 누구인지 알 도리가 없었으며 그런 까닭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화가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그 드라마를 보며 놀랍기만 했다나. 한데 그 드라마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호기심 충족에 인상파라는 미술학파를 확실하게 내 머릿속에 인식시켜 주었다. 그 후로 인상파 이야기라면 지식이 쌓이든 말든 찾아 읽었다. 그러니 이 책『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의 책소개를 보고 1부가 인상파 화가를 중심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니 관심 집중된 것은 당연. 

첫 이야기 「물뿌리개를 든 미미」에는 이웃집에 사는 '삼십대로 야위고 점잖은 갈색 바지와 둥근 펠트 모자로 소박하게 차려입은' 화가로 르누아르가 등장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림을 보면 화가의 의도와 상관 없이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펼치게 된다. 작가인 수전 브릴랜드 역시 그랬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며 그녀는 상상력을 펼쳤다. 소설 속에는 실제 인물인 르누아르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그가 그린 그림 중 몇 편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진짜로, 르누아르에게 이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그 그림을 그린 배경이 이런 상황이었던 것처럼 보이게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진 단편은 폴 세잔이 나오는 단편 「이 돌들 중에서」였다. 내용보다는 폴 세잔이라는 인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인데 앞서 말한 영국드라마(찾아보니 - 영국 BBC가 제작한 미술드라마 "빛을 그린 사람들"이란다. 모네, 르느와르,드가,마네,세잔 등 19세기말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다룬 3부작 드라마였다.)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에선 마네가 매독으로 침대에 누워지내던 장면과 다른 화가들에 비해 부유했던 세잔이 화구를 챙겨서 생트빅투아르 산을 그리러(?) 다니던 장면이 있었지만 유독 세잔과 관련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드라마에서 세잔은 젊었지만「이 돌들 중에서」에 등장하는 세잔은 나이가 들었다. 서로 매치가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생트빅투아르 산을 그리길 좋아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암튼 젊은 세잔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작가, 그와 관련한 장면이었다.  

그는 바로 인상파 화가들을 알게 되면 빼 놓을 수 없는 작가, 에밀 졸라이다. 세잔의 유년 친구이기도 한 그는 자연주의 작가로도 알려져 있으며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 미술비평가로도 활약했다. 에밀 졸라는 "'봄의 미술전'에 비평을 써서 기성의 대가들을 비판하고 마네·피사로·모네·세잔 등 신진의 불우한 인상파 청년화가들을 강력히 지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에는 아쉽게도 세잔과 에밀 졸라의 관계에 관한 단편이 나오지 않지만 인상파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에밀 졸라의『작품』을 같이 읽어보면 인상파 화가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가 실제의 화가와 그림 그리고 허구의 내용을 다루었다면 『작품』에서는 이름을 달리 사용했지만 누군지 뻔히 알만한 화가와 작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소설이면서 실제일 수 있는 이야기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좋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에는 르누아르와 세잔 외에도 모네, 마네, 고흐와 모딜리아니와 유일한 여자 화가 모리조가 등장하는 단편들이 들어 있다. 그들은 대부분 화자에 의해 묘사되는데 르누아르와 세잔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모든 단편들이 진실인 듯 아닌 듯, 매우 흥미롭다. 특히 마네와 모리조의 관계는 이 책에서 알게 되었는데, 다른 책을 찾아볼 정도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우리는 그림을 볼 때마다 나만의 감상을 가진다. 그런 감상들은 그림과 함께 많은 책들을 만들어냈다. 가끔은 그림을 보며 치유를 하기도 하고 그림을 보며 안정과 위로를 얻기도 한다. 또한 수전 브릴랜드처럼 상상력을 펼쳐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림과 글에 대해서는 상상력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는 그런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읽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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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같이 읽어보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어떤 책을 잡는 순간에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책이 떠오르기도 하니까. 그러니 같이 읽어준다면 그 독서 여행에 대해 훨씬 더 깊이 있게 파고들 수도 있겠다. 가령, 이런 책들이다내가 생각하는 서로서로 잘 어울릴 듯한 책들!!  



네가 있어준다면』을 남들보다 좀 일찍 읽으면서 비슷한 류의 책을 읽은 경험이 생각났다. 『로라, 시티』도 생각났고, 리처드 매더슨의 『천국보다 아름다운』도 떠올랐다. 또 고스트들의 사랑을 다룬 『고스트 인 러브』나 이사벨 아옌데의 『파울라』가 생각나기도 했다. 물론 따지고 보면 모든 이야기는 다 다르다. 통하는 게 있다면, '영혼'이라는 것이라고나 할까.『네가 있어준다면』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에 있는 미아의 영혼(?)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선택을 하는 과정을 그린 대단히 감동적이 이야기이고(특히 엔딩이 아주 기억에 남는), 『로라, 시티』는 죽은 나를 위해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어야만 갈 수 있는 '시티'에 관한 아주 독특한 영혼의 이야기였으며, 『고스트 인 러브』는 사랑에 빠진 영혼들이라는 점에서 좀 판타스틱했고, 『천국보다 아름다운』역시 앞부분에선 『네가 있어준다면』과 비슷한 듯 했지만 결국은 죽게 된 남편이 가게 된 천국(!)과 그 남편을 잊지 못해 자살을 한 아내가 가게 된 지옥(!)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 역시 판타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네가 있어준다면』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은 이사벨 아옌데의 『파울라』가 되겠다. 희귀병으로 의식불명이 된 딸에게 보내는 엄마의 사랑. 죽음이 아니라 의식불명이라는 점에서. 물론 『파울라』역시 '의식불명'을 빼면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네가 있어준다면』을 읽고 위의 책들을 떠올린 후 내가 읽기 시작한 다른 책은 『여행자의 독서』였다. 이 책은 저자가 마치 여행지에서 책을 읽기 위해 여행을 떠난 느낌을 가지게 했다. 그만큼 여행지와 함께 선택한 그의 책은 탁월했고, 여행을 떠날 때도 책을 놓지 못하는 책중독자들에게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책을 읽어보렴' 하고 알려준다. 이 책을 읽으니 김경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 생각났다. '셰익스피어 휴가'라는 내게는 생소한 여행을 떠난 그녀가 여행지에서 읽어대는 책들 역시 그 여행지와 잘 어울리는 책들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28번 전차가 다니는 리스본의 언덕길로, 『몰타의 매』를 읽고는 몰타로 떠나는 여행이라니. 이 두 권의 책을 비교하며 나는 나만의 여행지에서 읽을 책들을 골라본다. 아일랜드로 간다면 『더블린 사람들』을 들고 갈 것이고, 뉴욕으로 간다면 『뉴욕 삼부작』을, 그리스로 간다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가지고 갈 것이다. 앗, 근데 너무 편협?! 그래도 뭐.  



『여행자의 독서』를 읽은 후 내가 잡은 책은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였다. 삶이 힘든 아이들, 그들에게 힘이 되고 진심을 보여준 한 선생님이 들려주는 교실 밖의 아이들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라는 책이 같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건 오로지 내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아이들은 최소한 어린 시절만큼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로 자라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교실 밖의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의 아이들이나 심리학이 얘기하고자 하는 어린 시절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 어린 시절들에 대해 읽고 나면 교실 밖에서 자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이 이해가 될 것이다. 더불어 만약 심리학 속의 아이들도 고정원 선생님처럼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다면 유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일따위는 없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에겐 그들을 믿을 수 있는 멘토와도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한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고정원 쌤 같은 선생님이든 간에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심리학이 어린 시절의 상처따위는 연구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다음으로 읽은 책은 『괜찮나요, 당신』이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도 있다. 살면서 한번쯤은 겪을 위기의 순간, 맘에 들지 않지만 안정된 삶을 살 것인가, 힘들겠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꿈꾸어왔던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직 경험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분명 한번쯤은 그런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 시기를 이 책은 서른으로 잡았다. 결혼을 하기에도 안 하고 살기에도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기에도 그렇다고 무작정 현재만 생각하면서 놀기에도 뭔가 걱정이 되는 시기, 아마 딱 삼십 세 정도일 것이라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시기가 빠른 사람은 스무 살에 겪을 수도 있고, 늦은 사람은 마흔이 되고서야 그런 고민에 빠지기도 할 테니. 물론 나 같은 사람은 두어 번 경험하기도 했다. 또 그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와 닿은 것은 '긍정'이다. 긍정의 힘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이다. 그런 비슷한 류의 책이 바로 떠올랐는데 그건 바로 『시크릿』이다. 와우, 우우우~ 하는 원성의 소리 들린다. 그렇다면 이건 내 얘기이므로 내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라 해두자. 어쨌든 난 『시크릿』으로 '긍정의 힘'을 가졌으니까. 그러니 만약 『괜찮나요, 당신』을 읽고 그 기운을 더 받고 싶다면 『시크릿』을 한번 가볍게 읽어보자. 뻔한 이야기 속에 살짝 감동할 수 있다면, 그건 지금 당신이 무척 힘든 상황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일테니까.  

다음으로 읽고 있는 책은 『세설』이다. 현대 소설보다 근대 소설이 좋은 이유는 뭔가 통속적이고 세속적이면서도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있고 깊이가 있다. 요즘 나오는 일본 소설들처럼 천방지축 가볍기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미시마 유키오를 좋아하고 아리시마 다케오의 소설을, 나쓰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한다(헉, 글고 보니 미시마 유키오, 아리시마 다케오, 다자이 오사무 이 셋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 암튼 『세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떠오른 작가는 바로 아리시마 다케오였다. 내가 몇 달 전에 아리시마 다케오의 『어떤 여자』를 매우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이다. 『세설』의 주인공도 여자다. 네 명의 자매이야기다.『어떤 여자』 역시 자매들이 나온다. 또 여자 이야기다. 한데 둘은 좀 상반된다. 『어떤 여자』의 요코는 현대에서도 보기드문 캐릭터이지만 『세설』의 유키코는 지극히 근대적인 여성이다. 전혀 다른 캐릭터임에도 두 소설이 비슷한 느낌으로 끌린 것은 근대의 일본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배경으로 나온 일본의 도시나 여자들의 생활상이 재미있다. 원래 우리나라 소설들 중에서도 일제강점기 때의 소설 중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소설들을 읽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암튼『세설』을 읽는 동안 내내 『어떤 여자』가 떠올랐으니 만약 두 권 중에 한 권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나머지 한 권도 같이 읽어보면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 읽는 김에 미시마 유키오의 『비틀거리는 여인』도 강추!!

 

처음엔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까워 그냥 간단하게 적어보려했는데, 적다 보니 근 한 달 동안 내가 읽었던 책들이고 그 책들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또 다른 책들을 같이 적게 되었다. 사람마다 읽는 책이 다르니 내가 읽은 책을 읽으면 또 다른 책들이 떠오를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내가 떠올린 책을 보며, 이게 왜?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떠올리는 습관은 아주 좋은 것 같다. 꼬리를 물어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책에 대한 흥미가 점점 더 생길 테니 말이다.  

어젯밤부터 나는 은희경 작가의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고 있는데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 우리나라 작가들이 요즘 앞다투어 내고 있는 소년, 소녀에 관한 책들을 모아보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다. 한데 은희경 쌤의 책을 읽다 보니 이번엔 진짜로 한번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뭐, 어쨌든. 그건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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