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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부부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 - 떠나고 싶다면 이들처럼
이성종.손지현 지음 / 엘빅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여행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아니, 좋아하지만 못가고 있으니) 여행서를 좋아하는 내가 이번엔 아프리카로 자전거 여행을 따라 나섰다. 언젠가도 한번 얘기했지만, 외삼촌의 멋진 자전거로 자전거 독학을 했던 나는, '한' 자전거 하는 녀자다. 한 손으로 타기는 기본이고 한때는 두 손 놓고도 잘만 타고 다녔다. 하지만 한번도 자전거 타고 여행을 다녀볼 생각은 안 했다. 자전거는 재미로 타는 거지 엉덩이가 아프도록 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더랬다.
아, 오래 전에 『7번 국도』라는 김연수 작가의 책이 나왔을 때, 친구와 자전거 타고 '7번 국도'를 달리는 그 소설을 읽으며 나도 자전거 타고 7번 국도를 달려볼까? 잠시 생각하다가 힘들거라는 이유로 포기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여기 자전거로 국내 여행도 아니고 국외, 그것도 척박한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온 부부가 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부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길도 길이지만 내전이 있는 나라도 있고, 밀림도 있을 테고, 밀림이 있으니 맹수는 당연히 나타날 테고, 치안은 또 어떤가? 괜찮은 이유보다 위험한 이유가 훨씬 더 많이 손에 꼽히는 그런 나라들을 자.전.거로 달렸다닛!!! 대단하다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한데 이 대단한 부부(어쩌면 부부였기에 가능했을 수도!), 젊음은 모험이라고, 인생은 꼭 정해진 틀대로 살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게 비록 아프리카 정글 속이라도 마음이 이끈다면 가는 거란다. 와우!!! 처음엔 기가 막혀서 읽었지만 읽다 보니 나도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었다. 그랬다. 이들 부부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은 그야말로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였지만 읽을수록 감칠 맛나고 나는 왜 한번도 자전거 여행을 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가 후회를 했다나.

변속기 행어가 부러져 히치하이킹을 하며(도대체 누굴 믿고!!!) 이대로 어딘가로 잡혀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고, 맹수가 출몰하는 보츠와나의 길을 겁도 없이 달리고(하긴 겁이 없었으니 달렸겠지!!), 사진을 찍다가 총 맞을 뻔을 하지 않나, 잠비아에서는 이성을 잃은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기까지 한다. 나 같으면 여행이고 뭐고 당장 집으로 가고 싶었을 텐데,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런 기억들은 세 발의 피였으니까. 그들에게 아프리카는 더 좋은 기억들 뿐이었으니까.
나미브 사막까지 그들을 데려다주고 구경 다 할 때까지 기다려준 친절한 노부부, 어려운 형편에서도 기꺼이 잠자리를 내주고 시마(잠비아의 기본적인 요리) 만드는 법까지 가르쳐주며 부엌까지 사용하게 해 준 선생님, 은행이 없는 잠비아의 음플룽구 항에서 굶주린 배를 안고 부룬디로 가는 배를 기다리며 지쳐 있는 그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한 알릭과 조세팟, 나이로비의 한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정 등등 여행은 힘듬과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함과 즐거움을 훨씬 더 많이 선사해주었다. 어디 그 뿐인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킬리만자로의 정상에도 올랐으니 그들로서는 최고의 아프리카 여행을 한 셈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남편인 이대장은 아프리카라는 장소의 야생 이미지에 여행의 불확실성까지 합쳐져 묘한 긴장감과 두려움에 잠까지 설쳤다고 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고 한다. 바로 최고의 경험!과 추억이라는 값비싼 보물!
그런 것 같다. 세상에는 다양하고 이색적인 많은 여행들이 있지만, 여행을 떠나서 얼마나 즐겁게 보내고 오느냐가 중요하다. 또 어떤 깨달음을 얻고 어떤 행복을 가지고 오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이들 부부는 6개월의 아프리카의 여행에서 평생을 안고 갈 추억을 선물 받았다. 누구나 탐은 내겠지만 쉽게 얻을 수 없는 그런 추억. 아프리카는커녕 자전거 타고 이 도시 밖으로도 나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책을 덮으며 그저 부럽다, 부럽다, 부럽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도 새로운 모험을 꿈꾼다. 주위에서는 그만 놀고 안정된 생활을 하라고들 하지만, 우리는 꿈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미 누군가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우리만의 길을 닦고 만들어갈 때 우리의 젊음이 더 빛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젊음은 곧 모험이다."